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플레이스테이션 아레나에서 열린 심형탁님과 이시언님의 몬헌 월드 이벤트 매치 후기 씁니다. 하도 기억에 남는 일이라 글로 남기고 싶은데, 아무래도 여기다 쓰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방문했습니다.
- 참여 계기
게임 소식을 자주 다뤘는지라 설 연휴 전에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어요. 방송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가 몬헌을 좋아하긴 해도 실력이 부족했거든요.
하지만... 진정한 게이머로 불리는 심형탁님과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이시언님을 직접 만나 뵐 기회를 그냥 날리기에는 너무 아깝더군요.
그래서 참여하겠다고 말하고 몬헌 월드를 틈틈이 플레이했습니다. 당시 제 몬헌 랭크는 29 정도밖에 안 됐는데 심형탁님은 이미 70을 찍었는지라. -_- 아무리 생각해도 민폐만 끼치고 돌아갈 것 같아서 열심히 아이템 파밍을 하고 파티 플레이도 연습했죠.
근데 계속 연습해도... 헌터랭크는 67까지 올랐는데 실력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어요. 하긴 그럴만도 합니다. 손이 앞발이나 다름없으니 한계가 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일까요? 지인들이 제 연습을 도와줄 때 명치에다 팩트를 꽂아주더군요.
"너 행사 가서 쌍검 쓰지 마라. 형탁이 형님 뒤통수 때릴라"
"헤비 보우건을 쓰면 차라리 낫겠냐고요? 냅둬요. 우리끼리 해도 존재감이 없었잖아요"
...
.........
그래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수렵피리를 쓰는 지인이 귀중한 조언을 해줬습니다. 어설프게 딜하느니 힐과 버프를 걸어주는 한손검 서포터가 되라고요.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물약을 마실 때 남들도 회복시켜주는 광역화 스킬, 물약을 후다닥 마시는 빨리 마시기 스킬을 끝까지 찍어야 했는데... 관련 장비를 하나도 안 맞춰둔 거예요. 결국 장비와 장신구를 싹 다 새로 맞추는 대대적인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2월 내내 일하면서 몬헌 월드를 하느라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욕을 지닌 채 사냥을 하면 필요한 물건이 잘 안 나와준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아주 허무맹랑한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 마지막으로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싹 다 맞추기는 했거든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광역화, 빨리 먹기는 끝까지 올렸으니 얼추 써먹을 수가 있었죠. 연습을 충분히 못해서 초보 티가 팍팍 나긴 했지만요.
이후 3월 2일에 장비를 싹 챙기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갔고요. 3월 3일에는 행사 관련 글을 쓰느라 정신 없었어요. 글을 다 쓰고 나니까 8시가 됐더군요. 뭔가 다른 일을 하기에는 참 애매한 시간이었고, 그렇다고 몬헌 월드를 연습하자니 파티원하고 연락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야밤에 페인트 마커를 구한답시고 문구점을 찾아나섰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이시언님과 심형탁님한테 사인을 받을 수 있다면 써먹으려고요.
물론 받을 가능성은 낮아보였습니다. 두 분 다 많이 바쁘시니까요. 그래서 안 쓰일지도 모를 펜을 사러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일찌감치 자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혹시라도 두 분께 사인받을 기회를 잡았는데 펜이 없어서 못 받으면 어쩌나'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서요. 마음 놓고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사인을 받든 못 받든 상관 없다. 펜이 없어 받을 수 있을만한 사인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부터 억누르자'라고 판단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페인트 마커를 구하는데에 성공했죠.
이때는 정말 지도 검색 기능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대구에서 올라왔는데다 광진구는 처음으로 방문해서 길을 아예 몰랐거든요.
- 행사 직전
이윽고 3월 4일 오전 8시 30분, 행사장에 본체를 들고 가서 세팅을 했습니다. 그때는 잠도 덜 깼고 바쁘기도 해서 별생각을 못했어요. 양쪽 가장자리에 놓인 PS4를 보기 전까지는.
한쪽에는 츠지모토 료조 PD의 사인이 그려진 PS4 Pro가 있었고요. 반대편에는 도라에몽 스티커가 붙어있는 리오레우스 PS4 Pro가 놓여있습니다. 주인이 누군지는... 말 안 해도 다들 아시겠죠.
그걸 보고 나니 잠이 확 깼습니다. 진짜로 TV나 뉴스로만 보던 분들과 함께 게임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요.
심형탁님과 이시언님을 만나 뵌 건 10시 30분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연예인과 우연히 마주친 적은 있어도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라 어렵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안 그렇더군요. 두 분 다 유쾌한 성격을 지닌 데다, 그 짧은 시간에 골수 게이머다운 언행을 드러내시길래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시언님은 PS4 관계자 분을 만나자마자 드퀘 언제 나오냐고 돌직구를 던지셨습니다. 작년에 츠지모토 료조 PD한테 사인받은 PS4 본체를 자랑하기도 했고요. 제 본체에 설치돼 있는 북두와 같이 체험판을 눈여겨보시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느낌을 받아서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심형탁님은... 지인들한테서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연습해왔다면서 의욕을 불태우시더군요. 인터뷰를 쭉 읽었을 때는 게임이든 일이든 관심을 붙이면 제대로 해버리는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만나 뵈었을 때도 똑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나누자마자 반가운 기분이 들었어요. 참 이상한 일이죠. 분명 직접 만나 뵌 건 이번이 처음인데 말이죠.
여담으로 제가 헌터 랭크를 29에서 83까지 올리는 동안, 심형탁님은 헌터 랭크 119를 만들어 오셨습니다. 드라마를 두 개씩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데도 말이죠.
더 대단한 건... 밤 12시에 촬영이 끝나고 새벽 5시에 출근을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게임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사실은 이시언님이 밝히셨는데, 심형탁님은 딱히 부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 이벤트 매치
이제 이벤트 매치를 소개할 차례인데...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방송 영상 걸어둘게요. 2일차 이벤트를 모두 담아둔 영상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보시기에는 불편하실 테나 주요 장면이 나온 구간을 표시해드리겠습니다.
① 1시간 28분 30초 이후: 이시언님, 심형탁님 등장 및 인터뷰
② 1시간 36분 50초 이후: 경기 방식 소개
③ 1시간 37분 45초 이후: 이시언님 솔로 플레이 (네르기간테)
④ 1시간 59분 15초 이후: 이시언님 팀 플레이 (디아블로스&디아블로스 아종)
⑤ 2시간 12분 40초: 심형탁님 솔로 플레이 (네르기간테)
⑥ 2시간 30분 5초: 심형탁님 팀 플레이 (디아블로스&디아블로스 아종)
경기는 이시언님의 솔로 플레이로 시작하였습니다. 한손검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싸웠지만, 필요할 때는 올라타기 공격을 시도해서 네르기간테를 쓰러뜨렸고요. 테오 테스카토르라는 또 다른 몬스터가 난입해서 네르기간테와 치고 받는 걸 편안하게 구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한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결국 14분 9초만에 네르기간테를 토벌했죠. 네르기간테를 혼자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한 번도 안 죽었습니다.
팀전은 좀 어렵게 시작했습니다. 디아블로스와 디아블로스 아종이 둘 다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다, 팀원이 거름탄을 쏴서 내쫓으려 했는데 디아블로스가 아종을 툭툭 건드렸는지 도망갈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토벌하면서 이렇게까지 거름탄이 안 통하는 상황은 처음 봐서 저도 팀원도 모두 당황했습니다.
결국은 알아서 비켜줄 때까지 버텼습니다. 한 100초 정도 걸렸는데... 정말 길게 느껴졌어요. 라이트보우건을 쓰는 팀원이 아종을 유인해서 디아블로스를 때릴 틈을 내주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힐링 세트가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다는 점도 천만다행이었고요. 그냥 다른 분들 체력 떨어지는대로 죽어라 먹기만 했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제가 초보 힐러인데다 초반에 당황해서 힐을 제대로 못 넣기도 했지만... 다른 분들이 적절하게 피해주신 덕분에 인명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종이 도망갔고, 그 다음부터는 편하게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디아블로스를 상대로 함정을 2연속으로 깔아보고, 수면탄으로 재운 동안 폭탄을 터뜨려주기도 하고, 디아블로스를 포획한 뒤에 돌아온 아종한테 복수도 해주고... 결국 아종까지 포획하여 퀘스트를 끝냈습니다. 여기까지 9분 46초가 걸렸네요.
다음은 심형탁님 차례였는데요. 제가 이시언님 팀에 있었는지라 심형탁님 팀 상황은 깊이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워낙 명확하게 장면을 뽑아내셨으니, 옆에서 봤다 하더라도 방송에서 보여준 대로 이야기했지 싶어요. 못 보신 분은 꼭 영상 보시길 추천하겠습니다.
솔로 플레이에서는 조충곤을 들고 활약하셨습니다.사용하기 까다로운 무기인데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치시더군요. 네르기간테를 만난지 5분 50초만에 빈사 상태로 몰아갈 정도였습니다. 진액을 빠르게 모으고 핑핑 날아다니며 무기를 휘두르니 그럴 수밖에요.
비록 네르기간테가 유달리 발악을 해서 체력이 1mm 수준까지 줄어드는 위기에 빠졌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올라타기 공격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여기까지 11분 13초가 걸렸습니다. 비록 본인은 본래 실력을 발휘 못해서 아쉬워했지만요. 그래도 매혹적인 플레이를 펼친 점만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심형탁님의 플레이를 보고 나서 조충곤에 흥미를 보인 유저들이 제법 많이 나왔거든요.
그리고 팀플레이에서 아주 멋진 활약을 해줬고요. 헤비 보우건으로 탱커 겸 딜러로 활약했는데 관통탄을 꽂아넣어 어그로를 끌고 달려들면 헤비 보우건의 실드 파츠로 막아내는 과정을 반복하여 몬스터를 갖고 놀았습니다. 때로는 측면으로 돌아가서 약점을 쏘는 지혜로운 플레이를 했고요. 마지막에는 팀원끼리 힘을 합쳐 함정을 연속으로 깔아 아종을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 덕분인지 지켜보는 분들이 몬스터를 불쌍히 여기더군요.
그리하여 6분 32초만에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솔로 플레이와 팀 플레이 시간을 더하면 17분 45초를 기록한 셈인데, 이는 이시언님 팀보다 6분 10초나 더 빠른 기록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이시언님은 '형탁이 형이 더 잘 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형탁이 형이 항상 저 버스를 태워주시거든요. 월드에서는 약간 스승 같은 형이어서...'라며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습니다. 한편 둘이 같이 하면 잘한다며 좀 더 플레이해보고 싶어했는데, 아쉽게도 이벤트 시간이 다 끝나서 뜻을 못 이뤘습니다. 다음에 두 분의 콤비 플레이를 볼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후일담
준비할 때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끝나는 건 정말 금방이더군요. 그래서 아쉬움을 달랠 겸, 혹시나 가능한지 알아볼 겸 두분께 사인을 부탁드렸습니다. 이시언님한테는 이벤트 도중 여유가 날 때 잽싸게 말씀드렸고요. 심형탁님한테는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하여....
PS4 Pro의 본체 상판에다 두 분의 사인을 모두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흔쾌히 해주시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에게 사인을 하고 가셨고요.
이때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이야기도 잠깐 나누고 같이 게임한 것도 기쁜데 멋진 레어 아이템과 잊지 못할 추억까지 생겼으니까요. 뜻깊은 선물을 주신 이시언님과 심형탁님, 그리고 이런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주최측에도 감사드립니다.
덧1. 이시언님과 함께 플레이할 때 쉐어 기능으로 영상을 찍어봤는데... 다른 분이 헌팅하는 동안 저는 먹방을 찍고 있었더군요. OTL 힐한다고 딜을 너무 신경 안 썼어요. 몬린이에서 졸업하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OTL
덧2. 심형탁님의 도라에몽 사랑은 몬헌 월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한결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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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마지막 에몽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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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탁이형도.여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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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남캐가 커마 잘됬으니 여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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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부럽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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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심형탁님과 루리웹 유저분들의 돈독한 관계를 생각해보니 여기에 꼭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방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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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할 때 잠깐 나왔을 뿐인데 관객분들 시선을 싹쓸이하더군요. 이번 행사 최고의 씬 스틸러였습니다. ㅋㅋㅋㅋ | 18.03.06 0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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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18.03.06 02: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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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남캐가 커마 잘됬으니 여캐해야죠 | 18.03.06 11: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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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심형탁님과 루리웹 유저분들의 돈독한 관계를 생각해보니 여기에 꼭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방문했습니다 :) | 18.03.06 02: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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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립니다. 근데 플포로 녹화한 영상을 다시 살펴보니 실수를 많이 했더군요. 계속 연습해야 할 거 같습니다. ㅠㅠ | 18.03.06 02: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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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18.03.06 06: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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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 18.03.06 13: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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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보고 있습니다 ㅎㅎ | 18.03.06 16: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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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18.03.06 16: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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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크샬 난입한 건 봤는데 테오 난입한 건 처음 봤어요 ㄷㄷㄷ | 18.03.06 1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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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시언님 방송 화면이 어둡게 나가서요. ㅠㅠ 밝기 보정해둘까요? | 18.03.06 16: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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