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내렸다. 수많은 물방울 들이. 칠흑의 구름 아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들은 자비 없이 하늘을 젖히고 있었다. 이런 무자비함 속에서 우리 세 명은 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절벅-절벅-진흙탕을 밟아 가면서. 신고 있던 부츠에 물이 들어가 발을 따뜻하게 해주던 양말이 젖혀졌다.
등과 머리를 덮은 망토와 후드 위에 모래 알갱이들이 한꺼번에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 작은 알갱이들은 후드를 타고 눈을 젖혀 시야를 잠시 가리게 해주었다.
콰앙!
거대한 섬광이 하늘 아래로 내려왔다. 귀를 찢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내려온 이 빛줄기는 젖혀진 땅위에 외로이 있던 나무 한 그루 위로 망치가 대못 박는 거처럼 내려쳤다. 나와 붉은색 망토를 입은 실루엣은 반으로 갈라지면서 불타는 나무를 바라보다 앞서 있던 푸른색의 실루엣이 빨리 오라고 외쳤다.
이러다 물귀신 되겠어! 라고 외치면서.
얼마나 달렸을까. 이젠 시간 마저 잊고 있었다. 몇 걸음 걸었는지, 지금은 밤인지 낮인지조차. 한가롭게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빨리 빗물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나무 아래든, 동굴이든 상관 없이.
비에 덜 맞기 위해 나무 사이로 뛰어가던 중, 붉은색 실루엣이 검지로 오른 쪽 방향을 가리켰다. 동굴이다! 라고 외치면서. 가리킨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본능적으로. 한시라도 일찍 도착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보물 상자를 숨겨 놓은 거처럼 숲 깊숙한 곳에 바위 절벽이 있었다. 그 아래에는 곰 한 마리라도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동굴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먼저 반겨준 것은 어둠이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이 칠흑의 공간에서 뭔가가 있을까 라는 생각에 손을 더듬어 보았지만, 잡힌 것은 얼음 같이 차가운 바위의 촉감 뿐.
따악!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이터의 불을 킨거 마냥 주변이 환해지더니 나처럼 후드가 달린 망토를 입은 두 사람이 눈에 보였었다. 한명은 허공에 떠다니는 테니스 공 크기만한 불과 같은 붉은 색의 또 한명은 진한 회색의 먹구름에 가려진 하늘과 같은 푸른 색의 천으로 전신과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인제야 살 거 같네."
붉은 후드를 뒤로 넘기니 핑크색의 스트레이트 머리카락이 샤락-하면서, 등 까지 내려왔다. 한 손으로 빗물이 들어간 앰버색 눈동자를 비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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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올린 프롤로그를 리메이크 해서 올립니다. 나머지 내용은 위에 링크에서 볼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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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글에 올려진 삽화는 Bing으로 그린 그림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