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금
많은 청귤을 자르다가
손가락을 크게 베고 몇 바늘을 꿰맸다
나는 평생 살을 꿰맬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극단적으로 금이 갔다
한동안 붕대를 감고 사느라 시원하게 씻지를 못하고
손가락 형편이 나아져 목욕탕엘 갔는데
죄다 보이느 건 사람 몸에 난 흉터다
꿰맨 자리
어긋난 부위
몸 한쪾이 움푹 패여 절룩일 수밖에 없는 걸음걸이
그나마 무사한 사람은 그동안의 나였나 싶다
그러다 하반신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이고
목욕하러 들어서는 한 사람을 보았는데
목욕의자에 앉아 떼어내는 테이프 길이만도
족히 사 미터가 되는 걸 곁눈질해서 보았다
태풍에 담이 허물어지면 남의 집 담만 보이고
술에 되게 당한 어느 날 이후에는
술에 취해 길에 앉앙 정신 놓은 사람만 보인다
자석 앞의 쇳가루처럼 당겨진다
꿰맨 손가락이 낫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매달리며 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봉합으로 살을 이으려는 것이
쩍 하고 금이 가 벌어진 사람과 사람의 처지를
이어보려는 안간힘하고 뭐가 다르겠나 싶은 것이다
붙지 않는 것들을 참 착실하게도 가려놓고 살고 있다
이병률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