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화에 잠시 언급되었던 헬레나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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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미 늦었을꺼야. 어쩌다 이 쪽지를 찾았는진 모르겠네. 청소하다가 찾았을 수도 있고, 상이 흔들려 떨어졌을 수도 있겠지. 언제 찾았는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별로 중요친 않아.
이건 내 마지막 인사야.
여관주인 하스 씨, 성기사 타엘 씨, 사냥꾼 탈레스 씨, 주술사 그로한 씨, 사제 엘렌 양, 흑마법사 칼린 양, 드루이드 라세인 양, 전사 다이언 군, 그리고… 마법사 케이엘. 그동안 함께해서 고마웠어. 즐거웠고.
하지만 난 즐거울 권리가 없어. 내가 죽인 사람들이, 죄없는 사람들이 나를 원망하는데, 난 듣지 않고 살아왔어. 아니, 난 듣지 못하고 살아왔어. 이제야 그 소리가 들려.
나의 죄를 묻는 소리. 나에게 죗값을 치르라 하는 소리가.
난 살아있던 적이 없었어. 태어나서부터 말이야. 모든 소리를 무시했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움직여 왔어. 나는 사람들을 죽이며 내 인생을 엮어왔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로. 인생의 매듭이 결국엔 내 앞에 나타났고, 이제 나는 이걸 풀어보려 해.
내 품 안에는 지금껏 수많은 생명을 가져간 단도가 한쌍 있어. 단도에는 피가 묻어 있어. 이 피를 피로써 씼으려 해.
잘 있어. 모두들.
—헬레나.
그리고 한 마디만 더.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냥 원래 여관에 도적은 없었다고 생각해줘. 그리고 내 덱은, 도적 카드들은 케이엘이 맡아줬으면 좋겠어. 나중에 여관에 새 도적이 들어올때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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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는 에필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