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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힘들었다.」
내리자마자 성큼성큼 출구로 나가 걸었다. 근처에 도착했을 즈음에
갑자기 쏟아진 빗줄기 때문에 옆에서 이야기하던 종교 할머니의 이
야기의 화제가 시시각각 바뀌었다.
종교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존업성과 문화와 나라와, 그리고
여행부터 시작되어 비행기는 비가 와도 속도와 바람덕에 왠만한건
전부 조종석 유리창에는 피해가 가지 않는다던가 비행기가 번개를
맞고도 왜 멀쩡한지등등...
......숨도 안쉬고 14시간 여행 중 11시간 가까이를 그녀의 이야기
에 집중하는 것에 소비해야 했다. 도중에 잠이 들어서 기뻤는데 30
분도 안되서 벌떡 일어나 다시 이야기하는 모습이란.......
「진짜로 힘들었어. 죽을뻔했다.」
공항의 출구로 나와 그대로 참고 있었던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불을
붙인다. 조용히 타들어가며 뿜어져나오는 연기를 온 몸 깊숙히 빨아
드리고, 그것을 길게 내쉰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매케함과 특유의
냄새가 그동안의 피로와 비레해 큰 행복감을 선사했다.
...길들여졌다고 해야할까. 큰일이다 이런것도.
「...」
한층 늘어진체로 공항 앞의 풍경을 바라본다. 정신없이 도착한 목적
지인 한국이지만 환영인사치고는 조금 개성이 강하다. 쏟아지는 빗줄
기는 기세를 점점 더해가서, 지금 내가 공항에 도착했을때즈음에는
완전히 본격적으로 내리고 있다.
이국의 향도.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공기 자체가 남다르 것 같달까. 늘 여기저기 나라를 돌아다닐때 느꼈
지만 여긴 또 여기대로 특이했다. 향신료 냄새가 나던 몇몇 나라라던
가 심지어 비린내 비슷한게 느껴진 곳도 있었지만 이런건 처음.
마늘향...이라고 할까.
굉장히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대체 뭐야. 여긴.」
어쩐지 손에 들려있었던(분명 뭔가 음모가 있다.) 한국 기본회화 책
의 간단한 나라 소개에서 깨달았던 것은 중국땅의 근처에 붙어있는
나라라는 점과, 그리고 바로 옆에 일본이 있다는 것. 가장 인상 깊
었던 것은 어쩐지 요즘에 비교적 자주 듣게 되었던「김치」라던가「
소주」라던가 하는 것이 이 나라 물건들이었다는 것이었다.
「...」
쏴아아아, 비는 그런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내리고 있었다.
한국의 첫인상은 딱 그정도였다.
특별나게 기분이 나빠질만큼 거슬리는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반대
의 것도 없었다. 그저 오래간만에 느끼는 이국적인 향취에 아주 잠깐
정도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비는 조금 있으면 그치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4,4000원 입니다.」
「...」
그리고 약 4~50분 후. 내 기대는 결국 깨져버리고 공항 내부에 있는
판매점에서 우산을 하나 집기에 이르렀다. 이국적인 향기고 분위기고
10분이 지나고나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나저나 왜이리 비싼거지? 척 보기에도 모양만 갖춘
것 같은 이런 우산이 4000원이나 하다니. 게다가 기분나쁘게도 분명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던 점원이 1000원 정도를 뻥튀기한것 같은 기분
이 드는데. 뭐지? 이 재수없는 불신감과 이유없는 확신은?
「...」
투덜거리려다가 근처에서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슬슬 밖으로 나오
고 있는 낮익은 은발머리카락의, 종교 할머니를 발견하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출구까지 걸어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 내가...
「...주소.」
보란듯히 쏟아지는 비를 향해 걸어가 방금 산 우산을 활짝 피고 지
금까지 담배나 피우며 다가가지 못했던 이국의 땅을 본격적으로 밟
아가며 자켓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쪽지를 꺼내본다. 진행상황이라던
가 보고라던가 이쪽은 취할 방법이 없다. 무조건 정해진 위치에서
지들이 멋대로 전화를 하면 그때 겸사겸사 다 할뿐이다.「기관」은
기분나쁠정도로 조심성이 강하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지금 이 한글로 적혀진 정체불명의 주소
가 어딘지 물어볼 인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
오른쪽, 왼쪽.
기웃기웃 쏟아지는 비를 우산 하나로 막아가며 살펴보다가 마침 근처
너머에 택시들이 주차장을 연상케할만큼 잔뜩 세워져있다는 것을 깨
닫고 거기로 걸어간다.
쏟아지는 빗물에 옷이 다 젖어버릴 것 같다.
회색의 하늘은 마치 나를 거부하는 것 같이 인상을 쓰고 있다.
뭐, 익숙하다.
나를 반겨주는 이라곤 처음부터 아무도 없다. 나는 늘 세상에 불청객
일뿐이다. 지금도 그렇고, 아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
알아듣지못할 소리를 하며 피던 담배를 휙 집어던지고 영업용 맨트 비
슷한걸 날리던 40대 중반처럼 보이는 택시기사가 뒤늦게 외국인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잠시 움찔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에,웨얼 얼 유... 고,고,고잉???」
나한테 질문을 하는 것 같은데 되려 내게 답을 요구하는 듯한 어조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일까 잠깐 생각하다가 where are you go
ing 이라는 질문을 했다고 깨달았다.
어차피 저쪽이나 이쪽이나 언어쪽으로는 넘지 못할 장벽이 서있는 것
같으니까 서로 피곤하지 않게 끝내자.
「이쪽으로 가고싶습니다만.」
알아듣든 말든 내 언어로 이야기하며 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준다.
택시기사는 나를 신기한 생물 보듯 관찰하다가 뒤늦게 「오,얼~ 땡큐」
하며 신음 비슷한 소릴 내며 쪽지를 받아들고 잠깐 쳐다보더니, 다시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확인을 원하는 눈빛이다.
「...」
인류는 위대하다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초기인류가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아침마다 나오는 프로그램의 어떤 쇼프로그램의 진행자의 말을 떠올
렸다. 「눈빛으로도 말이 통해요. 사람이란 그런겁니다. 와핫핫핫!!」
...행동으로 옮겨 택시기사를 바라본다.
택시기사는 「리,리뤼월리?」라고 말하면서 쪽지와 나를 연신 번갈아
보더니 마지막으로 내가 다 이해한다는 포근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
자 그때서야「OK!!!!」하고 근래 없던 자신감 넘치는 외침과 함께 택
시의 시동을 걸었다.
「...」
과연, 눈빛은 중요하군.
그때의 그 진행자가 바보같이 생겼다고 투덜거렸던 자신을 반성하며 택
시에 몸을 맡겼다. 비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몰려오
는 피로를 느끼며 잠깐 눈을 붙여두기로 했다.
「...하아. 힘들었다.」
내리자마자 성큼성큼 출구로 나가 걸었다. 근처에 도착했을 즈음에
갑자기 쏟아진 빗줄기 때문에 옆에서 이야기하던 종교 할머니의 이
야기의 화제가 시시각각 바뀌었다.
종교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존업성과 문화와 나라와, 그리고
여행부터 시작되어 비행기는 비가 와도 속도와 바람덕에 왠만한건
전부 조종석 유리창에는 피해가 가지 않는다던가 비행기가 번개를
맞고도 왜 멀쩡한지등등...
......숨도 안쉬고 14시간 여행 중 11시간 가까이를 그녀의 이야기
에 집중하는 것에 소비해야 했다. 도중에 잠이 들어서 기뻤는데 30
분도 안되서 벌떡 일어나 다시 이야기하는 모습이란.......
「진짜로 힘들었어. 죽을뻔했다.」
공항의 출구로 나와 그대로 참고 있었던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불을
붙인다. 조용히 타들어가며 뿜어져나오는 연기를 온 몸 깊숙히 빨아
드리고, 그것을 길게 내쉰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매케함과 특유의
냄새가 그동안의 피로와 비레해 큰 행복감을 선사했다.
...길들여졌다고 해야할까. 큰일이다 이런것도.
「...」
한층 늘어진체로 공항 앞의 풍경을 바라본다. 정신없이 도착한 목적
지인 한국이지만 환영인사치고는 조금 개성이 강하다. 쏟아지는 빗줄
기는 기세를 점점 더해가서, 지금 내가 공항에 도착했을때즈음에는
완전히 본격적으로 내리고 있다.
이국의 향도.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공기 자체가 남다르 것 같달까. 늘 여기저기 나라를 돌아다닐때 느꼈
지만 여긴 또 여기대로 특이했다. 향신료 냄새가 나던 몇몇 나라라던
가 심지어 비린내 비슷한게 느껴진 곳도 있었지만 이런건 처음.
마늘향...이라고 할까.
굉장히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대체 뭐야. 여긴.」
어쩐지 손에 들려있었던(분명 뭔가 음모가 있다.) 한국 기본회화 책
의 간단한 나라 소개에서 깨달았던 것은 중국땅의 근처에 붙어있는
나라라는 점과, 그리고 바로 옆에 일본이 있다는 것. 가장 인상 깊
었던 것은 어쩐지 요즘에 비교적 자주 듣게 되었던「김치」라던가「
소주」라던가 하는 것이 이 나라 물건들이었다는 것이었다.
「...」
쏴아아아, 비는 그런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내리고 있었다.
한국의 첫인상은 딱 그정도였다.
특별나게 기분이 나빠질만큼 거슬리는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반대
의 것도 없었다. 그저 오래간만에 느끼는 이국적인 향취에 아주 잠깐
정도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비는 조금 있으면 그치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4,4000원 입니다.」
「...」
그리고 약 4~50분 후. 내 기대는 결국 깨져버리고 공항 내부에 있는
판매점에서 우산을 하나 집기에 이르렀다. 이국적인 향기고 분위기고
10분이 지나고나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나저나 왜이리 비싼거지? 척 보기에도 모양만 갖춘
것 같은 이런 우산이 4000원이나 하다니. 게다가 기분나쁘게도 분명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던 점원이 1000원 정도를 뻥튀기한것 같은 기분
이 드는데. 뭐지? 이 재수없는 불신감과 이유없는 확신은?
「...」
투덜거리려다가 근처에서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슬슬 밖으로 나오
고 있는 낮익은 은발머리카락의, 종교 할머니를 발견하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출구까지 걸어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 내가...
「...주소.」
보란듯히 쏟아지는 비를 향해 걸어가 방금 산 우산을 활짝 피고 지
금까지 담배나 피우며 다가가지 못했던 이국의 땅을 본격적으로 밟
아가며 자켓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쪽지를 꺼내본다. 진행상황이라던
가 보고라던가 이쪽은 취할 방법이 없다. 무조건 정해진 위치에서
지들이 멋대로 전화를 하면 그때 겸사겸사 다 할뿐이다.「기관」은
기분나쁠정도로 조심성이 강하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지금 이 한글로 적혀진 정체불명의 주소
가 어딘지 물어볼 인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
오른쪽, 왼쪽.
기웃기웃 쏟아지는 비를 우산 하나로 막아가며 살펴보다가 마침 근처
너머에 택시들이 주차장을 연상케할만큼 잔뜩 세워져있다는 것을 깨
닫고 거기로 걸어간다.
쏟아지는 빗물에 옷이 다 젖어버릴 것 같다.
회색의 하늘은 마치 나를 거부하는 것 같이 인상을 쓰고 있다.
뭐, 익숙하다.
나를 반겨주는 이라곤 처음부터 아무도 없다. 나는 늘 세상에 불청객
일뿐이다. 지금도 그렇고, 아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
알아듣지못할 소리를 하며 피던 담배를 휙 집어던지고 영업용 맨트 비
슷한걸 날리던 40대 중반처럼 보이는 택시기사가 뒤늦게 외국인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잠시 움찔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에,웨얼 얼 유... 고,고,고잉???」
나한테 질문을 하는 것 같은데 되려 내게 답을 요구하는 듯한 어조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일까 잠깐 생각하다가 where are you go
ing 이라는 질문을 했다고 깨달았다.
어차피 저쪽이나 이쪽이나 언어쪽으로는 넘지 못할 장벽이 서있는 것
같으니까 서로 피곤하지 않게 끝내자.
「이쪽으로 가고싶습니다만.」
알아듣든 말든 내 언어로 이야기하며 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준다.
택시기사는 나를 신기한 생물 보듯 관찰하다가 뒤늦게 「오,얼~ 땡큐」
하며 신음 비슷한 소릴 내며 쪽지를 받아들고 잠깐 쳐다보더니, 다시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확인을 원하는 눈빛이다.
「...」
인류는 위대하다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초기인류가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아침마다 나오는 프로그램의 어떤 쇼프로그램의 진행자의 말을 떠올
렸다. 「눈빛으로도 말이 통해요. 사람이란 그런겁니다. 와핫핫핫!!」
...행동으로 옮겨 택시기사를 바라본다.
택시기사는 「리,리뤼월리?」라고 말하면서 쪽지와 나를 연신 번갈아
보더니 마지막으로 내가 다 이해한다는 포근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
자 그때서야「OK!!!!」하고 근래 없던 자신감 넘치는 외침과 함께 택
시의 시동을 걸었다.
「...」
과연, 눈빛은 중요하군.
그때의 그 진행자가 바보같이 생겼다고 투덜거렸던 자신을 반성하며 택
시에 몸을 맡겼다. 비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몰려오
는 피로를 느끼며 잠깐 눈을 붙여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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