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지도를 보고 브록실그 도시까지 가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지 직접 체험해보니 완전 말도 안 나왔다.
길은 다섯 갈래나 나오는데 지도에는 표시된 것이 하나도 없다.
아무리 국가 기밀이라고 해도 너무 불친절한 지도 때문에 화딱지가 다 날 판이다.머뭇거리는 날 바라본 벨벳은 푯말에 적힌 다섯 개에 지명을 친절하게 읽어주었다.
하지만 지명을 알아도 브록실그로 연결된 길이 어느 것인지 알 방도가 없으면 움직이기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무 길이나 들어갔다가 마을 촌장이 너님 완전 좆된 듯이라고 말하면 다시 이 지점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잠시 어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라에 저 멀리 행상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당나귀를 타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홍피그를 발견했는지 그대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고 난 벨벳에게 저 사람이 달아나지 못하게 제지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으샤~! 맡겨달라고!”
내 지시를 받은 벨벳은 한걸음에 행상인의 앞을 가로 막았다.당황한 그는 이글거리는 불꽃을 손가락으로 굴리는 무시무시한 마법사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난 홍피그와 함께 그에게 달려갔으나 행상인은 당나귀에서 내려와 내 앞에 씨앗 주머니를 꺼내보이며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구걸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이 청년은 씨앗 상인인 것 같았다.
“씨앗은 됐습니다.. 단지 길 좀 물어보려구요...”
“길이요?네네 알려 드리겠습니다!그러니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전 용병이고 이들은 내 동료들입니다.. 절대로 당신을 헤치지 않을테니 겁먹지 마세요..”
내 말에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 시킨 씨앗 상인은 분홍 밀리너리 햇과 세련된 원피스를 걸친 벨벳과 온순해 보이는 붉은 오크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안도에 한숨을 쉬며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죠?”
“브록실그로 가려고 하는데.. 어느 마을로 가야 할지 몰라서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브록실그라면 아마 덴버로 마을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를 겁니다.. ”
역시!휴이는 길을 잃으면 행상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말했다.그들은 목숨을 담보로 각지를 돌아다니는 자들이라 엘베록 뿐만 아니라 여타 왕국의 지리도 훤히 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행상인들을 길잡이로 포섭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을 걸고 군에 협조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억울하게 징병된 행상인은 길잡이뿐만 아니라 온갖 잡일도 도맡는 불이익이 따르니 살아남았던 자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진 소문을 들은 이들은 등골까지 뽑으려는 악명 높은 군의 대우에 하나 같이 치를 떨었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에텔 도시로 가는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교역의 도시니깐요”
엘리샤가 여관을 개업한지 아직 한 달도 안됐으니 이렇다 할 평판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난 이 친구한테 그곳을 소개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에텔 도시에 가면 에거시 여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분위기와 서비스가 일품입니다.. 거기다 주인이 꽤 미인이거든요.. 가시면 단골이 되실거에요”
행상인은 정보 교환의 원칙을 떠올리곤 기쁘게 내 정보를 받아드렸다.
나와 악수를 마친 청년에 이름은 켄 블리스로 25살 정도에 키 170정도 되는 호리호리한 체형을 가진 선한 인상에 남성이었다.
“전 켄 블리스라고 합니다.. ”
이런.. 엘리샤의 여관을 추천한 상태에서 전 화랑 에거시 입니다!라고 소개하기 껄끄러웠다.
난 그에게 화안 레거시라고 소개했고 그와 악수를 나눴다.
“그럼 바라바스의 가호가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여신 에레오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행상인 켄의 도움으로 난 덴버로 마을로 방향을 잡고 나아갔다.
그렇게 30여분을 걷자 아름다운 호수가가 나타났고 벨벳은 내 팔을 꼭 잡고서 함께 목욕 하자고 제안했다.날씨가 후덕지근해서 땀이 다소 났기 때문에 씻는 것은 찬성이지만 벨벳과 함께라.. 난 벨벳에게 수영복을 챙겨 오라고 말했고 벨벳은 게임속으로 들어가 어깨가 들어난 하이웨스트 수영복을 입고 나타났다.
나름 비니키와 비슷한 느낌에 상체는 가슴 곡선이 그런대로 나타나 있었다.거기다 아래는 훤히 들어난 균형 잡힌 골반과 시선을 사로잡는 사타구니를 보니 20살에 모습도 내심 기대가 되었다.
나와 홍피그도 장비를 탈의하고선 팬티 한 장만 걸치고 호수가로 들어가 거품 가루를 이용해 씻기 시작했다.난 벨벳의 등을 씻겨 주었고 홍피그는 내 등을 씻겨 주었다.홍피그는 진흙 목욕을 하자고 애교를 부렸지만 그건 너 혼자 있을 때 하라고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벨벳은 기교가 가득한 표정을 짓고서 등 뿐만 아니라 몸 구석 구석 씻겨 달라고 응석을 부리기 시작했다.
침이 절로 넘어 갔다.
아직 애로 보였지만 한층 성숙해진 몸매와 균형잡힌 골반이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등만 씻겨 주면 됐지,뭘 더 바래?”
“핏.. 네버랜드에 있을 땐 구석 구석 씻겨 줬으면서..”
네버랜드?아!모바일 세상 말이지?
그건 손가락 하나로 드레그해서 씻겨 준 거고.. 이건 손으로 구석구석 씻겨야 하는 거고...
목욕이 끝난 다음엔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정확히 벨벳은 나를 향해 물을 뿌렸고 시야가 마비되 주춤 거리면 한걸음에 달려와 와락 안겨 날 넘어트렸다.홍피그도 물장구를 치며 우리와 어울리고 싶어 했지만 벨벳은 꺼져달라는 매우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어 감히 접근하질 못한 채 내 주위를 겉돌고 있었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아무리 말해도 전혀 어울려줄 생각을 안하니 내 입장으로써도 다소 답답할 뿐이다.
어째든 이러고 있으니 정말로 나들이 나온 기분이었다.생선이나 잡아 구워 먹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어느덧 오후 6시가 다 되어 갔다.
저녁 먹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갑자기 드워프 4인방이 떠올랐다.
드워프 4명에 먹방 신공은 내가 보았던 어느 먹방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블랙홀을 자랑했다.
왜 노예 드워프가 인기가 없는지 슬슬 이해가 되었다.
명령은 듣지 않지만 먹는 건 또 잘 먹어 댔다.이브 정도 되는 재력가가 후원하고 있으니 감당이 되는 거지.. 일반적인 귀족들은 술과 고기를 축내는 애물단지나 다름이 없어, 컨트롤을 못하면 되팔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그들은 전쟁 소식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고 앞으로도 비밀로 할 것을 당부 받았다.
애국심이 남다른 자들이라 전쟁 소식을 듣게 되면 바로 이탈해 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슬슬 날이 서늘해지자 호수를 나온 우리 셋은 물기를 닦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벨벳은 번거롭지만 또 다시 게임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으나 확실히 32비트로 보는 것 하고 실물로 보는 것에 차이는 컸다.
게임 화면으로는 다 벗고 있는 벨벳을 봐도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게임 밖에 리얼한 수영복 차림에 벨벳을 보면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들이 많이 발생하니 말이다.
홍피그를 게임상으로 리턴시킨 난,사냥을 나가는 녀석들을 격려하며 벨벳에겐 무리하지 말 것을.. 홍피그에겐 죽지 말 것을 당부해 주었다.
레벨 90에 벨벳은 죽음 탑 129층에 머물고 있었고 홍피그는 레벨 24로 호수가 근처에서 비슷한 레벨에 몬스터와 사투를 벌렸다.게임 밖으로 나오면 전투력은 감소하지만 그래도 벨벳의 능력치는 넘사벽에 가까워 어지간한 몬스터는 그녀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어 보였다.
곧바로 엘시노어 영지로 이동한 난 장 볼 준비를 마친 릴리와 배니 그리고 로제타를 데리고 에텔 도시로 건너가 30인분에 음식과 술을 사들고 또다시 로이드 저택으로 넘어왔다.
휴이 로이드는 병사 50여명과 노예 60여명,거기다 거인 하나를 감당해내려면 마을에 그럴싸한 모험가 주점과 식료품을 납품 받는 교역 루트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인근 영지에 제법 규모가 큰 마을로 넘어가 거래처를 확보해 나가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소문을 통해 각지에 영주들 귀로 흘러들고 있었지만 그들은 몰락한 로이드 가의 영주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
휴이가 외출하고 자리를 비우면 릴리가 대신 음식을 만들었지만 기본적인 하녀 교육을 이수한 상태라 제법 준수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저녁은 나를 포함해 9명이서 주로 먹었지만 가끔 이브도 나타나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이브 입장에선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식사보다 우리와 함께 하는 식사가 더 마음이 편했던 것이다.
식사가 끝나면 카피한 기술들을 연습하며 숙련도를 올려나갔고 검을 휘둘러 양손검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아르슬란의 아스트랄 소드는 강력했지만 유지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마나 소모가 엄청났기 때문에 스마트 폰 배터리 충전까지 채워 가는 입장으로써 많은 부담이 되었다.
한편 왕도 벨리타에 머물고 있는 로즈는 보름이 지나도록 화랑을 찾아 도시를 샅샅이 뒤졌지만 단서하나 잡지 못한 채 큰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 위에서 빛줄기 같은 것을 본 로즈는 그 곳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저건 화랑이 트리플 엑셀 썼을 때 나타났던 것과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다.
시장 거리를 초토화 시켜가며 골목 모퉁이를 돈 로즈는 그곳에서 이브와 처음 만나게 된다.
“하아.. 하아.. 너.. 대체?”
이브는 로즈의 인상착의를 보고는 그녀가 왜 이곳으로 서둘러 왔는지 금새 이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화랑 입에 그토록 오르고 내린 로즈를 처음 만난 이브는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화랑을 버린 당사자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이브는 침착하게 분위기를 살폈다.
로즈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브 앞으로 걸어와 그녀가 가진 스마트 폰을 가리키며 다짜고짜 따져 묻기 시작했다.
“너 그 물건 어디서 났지?”
초면부터 전투적인 로즈의 접근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브는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쥐고 나직하게 말했다.
“초면에 무례하게 너 라뇨?그런 방식으로는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습니다”
로즈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허-!좋아요.. 다시 물어보죠.. 당신이 가진 그 물건.. 어디서 났나요?”
“그걸 왜 제가 알려드려야 하죠?”
로즈는 이브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벽으로 밀치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나이프를 뽑아 벽에 찔러 넣었다.
이브의 오른쪽 귀와 고작 8센티 거리였다.
“말 안하면 그 곱상한 얼굴에 흠집이 날 테니깐!”
로즈에게 구속된 이브는 상당한 악력으로 하여금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미간을 찡그린 이브는 매섭게 자신을 보려보는 로즈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귀족가의 사람이라고 말해도 넌 나에게 무례하게 굴겠지?”
“왕족이라고 해도 겁 안 나거든?내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이나 해주실까 귀족 아가씨!?”
이브는 호전적인 로즈의 분위기를 살피고는 이런 여자한테 화랑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차라리 아리아 공녀가 화랑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이브는 로즈를 속이기로 마음먹게 된다.
“시체 상인에게 산 시체 속에 있었어..”
로즈는 극도로 흥분한 얼굴로 벽에 찔러 넣은 단검을 더 쑤셔받아 벽에 일부분을 함몰 시켜 버렸다.
“거짓말 마!!이 망할 계집 같으니라고!”
씩씩거리며 일그러트린 로즈의 표정은 지금 당장이라도 무언가 저지를 것 같은 위화감을 들어냈다.
하지만 이브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조용히 대꾸했다.
“못 믿겠다면 보여줄까?시체 말이야”
이토록 당당하게 말하는 이브의 반응에 더럭 겁이 난 로즈는 주춤 물러서며 이마를 짚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보여줘..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아.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절대 난동을 피우거나 나를 공격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난 시체를 사서 실험을 한 것 밖에 없으니깐 말이야”
로즈는 고개를 축 늘어트린 채 살며시 끄덕여 보였고 이브는 로즈를 데리고 패트리샤 저택으로 안내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화려한 저택 내부 미관엔 관심조차 두지 않은 로즈는 오르지 이브의 뒤만 따를 뿐이었다.
이브는 지하실 문에 결계를 풀고 로즈와 함께 지하 연구실로 들어와 비밀방에 문을 열어 말라버린 화랑의 시체를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흰 천 덮개를 걷어낸 로즈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며 화랑의 얼굴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시퍼런 피부에 한 없이 눈물이 떨어트린 로즈는 시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누가 죽였지!!그 시체 상인 어디서 만날 수 있지?”
거의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 로즈는 입술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브는 그녀가 속았다는 점에 안도하며 태연하게 이야기를 꾸며대기 시작했다.
“시체 상태를 조사한 결과는 이래.. 공격을 받은 흔적은 없었어..시체 상태를 보면 알다시피 영양실조로 죽은 거야.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외지인의 시신은 시체 상인을 통해 매매 되는 건 알고 있지?난 그 상인에게서 이 시체를 구입했어.그리고 손가락을 자르고 배를 갈라 방부 처리를 했어..장기를 보존해 두려고 말이야..”
싸늘해진 시체를 어루만지던 로즈는 자신이 준 상처 때문에 크나큰 상실감에 빠져 식욕을 잃고 굶어 죽는 길을 선택한 화랑 앞에서 반성과 참회 그리고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
“넌 정말로 바보구나.. 나 같은 년 때문에 목숨을 포기하다니.. 벨터가 모든 오해를 풀어주자 마자 널 찾기 위해 몇날 며칠을 돌아다녔어.. 죄악감은 들었지만 그래도 밥은 꼬박 꼬박 챙겨 먹었어.. 그래야 힘을 내서 널 찾아다닐 수 있으니깐.. 내가 어리석었어.. 네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으니깐.. 속 좁은 년 때문에 괴로웠지?하지만 알아줘 나 정말로 널 사랑해.. 만약 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난 헤데스에게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널 살리고 말겠어.. 그러나 이런 말을 한들 아무 의미 따위 없겠지.. ”
로즈는 시체 앞에 그대로 주저 않아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이브는 저 모든 것을 녹화하며 조용히 로즈를 바라봤다.
“뭐하는 거야?”
“나 여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내 반쪽이 여기 있어.. 그럼 나도 여기서 잠들 테야”
“굶어 죽겠다는 소리야?”
“그럴 생각이야.. 미안한데 문 좀 닫아 줄래?나 좀 유별나게 튼튼해서 보름은 되야 죽을 거 같아.. 그리고 ..”
로즈는 허리에 차고 있던 다이아몬드 3개와 백금화 50개가 든 주머니를 문 밖으로 던져 놓으며 이브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우리 시체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햇볕이 잘 드는 한적한 장소에 묻어주지 않을래?몇 푼 안되지만 그래도 그 돈이면 시체 따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거야..”
“정말로 따라 죽을 셈이야?”
로즈는 아무 대꾸 없이 축 늘어진 화랑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서 조용히 잠을 청했다.
이브는 로즈 마음이 언제든 바뀔 수 있을 거란 확신아래 문을 열어 두고서 작업대에 도면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화랑으로부터 문자가 오면 로즈를 힐끔 바라보고서 아무 일 없는 냥 답장을 보냈다.
굶어 죽는 것은 가장 긴 고통을 추구하는 괴로운 죽음이다.아마도 4일이 지나면 포기하고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 이브는 그녀로부터 관심을 접어두고 작업에 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