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럼프도 왔고, 내용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느라
좀 많이 늦었습니다.
늦은 만큼, 한편을 쓴 분량이 2만자에 가깝게 되더군요.
그래서 해당 편을 나눠서 두 편으로 올립니다.
새로 등장하는 정보량이 많기도 합니다. 이부분 참고바랍니다.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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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비록 이곳은 땅 밑의 세계지만, 마치 지상과 똑같이 하늘 위에 햇빛이 존재하는 세계.지면에서부터 튀어나와 곳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뿌리는 마치 산맥이나 산을 이루고 있다.'뿌리'는 '나무'의 근원이오,'산'은 흙과 나무, 식물과 동물들의 터전이다.지상과 다를 것 없지만, 지하는 나름 그럴듯한 모습으로 지상과 달리 보이는 특별한 풍경이었다.모든 것이 일반적인 시선과는 매우 동떨어진 이곳은세계의 기둥,뿌리의 세계,모든 생명의 중심, 이스밀디르(Esmildir).그중 마물의 출몰 때문에 가장 시끄럽고, 어수선했던 뿌리계의 북동부 지역, 칼로만디오스(Calomandios).본래는 마물의 끊임없는 공세 때문에 시끄럽고 어수선했어야 할 지역이 3개월 전부터 천천히 잠잠해지더니 이윽고 마물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적어져 이전의 아비규환은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다.이곳은 마물의 방어에 치중되어 있는 마을, 그렐로나(Grellona)의 어느 작은 사원.마물도 조용해지고 건조한 바람만이 은은하게 불어오는, 너무나도 조용한 바깥 상황과는 다르게 마을 안쪽 사람들은 방황하며 어수선하고 분주하다. 길고 길었던 싸움에 예기치 않은 휴식 시간이 왔지만 피해 복구를 위해 그들의 발은 동분서주하다. 언제 또 마물들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하루라도 빨리 복구하고 치료하고 연구해야 했다."음... 이거. 좋지 않은데......"쓰러져 있는 마물의 살갗을 보고 있는 한 명의 요정 사내가 있다. 턱을 손으로 괴고 천천히 마물의 상처를 바라보던 사내는 그것을 세이라의 바람의 힘으로 잘라내 직접 손으로 만졌다. 사내는 미세하지만 그 창백하고 차가운 살갗에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차가운 성질은 시체의 가장 당연한 이치이지만, 사내가 위화감이라고 느낀 부분은 다름 아닌 상처였다."상처가 깊지 않아. 뭔가 이상해. 정령의 위력이 약해진 것은 절대 아닐 텐데, 이 불안한 위화감은 대체..."마물의 상처에 난 피를 슥 하고 검지로 만지는 사내. 피에 문제가 있나? 아니, 문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확인은 해야 했다. 사내는 작은 유리관을 하나, 품에서 빼내어 마물의 혈액을 채취했다. 육안으로 모인 혈액을 살살 흔들어보아도 겉으로 딱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냄새도 딱히 이상하지 않은 마물의 그 냄새. 그러나 역시, 확인이 필요했다."아르셸(Arshel) 형!!"뒤에서 사내를 부르는 또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셸은 뒤돌아봤다."어, 다비다드(Davidard)?"그들은 요정족 최초의 정령사 중 1인, 아이룰 엘로니아의 제자들. 아르셸 데오랄트(Arshel Deoralt)와 다비다드 글리오가(Davidard Glioga)였다. 아르셸이 갑자기 들이닥친 다비다드에게 물었다."웬일이야? 네가 이곳에 직접 오다니. 뿌리 동부에 별일 없었어?"아르셸의 물음에 다비다드도 영 꺼림칙한 나머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다비다드, 자신 역시 답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르셸이 보던 마물을 바라보았다."여기랑 상황은 비슷해. 마물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었고, 침입도 눈에 띄게 횟수가 줄었어. 특이종도 특히나 적어져서 일(佚)급 정령사들만으로도 방어는 가능해졌어. 물론 과거의 사례 때문에라도 격(激)급 정령사를 둘씩 남겨놓았지만, 여전히 조용해.""......그런가."다비다드는 아르셸이 바라보던 마물의 피부 조각으로 시선을 옮겼다. 평소와는 다르게 신중한 표정으로 그것을 만지며 상태를 보는 모습에 다비다드는 미심쩍어 아르셸에게 물었다."그런데, 형. 뭘 보는 거야?"잠시 표본에 정신 팔린 아르셸이 다비다드의 물음에 살짝 놀랐지만 금방 정신을 찾았다."아, 그러고 보니 이상한 부분이 좀 있어서 말이지.""응?"아르셸이 마물의 상처 조각을 다비다드에게 보였다. 다비다드는 왜 아르셸이 상처 조각을 보여주는지를 잘 몰랐다. 그래도 무언가 뜻이 있기에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비다드는 중요한 포인트를 잡질 못해서 상처는 상처로 보일 뿐이었고,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어... 글쎄? 잘 모르겠는데?""그런가? 이쪽을 봐봐. 이 부분을 잘 보면 말이지......"아르셸은 상처 조각의 절단면을 손가락으로 스윽 만져보였다."절단된 부분은 전혀 문제없어. 문제는 절단면이 아닌 표면의 상처 부분이야."그리고 아르셸은 절단면을 살짝 틀어 터져 나온 듯 보이는 상처 자국을 보였다."절단된 곳을 제외한, 피부에 남겨진 상처의 깊이가 얕아졌어.""......응? 그게 정말이야?"다비다드가 아르셸의 참고에 다시 한번 비교하여 보니 무언가 다르긴 했다."어? 정말 다르네? 이거 정령의 힘으로 생긴 상처 맞아?""......그래. 예감이 안 좋아. 마물이 점점 달라지는 기분이 들어.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렇게 위화감이 드는 건 처음이야."아르셸은 마물의 상처 조각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비다드에게 물었다."다비다드, 첫 마물 침공 때와 양상이 다른 걸 알겠어?""나도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어. 아마 정확히 3개월 전부터였던가? 천천히 마물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때가 그때 즈음이었지? 세이라의 바람으로 한 번에 절단 낼 걸 두 번 써서 절단 냈던가? 그때는 빗맞았겠거니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건 기억하는데, 형이 직접 지적하니까 기억이 나는 것 같아."아르셸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확실히...... 드리울루라 선생님의 '비약법(飛躍法)'은 나날이 수정되면서 발전은 하고 있지만 이건 마치..."아르셸은 나지막이 입을 뗐다."마물도 진화하고 있다, 혹은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 이건 생물학적으로의 당연한 순리이지만, 하필 이런 타이밍에? 주제넘는 생각인 것 같지만 네 생각은 어때, 다비다드?"다비다드가 답했다."진화라... 정령의 힘은 여태껏 다를 건 없으니까. 아직 충분한 사례도 적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직 판단하기는 이른 느낌도 있으니 마침 조용해진 틈을 타서 서둘러 연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아르셸은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이럴 때, 스승님은 어디서 뭘 하고 계신 것인지. 9년이나 지났는데 소식 한 번 없으시고... 살아는 계시려나."다비다드는 아르셸의 푸념에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뭐, 스승님이 계신다고 해도 우리에게 전담했을 것 같지 않아? 이리 되나 저리 되나 우리에게 과제로 주시고 자기 연구에 몰두하셨겠지. 게다가 스승님이 돌아가셨더라도 정령왕이 그랬잖아. 죽어서도 일을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니, 요정의 신이 되던 무엇이 되던 알아서 하라는 말 말이야. 아직 신으로 안 보이시니까 살아는 계시겠지.""너, 생각보다 스승님에 대해 믿는 구석이 많구나?"다비다드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마음 비우고 표본을 더 모아서 정리해 보자. 아직까지는 의심 단계니까 확신의 단계까지 끌어내 봐야지 않겠어? 혹시나 이게 진짜라면, 앞으로 드리울루라 선생님의 '해제법'을 더 개량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이상하게 내가 더 나이 많은데 네가 더 형 같다?"다비다드는 아르셸의 말에 뭔가 침울했지만 애써 그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이를 살짝 물고는 그걸로 마음을 추슬렀다."동부에도 별별 일들이 많았으니까. 지금 상황이니까 이렇게 힘내라고 말하는 거지 뭐."아르셸은 그런 다비다드의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여튼, 지금 이 휴식기에 최대한 많이 알아내야 해. 스승님이 없어도 해내야 한다."다비다드가 손뼉을 탁 치며 말했다."그거지! 이제 좀 눈이 띄셨나 보네."아르셸은 다비다드의 비아냥에 마냥 웃고는 말했다."일단 다른 표본도 살펴보면서 비교하는 게 낫겠어. 이렇게 눈에 띄는 변화라면 뭔가 더욱 직접적으로 와닿는 표본도 있을게 분명해. 다비다드, 일단 온 김에 너도 거들어줘. 그리고 혹시 이다음에 다른 일정 있어?"다비다드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나는 좀 조용해졌길래 이쪽 상황을 보러 온 것뿐이야. 이쪽도 상황은 비슷하고, 마물들은 조용하니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아. 뿌리 동부 일레이그(Eleigue) 마을과 연합하면서 연구 좀 거들어줄게.""그래."그때 아르셸이 무언가 떠오른 듯, 다비다드에게 물었다."그러고 보니, 아일렌이 지상으로 올라간지 얼마나 지났지?""아일렌......? 아."그들은 막내 사제, 아일렌에 대한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그것도 그렇네. 아일렌,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고 정령왕의 허가를 얻은 최초의 사례라... 뭔가 이전보다는 듬직한 게 보기는 좋았지만, 엘르웬 생각을 하자면..."아르셸은 쓴웃음을 지었다."안타까운 일이야. 그 애에게 당시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도통 엘르웬에 대해 말해주지를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고. 시신이라도 찾았어야 했는데 흔적도 없으니 땅에 묻힌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아일렌과 엘르웬.그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일찍이 남제자들은 아일렌의 엘르웬에 대한 마음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는 있어도 마음은 그 나이대 답게 겉으로 쉽게 표출이 되는 편이었다.엘르웬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마이페이스라, 소년의 마음은 그녀에게 그다지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주변인들의 구애를 받는 상황이라 혼자서도 머리가 복잡할 상황이긴 했다.아일렌은 그렇게 애정하는 누나를 잃은 것이었다. 아르셸, 다비다드는 뭔가 가슴 한 편으로 착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다비다드는 눈을 한 번 깜박이고 아르셸의 질문에 답했다."아일렌이 출가 한지 오늘로 약 2개월 정도 지났어. 마물이 점차 줄어드는 징후가 보이던 3개월 전부터 시작해서 한 달간은 여유가 있었잖아. 그래서 정령왕께 말씀드려서 올려보낸 거고. 게다가 얼마 전에 세이라에게 들었어. 곧 인간의 마을에 도착할 것 같다고. 이번이 3번째 마을이랬던가? 게다가 지금 지상계는 정복전쟁 중이라나, 상당히 참혹하다고 하더라고."아르셸은 문득 아일렌의 걱정에 다시 한번 손을 턱에 괴었다."별일 없어야 할 텐데. 게다가 전쟁 중이라면, 그 현장 속에서 엘르웬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그런가......"아르셸은 마물들의 활동이 서서히 줄어든 상황을 확인한 끝에 뿌리세계 밖으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상계에 아일렌을 보냈다.아일렌은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지상계로 나가고 싶었고, 때마침 마물의 활동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령왕에게 가서 당차게 지상계로 나가겠다고 했다. 이유가 필요했다. 마물의 수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지상계는 단절된 세계인데 그곳에도 마물이 튀어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정령왕은 그의 이야기에 일말의 가능성을 엿보고는 아일렌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를 지상계로 올려보냈다.아르셸은 당시 생각만 해도 아찔했지만 이왕 이리 된 것, 그의 생각을 존중해 허락했다. 아일렌에게 있어서 뿌리계는 비좁았다. 그에게 좀 더 넓고 큰 세계를 바라보게 하기 위함도 있었다. 게다가 지상계에도 마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더 이상 뿌리세계만의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일종의 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덜 어수선한 지금을 헤쳐나가기 위해 움직였다."자, 이제 됐다. 넌 저기로 가서 표본을 좀 가져와줘.""알았어, 아르셸 형. 그럼 이번에 잠잠해진 틈을 타서, 마물들에 대한 정보를 작성할 생각이야?"아르셸은 다비다드의 말에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한숨 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스승님이 안 계시니까. 누군가는 기록해야지.""그래. 그럼 이 표본으로 괜찮겠어?"아르셸은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불안함이 사실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다비다드와 검증을 시작했다.....' 아일렌. 지금 지상계는 괜찮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처음에는 대충 끼워 맞춰 지상계로 올라온 아일렌이었지만, 결국은 그 우연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상황이 벌어졌다.지상계에서도 마물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하 뿌리계의 마물의 공세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을 확인하고, 지상계로 올라와 이번에 도착한 세 번째 마을에서 수많은 마물들이 아일렌을 반겼다.그와 동시에 아일렌은 과거의 원수와 재회를 했고, 지상계의 마을을 지키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금 지상계에 있어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정령사는 본인 한 명. 마을 사람들은 힘도 없고, 무기도 없었으며, 건장한 청년들도 상황이 안 좋긴 매한가지였다. 게다가 아일렌이 그토록 고대하던 거대한 복수의 대상도 마주했다. 결코 쉽지 않을 상황이었다.그러나 아일렌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일이야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마물도 잡고, 원수도 잡고. 어렸던 자신의 과오를 마음속 깊숙이 간직하다 만난 원수였다. 그동안에 이를 빠득빠득 갈며 살아온 9년의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죽을지언정 이를 악물고 그들을 모조리 도륙할 생각뿐이었다."Sissora Reidu!"싯소라 레이두바람이 날카롭게 휘몰아쳐 마물들의 목이며, 다리며, 팔을 아주 깔끔하게 절단했다."Wato De Wato!"와토 데 와토사방 어느 곳이든 보이는 자연물이나 인공물에게서 걸레 쥐어짜듯, 수분이 없을 것 같은 장소에서까지 수분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바람길에 실어 마물들의 구석구석 스며들어가며 마물들을 적셨다. 그들은 촉촉이 젖었고 수분은 그들의 움직임을 관절 마디를 집중적으로 둔하게 만들었다."Demploy Croga!"뎀플로이 크로가아일렌이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서 정전기가 파지직 소리와 노란 섬광을 내면서 모여들더니 마물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물에 젖은 수많은 마물들을 정전기로 한꺼번에 묶어 감전시켰다.파지지직!!마물들은 괴성을 지르며 온몸이 타들어 갔다. 그와 동시에 살점이 녹아내리며 풍기는 악취가 사방으로 퍼졌다. 악취는 마치 가스와 비슷한 냄새를 풍겼고 실제로 그것과 같은 작용을 했다.딱딱!아일렌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소리를 냈고 작정이라도 한 듯 손을 앞으로 곧게 펴고 외쳤다."파르디(Faldy)!"그러자 아일렌의 주변으로 자그마한 불꽃들이 모여들어 정령의 모습을 갖추고 그의 손 위에 올랐다. 아일렌은 늦을세라 풍겨오는 악취를 피하기 위해 잠시 숨을 참고, 파르디가 이어서 기세 좋게 외쳤다.# Morio Fior De Fior #모리오 피오르 데 피오르사방에 퍼져있는, 가스 같은 악취의 흔적을 향해 미세하게 작은 불꽃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물이 퍼뜨린 악취의 일대를 따라 불꽃이 퍼져나가 그들을 모조리 불태우기 시작했다.콰콰콰쾅!!악취의 자취를 따라 연쇄 폭발이 일어나 불꽃놀이가 연상되듯, 사방이 아비규환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일렌은 참아왔던 숨을 헐떡이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 마물들은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젖어있는 땅바닥이 지진이 일어난 것 마냥 흔들리다가 일반적이지 않은 마물들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아일렌은 늘어나는 마물들의 수를 보면서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를 갈았다."쳇. 귀찮게... 그래도 아직 저 정도 숫자라면 뿌리계에서 겪었던 놈들과는 숫자는 훨씬 나은 편이야. 저 거대한 놈만을 제외하고... 윽!"슈우웅!그때 갑자기 바깥에서부터 묵직한,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바위가 날아와 아일렌을 덮쳤다. 옆에 있던 세이라가 아일렌에게 신중하게 말했다.# 서두르거라. 세이라가 너의 다리를 가볍게 만들어 주겠단다. #"고, 고마워요!"세이라가 아일렌의 다리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자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바위를 아주 손쉽게 피해냈다.쾅!!!바위가 떨어진 장소는 그대로 움푹 파여 사방에 진흙을 퍼뜨렸고, 근처에 있던 마물들을 뒤덮었다. 아일렌도 근처에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유시르(Yusir)가 만들어낸 보호벽 덕분에 진흙을 그대로 상쇄시킬 수 있었다. 아일렌은 그것에 고마움을 표하듯 유시르에게 손짓하자 유시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와중에도 아일렌의 눈은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갔다. 마물들은 온몸에 진흙을 잔뜩 묻히고도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저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떠올렸다. 그때 한 가지 수가 떠올랐고, 바로 녹음(綠陰)의 정령, 그리우스를 불렀다."그리우스(Greeus)!"# 흠...! #정령들 중에 녹색 빛으로 빛나는 정령이 아일렌의 의도를 파악한 듯, 손을 뻗었다. 그때 마물들에게 묻은 진흙에 섞였던 씨앗이 빠르게 발아하여 그들을 굴비 엮듯 묶었다. 엮은 마물의 숫자만 해도 족히 열은 되보였다. 아일렌은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해내야 했기에 숨을 가삐 쉬며 늦지 않게 정령의 고어(古語)를 영창했다."Lifower Drapus!"리포웨르 드라푸스아일렌의 외침과 동시에 그리우스는 뻗었던 양손을 가슴으로 가져와 모았고, 꿰어버린 마물들에게서 생명의 힘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천히 마물들의 모습이 도미노 치듯, 가장 앞에서부터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아일렌은 재빨리 다음 공격을 위해 나머지 정령들을 불렀다."파르디! 세이라!"불꽃과 바람을 흩날리며 둘이 앞으로 나섰다.# 아주 보기 좋게 엮어놨구나! ## 이번엔 연계하자꾸나, 파르디. #그리고 아일렌이 영창했다."Fior Reidu!"피오르 레이두그러자 두 정령은 명령을 받들듯 동시에 손을 뻗었다. 세이라가 뿜어내는 날카로운 바람에 파르디의 자글자글한 불꽃이 뒤섞여 거대한 불바람을 만들어내 생명의 힘을 뽑힌 채 주저앉아있는 마물들을 덮쳤다. 마물들은 비명조차 지를 힘도 없이 자신의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통이 사라지는 그 순간, 새까맣게 재가 되어 시야가 먼지처럼 흩어졌다.아일렌은 결국 마지막 한 개체를 남겨놓고, 바스러져 사라지는 마물을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털썩."하악... 하악... 윽...!"# 요정의 아이야, 잠시 숨을 돌리거라. 이제 네가 마주할 저 한 마물만 남아있지 않겠느냐? 그동안의 성과를 보일 차례구나. #"아, 알고 있어... 요... 후우..."아일렌의 체력이 숨을 겨우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손실되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져 내렸고, 폐에 담긴 산소는 걸림이 있어 헐떡이고 있었다. 자신의 힘 빠지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바닥의 고인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아주 가관이었다. 압박으로 인해 얼굴은 부어올랐고, 입가에서는 흰 연기가 리듬을 타고 뿜어져 나왔다. 고통을 동반한, 한계.아일렌은 지난 엘르웬의 상황을 떠올렸다. 지금의 아일렌은 당시 그녀와 비슷한 방법으로 마물들과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9년이 지났을 세계선이었다. 시간은 나름 길었고, 발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일렌은 엘르웬의 일급 정령사의 힘에 집착해버려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음에도 일급 정령사들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엘르웬이 사용했던 일급 정령 제한의 해제.아일렌이 개량한 방법.'소거법(燒炬法)'아일렌의 소거법은, 말 그대로 체력을 불사르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이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일렌이 복수를 다짐하여 만든 소거법은 의외로 아주 천천히 자신의 체력을 불태우는 방법이라 급조하여 만들어진 구식의 제한 해제법보다도 더욱 체계적이며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아일렌은 지금 엘르웬에 대한 집착으로 만든 소거법을 이용해 현재 한계에 이르렀다. 결국 체력을 불태운다는 말로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의 아일렌은 그런 위험부담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거법을 한계까지 사용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여겼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밀어붙여 거친 바람을 타고 불타오를 뿐이었다."하아... 하아... 역시, 이건 위험한 도박...이야. 아무리 선생님의 일급 정령 해제법(解制法)을 개량했다 하더라도 결국 목숨을 담보로 한 방법. 그렇지만... 으... 역시 너무 오래 썼어......"아일렌은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그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리우스의 손아귀에는 마물들에게서 뽑아낸 생명의 원천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물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못할 정도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아일렌은 생각했다.저 밝게 빛나는 생명의 힘이 과연 저 거대한 마물에게 통할 것인가?엘르웬이 죽었던 날부터 9년 간, 자신을 다그쳤던 운명을 원망하며 보냈던 시간을 증명할 것인가?엘르웬이 마지막까지 발버둥 쳤던 일급의 힘을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그것은 아일렌의 오랜 숙원이자, 바람이었다.(4) 끝.
* 정령의 고어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단어를 봤을 때 연상이 되게끔 만들기는 합니다만, 아마 어려울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정령에 대해서 정리를 한번 더 하려고 합니다. 추후에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 저는 활협전 게시판에서 2차창작, 팬픽을 쓰고있습니다.
활협전 게시판 <- 링크
팬픽만 모음 <- 링크
관심있으시면 한번쯤 와서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이피를 운영하면서 자작시와 개인 소설 관련 이야기나 본작도 같이 올려놓고 있습니다.
마이피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이피 <- 링크
* 다음 소설은 활협전 팬픽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