루리웹 알람기능으로 댓글을 봤습니다. 다음 글이 언제 올라오냐고 기다리던 분이 계시더군요.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미리 통보를 안해서 죄송합니다. 이 글은 진작에 끝났었습니다. 접었었습니다.
글을 접은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1. 대전제 오판.
글 제목부터가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들 격아 스토리였습니다.
즉 '지금은 저평가되고 있지만 놀라운 기획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썼던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히오스사태와 디아사태에 하스사태까지 연타로 들어오면서 블쟈에 대한 기대가 꺾였습니다. 솔져게이는 덤.
그들은 더이상 유저를 존중하지 않더군요. 오로지 돈줄로 볼 뿐입니다.
그러한 기업의 방향성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더 벌고자 매진하는걸 비난할 순 없지요.
디아 이모탈도 무려 그 디아블로가 모바일 접근성을 갖추는건데, 폰없찐 악평과 달리 실제로 서비스를 개시하면 돈은 정말 많이 벌 것입니다.
이윤을 추구한다면 일체의 예고없이 리그를 담가버리고, 너폰없찐을 외치고, 하스너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모범적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자본주의 철학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블쟈는, 더이상 견고한 대하서사를 추구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충격적이고 강렬한 가십성 사건 위주로 극을 전개하겠지요.
텍스트물 중에선 가십지가 가장 높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듯, 언제나 견고한 서사보다는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사건이 돈이 되는 법입니다.
그런 자극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난 시절 쌓아온 떡밥 등의 기획은 의도적으로 무시될 확률이 높습니다.
요는 과거 블쟈가 쌓아논 견고한 기획을, 액티비전이 파먹으며 연명하는 형세라고 봐도 될듯 합니다.
결국 저는 혼자 오버해서 덕심으로 상업주의와 거리가 먼 그림을 기대했던 거 같습니다.
정작 블쟈의 중요 인사들은 모두 내쳐지고 액티비전의 자본시류가 회사를 장악했었는데 말이죠.
글의 대전제부터 크게 오판한 셈입니다.
2. 제 무능함.
2단락의 순환주기를 납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제 글이 논리정연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파괴자의 계보나 드레나이의 계보 등. 순환주기의 발상을 보여줄 단계적 이미지가 공식적으로 명확했던 덕분입니다.
이미지의 힘은 강력합니다. 백번 글 쓰는 것 보다 스샷 한번 보여주는게 이해가 쉽습니다.
반면 이제 3단락부터는 더이상 기존 단서가 아닌, 기존 단서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향후의 흐름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논리적 연결 과정을 낱낱히 묘사해야 되는데. 이 부분에서 제 한계를 크게 느꼈습니다.
4단락 내내 [기존 설정 구멍을 신규 설정이 보완해주고 있는 형세]에 대해 설명했으나,
[설정 구멍은 어쩔수 없다]는 상반된 댓글이 부각된 것만 봐도, 제 두서없는 글쓰기는 메세지 전달에 완연하게 실패하고 있습니다.
글쓴 제가 봐도 3~4단락의 어수선함은 기가 질릴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부족한 논술능력을 이미지로 보완하자니, 스샷 한번 찾을려면 제목도 위치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검색조차 어렵습니다.
결국 몇년동안 쌓인 스샷을 일일히 뒤져가며 찾고, 수많은 자료를 원하는 논거에 맞게 배치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수많은 퍼즐을 짜맞추는 것 같습니다.
단순 노동과 다를게 없는 막대한 시간과 작업량을 요구합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습니다.
덕심이 사라진 상태론 감당하기 버겁더군요.
3. 일신상의 사유.
집에 암환자가 두분이 계셨습니다. 18년 말에 한분은 돌아가셨고, 그로인해 남은 한분이 엄청난 공포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많이 히스테릭해지셔서, 일하고 돌아와 수발들고 감정쓰래기통 되다보면 24시간이 뚝딱입니다.
덕분에 저까지 덩달아 공황장애가 와서, 뻑하면 심장이 터질듯 요동쳐대는 통에 글 쓸 짬내기도 여의치도 않거니와,
근본적으론 덕질등의 취미생활 자체에 상당히 비관적이 되었습니다.
나 혼자 오바하고 있는게 아닌가. 등의 부정적인 기분이 항시 저를 지배했고,
실제로도 이번 히오스 사태등에서 보인 블쟈의 기업철학과 방향성을 보면 저 혼자 유난떤게 맞았습니다.
..
...
이런 이유들로 글 쓸 이유를 더이상 찾을 수 없었고,
진작에 글쓰는걸 포기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허나 기다려 주셨던 분이 한분이라도 계셨다는 것을 알고 크게 반성합니다.
일을 벌였으면 최소한 통보나 수습등을 해서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는데, 그런 당연한 조치를 생각치못하다니 너무 안일했습니다.
이래서야 히오스를 예고없이 내친 블쟈랑 다를게 뭔지...ㅠㅠ
그러니 최소한의 뒷수습은 하는 차원에서, 쓸려던 글의 전체 개요만 간단히 말하고 끝낼려고 합니다.
1. 전체 떡밥 총체 파악.
1단락에서 모든 떡밥을 종류별로 나눠봤습니다. 그 결과 떡밥의 가짓수는 총 13개+@(기타)였습니다.
http://bbs.ruliweb.com/family/4454/board/100159/read/9355723?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41485
2. 순환주기의 대두.
여러 떡밥들중에서 모든 확팩을 개근하고 있는 떡밥들이 있습니다.
이를 모아보자, 워크래프트 우주의 흐름. 순환주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와우의 세계관은 현실과 달리, 유기물 무기물 구분이 없이 모두 다 하나의 체계 안에 변화하고 쇠락하는 세계관이었습니다.
그것은 [빛>마력>광물>바위>육체>축화>촉수>황혼>공허]의 순으로 진행되며, 우주와 행성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아제로스는의 정체는 순환주기가 막바지에 이른 황혼 우주에서 '점차 축화하고 있는 빛의 덩어리'였던 것입니다.
순환주기를 통해 판테온과 살게라스의 행동원리 또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판테온은 불가항력의 순환주기를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오랜 세월 우주를 방황하고 있었으며, 살게라스는 방황에 지쳐 모든걸 포기하고 불타는성전을 시작했습니다.
http://bbs.ruliweb.com/family/4454/board/100159/read/9355771?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41485
3. 격전의 아제로스의 의미.
아제로스가 내뿜어주는 빛의 힘에 의해 필멸자들은 그 생명을 부지하며 번성해왔습니다.
그러나 격아는 살게라스의 일격으로 시작된 순환주기에 인한 파멸, 즉 와우 우주 자체의 압박을 본격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제라이트의 난발로 아제로스가 소모되면, 필멸자들은 황혼 우주에 의해 차츰 변화되어 스러져 갈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압박을 가장 잘 보여준 단서는 무려 와우 극초기. 오리와 불성 시절 드레나이를 통해 암시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싸구려 설정변경이라고 욕을 먹은 것과 달리, 드레나이의 존재는 무려 와우 이전부터 와우 우주관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격아는 이러한 순환주기에 얽힌 여러 진영의 군상극이 메인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순환주기는 지나치게 감춰져있기에, 이를 본격적으로 부각하는 역할은 무른 종족들인 드레나이와 엘프들의 역할이 될 것이라 예상되며,
순환 주기의 타개책 또한 베일에 꽁꽁 감춰져 있습니다.
http://bbs.ruliweb.com/family/4454/board/100159/read/935805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41485
4. 격전의 아제로스의 미래. 군단.
격아의 미래상을 알아보기 위해, 군단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아제로스의 세계혼을 아제라이트로 소모하고 있듯이, 군단 또한 아르거스의 세계혼을 아르거나이트로 소모한 진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생활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떠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었을까요. 분석을 시작하려 했으나 단서는 이상하리만치 적으며,
군단이 가지고 있던 우주적 공포가 상당지분 순환주기쪽으로 넘어간 형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bbs.ruliweb.com/family/4454/board/100159/read/9359720?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41485
이렇게 4단락까지 글로 썼었습니다. 5단락부터는 본문 없이 개요만 간추려서 쓰겠습니다.
말 그대로 개요이며, 따라서 스샷이나 논거, 비유 등 노동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을 거의 다 쳐냈습니다.
고로 이해가 많이 어렵다 못해 이게 뭔소린가 싶을 지경으로 논리가 팍팍 튀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5. 드러나는 전모. 군단과 순환 주기의 접점.
<불개미가 나무를 파먹듯, 야금야금 파먹혀버린 행성. 아르거스의 모습>
여러 단서에서 알게된 군단의 정체는 플래닛 이터였습니다. 행성을 먹어치움으로서 연명하는 자들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행성의 힘을 개체가 흡수하여, 발열기능을 갖추게 변이한 자들입니다.
이는 절지동물과 포유류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벌레 등 절지동물은 변온성으로, 주변 온도에 의해 생존여부와 활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같은 이치로 필멸자 또한 주변 환경의 순환주기에 크게 영향을 받아 변화하며, 아제로스같은 빛의 덩어리에서 살아갈땐 변화가 최소화됩니다.
반면 포유류는 항온성을 갖춰 에너지의 효율은 매우 떨어지는 대신,
절지 동물에 비해 훨씬 긴 수명을 가지게 되고, 높은 열량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주변 온도가 내려가건 올라가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악마 또한 같은 이치로 지옥마력의 힘으로 황혼 우주에서도 쉽사리 축화되지 않고 우주를 누비며 빛을 머금은 행성을 찾아 헤맵니다.
그래서 군단의 시설엔 일체의 생활기반이 없습니다. 땅파먹고 사는 애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에너지와 자원을 땅에서 흡수하며, 시설도 땅에서 뽑아내 사용합니다.
그것으로 해당 행성의 빛을 완전히 소모시키며, 그렇게 빛을 빨려버린 행성의 지표는 녹암색으로 까맣게 말라비틀어집니다.
<군단은 차원문. 우주선. 영혼기계. 교두보 등등 모든 시설을 행성에서 추출하여 소모시킨다. 그 원료는 행성의 빛(아제라이트, 아르거나이트)이다.>
그 외에 부가적인 에너지 소스로 영혼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웃랜드나 드레노어 등. 세계혼이 적은 지역에서는 영혼으로 추가적인 에너지를 확보합니다.
세계의 영혼. 세계혼이 빛과 마력을 머금고 있듯이, 영혼과 빛은 같은 에너지 소스입니다.
그래서 굴단은 지옥불성채에서 고어핀드를 생체 영혼의 성물함으로 만들어, 아키몬드를 소환할 마력로로 활용했으며,
일리단은 검은사원에서 영혼의 성물함을 만들어, 악마군세를 유지하고 마르둠의 포탈을 열기 위한 마력로로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군단과 순환 주기의 접점은 부서진 섬에서 여러번 드러납니다.
일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티리온을 모두 기억하실겁니다.
<티리온의 최후.>
과거 희망의 빛 예배당 전투에서, 티리온은 성스러운 땅의 힘으로 리치왕을 이긴 전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배당 지하에는 무수히 많은 성기사 영웅들의 유해와 영혼이 있습니다.
즉 티리온은 예배당 지하의 유해와 영혼에 의해, 일순 리치왕을 압도할 정도로 강해졌었다는 소리이고,
이는 성기사 힘의 원천이 죽기와 마찬가지로 영혼이라는 소리가 됩니다.
영혼이 기사의 에너지 소스라는 것은 뭔가 생뚱맞은듯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 수많은 에너지의 종류가 궁극적으로는 '열'이라는 하나의 소스에서 파생되었듯이,
아제로스의 수많은 종족과 직업의 힘 또한 궁극적으로는 '아제로스의 영혼'에서 파생된 곁가지입니다. 다만 영혼을 쓰는 방법론의 차이가 있었을 뿐입니다.
죽기는 영혼을 룬검에 흡수시켜 룬마법으로 활용하고, 흑마는 영혼을 연소시켜 자원으로 활용합니다. '개체의 영혼'을 활용하는 것에 주력한 양상입니다.
반면 마법사나 기사는 개체 너머의, 보다 근본적인 세계의 영혼을 활용하는 것에 주력합니다.
마법사는 세계혼의 지맥마력에서 힘을 끌어내 마법으로 사용하고, 기사는 신실한 믿음으로 아제로스의 영혼. 즉 '빛'과 동조하여 '빛의 힘'을 얻습니다.
아르거스가 수만년간 스스로 행성을 움직여 크로쿨들의 은신처를 제공해줬듯이,
아제로스 또한 신실하고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강력한 영혼에게 동조하여 힘을 제공해 왔던 것입니다.
<크로쿨의 믿음에 호응해 지표를 움직여 수만년간 은신처를 제공했던 아르거스.>
이런 연유로 티리온은 악마들에게 힘을 못쓰고 패배했습니다.
부서진 섬이 이미 악마들의 본거지가 되어 해당지역의 빛과 마력이 착취당한 후라, 티리온에게 제공되는 빛의 힘도 약해진 것입니다.
6. 군단의 의미와 암담한 진실.
한편 이러한 정황에서 도출되는 군단의 목표와 비전은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파멸로 치달아가는 황혼우주 속에서, 빛은 순환주기에 의해 공허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되려 세계혼이 고대신에 의해 타락하면 강력한 공허의 군주가 되어 황혼우주를 더욱 가속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빛을 머금은 행성을 모조리 빨아먹어 말라비틀어지게 함으로써, 순환주기가 진행되지 못하게 만들겠다.
...는 것이 군단의, 살게라스의, 비전이고 목표였던 것입니다.
이는 대단히 자가당착적입니다. 불치의 암환자를 예로 들면,
어차피 암세포에 전이되어 죽을꺼, 멀쩡한 세포도 다같이 죽여버려 전이를 막자. 그러면 목숨연명은 더 할 수 있다...
는 식의 부작용 강한 항암치료를 보는 듯 합니다.
분명 불치에 대한 대처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수단이고. 가장 유효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암세포가 먼저 죽나/환자가 먼저 죽나의 극단적인 치킨레이스로 피폐해져가는 환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치료인가' 라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치료라는 것의 원론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지요.
군단의 성전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별을 산산히 파괴하고 있는 모습은 추구하는 방향성만 다를 뿐이지, 결과적으론 공허가 별을 잠식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한 성전인 걸까요. 이쯤되면 괴물에 대항하려다 괴물이 되어버린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생활양식이나 문화 등,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요소가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자질구레한 부산물들을 구태여 챙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땅에서 힘을 흡수하고, 그 힘을 무력한 필멸자들에게 과시하는 것만이 목적이 되었습니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망집의 괴물이 된 것입니다. 그 결과 기술력은 퇴보하고, 전략도 퇴보했습니다.
흑마법사들은 그들의 차원문 기술이 도태되었다고 비웃습니다.
유일한 전략우위성인 나스레짐의 변장과 잠행뿐이었고, 그걸 악사가 샅샅히 색출해버려 무위로 돌리자 부서진 섬 모든 지역이 손쉽게 반격당합니다.
시설의 도태성도 두말하면 입아픈 수준입니다. 그토록 웅대하고 아득해보였던 군단의 우주선들은 폭탄 몇개에 쉽사리 으스러집니다.
악마와 동등하게 맞설 수 있는 유물무기로 악마라는 태생적 강함을 떼어놓고 보니, 그들은 전략도 전술도 기술도 무엇하나 없는 빈 쭉쩡이였던 것입니다.
만나는 수백여 악마들 하나하나가 으름장과 협박만을 구구절절히 음성으로 읊어대는 모습은 희극적이기까지 합니다.
아키몬드가 전략이고 뭐고 없이 돌진하다 세계수에 파열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군단의 상태가 딱 그 수준이었습니다. 힘을 취하고나니 정작 눈앞에 있는 것은 공허뿐인지라, 얻은 힘으로 뭘 해야될지 알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군단의 모순을 한점에 응축하여 잘 보여준 캐릭터가 바로 킬제덴이었습니다.
불타는 성전이란 결국 시간끌기의 미봉책일뿐, 궁극적인 해결은 아무것도 되지 않은채 공허를 직면해야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살게무덤 오프닝과 엔딩을 회고해보면, 킬제덴은 군단의 자가당착적 모순에 괴로워 했으며, 군단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가득해 보입니다.
이것이 벨렌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복수심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밸렌이 실패해야 자신이 옳은 것이 되니까요.
<킬제덴의 최후.>
마지막 순간 벨렌의 손길에 모든 회한을 내려놓은 듯 편안히 눈을 감는 킬제덴의 모습은,
성전의 방법론이 크게 잘못됐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만자로 불리우며 적을 속여왔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도 속여왔던 셈입니다.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군단의 끝없는 힘이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성. 친우의 작은 손길 하나였습니다.
이로서 군단 떡밥도 격아의 해결책에서는 탈락했습니다. 해결책은 커녕 그들은 최악의 반면교사였습니다.
7: 서사 외적 요소 반추하기. 워크래프트 프렌차이즈의 동력과 향방.
워크 시리즈는 본질적으론 킬제덴의 음모에서 비롯된, 불타는 군단과 아제로스간의 진영 대립을 다루는 이야기였습니다.
수많은 군상극이 얽혀있는 워크래프트의 모든 요소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온 킬제덴은 이면의 주인공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리단(불성)과 리치왕(리분)은 킬제덴에서 생겨난 그림자였고, 불군의 침공에서 대륙을 떼어낸 것으로 시작하는 판다리아도 군단의 영향력이 있습니다.
판다리아에서 파생된 가로쉬로 인해 사단이 난 드군 또한 마찬가지. 와우의 모든 확팩은 대격변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군단의 그림자에서 파생된 것들 뿐입니다.
와우의 모든 서사는 군단에, 킬제덴에 대항하기 위한 서사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와우가 나온지 15년, 일리단이라는 희대의 탕아로 인해 킬제덴을 죽였고. 불타는 군단도 제압했고. 살게라스를 봉인했습니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주축을 이루던 본질적 위기를 마침내 극복해낸 셈입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워크래프트에서부터 이어져오던 큰 서사의 가닥이 끝나 와우를 이끌어갈 동력이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오랜 세월동안 와우도 놀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공허와 고대신. 호드와 얼라이언스 등 수많은 이야기를 진행해왔습니다.
워크->와우는 장르가 RTS에서 MMO로 바뀌면서, RTS게임의 제한적인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벗어나 이제 아제로스 전체의 세세한 디테일을 묘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서사 외적 요소 중 특히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진영밸런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의 힘의 저울은 꾸준히 조정되어 왔습니다.
허나 이는 반대급부로 '호드와 얼라의 대립' 이라는 진영 체재의 코드에 맞는 세계관을 새로이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2진형 체제에선 균형이 맞아야 서사가 성립하는 반면, 호드는 규모부터가 도저히 얼라랑 비빌수 없는 덩치였습니다.
그렇기에 블쟈는 워크시리즈부터 꾸준히 수년에 걸쳐 호드를 버프. 얼라는 너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얼라의 너프형세는 오리시절을 넘어서 대격변까지 점점 불어나기만 했고, 길니아스가 궤멸적 타격을 입음으로서 인간의 실질적인 전력은 스톰윈드만 남은 형세가 되어버립니다. 반면 호드는 얼라와 대조적으로 어마어마한 상향세을 맞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영고성쇠고 새옹지마라, 시간이 지나 가로쉬의 행각에 세가 다시 기울기 시작했으니...
덩치가 크면 회복도 빠릅니다. 여기저기 아팠어도 기본적으로 덩치가 받쳐줬던지라 체력이 있던 얼라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금새 회복하여 훌훌 털고 일어나버린데 비해, 호드는 억지로 급급하게 부풀리기만 하던 몸이 가로쉬의 내분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져, 약골이던 실체가 훤히 드러나버렸습니다.
덕분에 한참동안 이리털썩. 저리털썩. 휘청거리며 방황을 거듭했고,
그런 정황만으로도 부족해 격아에 이르러선 편파성 가득한 연출마저 더 얹어 호드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워크래프트의 소스만을 소모하며, 2진영 체재의 균형에 주력하던 기존과 동떨어진 방향성이었습니다.
와우의 2진영 체재. 호드와 얼라이언스간의 대립은 장르조차 달랐던 워크 시절부터 기획되어있던 큰 그림이었습니다.
2진영 간 밸런스에 설득력을 얻고자 20여년간 유지해왔던 서사의 방향성을 갑자기 홱 틀어버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와우가 '워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와우만의 고유한 서사를 향해 독립하려 한다.' 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진형간에 균형이 꺠졌을 때, 서사는 움직이기 시작하니까요.
그렇다면 블리자드 새로운 동력으로 마련할려는 서사가 무엇일까요. 소거법으로, 남은 떡밥들을 주목해볼 떄입니다.
8: 빛이 나를 배신했다.
일단 먼저 격아에서 빛과 공허. 벌레. 변화. 3가지 떡밥이 진행되는 양상을 살펴보겠습니다.
빛과 공허:
아제라이트에 얽힌 모든 알력들입니다.
수많은 진영이 아제라이트의 빛의 힘에 눈이 돌아가서 진영을 불문하고 파밍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허나 3단락에서 언급했다시피,
빛은 무한한 힘인듯 하지만 사실은 아제로스가 제공해주는 한정된 자원이고, 이를 소모하면 소모할수록 고대신의 침식은 더욱 가속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마그니는 아제라이트를 아제로스의 심장에 흡수할 것을 항시 종용합니다.
제 3세력이 아제라이트를 흡수하건, 유저가 목걸이에 흡수하건 간에, 어쨌든 흡수한다(아제로스가 소모된다)는 측면에선 똑같습니다.
정상적인 운용방법이라면 흡수가 아니라 안정화시켜 땅속으로 돌려놔도 부족할 지경인데,
무작정 아제로스를 흡수하고 있는 유저의 정황을 보면 이래도 되는건가 싶습니다.
심지어 그 흡수시킨 아제력을 환원하는 일조차 좀체 없습니다. 심장의 방에서도 더욱 열심히 아제라이트를 흡수합니다.
마그니는 입으론 아제로스를 지켜야 한다고 읆어대면서, 정작 행동은 아제로스를 말려 죽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황은 다이아몬드 왕이 종이되었다는 떡밥 등으로 더욱 의구심이 짙어집니다.
벌레:
정령과 갑각류 간에 연결고리가 생겼습니다.
대격변부터 등장한 거미처럼 생긴 정령. [암석거미]는 점차 돌이던 표면이 변화해서 갑각류의 벌레가 됩니다.
즉 이는 기존 변화 도식에서 새로운 미싱링크. '갑각류(벌레)'가 나왔음을 뜻합니다.
[빛>마력>광물>바위>갑각류>육체>축화>촉수>황혼>공허] 가 된 것입니다.이는 직접적으로는 아제라이트 바위거미, 파게 유형 게 등이 해당되며, 간접적으로는 거미와 인간이 혼재된 종족인 팔도레이, 아르카니드, 아라나시 등이 해당됩니다.
<돌과 갑각이 혼재되어 있는 생물체들.>
변화:
티탄시설인 울디르와 울두아르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1.고대신의 감옥이었고, 2.오랜 세월에 걸쳐 묻히고 훼손된 탓에 총체를 가늠하기 어려우며, 3.그럼에도 드러난 규모가 한 지역을 아우를 정도로 거대합니다.
<유사한 양식, 규모, 기능의 울디르/울두아르.>
미스락스는 울디르 3지구중 하나의 지하에서 자크라제트를 제물로 각성합니다.
그 등장한 위치를 보건데 어쩌면 미스락스는 티탄의 피조물이 고대신의 변화에 노출된 결과물이 아닐까 의구심이 생깁니다.
크트락시와 비슷한 외형의 티탄 피조물은 무쇠거인이 있습니다.
<티탄 시설의 지하에서 등장하는 미스락스.>
크트락시가 무쇠거인이 변화된 모습이라면, 여러 아귀가 맞아떨어집니다.
벌레떡밥서 언급한 변화도식 순서와도 일치하고,크트락시의 진원지인 운고로 또한 티탄 시설이었으며,
크트락시의 본거지인 안퀴라즈 폐허에선 티탄의 금속피조물, 톨비르가 돌로 변화한채 지배당해 있습니다.
노스렌드 폭풍의 봉우리에 유독 거대한 무쇠거인이 있는데, 미스락스가 거대 무쇠거인과 덩치가 유사하여 더욱 심증을 굳힙니다.
< 덩치가 산 하나에 이르는 무쇠거인과 미스락스.>
이 떡밥은 아직 격아에선 본격적으로 부각되진 않을 듯 합니다.
향후 울다만과 화심에 남아있는 미스테리를 풀어줄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결국 위 3가지 떡밥을 요약하자면, 순환주기의 변화양상을 여전히 비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단처럼 딱히 해결책으로 쓸만한 떡밥이 아닙니다. 해결책은 커녕 순환주기의 말로를 더욱 명료하게 가리키고 있으며, 빛에 대한 여러 불길한 암시를 보여줍니다.
과거 아달은 일리단을 토벌해 죽였습니다. 제라 또한 일리단을 자신의 수하로 만들려고 수작을 부린 바 있습니다.
일리단이 군단 격퇴의 1등 공신이었음을 생각하면, 나루 녀석들은 군단을 옹존하려 했다는 괴이한 심증이 나와버립니다.
과거 알갈론이 그랬듯이, 아무래도 우주의 섭리를 대변하는 존재들의 논리는 근시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필멸자들과는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마그니는 '칼 꽃힌 시점에서 이미 ㅈㅈ고, 빛이건 어둠이건 똑같은 순환의 시류일 뿐이다. 그냥 다 포기하고 순환을 가속해서 끝내자'
등의 흑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시적이고 우주적인 관점에선 맞는 말일지 몰라도 근시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필멸자 입장에선 눈탱이 맞을 일입니다.
빛에 대한 불길한 암시는 마그니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안두인은 빛을 섬기게 된 계기부터가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었습니다.
바리안은 만인지적한 인물입니다.
단신으로 군대를 압도하고 수많은 요새를 함락시켜온 전적은 게임장르를 착각한게 아닐까 싶을 지경입니다. 와우에서 혼자 갓오브워를 찍고 있습니다.
이 괴력은 군단에서도 잘 부각되어, 지옥군주도 한방. 지옥불정령도 한방. 지옥절단기도 한방. 모두에게 공평한 죽창 포쓰를 과시합니다.
그런 모습을 유년기부터 봐온 안두인은
'하...호부견자 미치겠네...내가 검술론 비비지도 못하겠다...' 싶어 요구되는 전사의 길을 마다하고 사제로 도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안두인은 바리안 사후에도 '아버지만큼 위대한 왕이 될 수가 없다. 난 못한다' 등으로 의기소침한 적이 있으며,
이런 배경에서 격아의 전황은 무의미한 양자소모가 거듭되어 '이젠 그냥 전쟁을 위해 전쟁을 한다' 등으로 그를 자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회의적인 상황을 감내하며, 빛을 섬기고 빛과 공허의 진영을 아우르는 안두인에게
현재 격아의 정황과 마그니의 태도는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습니다.
즉 안두인은 결코 정의롭고 완벽한 '백마탄 왕자님'이 아닙니다. 그 이면은 가로쉬만큼이나 불안정하고 어둡습니다.
단지 양자간에 차이점이라면, 가로쉬는 자신이 숭배한 힘이라는 코드가 바리안에게 정면으로 대치되며 콤플렉스가 폭발했지만,
안두인은 빛을 숭배하며 바리안과 함께 성장했다는 차이 정도입니다.
그러나 격아는 꾸준히 빛을 결코 숭상할만한 가치가 없는, 단순 한정된 자원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안두인이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빛을 숭상해왔던 행위가 전부 죽어가는 신의 시체를 파먹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하스스톤마냥 빛이 날 배신했다를 외치며 암흑사신이 될 우려마저 있다고 생각합니다.
9. 남은 떡밥들에서 보이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 야생과 기원.
+12. 래시온의 큰 그림. 용과 까마귀. 그리고 엘룬.
계속해서 남은 떡밥들을 조명해보겠습니다.
용과 까마귀:
와우 세계관에서 조류는 그 기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반면 테러닥스나 팔코사우르스. 깃털랩터 등은 조류에서 파충류로 변화하고 있는 중간과정을 계속해서 부각합니다.
이들이 결국 원시용이 되고, 나아가 현재의 용군단이 되었음을 생각해보면, 용군단의 메인 스토리는 대격변으로 모든 소모가 끝났고,
래시온마저 드군의 기획 실패로 버림수가 되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계속 조명받고 있는 셈입니다.
<용과 조류의 변화도식은 현실의 역순이다. 현실은 (공)용이 조류가 되었으나, 와우 세계관은 조류가 용이 되어간다.>
래시온은 군도탐험에서 행적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며, 에본로크는 대놓고 래시온을 엿먹이는 형태로 군단-격아서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보건데 아직 래시온의 캐릭터가 잊혀진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무슨 코끼리 생각하지 마세요도 아니고, 정말 묻어버릴 생각이라면 이렇게 연달아 직/간접적으로 보여줄 이유가 없습니다.
<래시온의 행적.>
조류와 파충류의 변모를 꾸준히 조명하고 있는 흐름은 까마귀의 기원을 향한 암시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마법에 출중한 명가의 초기 칼도레이. 무수한 시공간을 궤뚫어봤다는 암시가 있는 대마법사 메디브. 등
여러 주요 인사는 어째서인지 까마귀를 중요한 우상으로 씁니다.
아티쉬의 장식이 까마귀이고, 수호자의 변신 또한 까마귀이며, 메디브의 로브도 까마귀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을 생각하면,
초기엔 단순 무닌과 후긴의 까마귀예언자가 모티브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히 세계관 내에서 독자적인 흐름을 가진 떡밥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생판 타행성이었던 드레노어에서도 아라코아와 태양신 루크마르. 그림자신 새드. 까마귀신과 공물 등으로 그 기원에 대한 간접적인 암시가 거듭됩니다.
이러한 특이종들의 기원은 향후 순환주기를 극복할 중요한 떡밥이 될 것으로 여겨지며, 래시온은 향후 조류의 기원을 탐구하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조류의 기원을 찾을 수 없고, 행성을 불문하고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이 순환주기를 극복하고 우주를 누비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불확실한 사족 하나: 포자와 조류는 빛을 머금는 듯한 묘사가 여럿 존재합니다.
피:
야생 파트로 넘어와서, 혈신 그훈으로 인해 피의 성질이 조명되었습니다.
예전부터 혈기를 다스려 온 죽음의 기사. 피의 광란으로 강해지는 전사. 혈마법. 인신공양의 로아 문명 등등
피를 힘으로 환원하는 암시는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전면에 부각된 것은 처음입니다.
피와 병과 곰팡이는 큰 관련성이 있는 듯 하며, 그 상세는 아직 불명이지만 피 또한 영혼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에너지 소스로 기능하는 모양새입니다.
혈신 외에도, 왕들의 안식처에서 볼 수 있는 과거 역병사태와, 다자르가 극복한 피의 저주. 등의 떡밥이 있으며,
이는 나아가서 혈신 학카르와, 학카르 재림을 추구하는 아탈학카르 분파. 그것을 제지하려다 악몽에 빠진 녹색용까지 엮이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를 볼때 [악몽]과 [피]는 뭔가 연관성이 있으며, 그를 증명하듯 에메랄드 악몽은 바닥 전체에 작은 육괴와 눈이 가득 깔려 있습니다.
결국 에메랄드의 악몽도 고대신에 의한 여파인 듯 합니다.
그훈은 나즈미르를 피와 곰팡이로 물들였습니다.
이와 유사한 지역이 예전부터 존재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드레나이가 불시착한 핏빛안개 섬입니다.
예전에는 나루의 함선이 불시착한 영향으로 섬이 빨갛게 물든줄 알았으나, 이제 그훈의 등장으로 인해 선후관계가 바뀌었습니다.
반대로 나루의 함선 파편이 섬 지하의 피와 육괴에 침식당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핏빛안개 섬은 텔드랏실 바로 옆입니다.
이러한 정황은 텔드랏실 근처에 고대신,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가 하나쯤 묻혀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나루의 함선 파편을 잠식하는 핏덩이.>
엘룬:
벌레와 변화 떡밥에서 언급한 크트락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크트락시가 티탄벼림이 변화한 종이라면, 텔드랏실의 타락도 의심스럽습니다.
크트락시의 진원지이자, 그들이 훗날 자리잡은 안퀴라즈의 지근거리 지역인 운고로 분지.
이곳의 운고로 토양을 판드랄 스테그헬름이 마구잡이로 퍼와 텔드랏실에 쏟아부은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드의 경우는 세나리온 의회가 연구한다고 운고로 토양을 가져가는데,
이후 세나리온 의회는 사티로스에 물들어있었고, 텔드랏실에도 사티로스가 있었으며, 에메랄드의 악몽에도 사티로스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악몽은 피에서 언급했다시피 고대신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즉 판드랄과 세나리온 간에는 운고로 토양을 매개로 하여 고대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
거기에 더해 텔드랏실 주변 핏빛안개 섬의 육괴침식 등, 어쩌면 텔드랏실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고대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정황을 거듭 보여줍니다.
이 정황은 넓게는 칼림도어 북서부 전체에 미쳐있습니다.
이유없이 급작스레 광기에 물들고 미쳐가는 펄볼그들. 잿빛 골짜기와 어둠의 해안에 난립하는 사티로스나 얼굴없는자 등등...
<고대신의 상징인 촉수가 드러난 잿빛 골짜기.>
여러 단서와 정황 상,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고대신을 엘룬이라 생각합니다.
엘룬에서 탄생한 올빼미야수는 혈트롤과 비슷한 생태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혈트롤과 엘룬의 밤전사는 외형 변화가 유사합니다.
<안구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혈트롤과 밤전사.>
또한 위 잿빛 골짜기의 촉수지역에는 달빛이 비추고 있는데,
우우나 퀘스트를 해보면 나루의 빛은 너무 눈부시다고 기피하는 반면, 달빛에선 안정감을 찾습니다.
<우우나 퀘스트.>
이는 윗단락에서 언급했던 '빛의 불길함'과도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는데,
빛이나 공허같은 극단성보다는 달빛같은 적당한 조화가 중요하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엘룬은 달의 여신으로 추앙받지요.
로아:
영혼에게 숭배받음으로서 힘을 얻는 반신인 로아가 부각되었습니다. 와우 세계관에서 영혼이 빛과 같은 소스임을 생각해보면,
소스에 영향받아 성장한 그들의 내역을 얼추 알 것도 같습니다. 오랜 세월 아제로스의 현기에 영향받아 강해진 야생신과 유사한 종인듯 합니다.
마법사와 성기사가 세계혼에서 소스를 얻듯이, 유사한 원리로 세계혼의 힘으로 성장한 동물이 기존 반신이라 불리우는 야생신들.
죽기와 흑마가 개체의 영혼에서 소스를 얻듯이, 유사한 원리로 숭배나 공양의 힘으로 성장한 동물이 트롤 문명에서만 유효한 로아. 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반면, 브원삼디는 뭐하는 녀석인지 현 시점에선 알 길이 없습니다. 베일에 꽁꽁 쌓여있습니다.
기계:
격아에서도 수상한 기계설비가 잔뜩 모여 있는 지역이 있으며, 다음 패치에서 기계노움이 등장하는 던전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 이미 사모플렌지로 강철의 별이라는 준 무한동력을 만들어낸 전적이 있는 만큼, 이 기계 떡밥이 심화되면 순환주기를 극복할 단서를 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한동력이라는건 아무래도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가 그 파생효과가 지나치게 막대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티탄이 이미 기계문명을 창시한 본좌임에도, 그들이 순환주기에 좌초한 전적을 보건데,
사모플렌지 또한 무한동력이라기보다 세계혼에 의한 파생효과일 여지가 있어 극복 확률은 낮습니다.
영혼과 죽음:
현재 실바나스와 브원삼디가 가장 발을 깊게 걸치고 있는 분야인 반면, 어째서인지 브원삼디는 실바나스를 적대시합니다.
실바나스의 막나가는 행동원리의 이면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을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선례인 리치왕을 자세히 분석해볼 것이 요구됩니다.
그외에 사족으로 영혼은 직접적인 소스로의 활용 외에도, 숭배로도 어느 정도 힘이 집약되는 기능이 있습니다.
로아가 숭배받아 강해진 대표적인 예시이며, 둠해머 등의 일부 유물무기도 숭배받음으로서 보다 강력해졌습니다.
8단락에서 조명한 떡밥들이 순환주기를 더욱 부각시켰다면,
9단락에서 조명한 떡밥들은 아제로스의 야생과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순환주기를 극복할 단서 또한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10. 그로 인해 암시되는 영혼과 죽음. 그리고 리치왕에 대하여.
죽음의 영역은 철저히 미지로 남겨놓아 서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활용할려나 봅니다.
죽음은 아직 밝혀진 것이 너무 단편적이고 적어 분석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주기의 극복에 가장 중요한 떡밥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순환주기의 극복이라는 시점에서 접근할때, 리치왕의 행적이 심히 의미심장하기 때문입니다.
와우의 섭리인 순환주기는 막을 수 없는 멸망이며, 고대신은 이 섭리를 가속하는 공허의 물리적 현신입니다.
그런데 언데드는 고대신의 피인 사로나이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한 빛의 정수인 나루마저 리치왕의 역병은 정화할 수 없습니다.
배후에 고대신이 있다는 연대기 서술과는 전혀 반대되는 단서들이 있는 셈입니다. 되려 죽은 자들은 순환주기의 법칙에서 제외되어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얼음왕관 지역에서 이 묘사는 한층 더 노골적인데,
산자가 건드렸다간 고대신의 정신오염으로 헤까닥 돌아버려 채굴도 못하는 사로나이트를 얼음왕관 성체 전체에 뒤덮어 버렸습니다.
<증축 전 -> 증축 후.>
리치왕의 행적에도 의구심이 들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리분 내내 리치왕은 '닿기만 해도 미쳐버리고, 일체의 마법도 검격도 통하지 않는 무적의 사로나이트 가공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무시무시한 전쟁병기들을 용사들에게 활용할 기색이 없었습니다.
유저들이 낙스라마스를 함락시키고 분노의 관문 공격을 한 이후, 리치왕은 리분 내내 묘하게 소극적입니다.
숨었다...기보다는 지켜본다 내지는 기다린다.는 분위기입니다.
덕분에 그동안 유저는 노스렌드서 마력전쟁 저지하고, 울두아르 때려부수고, 십자군 경기 주최하는 둥, 여유가 흘러 넘쳤습니다.
십자군 경기장에서는 한술 더 떠서, 리치왕이 직접 천연덕스럽게 등장해 시련을 주고 퇴장하는 여유까지 부리십니다.
등장에 활용한 '어둠의 문' 스킬은 리분 내내 드라카리 성체, 우트가드 성체 등 수많은 요충지에서 리치왕이 밥먹듯이 써왔던 스킬입니다.
저런거 있었으면 언제든지 튀어나와서 뒤통수 후릴 기회가 많았을텐데.
마냥 지켜보다가 시련을 던져주고 퇴장하시는 모습은 이게 적대적인 인물이긴 한건지조차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렇듯 리분 내내 리치왕이 보여온 모습은
'모든것을 종결시킬 죽음의 왕'이 아니라 '언제나 자기 휘하로 들어오라고 호의를 비치는 영업사원'에 가까운 모습이며,
용사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적당한 시련을 하나씩 던져주는 '친절한 레벨업 도우미'같은 인상마저 풍깁니다.
심지어 얼왕 마지막 순간, 서리한의 격노로 모든 유저를 날려버리곤 하는 소리도
''감히 나한테 덤벼? 내가 맘먹으면 니들은 한방감임 이 괘씸한것들아'' 뭐 이런게 아닙니다.
''역대 최강의 정예병력 데려와준 티리온 ㄳㄳ. 티리온 너도 포함해서 모두 잘쓸꼐'' 하며 기뻐하는 태도입니다.
이쯤되면 정말 뭔가 이상합니다. 당시 리치왕 공략전의 개요는
1. 무한한 리치왕의 외곽군세를 마상기동으로 뚫고 들어가서, / 2. 칠흑의 기사단이 입구막기를 하고 있는동안, / 3. 최정예 급습 용사들이 리치왕의 목을 딴다.
는 빠꾸없는 배수진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통상전이 불가능한 언데드 군세의 특성(보급 필요없음+아군의 적군화)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습니다.
허나 이를 달리말하면, 리치왕에 의해 급습이 실패한 시점에서, 리치왕에게 대항할 세력은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확보에 기뻐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항하려고요? 악착같이 쟁여둔 수많은 사로나이트 병기와 거인은 다 뭐였을까요?
무엇을 보고 있었기에 리치왕은 그토록 인재에 목을 메고 여러방면으로 시설을 확충한 것일까요?
여러모로 행동원리에 의문만 가득 남는 캐릭터입니다.
또한 죽음이라는게 정녕 삶에 비해 혐오받아야 하는 속성인지도 생각해볼만한 문제입니다.
신드라고사의 추락지를 보면, 재미있게도 시체인 서리용의 알을 부화시키는 컬트신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시체가 죽은 알을 낳고, 그 죽은 알에서 죽은 용이 태어나는 기현상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들이 성장 가능 여부는 불명이지만, 수없이 많은 리치왕 휘하의 서리용군단을 돌이켜볼 때, 성장이 가능했기에 이뤄진 군세일 것으로 추측됍니다.
이렇게 번식마저 가능하다면 대체 죽음과 삶이 다를 것이 무엇일까요?
보다 자세한 유추는 브원삼디와 볼진의 떡밥이 풀린 다음에야 가능할 듯 합니다.
<사라진 볼진의 영혼.>
11.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인물. 실바나스.
<지금은 사라진 언데드의 혈석 퀘스트>
한편 실바나스는 9~10단락에서 언급한, 순환주기를 극복/길항할 모든 요소에 한발씩을 걸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언데드는 태생부터 피와 연관성이 있는 존재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죽음땅을 겪어보았으며,
리분 이후에도 불모의 땅 오아시스에서 포자와 질병을 꾸준히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는 아제로스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비비안에게 드군의 야생 연구를 지시했고,
군단과 격아에선 간접적으로 황혼과 공허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텔드랏실을 태울 필요성을 캐치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불타버린 텔드랏실.>
허나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뒷사정을 설명치않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것인가.
그 의중은 서사 외적 측면과, 실바나스의 캐릭터성. 두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1) 서사 외적 측면:
1단락에서 언급햇다시피 블쟈는 반전에 대단히 집착합니다.
반전을 보여주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평범한듯 기승전결 이야기를 보여주되,
마지막에 기존에 제시된 정보가 전혀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게 만들어줄 강력한 한방을 준비하면 됩니다.
식스센스로 치면 브루스 윌리스가 ...이고.
주토피아로 치면 벨웨더가 ...이고.
군단으로 치면 제라가 일리단에게 폭사하는 한방을 보여주어 강렬한 반전을 선사했습니다.
실바나스의 캐릭터성과 격아의 흐름을 보건데, 그 형태는 주토피아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토피아는 평범한 추격 검거 스릴러물인척 위장했으나, 반전을 통해 그 이면에는 ...에 대한 편견과 그러한 편견을 무기로 삼으려는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언데드 또한 편견과 멸시에 시달려오던 종족인 만큼, 실바나스에게서 유사한 한방이 나올 여지는 많으며,
암시와 단서는 상술했다시피 간접적으로 충분히 흩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고짐고처럼 최악의 전개라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개의 맥락이 같다 하더라도 연출하기에 따라 감상은 바뀌는 법입니다.
군단도 구성과 맥락을 놓고 보면 고짐고와 크게 다를것 없었으나,
일리단이 일리단하는 카타르시스는 드군과 군단 내내 옥죄여오던 서사의 불안감을 싹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2) 실바나스의 캐릭터성:
실바나스는 멸시와 모멸로 점철된 '언데드를 향한 편견'에 끝없이 좌절해온 인물입니다.
그녀는 초반에 얼라이언스의 가입을 원했습니다. 로데론의 전신은 얼라이언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얼라이언스는 뭔 스컬지새기들이 수작을 부리냐며 거절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포세이큰이나 스컬지나 둘다 더럽고 악취나는 시체들이었니까요.
극심한 자괴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면서도, 산자들에 대한 질투와 파괴욕구를 억제하면서도,
어떻게든 스컬지에게 복수하고자 궐기한 포세이큰 입장에서 이는 견디기 어려운 취급이였습니다.
결국 포세이큰은 온건적이고 지혜로운 타우렌 덕에 호드에 가입하며 간신히 세력을 추스르게 됩니다.
스컬지 취급의 갈등은 시간이 지나 리분이 되어, 분노의 관문 사태로 인해 언더시티가 함락당하며 최고조에 이릅니다.
실바나스의 처절한 읍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쉽사리 언데드의 무고함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결국 실바나스가 직접 발품을 팔아 언더시티의 함락사유를 설명했고. 분노의 관문 사태는 바리마트라스와 악마들에 의한 이간질임을 해명하여,
얼/호를 개의치 않고 모든 진영을 규합. 자기 안마당인 언더시티에 침투전을 허용함으로서 무고를 증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실바나스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특유의 괴력으로 단숨에 언더시티를 밀고들어간 바리안은 실험지구의 참상을 보고 눈이 돌아가버립니다.
로데론에서 유소년기의 망명기를 보냈고, 테레나스를 대부로서 각별히 친애했던 바리안 입장에선
로데론을 역겨운 시체실험장으로 이용해왔다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바리안의 분노는 반대쪽에서 진입했던 호드를 향합니다.
그리고는 "너희 포세이큰 새기들 진짜 스컬지랑 다를게 없구나?!?!! 이런놈들 받아주는 호드도 다 똑같다"고 대노하며 덤벼들었습니다.
이때는 천만다행으로 제이나가 온건파였기에 사태를 중재할 수 있었으나,
만일 제이나가 없었으면 그자리에서 호드의 수뇌와 용사들은 바리안에게 썰려버렸을 아찔한 위기였습니다.
거듭거듭 얼라이언스에게 '스컬지와 똑같은 자들' 취급을 받은 실바나스는,
뭔 해명을 해도 단지 외형과 생활 양식만으로 색안경부터 뒤집어 쓰고 달려드는 현황에
'아 말이라는건 힘이 없구나...말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득 안돼는구나' 라는 씁쓸한 깨달음을 얻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실바나스의 캐릭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또다른 인물은 가로쉬입니다.
가로쉬는 포세이큰을 철저히 소모품으로 대하여 실바나스로 하여금 힘에 대한 욕구를 키우게 만들었으며,
트루 호드 내전 후에는 재판기간 내내 진수성찬을 즐기며 큰 불편함없이 연명했습니다.
지닌 세력이 강하여 지은 죄 또한 커지면, 오히려 그 주동세력은 처형에서 안전해집니다.
이는 부채를 자산의 형태로 인정하는 현대의 시점과도 유사합니다.
신용도가 높고 담보가 많아야 큰 빚을 질 수 있듯이, 큰 힘을 지닌 세력만이 큰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쟁범죄 같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죄를 지은 경우, 처형이 죄보다 가벼워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그냥 처형 뚝딱하고 끝내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권의 문제고, 재무의 문제고, 정치의 문제가 됩니다.
그 결과 당사자는 책임소제의 아이콘이 되어, 그에게 얽인 진영과 단체에게 피해보상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처형은 커녕 증인 보호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큰 죄를 저질렀음에도 안전해지는 아이러니함이 돗보입니다.
힘만 있으면 악행을 저지르건 선행을 저지르건 일단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된다는 좋은 예시이기도 합니다.
<홀로 얼라이언스 군대를 유인한 실바나스.>
격아 로데론 공성전에서 실바나스의 태도는, 이러한 가로쉬의 영향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모든 군대를 후퇴시키고 자신만 홀로 남아 왕좌에서 거만히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는
'큰 죄를 지었으니 절대 날 쉽사리 죽이지 못한다'는 힘의 원리를 잘 깨우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기서 한술 더 떠서, 그러한 자신의 처지마저 미끼로 이용해 상대 수뇌부를 노린 그녀의 모습은 실로 청출어람입니다.
실바나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또다른 인물은 자신의 두 자매입니다.
실바나스는 가로쉬 재판에서 발생한, 범죄자가 되려 안전해지는 아이러니함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가로쉬의 암살을 계획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베리사가 합류하게 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혈육에 대한 정을 만끽하자 실바나스는 베리사가 자신의 곁으로 오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리사는 실바나스를 배신했습니다. 자신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아이들까지 죽은자로 만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암살은 실패하게 되고, 가로쉬는 구출되어 드군사단을 내게 됩니다.
<실바나스를 배신하는 베리사>
알레리아는 실바나스와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이형의 존재가 됐으나, 그럼에도 실바나스를 모멸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습니다.
실바나스 입장에선 기가 찰 일이었을 것입니다. 타의에 의해 죽은 후 망자로서 수모와 멸시를 당해야 했던 자신과 달리,
알레리아는 최소한 선택권이라도 있었고, 같은 이형의 존재로서 가장 실바나스를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실바나스를 힐난하는 알레리아.>
결국 이러한 과거사들로 인해 실바나스는 '죽은자들에 대한 멸시와 편견은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포기해 버렸을 것입니다.
혈육마저 이해를 못해주는데, 대체 누군들 이해해 주겠습니까.
그녀는 이제 전쟁의 광기와 뒤틀림을 알고, 설득과 대화에서 어떠한 기대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행동만이 있으며, 힘의 논리만을 신봉할 뿐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국제사회라는게 암만 좋은 미사여구로 치장해본들 다 빛좋은 개살구고,
결국은 앙아치 깡패들의 원리와 크게 다를 것 없이 굴러가는 힘과 야만의 세계입니다.
힘이 곧 정의이고, 그렇기에 실바나스의 선택은 옳습니다.
강성한 세력을 갖추게 된 언데드는 발언권과 입지가 상승했으며, 명예결속단은 얼라이언스와 전면전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무언가 속내가 있고, 그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설득이 불가능하다면.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실바나스의 캐릭터는 현재의 전쟁폭군스러운 캐릭터성에 상당한 당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13. 이것이 미래 세계다! -희망 편.
워크 프렌차이즈는 인간과 몹의 대립에서 시작하여, 종족과 종족의 대결로, 배후의 악마와 티탄으로, 점차 이야기를 확장해온 끝에
살게라스가 공허의 군주에 대비하고자 했음이 드러나며 군단이 통째로 공허의 교두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브랜드를 지속하며 그림이 커져버렸음에도, 블쟈는 영악하게도 두가지 부문에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상상을 초월하는 집요함과 견고함입니다.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세계관의 확장을 위한 떡밥을 다방면으로 쌓아왔으며, 그렇게 세계관과 확장세를 일치시킴으로서 큰 공감선을 쌓아올렸습니다.
두번째는 허황되지 않은 세계관의 활용세입니다.
그림이 이렇게 커져버리면 서사도 같이 붕 떠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블쟈는 이러한 세계관 내 힘의 갈래를 상징적인 인물들에게 집중시켜
캐릭터와 세계관. 두마리 토끼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실바나스의 과거를 헤아리고 보면 의미심장한 대사들. 그녀에게 죽음이란 명예따위로 극복할 수 없는 '죽은자들을 향한 편견'일 것이다.>
특히 그동안 쌓아올린 실바나스의 캐릭터성과, 격아의 정황 묘사, 두 부문은
정의고 뭐고 얼라 호드 양쪽 다 시궁창에 빠뜨림으로서 일괄적으로 전쟁의 어리석음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정의니 빛이니 뭐니 하는 진영논리따윈 중요치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맹신이야말로 전쟁같은 어리석음을 부추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맹신에서 벗어나 편견과 아집을 경계하는 것이겠지요.
이렇듯 현재 격아는 순조로운 정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순환주기를 조명하는 격아의 배경시점.
고결하고 정의로우나, 순환주기를 모르고 있는 안두인. ( =어둠에 쉽사리 물들 확률 높음)
포악하고 파괴적이나, 순환주기가 관련된 모든 떡밥에 한발씩 걸치고 있는 실바나스. ( =파멸의 정황을 눈치채고, 더 나아가 해결책까지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음)
수많은 편견에 시달리며 설득과 대화의 무의미함을 꺠달은 실바나스의 캐릭터성. ( =의중 다 숨기고 그냥 밀어붙이기)
이런 식으로 배경과 갈등 요소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며, 그 당위성도 충분합니다.
위태위태해보이는 격아의 서사는 결국 강렬한 한방 반전을 위한 어그로에 불과하다 여겨집니다.
문제는 꽁꽁 숨겨놓은 비밀과 반전을 어떻게 한방에 잡느냐인데...이게 성공하면 정말 게임스토리 역사상 두고두고 남을 놀라운 반전이 될 것입니다.
스2에 디3에 한동안 좀 위태위태했으나, 군단에서 다시 제 역량 발휘했듯이, 다시금 감 잡은 블쟈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14. 이것이 미래 세계다! -절망 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요소는 크게 2가지가 있으니,
많은 블쟈 기획/개발자의 퇴사와, 액티비전 인사들. 메인 스토리 디렉터 크리스티 골든입니다.
1. 크리스티 골든.
그녀의 소설은 감정선의 묘사가 세밀하며, 소소한 소도구 하나 놓치지 않고 밀도 높게 묘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것입니다. 세밀한 캐치는 능숙한데, 정작 큰 흐름을 모조리 놓치기 일쑤입니다.
반면 워크 세계관의 뼈대를 만들어낸 멧젠은 반대로
'큰 흐름에선 재밌으나, 지나치게 마초적이고 설정구멍 펑펑 내면서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같은 성향의 작가였습니다.
그렇기에 멧젠 휘하에선 골든이 상당히 좋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멧젠이 떠난 지금. 그녀의 기량은 다소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소설 아서스를 보면, 아서스의 딜레마와 모순에 대한 캐릭터성을 크게 삭감해버리고, 그냥 책임지기 싫어하는 나약함만 강화하여 평범한 악당 1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전쟁범죄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로쉬를 일체의 반성도 고뇌도 없는 그냥 평범한 악당 2로 만들었습니다.
가로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듭거듭 아쉽습니다.
죽어가는 세계에서 자신의 태생에 대한 혐오를 이고 괴로워했고. 마침내 스랄을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위대한 전사로 발돗움하려 했으나,
바리안이라는 우주괴수 앞에서 트라우마가 다시 폭발하여 이리휘청 저리휘청 방황하는 입체적인 캐릭터였는데...
죽은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평가가 공존하며 회고되는 캐릭터를,
소설에서 평범/평면적으로 제단해버린 후 게임에서도 탈락시킨건 큰 실책이었다고 여겨집니다.
2. 기존 기획/개발자의 퇴사: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구슬이 서말인들 잘 꿰어야 보배입니다.
드군도 기획과 떡밥 측면에선 더할나위없이 뛰어난 확팩이었습니다.
요리를 레시피대로 만들어도 실패할 수 있듯이, 기획이 좋아본들 노잼이 될 우려는 분명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군도만 봐도, 분명 와우에서 가장 재밌는 요소만 모아놨음에도 재미없고 지루합니다.
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군단때처럼 멋지고 큰 한방 반전의 매력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전달방식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유저분들이 느끼셨겠지만, 플레이어의 롤을 침해하며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온 진영간 정의를 땅에 떨구는 방식은 많은 반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규모 패치 8.0~8.1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뤄지며 피로감을 증대시킵니다.
이런 방식은 군단에서도 비슷했으나, 군단은 초중반에 접속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하드캐리 시스템. 전설 랜덤 드랍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초중반의 지루하고 어그로성 높은 서사 구간을 지나, 일리단뽕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설시스템이 정말 지독하게 나쁜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초기엔 코어와 똥전설 격차도 심했으며, 3전설 이후론 획득 제한 패널티까지 붙어있는 반면, 코어전설 보정은 없었으니 진짜 운빨게임이었습니다.
7.15 전설 보정 전까지 2코어를 전부 먹어본 유저가 전체 유저 중 몇%나 됐을까요? 5%? 10%?
보정 전에 1코어라도 드셔보신 분은 전설시스템을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처음 한번은 신비성과 어그로성으로 먹혔을지라도, 두번째는 흥미보다 피로유발이 더 커서
위에 언급한 10%를 제외한 90%의 유저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 수학적으로 명확했습니다.
허나 이렇게 게임시스템이 바뀌어 전설이 사라졌다면, 그에 따른 유저의 접속성도 많이 변화할 것이고,
그렇다면 서사의 템포도 다소 단타적으로 짧게 조정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격아는 그러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덕분에 반감유발 어그로 전개는 이제 더이상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들 언급하는걸 포기했거나, 질려서 떠났다는 소리입니다.
실제로 격아의 유저감소는 상당히 극적입니다.
전개가 흥미를 끌고 분노를 일으키기엔 합당하나, 템포가 너무 느려 불쾌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서사의 어그로성과 게임성의 부제가 겹쳐 상당한 피로가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과 서사의 레벨 디자인이 서로 맞지 않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는 기획과 현장을 조율해줄 지휘자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 느껴지며, 이러한 부재를 가장 잘 보여준 예시가 연대기라고 생각합니다.
설정 정립을 위해 나온 연대기가 게임 설정과 안맞거나, 연대기 출간한지 2달만에 다시 설정충돌하고 있다는 소리에 저 또한 구입을 고려하다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연대기가 연대기로서 기능을 못한다는데, 구입할 이유가 없지요.
상황이 이렇게 된 기저에는 대격변이 있을 것입니다. 대격변은 개발 소모 대비 이득효과는 낮은 패치였으나,
와우에서 가장 오리지널리티 있는 '군단과 무관한' 확팩이었으며, 공허로 세계관 확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징검다리였습니다.
하지만 액티비전 샐러리맨들이 이러한 장인정신을 이해해줄리 만무했고, 이 대격변의 부진은 이후 액티비전 인사들의 블리자드 지분침식이라는 결과를 불러왔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현재 블쟈는 많은 개발진이 퇴사했고, 연쇄적으로 예의 '노련한 지휘의 부재' 문제를 겪고 있다 봅니다.
이는 무시못할 문제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전개의 맥락이 같다 한들 연출에 따라 감상은 바뀌는 법입니다.
그리고 연출은 대단히 섬세하고 어렵습니다. 종이 한장 차이로 반전과 갑분싸가 갈립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이제껏 쌓아온 견고한 기획이 다 무색하게, 작품성을 일절 챙기지 못하는 휘발성 불쏘시개 전개로 번질 수도 있으리라 염려됩니다.
오랜 세월을 함꼐 한 인생게임으로서, 블쟈덕후로서, 모쪼록 이렇게 나쁜 쪽으로 가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작 개요 쓰는데도 4시간이 걸렸네요 휴...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근거 스샷이나 논거등을 하나 둘 파편적이나마 써서 보완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지금와서 보니까 희망편 결론이 참 무색하고 낯뜨겁네요. 저걸 썼을때가 18년말이라, 지금과는 좀 거리가 먼 행복회로였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블쟈(본파이어?)가 도약할 날을 기다릴렵니다. 와우저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IP보기클릭)61.253.***.***
캬 이건 정말 엄청나군요.호,불호를 떠나서 어마어마한 분량부터 작성자님의 와우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 지 약간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IP보기클릭)175.197.***.***
집안에 아픈 분들 계시면 가족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지요 힘드신 가운데도 여러 역할을 잘 감내하시고 이렇게 잘 정리된 글까지 써 주시는 걸 보니 정말 의지가 굳으신 분 같습니다 힘내세요!
(IP보기클릭)1.239.***.***
스토리에 대한 평가나 해석은 각자 자유롭게 느끼는 것이고, 본문 내용에 현재까지 밝혀진 와우의 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나 따로 설명이 마무리된 것도 있습니다. 참고가 될까 해서 댓글 달아 봅니다. 1. 불타는 군단은 플래닛 이터가 아니라 플래닛 킬러에 가깝습니다. 불타는 군단 악마들 힘의 원천은 뒤틀린 황천으로부터의 지옥 마력과 지옥마력에 동력을 공급하는 영혼, 공허로부터 유래된 암흑 마력, 그리고 일부 비전마력 정도이고 기본적으로 세계혼을 죽이려고 출범한 집단이기 때문에 에너지 근원으로 사용할 의도는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아르거스는 그 티탄의 영혼이 군단 부활을 가속시키는 힘으로 살게라스에게 특별히 주목을 받아 쓰인 수도성만의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세계혼은 티탄이기 때문에 비전 마력은 기본으로 머금고 있겠지만 빛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확실치 않고, 있다 치더라도 군단이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파괴하고 배제하는 건 가능하겠지만요. 사실 군단 창설 이후 아르거스와 아제로스 이외의 세계혼을 발견한 적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2. 우리가 알고 있는 성기사는 아제로스의 영혼과 동조하여 빛의 힘을 얻지 않습니다. 주된 힘의 발현 방법은 성빛교단이나 로아 신앙이나 태양신앙 등의 교리 체계입니다. 나루가 근처에 있을 경우 나루와 직접 교감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인간 성기사들의 성스러운 빛의 교단은 최초의 사제들 꿈에 나타난 나루 무리로부터 유래했습니다. 영혼이 공허나 죽음 지옥마법 계열에서 자원처럼 소모되는 것은 흔하나 그 이외의 계열에서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3. 크트락시는 티탄이 검은 제국을 파괴하러 강림하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고대신들이 아제로스에 뿌리를 내린 후 아퀴르와 느라키 종족을 만들었고, 느라키(얼굴없는 자) 중 대장격이 크트락시입니다. 연대기 1권 검은 제국의 삽화에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핏빛안개 섬은 드레나이 함선 엑소다르의 주 동력인 붉은 수정이 추락한 영향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하늘안개 섬과 비슷했습니다.
(IP보기클릭)1.231.***.***
읽는 내내 스크롤이 내려가기 싫어졌네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IP보기클릭)118.47.***.***
멧젠이 설정에 구멍을 내며 질주하던 폭주기관차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워크래프트라는 거대한 세계가 1, 2, 3편일 때는 멧젠의 생각대로 만들어지고 묘사하고 시작하고 끝을 낼 수 있었던 반면 와우가 만들어지면서 그 세계관을 거대하게 부풀려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다 보니 구멍이 많이 생긴 것처럼 보였던 거죠. 톨킨처럼 일생을 걸며 만들어낸 역작이 아니에요. 그 톨킨의 세계관조차 부풀려서 뜯어보면 구멍이 나옵니다. 아 그리고 저도 가장 의심이 되는 게 엘룬인데,타우렌 전승에서 타우렌은 그 어떤 종족보다 오래된 아제로스의 토착민족입니다. 트롤보다 오래되었고 용들이 태어나기도 전이었죠. 타우렌들은 대지모신(아제로스의 세계혼)을 믿고 따르며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타우렌들이 어떤 목소리에 의해 미쳐가기 시작했고(공허 군주들의 등장일 듯) 이를 슬피 여긴 대지모신이 자신의 두 눈을 떼어 자신을 순차적으로 회전하며 타우렌들을 보살피라고 합니다. 이게 태양인 안쉬와 달인 엘룬이죠. 이때까지만 해도 엘룬은 대지모신의 뜻대로 잘 작동했을 겁니다. 고대신의 영향을 받은 창조물들은 기괴한 형상이고 촉수를 떼어놓을 수 없지만 엘룬은 사슴신 말로른을 낳죠. 시간이 지나면서 고대신의 한 구역이었던 엘룬을 잠식해 갔을 듯 합니다. 다만 세계혼의 자식인 만큼 쉽지 않고 오래 걸렸던 거겠죠. 빛을 소모하는 게 세계혼의 파멸을 가속화 시킨다는 부분에서 좀 의문이 드는 것이 와우의 성기사나 사제들은 빛을 힘으로 구현시키는 매개체가 모두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고블린 사제는 황금의 빛을 구체화 시켜 빛을 이용하고 타우렌들은 성기사라기보단 태양길잡이로, 안쉬의 빛을 구현시킵니다. 블엘 성기사들도 본래는 혈기사들이었고요. 아, 피 부분에선 블엘 혈기사 떡밥도 들어갈 만 하겠네요. 뭐, 아차피 나루와 공허군주는 종이 1장 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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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건 정말 엄청나군요.호,불호를 떠나서 어마어마한 분량부터 작성자님의 와우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 지 약간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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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아픈 분들 계시면 가족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지요 힘드신 가운데도 여러 역할을 잘 감내하시고 이렇게 잘 정리된 글까지 써 주시는 걸 보니 정말 의지가 굳으신 분 같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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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스크롤이 내려가기 싫어졌네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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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도 와우를 오베때부터 해왔고 워1~3의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에 매료되어서 여러블로그와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몰랐던 와우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으나 현재의 와우행보를 보면 뭔가 예전의 장인정신이 깃들었던 그 때의 와우보다는 상업용MMORPG로 변모한 모습을 보면서 더이상 플레이할 이유가 크게 안 들게되었죠. 향후 와우의 행보는 가끔씩 지켜보겠지만 예전의 와우모습을 찾았을 때 다시 플레이하려고 합니다. | 19.04.14 05: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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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대한 평가나 해석은 각자 자유롭게 느끼는 것이고, 본문 내용에 현재까지 밝혀진 와우의 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나 따로 설명이 마무리된 것도 있습니다. 참고가 될까 해서 댓글 달아 봅니다. 1. 불타는 군단은 플래닛 이터가 아니라 플래닛 킬러에 가깝습니다. 불타는 군단 악마들 힘의 원천은 뒤틀린 황천으로부터의 지옥 마력과 지옥마력에 동력을 공급하는 영혼, 공허로부터 유래된 암흑 마력, 그리고 일부 비전마력 정도이고 기본적으로 세계혼을 죽이려고 출범한 집단이기 때문에 에너지 근원으로 사용할 의도는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아르거스는 그 티탄의 영혼이 군단 부활을 가속시키는 힘으로 살게라스에게 특별히 주목을 받아 쓰인 수도성만의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세계혼은 티탄이기 때문에 비전 마력은 기본으로 머금고 있겠지만 빛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확실치 않고, 있다 치더라도 군단이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파괴하고 배제하는 건 가능하겠지만요. 사실 군단 창설 이후 아르거스와 아제로스 이외의 세계혼을 발견한 적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2. 우리가 알고 있는 성기사는 아제로스의 영혼과 동조하여 빛의 힘을 얻지 않습니다. 주된 힘의 발현 방법은 성빛교단이나 로아 신앙이나 태양신앙 등의 교리 체계입니다. 나루가 근처에 있을 경우 나루와 직접 교감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인간 성기사들의 성스러운 빛의 교단은 최초의 사제들 꿈에 나타난 나루 무리로부터 유래했습니다. 영혼이 공허나 죽음 지옥마법 계열에서 자원처럼 소모되는 것은 흔하나 그 이외의 계열에서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3. 크트락시는 티탄이 검은 제국을 파괴하러 강림하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고대신들이 아제로스에 뿌리를 내린 후 아퀴르와 느라키 종족을 만들었고, 느라키(얼굴없는 자) 중 대장격이 크트락시입니다. 연대기 1권 검은 제국의 삽화에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핏빛안개 섬은 드레나이 함선 엑소다르의 주 동력인 붉은 수정이 추락한 영향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하늘안개 섬과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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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젠이 설정에 구멍을 내며 질주하던 폭주기관차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워크래프트라는 거대한 세계가 1, 2, 3편일 때는 멧젠의 생각대로 만들어지고 묘사하고 시작하고 끝을 낼 수 있었던 반면 와우가 만들어지면서 그 세계관을 거대하게 부풀려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다 보니 구멍이 많이 생긴 것처럼 보였던 거죠. 톨킨처럼 일생을 걸며 만들어낸 역작이 아니에요. 그 톨킨의 세계관조차 부풀려서 뜯어보면 구멍이 나옵니다. 아 그리고 저도 가장 의심이 되는 게 엘룬인데,타우렌 전승에서 타우렌은 그 어떤 종족보다 오래된 아제로스의 토착민족입니다. 트롤보다 오래되었고 용들이 태어나기도 전이었죠. 타우렌들은 대지모신(아제로스의 세계혼)을 믿고 따르며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타우렌들이 어떤 목소리에 의해 미쳐가기 시작했고(공허 군주들의 등장일 듯) 이를 슬피 여긴 대지모신이 자신의 두 눈을 떼어 자신을 순차적으로 회전하며 타우렌들을 보살피라고 합니다. 이게 태양인 안쉬와 달인 엘룬이죠. 이때까지만 해도 엘룬은 대지모신의 뜻대로 잘 작동했을 겁니다. 고대신의 영향을 받은 창조물들은 기괴한 형상이고 촉수를 떼어놓을 수 없지만 엘룬은 사슴신 말로른을 낳죠. 시간이 지나면서 고대신의 한 구역이었던 엘룬을 잠식해 갔을 듯 합니다. 다만 세계혼의 자식인 만큼 쉽지 않고 오래 걸렸던 거겠죠. 빛을 소모하는 게 세계혼의 파멸을 가속화 시킨다는 부분에서 좀 의문이 드는 것이 와우의 성기사나 사제들은 빛을 힘으로 구현시키는 매개체가 모두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고블린 사제는 황금의 빛을 구체화 시켜 빛을 이용하고 타우렌들은 성기사라기보단 태양길잡이로, 안쉬의 빛을 구현시킵니다. 블엘 성기사들도 본래는 혈기사들이었고요. 아, 피 부분에선 블엘 혈기사 떡밥도 들어갈 만 하겠네요. 뭐, 아차피 나루와 공허군주는 종이 1장 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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