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은 다른 인형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지휘관의 사무실. 평소라면 쿨쿨 졸면서 끌려왔을 G11이지만 오늘따라 매우 불안한듯 보였다. 그도 그런것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G11은 지휘관과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무언가에 대한 공포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듯 이를 딱딱 부딪혔다. 보다못한 다른 인형들이 담요를 덮어주자 약간 진정되었는지 지휘관과 눈을 마주쳤다.
"자, G11. 분명 404소대가 작전을 나갔는데 어째서 너만 돌아왔어? HK416은, UMP9은, UMP45는 어디로 간거야? 혼내려는게 아니야.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지, 지휘관. 다른 인형들은 모두 밖으로 내보내줘."
지휘관은 G11을 데리고 온 G36과 SAIGA12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래도 G11은 불안한지 계속 두리번 거렸다. 지휘관은 G11앞으로 코코아를 내밀었다. G11은 코코아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404소대는 그날 탐색 임무를 맡았다. 철혈의 창고를 찾았으니 그 곳을 둘러보고 오라는 임무였다.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근처까지 접근했고 망원경으로 창고를 보고 있었다.
"45언니,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해? 심심한데."
"9, 우리 여기 놀러 온거 아니잖니."
"그래도오~!"
UMP45와 UMP9은 임무중에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고 있었다. HK416은 그걸보고 못마땅해 했지만.
G11은 평소처럼 임무중에도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 없어 어딘가 잘곳이 있나 찾아보았다. 마침 동굴을 하나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HK416은 또 쳐 자냐며 핀잔을 줬지만 이내 뭔 일 생기면 부르러 오겠다고 말했다.
"416, G11은 어딨어?"
"또 쳐 자고 있어. 왜 맨날 저리 잠이 많지?"
"그건 애초에 불량이라 그런거 아닐까?"
416과 45가 함께 9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9는 삐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잠깐, 창고에서 뭐가 나온다."
그들이 본건 수십대의 맨티코어와 이지스였다. 그 기계들은 대지를 울리며 걸어왔고 45는 급히 총을 집어 들었다. 9와 416도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다행히 철혈 부대는 그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45는 철혈부대가 가고 있다고 보고를 올렸고 9는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때, 416이 하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건 뭐야? 인형인가? 날아다니는 인형은 본적 없는데?"
"M1014 있잖아. 근데 그 인형은 저렇게 크지 않지."
그 인형은 20m정도 되는 거대한 크기였으며 전체적으로는 흰색을 띄고 있었다. 가슴 부분은 파란 색이었고 허리 부분에는 빨간색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것 한가지라면....
"수염? 저건 수염 달고 있는거야 언니?"
"어....그런거 같은데?"
하얀 인형은 특이한게 한가지 더 있었는데, 그것은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나비의 날개를 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날개는 뒤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인형의 날개에서는 무언가 빛나는 알갱이 같은 것이 흩뿌려 졌는데 404소대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인형은 철혈 부대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맨티코어들이 인형을 저격하고 사격 준비를 하여 발사했으나 총알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맨티코어들도 가루가 되어 분해되었고 그 뒤에서 걷고 있던 이지스들도 남김없이 분해되었다.
45는 후퇴라고 외치고 뒤쪽으로 전속력으로 뛰었다. 그러나 하얀 인형이 날아가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인형이 흩뿌린 가루를 9가 가장먼저 뒤집어 썼다.
"언니, 몸이 이상해. 뭔가....."
그말을 끝으로 9는 먼지가 되었다. 옷도 무기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45는 9의 마인드맵도 느끼지 못했다. 허나 슬픔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곧 자신도 사라졌으니까.
"야, 잠탱이 일어나!"
416은 11의 볼을 꼬집어 깨웠다. 11은 아파하면서 깨어났고 416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넌 돌아가. 9랑 45는 죽었어. 나도 곧 죽을꺼야. 우릴 죽인 인형이 아직 하늘을 날고 있으니 조금 있다가 나와."
11의 볼을 꼬집은 416의 손부터 서서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얼마 안있어 416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1은 밖으로 걸어나왔다. 하늘을 날고 있는 커다란 인형을 바라 보았다. 인형은 흰색이었으며 수염을 달고 있었다.
"그, 그렇게 된거야. 나도 그렇게 될지 몰라. 그 인형이 언제 날 없애러 올지 몰라."
"그 인형 모습 설명해 줄 수 있어?"
11은 연필을 들어 종이에 슥슥 그림을 그렸다. 지휘관은 종이를 받아 들고 묵묵히 걷더니 사무실 뒤쪽 창문의 커튼을 걷었다.
"그 인형이 저거 아니야?"
"어떻게....?"
11이 창문 밖으로 본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그 하얀 인형이 정비원들에게 수리받고 있었다. 옆에는 좌우가 다른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녹색 인형도 같이 서 있었다. 그 인형의 가슴에는 X가 새겨져 있었다.
"이름하여 TURN 프로젝트. 철혈은 인간들의 손으로 만들었으니 인간의 손으로 없애야 하지. 저 두 인형은 그런 용도야. 인간들이 만든걸 싸그리 없애버리는 용도."
11은 지휘관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키가 작아서인지 대롱대롱 매달린 형태가 되었다.
"시범적으로 사용한건데 효과가 좋긴 해. 근데 404가 거기에 휘말릴줄은 몰랐어."
지휘관은 다시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엎드려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그래, 그리폰 입사해서 인생 풀릴줄 알았지. 근데 저런 대형 프로젝트를 나한테 맡기고 나랑 서약한 인형도 죽게 했지."
11은 지휘관이 416과 서약한 것을 떠올렸다. 416은 지휘관의 최초의 5성 인형이었다. 그만큼 오래 있었고 부관도 416이었다.
지휘관은 눈물을 닦아내고 말을 이었다.
"니가 본건 월광접이라는 거야. 인간들이 만들어낸 걸 모두 없애버리는 최강이자 최악의 무기지. 다시는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 인형들로 전투를 할지언정 월광접만은 쓰면 안돼."
11은 시뻘개진 지휘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지휘관은 이제 11한테 나가라고 했다. 덤으로 저 인형들은 11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덧붙였다.
11은 숙소로 돌아왔다. 원래 넷이 쓰던 숙소에 혼자 오니 너무 넓었다. 11은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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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얀 인형이 뭔지는 말 안해도 아실겁니다.
옆에 있던 녹색 인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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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고마워용! | 18.09.02 23: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