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화에 이어서 올립니다.
내용이 완전 창작이다보니 스토리의 흐름에 개연성을 우선적으로 보고있습니다.
이게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검수하고 올리는 중이니
참고바랍니다.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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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과거에 아일렌이 겪었던 거대 마물과 비슷한 사례가 요정족의 땅에서 발생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 대부분 자신들의 목숨을 버리며 싸운 일급 정령사들의 사례만 가득했다. 그들의 마지막은 전부 참혹했다. 그래서인지 일급 정령사들의 거대 마물 퇴치에 대한 사례는 아예 없다고 싶을 정도로 전무했다. 일급 정령들의 힘은 그들에게 닿지 않는다.하지만 거대 마물 퇴치 건에 대한 사례가 고개를 들었다. 아일렌의 사형이었던 아르셸이, 파견 나갔던 북동부 뿌리지역에서의 사례가 그것이었다. 아일렌이 있던 마을에서 목격된 것보다는 좀 더 작은 개체였다.일급 정령의 힘은 마찬가지로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셸은 겁(怯)급 정령사였다. 일(佚)급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아르셸은 격(激)급의 힘을 빌렸고, 그것은 일급보다 가볍게 거대 마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때부터 적어도 격급 정령사는 어느 마을에든 두 명씩을 두게 되었다. 그리하여 9년 전의 사건 이후로 요정계에는 어떻게든 격급 정령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요정들과 다른 방식으로 마물을 상대하는 난쟁이들이 만들어내는 무기들과 연계하여, 정령을 무기에 깃들게 만드는 방법까지 고안하게 될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아일렌의 생각은 다른 방향성을 띠고 있었다. 소거법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아일렌은 엘르웬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깊게 박힌 나머지, 일급 정령술을 최대한 극한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 애를 쓰며 개량하고, 체계를 유지시키며 조금 고안하기 시작했다.그 결과, 그나마 가장 강력한 것은 생명의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녹음(綠陰)의 정령 그리우스를 이용한 방법이었다. 생명의 힘은 다른 타 정령들을 웃도는 힘을 지녔기에 아일렌은 이 힘에 대해 집착하고 있었다.그러나 아일렌의 사형, 아르셸의 격급 정령술에 거대 마물이 파훼되자, 그 사건이 계기인지는 몰라도 거구급 특수 개체들의 등장이 이상할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일렌이 고안해낸 방법은 그 이후로 사장되다시피 잊혀갔다.그리고 그 거구의 원수는, 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뿌리계가 아닌, 지상계에서 처음 그 모습을 눈앞에 드러냈다.아일렌은 눈이 부들부들 떨렸고, 감정이 격해짐을 느꼈다. 드디어, 눈앞의 원수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9년 전, 엘르웬이 목숨을 버려야 했을 정도의 존재에게 일급의 힘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보지 않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리해야 했다. 그날의 과오를 또다시 겪을 수는 없었다.그리우스가 물었다.# 소년이여. 이 생명의 힘을 저 원수에게 전해주면 되겠느냐? #아일렌이 이를 악물고 답했다."......어서 저 망할 놈을 날려줘."그리우스는 긍정했다.# 좋다. #그리우스는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마물들의 생명을 뽑아 모은 빛을 천천히 그리고 순식간에 거대한 마물에게로 쏘아 보냈다.# Lifower De Lifower #리포웨르 데 리포웨르빛은 거대 마물의 머리 위로 위치했고, 점차 소용돌이치면서 그 녀석을 감싸고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그으으으으워어어어어!!!거대 마물은 아일렌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그리우스가 날린 생명의 힘과 함께 빛났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콰아아앙!!!아일렌은 겨우 땅 위에 서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정령의 힘을 사용한 반동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하아... 하아... 주, 죽을 것 같아. 엘르웬 누나가 했던 정령 제한 해제보다 더한 걸 했는데, 아무것도 안된다면......"폭발의 연기가 점차 사라지자 보이는 검은 덩치. 아일렌은 정신을 놓았는지 그 모습을 보고는 웃기 시작했다."역시... 내 생각은..."거대 마물은 팔로 자신의 상체를 막았고, 움츠려서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팔의 피부는 절반이나 뜯겨져 날아갔고, 얼굴의 피부도 폭발로 인해 찢어졌는지, 볼살의 구멍을 통해 감춰진 날카로운 이빨이 보일 정도였다."틀리지 않았어..."아일렌은 통쾌했다. 장장 9년을 기다려온 자신의 결실이 열매를 맺고 결과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으니, 죽은 엘르웬의 복수를 해낸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일렌의 일급 정령의 힘은 결국 9년 전에 아무것도 못한 존재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었고, 그것을 증명해냈다. 아일렌의 가슴은 뭉클해졌다. 엘르웬의 필사적인 움직임은 당시에는 아무것이 아닐지언정, 틀린 방향성은 아니었다는 것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아일렌은 코가 먹먹해져서, 흥하고 풀어내니 핏덩이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아일렌은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마에서부터 뚝뚝 떨어지는 땀을 손으로 훑어내 닦고, 손을 정령들을 향해 흔들었다. 소환된 모든 정령들은 아일렌의 의도를 파악이라도 한 듯 하나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은 것은 바람의 세이라와 물의 유시르였다. 세이라와 유시르는 아일렌에게 물었다.# 소년. 그럼 준비되었느냐? ## 나의 작은 요정아. 지금부터는 정말 위험해지는 영역이란다. 그 경지에 발을 딛겠느냐? #아일렌은 걱정 어린 정령들의 이야기에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정령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아일렌을 중심으로 양쪽 사선 앞에 서서 각 속성에 응하는 정령의 문장을 소환했다.# 바람을 부리는 나, 세이라는 바람을 걸겠다. ## 물을 부리는 나, 유시르는 물을 걸겠단다. #그리고 문장은 하나로 합치고 정령들이 아지랑이 피듯 사라졌다. 아지랑이는 합쳐진 문장의 안으로 스멀스멀 흡수되듯 스며들어갔고, 정령의 문장은 전혀 다른 모습의 문장을 만들어냈다.새로운 문장.일(佚)급의 문장이 아닌, 격(激)급의 문장.아일렌은 차분히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고 덤덤히 두 눈을 감았다가 준비를 끝마친 듯, 지긋이 떴다. 그리고 손을 정면으로 들자 아일렌의 주변으로 바람과 물이 요동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아일렌의 주변은 물바람이 아주 매섭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물바람.물과 바람.그리고 소용돌이.아일렌은 머릿속에 폭풍우의 이미지를 그리고, 격급 정령 소환의 고어를 읊었다."Diem dos Rodeus elem. De Nobeim Neme."다이엠 도스 로데우스 엘렘. 데 노베임 네메
......."Fraura."프라우라.바람과 물이 사라진, 아일렌을 둘러싼 고요한 공간에 들려오는 묵직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아일렌의 머릿속을 울렸다.폭풍의 정령, 프라우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폭풍의 이름을 부른자. 그대의 부름에 나, 프라우라의 힘을 빌려주겠노라. }아일렌의 주변으로 원을 그리던 소용돌이가 주변의 모래먼지, 물, 바람 등을 끌어모으며 그를 감싸 올랐다. 아일렌의 머리 위로 휘몰아치던 커다란 폭풍우가 사라지고 안개를 흩뿌렸다. 흩뿌려진 안개는 서서히 구름을 파헤치고 고개를 내민 태양빛을 받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아일렌의 머리 위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몸집의 물과 바람을 한꺼번에 다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프라우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물과 바람. 그것이 거대한 프라우라의 주변을 폭풍우처럼 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폭풍우와는 격이 달랐다. 저렇게나 요동치고 날카롭게 휘몰아치는데 잔잔하고 은은할 정도로 정숙하며 깔끔했다. 마치 진공상태의 암실과도 같은 분위기가 프라우라의 주변을 잠식하고 있었다.프라우라가 아일렌에게 물었다.{ 소년. 저게 네가 늘 말하던 '그것' 이더냐? }아일렌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거대한 프라우라는 거대한 마물을 쳐다보았다. 프라우라의 마음에 영 들지 않았는지, 주변에 불던 바람이 물과 섞여 살짝 거칠어졌다. 묵직하고 차가웠던 프라우라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구나. }"......단숨에 찢어버릴 수 있겠어요? 나, 이제 더 이상 정령을 부릴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아요. 앞으로 두세 번이 한계에요"프라우라는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잠시만 지켜보자꾸나. }만신창이가 된 거대 마물은 그대로 일어나 피를 뚝뚝 흘리며 아일렌이 있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팔의 피부가 뜯겨져 나갔지만 여전히 고요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주변의 바위나 나무들을 뽑아들어 아일렌의 방향으로 던지기 시작했다.쿠오오오오...!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밀어내는 거대한 나무와 바위들은 아일렌을 노렸고, 만일 저것에 맞았다간 시체 조각도 찾지 못할 정도로 참혹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일렌의 위에 떠있던 프라우라는 거대한 몸집에 팔짱을 껴고 날아오는 것들을 유유히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정확히 눈앞까지 가까워졌을 때 프라우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가락 하나를 튕겼다.푸와아아악!!그러자 날아오는 것들의 위치로 거대하고 날카로운 소음을 내면서 돌개바람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다. 그 짧은 순간에 생겨난 돌개바람은 나무와 바위를 순식간에 분해시키고 하늘로 솟구쳐 비를 만들어내던 먹구름에 구멍을 내버렸다. 먹구름에 구멍을 만들어내고 허물벗은 하늘은 구멍을 통해 햇빛을 흩뿌렸다.쿵! 쿵!! 쿵!!! 쿵!!!!그것을 본 거대 마물은 그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아일렌을 향해 거대한 몸집을 뽐내며 달려왔다. 바닥은 지진이 시간차로 일어난 듯이 사방을 규칙적으로 울렸다. 아일렌은 그 모습을 보고 숨을 고르며 고어를 읊었다."Gradorago, Dun Dun."글라도라고, 둔 둔.프라우라는 아일렌의 판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날이 섰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좋은 판단이다. 그래. 아주 살짝이면 봐줄만하겠지. }어느샌가 마물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일렌의 고어를 들은 프라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콰아앙!!!커다란 굉음을 내며 허공에 부딪히는 거대 마물.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어 오던 그 녀석의 붉은 안광이 깜빡였고, 크게 요동치며 뒷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문제는 그 굉음과 동시에 아일렌도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프라우라는 이를 악물며 버티는 것 같은 아일렌의 모습을 슬쩍 쳐다보았다.{ 소년. 내 힘은 요정의 몸이 최상의 상태가 아닌 이상, 큰 무리가 간다. 그러니 지금의 체력을 최대한 보존했다가 마지막 주문만을 남겨놓거라. }아일렌은 프라우라의 충고에도 결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두 눈을 부릅뜨며 원수를 바라보았다."윽... 아, 알고 있어요. 그냥... 그냥 저놈의 낯짝을 좀 더 지켜보고 싶을 뿐이에요."지독한 악연에 사로잡힌 소년의 집착은 프라우라의 마음에 쏙 들었다.{ ......나쁘지 않군. }그르르르르...마물은 자신의 상황에 당황한 듯 이리저리 살피다가 지면을 박차고 일어섰다. 원래라면 아일렌을 짓밟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있어야 정상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그대로 튕겨져 나온 모습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아일렌은 조금 놀란 듯 녀석을 바라보았다."이상...하네요. 마물이 놀라다니... 윽!"그때 갑자기 아일렌의 속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차올라 입 밖으로 토해내졌다."우욱...! 쿨럭!"아일렌이 휘청였다. 이전까지 사용했던 소거법의 여파와 격(激)급의 정령인 프라우라를 소환한 대가가 고스란히 다가오고 있었다. 눈에 초점이 흐트러지지만, 이를 악물며 버텼다. 아일렌의 방식은 과거, 소년의 사랑스러운 누나가 행했던 것보다 몇 배는 강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령을 부릴 수도 없던 절망적인 상황에서 겨우 각성한 계기 덕분이었다. 그것은 스승이 사라지기 전, 자신에게 말해주었던 한 마디였다.
아일렌의 머릿속에는 스승에게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손바닥 한 가운데에 무궁무진한 재능이 숨겨져 있잖니? '아일렌은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힘이 엘르웬을 갈망하던 마음에 반응하여 정령사가 될 수 있었다. 스승님의 이야기는 위로의 차원에서 했던 말이었겠지만, 아일렌의 손바닥에는 분명히 잠재되어 있던 힘이 있었다. 아일렌은 주먹을 꾹 쥐었다."크윽...!!"아일렌은 자신도 모르게 감기려 하던 눈꺼풀을 억지로 떴다. 죽을 것 같이 피곤했지만 이대로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아직... 아직이야... 아직...!!... 응? 누, 누구......?"그때 아일렌의 어깨를 감싸는 조그마한 손이 느껴졌다. 따스했다.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 장소에 홀로 있던 아일렌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잡은 누군가를 바라보았다.".......너, 넌?"은발의 소녀.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고,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일렌을 바라보며 말했다."히히. 도와줄게!"순간, 아일렌과 은발의 소녀의 주변의 시간이 멈춘 듯 소리도, 움직임도,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소녀의 옆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둘씩이나 있었다. 아일렌은 전혀 본 적이 없는, 그런 종류의 정령이었다. 자신이 익혀온 지식에 저런 모습의 정령은 본 적이 없었다.저 둘은 무엇일까?저 둘은 대체 무엇인데 저 아이에게 붙어있는 거지?자신이 본 적이 있는 정령은 일급, 격급, 겁급, 정령왕, 정령여왕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일렌은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전혀 본 적이 없어. 기억도 없고. 그렇다면... 저 둘이... 절대의 왕들. 사존재일까......? '사존재(四尊在)의 왕들의 모습은 정령왕이 말하길, 요정인 자신은 절대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라 하였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것은 사존재 일리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것이 찝찝하기만 했다. 그것도 아니면 아일렌이 모르는 무언가가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직 정령왕이 다 밝히지 않은 비밀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의심만 가슴속 깊이 박혀버렸다.아일렌과 은발 소녀의 주변은 고요했고,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지 않은 공간에 무중력 상태로 떠있는 착각이 들었다. 무거울 것인 자신의 몸도 깃털처럼 가벼웠고, 눈은 맑았다.은발 소녀의 주변에 맴돌던 두 무언가가 아일렌에게 말을 걸었다.{{ 내 도움을, 잊지 말거라. 요정 소년. }}{{ ......물론, 내 도움도. }}어찌되었든 그들은 아일렌이 알고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누, 누구지요? 당신들은?"아일렌이 묻자 그들은 다른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알 필요 없다. 이 정도는 그냥 넋두리라고 생각하거라. }}{{ 부디...... 다시 만나자꾸나. }}둘은 그렇게 아주 짤막한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아일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뭔지 모를 환상을 보여주었던 소녀가 갑자기 눈에 흰자위를 보이며 바닥에 쓰러졌다."어어? 어? 야! 갑자기 네가 쓰러지면 어쩌자는... 어?"아일렌의 몸이 가벼워졌다. 몸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피곤함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죽을 것 같은 체력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없어졌다. 이상했다. 이상한 환상 속에 사로잡혔던 아일렌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주변을 이리저리 바라보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그때 프라우라가 물었다.{ 뭐하느냐 소년. 왜 갑자기 굳어 있는 게냐? }"네?? 굳어있다니요? 제가요? 주변이 모두 멈춰있었는데 프라우라는 못 느꼈어요?"프라우라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일렌의 설명과 허둥대는 눈빛에 프라우라는 그가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정령인 입장에 충분히 이해되었다. 프라우라는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아일렌을 다독였다.{ ......그런가. 무슨 일이 일어난 지는 대충 알겠다. 이 이상의 대답은 내 권한 밖이다. }아일렌은 프라우라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이상함을 느꼈다."프라우라, 이상한 거 없어요?"프라우라가 답했다.{ 전혀. 나는 말하지 않는다. 금기이다. }"금기? 그걸 말이라고."프라우라는 아일렌의 물음을 단박에 잘라냈다.{ 자,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구나. 괜찮겠느냐? }아일렌은 프라우라의 행동에 영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물어볼 심산으로 잠시 넘어가고, 벽 밖으로 넘어져있는 철천지원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쓰러져 있었지만, 곧 패닉을 이겨내고 일어날 기세를 보였다. 여전히 녀석의 덩치는 눈앞에서 보아도 커다랬고, 위협적이었다.그때 아일렌의 옆에 칼리라가 와서 쓰러져 있는 은발의 소녀를 부축하고 있었고, 불타오르는 듯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아일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아일렌에게 칼리라는 엘르웬이 겹쳐 보였다. 비슷한 여자. 비슷한 사람. 아일렌은 입술을 굳게 닫고 여러 가지 생각에 들었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시간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저기, 아일렌!"그녀는 그녀가 아니었다.하지만 아일렌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경청하기 시작했다."나는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는 거죠? 그렇죠? 나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정말... 정말 지금 부리고 있는 존재로 저 거대한 놈을 물리칠 수 있는 거죠?"아일렌은 뒤편의 마을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을 밖에서 싸우고 있었으니, 마을의 커다란 정문을 기준으로 안은 제법 멀쩡했고, 바깥은 아비규환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혼자의 몸으로 모든 것을 사용해 싸우는 아일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모습에 부디 별일이 없기를 바라는 눈빛만이 가득했다.아일렌은 칼리라에게 고개를 돌렸다."당신, 정령이 보이나요?""당신이 말하는 정령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손으로 불러낸 불과 바람, 물과 빛 같은 현상만큼은 똑똑히 보였어요. 그러니까 말해줘요. 이 사태가 끝이 나면, 지금 이 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르쳐 줘요. 왜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를 이렇게나 돕는지를...!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를!"아일렌은 그녀의 부탁에 다시 한 번 엘르웬의 얼굴을 겹쳐보았고, 입술을 굳게 물고는 시선을 거대 마물에게로 돌렸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큰 걸 보일 거니까 그 아이를 어서 데리고 마을로 돌아가세요. 최대한 여파는 마을까지 닿지 않게 할 것이지만, 만에 하나입니다. 빨리!""알겠어요! 꼭, 돌아와요! 물어볼게 산더미니까!"칼리라는 아일렌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일렌의 말을 따라 은발의 소녀를 업고 마을로 달려 돌아갔다. 그리고 아일렌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프라우라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것을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소년. 마음에 드는 주문이면 기쁘게 받아들여주마. }아일렌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물을 바라보았다. 마물의 시선이 이상했다. 마치 프라우라를 인식하고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물에게 정령이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원수의 시선은 아일렌이 아니라 그 위인,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프라우라를 보고 있었다."프라우라. 저놈. 당신을 보고 있어요."프라우라는 그저 팔짱을 끼고 마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기분 탓일 거다. 놈의 시야가 흐려지니 자연스럽게 허공을 보는 것일 뿐. 마치 벼랑 끝에 매달려 붙잡은 지푸라기일 것이 분명하다. }아일렌은 속으로 안 좋은 예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눈앞의 원수를 처단해 엘르웬에 대한 복수를 끝마치고, 자신이 강해졌음을 증명할 때가 온 것이다. 가슴속의 울분을 이제서야 풀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차올랐고, 여전히 프라우라의 거대한 모습에 몸이 굳어있는 놈에게 한방 먹일 시간이 왔다. 아일렌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정령의 고어를 읊었다."Halicripora."할리크리포라아일렌의 말을 끝으로 프라우라는 합장하며 말했다.{ 가장 합당한 주문이로다. }프라우라가 다시 한번 합장을 하자 거대 마물의 주변이 점점 울리기 시작했다. 마물은 주변을 둘러보았고 점점 커져만 가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자신의 피부를 적시는 물소리. 그리고 귀를 찢는 듯한 극렬한 소음. 마물은 자신이 곧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았는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마물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폭풍우. 모든 것을 압살하고 찢어버리는 거대한 압력의 폭풍이 마물을 덮쳤다.그오오오오오오!!!!!아일렌은 눈앞의 괴물이 갈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후련하게 내뱉을 수가 있었다."아무리 소리쳐봤자 소용없어! 넌, 이 자리에서 내 손에 죽는다!!"순간, 아일렌의 기억을 스쳐 지나가는 엘르웬이 잠시 눈앞에 아른거렸다.누나는,그녀는 아일렌의 앞에서 마지막까지 웃고 있었다......."......늦어서 미안해."콰아아아아!!!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풍우는 마물을 산산조각 내, 가장 작은 단위까지 분해시켜버렸고, 땅과 하늘에 연결된 폭풍우를 타고 올라가 사라졌다.주변 공기가 차츰 잠잠해지고 폭풍우가 사라지자 마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폭풍우를 타고 올라간 마물의 조각들은 그 모습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되었기에 그 자리가 움푹 파인 것 말고는 존재의 사실을 완벽하게 부정하고 있었다.그렇게 거대한 폭풍우가 있던 자리에는마물은커녕,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5) 끝.
* 전투 부분을 다듬고 싶었는데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합니다. 정보량도 많아서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쉽지 않은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 정령의 고어(고대 언어)부분은 웬만하면 공개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부분은 상상의 영역으로 '일단' 남겨두려 합니다.
* 정령에 대한 정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기 형식으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저는 활협전 게시판에서 2차창작, 팬픽을 쓰고있습니다.
활협전 게시판 <- 링크
팬픽만 모음 <- 링크
관심있으시면 한번쯤 와서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이피를 운영하면서 자작시와 개인 소설 관련 이야기나 본작도 같이 올려놓고 있습니다.
마이피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이피 <- 링크
* 다음 소설은 활협전 팬픽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