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 제네레이션즈 :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이 던지는 성장의 문제
☆ 시마무라 우즈키의 성장통 : 나를 믿는 내가 되기.
이전의 데레애니 감상글과 매우 많이 연동됩니다. 선독하신 다음에 읽어주시면 더 수월하리라 생각합니다.
데레애니의 주인공 유닛인 '뉴 제네레이션즈(New Generations)'는 참 굴곡이 많은 유닛입니다. 오죽하면 24화에서 미쿠는 뉴제네를 보고 '참 손이 많이 가는 애들'이라고 평했을 정도입니다. 언뜻 보면 화기애애하기만 한 이 세 사람의 유닛은 데뷔부터 시작해서 무도회 직전까지 온갖 좌충우돌을 다 겪으며 점차 아이돌이 되어 갑니다. 어떻게 보면 '성장물'의 주인공을 맡은 이들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다들 햇병아리지만 뉴제네 앞에 놓인 질문과 갈등들은 그 안에서도 특히 큼직하고 중요한 사건으로 다루어집니다.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는 근본적으로 성장물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데렐라'라는 타이틀 소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신데마스라는 컨텐츠는 '평범하던 여자아이'가 '아이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아이마스 컨텐츠와는 다소 초점이 다릅니다. 이 이야기 속의 신데렐라는 요정 대모의 손에 하룻밤만에 무도회의 주역이 되는 동화 속의 신데렐라와는 다릅니다. 프로듀서라는 '호박마차'가 길을 이끌어주지만, 성에 다다르는 무수히 많은 갈래길 중 어떤 길을 선택해서 나아갈 것인지는 그녀들 자신의 몫이죠. 바로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소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당황하는가, 헤매는가, 고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가, 잠깐 망설였다가 다시 힘차게 나아가기 시작하는가. 뉴 제네레이션 삼총사는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꿈꾸고 고민하며 방황하는 청춘들의 은유입니다. 그녀들의 유닛명 'new generations'도 그런 시각에서 보면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죠.
지난 뉴제네 리뷰에서는 뉴제네의 멤버 각각에게 주어진 현실의 벽과, 그녀들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역시 개개인의 성장통에 대해서 살펴보되, 그 모든 성장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테마를 통해서 뉴제네 전체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 하나의 테마는 이 글의 제목에서도 나오듯이, "우상(Idol)이 되고자 한다면 우상(偶像)을 파괴하라"는 명제입니다. <임제록>에 나오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상을 만나면 조상을 죽여라 [逢佛殺佛、逢祖殺祖]"를 약간 비튼 것이죠. 뉴제네의 세 소녀, 즉 미오·린·우즈키는 각자의 '우상'의 프레임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들이 보는 우상은 각각 다른 것이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그녀들의 행동 양상은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여기서는 앞선 리뷰글과 마찬가지로 미오 → 린 → 우즈키의 순으로 뉴제네 멤버 각각이 품고 있는 '우상'이 무엇이었는지를 대략적으로 분석해보고, 나아가 '뉴 제네레이션즈'라는 유닛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분석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혼다 미오. '리더'를 내려놓아야 리더가 된다.
작년 상반기의 이른바 '미오붐 폭풍'은 커뮤니티에 일대 전쟁을 불러일으켰죠. 뉴제네의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미숙한 모습을 보인 것은 예상 외로 가장 씩씩하고 적극적으로 보이던 미오였습니다. 데뷔 무대,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던 꿈과 현실의 균열을 만나서 그녀의 유리구두는 부서져버렸죠. 이 당시 미오의 대사를 잘 들어보면 거의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리더'라는 말이죠. 프로듀서의 "오늘의 결과는 당연하다"는 대답에 대한 미오의 대꾸는 "내가 리더였기 때문에?" 라는 말이었습니다. 칩거하면서도 '리더 실격'이라는 자학적인 말을 중얼거리죠. 6화에서 미오를 결정적으로 낙심하게 한 것은, 자신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무대를 망쳤다는 자괴감이었습니다. 즉 미오는 '뉴제네의 리더'라는 책임감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죠.
이 사건이 해결된 이후로도 미오는 줄곧 '나는 뉴제네의 리더니까'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것은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리더'인 자신이 잘 해내야 한다는 모종의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오의 폭발은 순간적인 심통 때문이 아니라 리더라는 강박의 결과였습니다. 미오가 생각하기에 리더는 뉴제네를 잘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역할입니다. 뉴제네 활동에 뭔가 실수가 있거나, 엇나가거나, 동료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건 전부 리더인 내 부덕의 소치라는 식이지요. 그러니 갓 데뷔한 열다섯 살 여고생이 어깨에 진 가상의 무게추가 얼마나 무거울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유닛의 리더라는 게 그렇게까지 엄청난 무게와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일까요? 한 유닛의 리더된 자는 마치 예수가 인류의 죄를 전부 지고 십자가에 매이듯 그렇게 유닛의 모든 문제를 자기 탓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것은 책임감 과잉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한 집단의 문제가 그 리더의 불찰로 귀결되는 경우도 있죠. 한 부서의 장이나 한 군부대의 장이라면 부하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요구받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상사-부하 관계로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부여받는 것입니다.
반면 '뉴제네의 리더'라는 직함은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리더죠. 리더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관계의 측면일 뿐, 따지고 보면 유닛 전체의 실책을 그녀 개인에게 묻는 것은 다분히 부당합니다. 어떤 권한도 없는데 유닛 내의 모든 갈등을 조율하고 동료들의 컨디션을 완벽하게 통찰하며 무대 위에서의 활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열다섯 살 여자애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초인 소리를 들어야 하겠죠. 프로듀서 역시 미오에게 그런 역할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오는 본인이 생각하는, '리더라면 응당 이래야 돼'라는 '리더의 우상'을 설정해놓고, 그 무리한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자신에게 분노하고 만 것입니다. 리더는 이러해야 한다. 리더는 저러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너의 잘못이다. 너는 리더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그녀 스스로 만든 리더상의 프레임은 미오에게 정도 이상의 죄책감을 일으켰고, 그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미오는 한 차례 주저앉아버린 것입니다.
어쨌든 미오붐 사태를 겪으면서 미오는 어느 정도 성장합니다. 린이 트라프리에 대해 말을 꺼냈을 때, 순간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가도 린의 마음을 이해하고, 뉴제네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 처음으로 시도하죠. 이것은 괄목할 성장이라 할 만 합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미오는 '리더로서'라는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합니다. 미오의 돌발적인 솔로 선언은 '나는 리더니까 동료를 이해해야 해. 리더인 내가 뉴제네를 잘 이끌어야 해'라는 책임의식의 발로입니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겠습니다만은) 미오가 '리더로서' 내딛은 이 한 걸음은 그러나 린과 우즈키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지요.
미오는 린을 자책에서 풀어주기 위해 자신도 솔로 활동을 하는 길을 택하지만,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이런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영문을 알 수 없어합니다. 세 사람의 생각의 갈피는 꽃밭에서의 가상 연극을 통해서 그 접점을 찾게 되죠. 결과적으로 린과 우즈키 모두 미오의 생각을 이해하고 납득했지만, 그래도 일단 질러 놓고 나중에야 두 사람과 이야기를 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죠. 제 생각에는 미리 언질을 할 경우 린이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반발하고 나설 것이 우려되어서, 미오 입장에서는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미오의 이런 대처는 우즈키의 내면의 본질적인 두려움까지 해소시키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우즈키의 침몰을 보류하는 미봉책의 역할에 그치고 맙니다. 물론 이 정도만으로도 칭찬할만한 대처고, 우즈키의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지 못했다는 게 미오를 비판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때까지도 미오가 아직 '리더'라는 우상의 책임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미오의 성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활동을 쉬고 있는 우즈키가 걱정되어 양성소를 찾아갔을 때, 미오는 진심을 터뜨리며 우는 우즈키를 감싸안고 달래죠. "우리 멋대로 너는 언제나 강한 아이라고 생각해버렸어.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요. 이어서 미오는 린과 우즈키에게 "다시 한 번 친구가 되자" 라고 말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우즈키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미오는 '리더'라는 말을 전혀 입에 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친구로서 우즈키를 안아주고, 친구로서 사과하고, 린과 우즈키에게 다시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지요. 이 때 미오는 '유닛 뉴 제네레이션즈의 리더'로서가 아니라 '린과 우즈키의 친구'로서 움직인 겁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미오가 리더가 아닌 친구의 입장에서 두 사람을 감싸 안음으로써 미오는 진정한 뉴제네의 리더가 됩니다.
혼자 짊어지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는 사람. 좋은 책임자가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그것이 혼다 미오의 미오다운 리더의 방식임을, 미오는 그간의 갈등을 겪으면서 마침내 보여준 것이죠.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부과했던 리더의 우상에서 벗어나서, 즉 리더라는 강박을 내려놓음으로써 정말 멋진 리더가 될 수 있던 것입니다.
시부야 린. 타인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 정면으로 보기.
린에 대한 지난 리뷰에서 밝힌 바 있듯이, 1화의 우즈키와 린의 첫만남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막연한 청춘'을 보내던 시부야 린이라는 소녀가 '꿈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우즈키라는 소녀의 미소에 감화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돌의 길을 걷는 스타트 라인이 되지요. 그러나 역시 리뷰에서 지적했다시피 이 때 린은 상당히 중대한 혼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린이 처음 아이돌이 되기로 했을 때, 그녀는 '우즈키'를 동경한 거지 '아이돌'을 동경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묘한 착오는 심리적인 혼선을 일으켜, 린은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소녀 그 자체를 아이돌과 동일시해버리고 맙니다. 예전의 비유를 다시 인용하자면 '우즈키라는 렌즈에 맺힌 상'만 보고서 그것이 나의 아이돌상이라고 믿게 된 거죠.
린의 성장을 기준으로 보는 데레애니는 '우즈키로부터의 정신적 독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라고 생각하듯이, 린의 아이돌관은 우즈키에게 자신의 이상을 씌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죠. 이제 린은 우즈키라는 렌즈를 벗어나 자기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열망, 자신의 아이돌상을 확인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시즌1 중반 ~ 시즌2 중반에 이르는 전개를 린을 중점으로 해석하면 '우즈키를 동경해서 아이돌을 하던' 린이 '아이돌 일이 즐거워서 아이돌을 하는' 소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린이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에 이끌리는 장면은, 이 일이 가져온 여러 말썽에도 불구하고, 린의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는 분명한 성장 포인트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길잡이요 우상이었던 우즈키가 없는 곳에서, 순수한 열정의 직광(直光)을 느끼고 그에 마주하는 순간을 성장이 아니면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러한 독립의 과정을 거쳐놓고서도 정작 린 자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미 린은 스스로 서서 아이돌이라는 광원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는데, 아직도 자신이 우즈키의 렌즈를 통해서 그것을 보고 있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린이 결정적으로 타파해야 할 우상은 아직 남아있는 겁니다. 시마무라 우즈키―― 우즈키라는 소녀에게 자신이 무심코 씌워놓은 우상의 외피를 걷어내는 작업이 그녀의 마지막 성장 관문인 것이죠.
시부야 린의 성장은 꿈의 계기가 되어준 소녀, 시마무라 우즈키를 한 명의 소녀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에야 성취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멋대로 생각해온 우즈키. 나 따위보다 훨씬 강인하고, 어떤 순간에도 환하게 미소짓고, 지치지 않고 언제나 전력을 다하며, 눈부신 아이돌 그 자체인 시마무라 우즈키. 그것이 얼마나 실례되는 어리광이었는지 깨닫는 과정을 린은 겪습니다. 지금 자신의 빛을 확신하지 못해서 울고 있는 저 아이는, 나와 마찬가지로 앞이 보이지 않으면 방황하고 두려워하는 한 명의 어린 소녀며, 나를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아니라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맞춰 나아갈 친구며, 때로는 주저앉고 무서움을 토로하기도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린은 비로소 마음으로 절감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마음대로 씌워놓은 프레임인 '우상 우즈키'가 아니라, 눈을 맞추고 마음을 서로 이해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인간 우즈키'를 본 순간 린의 우즈키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은 완료됩니다.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우상을 씌워놓은 상대가 사실은 자신과 같은 한 인간임을 깨닫는 순간, 시부야 린은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자신만의 아이돌상을 찾아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시마무라 우즈키. 개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개성은 피어난다.
미오가 타파해야 할 우상이 '리더라는 강박'이었고 린의 우상이 '우즈키를 투영한 아이돌상'이었다면, 우즈키가 파괴해야 할 우상은 '개성의 우상'입니다. 이것 역시 <바라카몬>과 연계한 이전의 게시글에서 보다 자세하게 분석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즈키는 동료들이 자신만의 빛을 내뿜는 걸 보면서 나만의 빛, 다시말해 나의 개성(個性)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침전하고 맙니다.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두려움은 우즈키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이러한 불안감을 프로듀서와 동료들에게 의탁함으로써 버텨오던 우즈키는 린과 미오의 성장을 보면서 오히려 자신의 초라함에 절망합니다.
그런데 이 개성이라는 게 뭘까요? 서랍장 뒤지듯 뒤진다고 찾아낼 수 있는 그런 걸까요? 내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데 개성을 찾을 수 있나요? 개성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점이나 내가 가진 특기 같은 단편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개성이란 곧 나다움, 나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총체입니다. 그러니 내가 진정 나의 삶,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 그것이 나의 개성이 되는 것이고요. <바라카몬>의 OP 가사에서 인용하는 바, "내가 나답고 너는 너답다는 건, 처음부터 작정하고 찾을 그런 게 아니라고 봐.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니까." 그것이 개성의 본질입니다. 내가 나 자신의 일을 한다면 그 안에서 개성은 피어납니다. 나의 진심을 극치까지 밀고 나가면 저절로 그것은 특별한 것, 나의 진심이 담긴 고유한 것이 되니까요. 우즈키가 말했듯이 '웃는 것 따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미소만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울리게 하는 것은 오직 우즈키의 미소이기에 가능합니다.
우리는 흔히 개성이라는 것을 '순수한 액기스'처럼 여깁니다. 나라는 인간에게서 온갖 잡된 것을 다 걸러내고 뽑아낸 순도 100%의 오리지널리티가 내 '개성'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우즈키도 그러한 착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을 찾기 위해 아이돌 일을 쉬는' 본말전도의 행동을 저지른 것일 테니까요. 아이돌 활동을 하지 않고는 '아이돌로서의 나'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개성은 순정한 액기스 같은 무언가가 아니라 차라리 화합물입니다. 내 삶의 모든 과정, 내가 경험한 세계와 끝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빚어진,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답고 유일한 화합물입니다.
우즈키가 타파하는 '우상'은 바로 이 개성에 대한 환상입니다. 우즈키는 그 환상을 믿었기에, 내 안에 숨어있는 오직 나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어떤 것을 찾아내려고 했죠. 하지만 실은 반대입니다. 어떤 특별한 것이 나를 참된 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순간 그것들이 저절로 특별해지는 것입니다. 우즈키 말대로 미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소가 우즈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름아닌 우즈키이기에 그녀의 미소가 특별해지는 것이죠. 개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도전에 나서는 순간,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우즈키는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룩합니다.
New Generations. 분해 후의 재구축.
미오와 린 그리고 우즈키. 이 세 사람을 엮는 또 한 가지의 우상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뉴제네에 대한 집착'이지요. 가령 우즈키는 7화와 21화에서 모두 프로듀서의 질문에 "미오랑 린이랑 셋이 같이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전자는 흔들리던 뉴제네를 다시 하나로 만드는 촉매가 되었지만, 후자의 대답은 이상하게도 부정적인 느낌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됩니다. 그 이유를 우리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즈키는 프로듀서가 '시마무라 씨 개인으로서의 바람은 없는가' 하는 질문에 당황하더니 말을 흐리죠. 즉 우즈키는 '셋이서' 함께 한다는 부분에 집착하여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건 우즈키가 아니라 미오나 린도, 그 양상은 다르지만 피차일반입니다. 특히 미시로 상무의 등장으로 뉴제네를 포함한 신데렐라 프로젝트 전체가 존속의 위기를 맞으면서 '뉴제네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강해졌고, 그 결과 아이돌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서 유닛이 있는 게 아니라 유닛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돌 활동을 하는 듯한 기이한 형국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들은 뉴제네라는 유닛을 넘어서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니 미오 스스로 지적했듯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더 알맞겠죠.
뉴제네의 두드러지는 갈등 양상은, 어떤 사건이 터질 때면 꼭 누군가 '다 내가 나쁜 거야'라고 단정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 세 사람의 자책의식의 기저에 깔린 감정은 서로 조금씩 다를 겁니다. 가령 미오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뉴제네의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과잉 의식을 한 끝에 그 무게에 짓눌린 것이라면, 우즈키는 본래의 낮은 자존감과 은근한 열등감이 자기비하로 나타난 것이죠. 그리고 린의 경우는 '요람'인 뉴제네에 대한 부채의식 + 본인의 서툰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얽힌 것일 테고요. 어쨌든 이 세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을 몽땅 자신이 독박 쓰고 마음을 닫아 버리는 탓에 서로 진정으로 소통을 이루지 못했다는 겁니다. 즉 '뉴제네'라는 관계 자체에 어떤 해결되어야 할 문제사항이 있다고 생각하기 두려우니까, "아냐아냐! 다 내가 나빠서 그래! 뉴제네는 문제 없어! 나만 잘하면 괜찮아질거야!" 라고 치부하고 거기서 끝내버리죠. 다시말해 이것은 언뜻 갸륵하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교묘한 방어기제입니다. '나'를 방패막이로 세움으로써 '뉴제네'를 지키는 거죠.
그러나 린의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를 시작으로 뉴제네의 이런 불안한 기틀은 서서히 분해됩니다. 그것은 유닛에 대한 세 사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올바르다고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뉴 제네레이션즈'라는 유닛이 미오와 린과 우즈키의 모임으로써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미오와 린과 우즈키가 유닛 뉴제네의 구성원으로서 성립하는 것은 명백한 본말전도입니다. 그런데 린이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오면서 이 아이러니가 비로소 수면에 드러나기 시작하죠. '뉴제네 멤버로서의 린'과 '아이돌 린'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그제서야 세 사람은 뉴제네라는 울타리의 밖을 보게 됩니다.
그녀들이 내린 결론은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서, 뉴제네를 더욱 파워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올바른 결정이었죠. 뉴제네의 유지에 급급해서 다른 성장의 가능성을 막아놓는다면 결국 그녀들로 이루어진 뉴제네 자체도 쇠락하는 길밖에 없으니까요. 아이돌 미오, 아이돌 린, 아이돌 우즈키라는 '개인'이 성장해야 비로소 그녀들이 함께하는 뉴제네라는 '유닛'도 더불어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활동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프로듀서는 말하는 것이고요. 다만 이미 동료들에게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기대고 있던 우즈키는 이것이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지만 말입니다.
23화 후반부에 우리의 리더 미오가 하는 말, "우리 다시 친구가 되자"는 말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친구'는 뉴제네라는 '유닛'에 묶여있어야 성립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요. 생각해봅시다. 뉴제네라는 유닛으로 모여 있을 때만 의미를 가지는 사이, 셋이 한 울타리 안에 옹기종기 손 붙잡고 있을 때만 안심할 수 있는 사이, 다른 길을 둘러보며 개인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는 사이를 건강하고 올바른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친구라면 지금 당장 한 무대에 서있고 말고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 않겠어요? 가끔 함께하기도 하고 가끔은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서로를 믿으며 나아간다는 것은 변치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오의 이 선언은 뭐라고 할까요, 한 차례 '분해'되었다가 더욱 튼튼하게 '재구축'된 세 사람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어쩐지 아슬아슬하고 비틀려 있던 뉴제네의 세 사람은, 개별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유닛'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진짜 친구'로 맺어진 것이죠. 뉴제네로서 함께할 때나 각자 개별활동을 할 때나 언제나 친구인 삼총사로 말입니다. 말하자면, 뉴제네는 '뉴제네를 지킨다'는 강박을 놓음으로써 오히려 진정으로 건강한 뉴제네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보았듯이, 뉴제네의 세 사람은 자신들에게 던져진 문제에 대해서 미리 어떤 '정답'을 설정하고, 그 정답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데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오는 '리더는 전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집착에,
린은 '아이돌은 우즈키처럼 빛나는 사람이다' 라는 집착에
우즈키는 '개성을 찾지 못하면 아이돌로서 빛날 수 없다'는 집착에 매몰되어 있었지요.
세 사람은 그것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이룩해냅니다. 리더라는 책임감이 아닌 친구로서 우즈키를 끌어안은 미오는 그 순간 진정한 리더가 되었고, 우즈키에게 씌워놓은 자신의 왜곡된 아이돌상을 벗겨내면서 린은 자신 고유의 열망과 당당히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개성을 찾는 데 집착해 미소를 잃었던 우즈키는, 환한 미소를 지음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게 되지요. 이것이 그녀들 개인만이 아니라 유닛 뉴 제네레이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뉴제네는 '뉴제네'라는 유닛 자체에만 너무 집착하여 그 유닛을 이루는 개인을 보지 못했죠. 그러다 한 차례 흩어져 개인을 일구어 나감으로써 뉴제네 전체는 더 큰 성장을 이루며, 또한 '친구'라는 영구적인 유대관계로 재구성되어 원래보다 더욱 끈끈하고 멋진 사이가 됩니다.
이렇듯 데레애니의 주역 3인방은 무언가에 대한 집착(偶像)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얻게 되는,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한 성장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거대한 공통점을 지닙니다. 그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겠죠. "우상을 만나면 우상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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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네를 보면 항상 떠오르는 "동경은 이해와 가장 거리가 먼 감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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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백지화라던가 성과를 못내면 부서 해체라는 발언은 왜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때문에 사실상 제작진이 뉴제네에서만 머무르면 안됀다는것을 전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지만 부서가 위험할때는 단결해야하는데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지않으니 그녀들의 행적을 잘 옹호 할수가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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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프로도 카에데도 저항했잖아요. 그리고 상무는 그걸 관대하게 "대드는건 좋은데 실적 못내면 알지? 하고 넘어가고. 애니 2쿨 초반에는 전부 상무에게 저항하는 전개가 나오는데 그런 말 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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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좀 죽여!"라고 직접적으로 권고받은 우사밍도 확 쌩까고 우사밍 콜 했고,"좀 어른스럽게 찍어!"라고했던 미카도 쌩까고 지맘대로 포즈잡았고,"우리 스타일로 로꾸좀 해봐라"라고 살살 꼬드겼던 나츠키도 쌩까고 신데프로로 들어갔죠,생각보다 전무님의 선택을 못받는다=절망이 아니였습니다[...] 물론 나츠키나 나나건은 2쿨 초반부에 데스카운트랑 같이받은 재량권덕에 가능했던 것도 있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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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백지화라던가 성과를 못내면 부서 해체라는 발언은 왜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때문에 사실상 제작진이 뉴제네에서만 머무르면 안됀다는것을 전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지만 부서가 위험할때는 단결해야하는데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지않으니 그녀들의 행적을 잘 옹호 할수가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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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프로도 카에데도 저항했잖아요. 그리고 상무는 그걸 관대하게 "대드는건 좋은데 실적 못내면 알지? 하고 넘어가고. 애니 2쿨 초반에는 전부 상무에게 저항하는 전개가 나오는데 그런 말 하시면 (....) | 16.05.09 08: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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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좀 죽여!"라고 직접적으로 권고받은 우사밍도 확 쌩까고 우사밍 콜 했고,"좀 어른스럽게 찍어!"라고했던 미카도 쌩까고 지맘대로 포즈잡았고,"우리 스타일로 로꾸좀 해봐라"라고 살살 꼬드겼던 나츠키도 쌩까고 신데프로로 들어갔죠,생각보다 전무님의 선택을 못받는다=절망이 아니였습니다[...] 물론 나츠키나 나나건은 2쿨 초반부에 데스카운트랑 같이받은 재량권덕에 가능했던 것도 있긴하지만... | 16.05.09 08: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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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네를 보면 항상 떠오르는 "동경은 이해와 가장 거리가 먼 감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