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획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크톡과 화이트 톡이 갖고 있는 의미.. 그리고 레벨 10이 아직 까지 나오지 못한 까닥..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이브는 나와 적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분신들을 쉐도우로 칭하기로 했고 우호관계를 가진 이들이 나타난다면 도플갱어1로 부르자고 말했다.
난 그것을 받아드렸다.
세력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는 이브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쉐도우1에게서 빼앗은 스마트 폰을 살펴본 결과 신기하게도 그에게도 [그녀를 믿지 마]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단지 쉐도우1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아 일기에 나오지 않았던 것 뿐이다.다시 말해 이 문자는 나에게만 온 것이 아니란 소리다.대체 뭐였을까?
그 이외 스마트 폰에 저장된 동영상도 기사들에게서 카피한 기술 동영상 이외 별다른 것은 없었다.
쉐도우1이 찍었다는 미야와 레아 그리고 여러 소녀들의 학대 동영상 파일은 이브가 지워버렸는지 어디에도 그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난 이브에게 쉐도우1이 쓰던 스마트 폰을 건네줬고 서둘러 로즈를 찾기 위해 패패 시장으로 포탈을 열고 용병 주점으로 건너갔다.
북적이는 인파에 차이가 에텔과 비교가 될 만큼 어마어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돌아봤지만 로즈는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용병주점에 있겠지 싶은 마음에 그곳으로도 가봤지만 케로베로스 용병단은 보이지 않았다.난 마스터 랄프에게 로즈에 대해 물었지만 그녀를 못 본지 6일이 넘었다며 아마 왕도를 떠나지 않았을까 란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난 배틀 엑스 용병단의 한스 브라이튼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는데 그들은 어제 날짜로 호위 임무를 받고 북쪽 도시 브록실그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스와 로즈가 만났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벨터는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니 만큼 진실을 알아도 그것을 로즈에게 제대로 전달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깐.
그때 나를 알아본 엘로우 우드 용단이 자리를 박차고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마스터 랄프는 싸움은 밖에서 하라며 중림적인 입장을 보였고 나와 엘로우 우드 용병단은 밖으로 나와,지난번 그 골목에서 대치하게 됐다.
“지난번엔 요상한 짓거리로 달아났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 될걸?”
여유로운 낯짝을 하고 있던 용병들은 나를 깔보듯 연신 몸을 풀어대고 있었다.
“지난번엔 여러므로 신세를 졌어.. 이번엔 좀 다를거야”
지난번처럼 달아나보라며 잔득 여유를 부리는 놈들을 앞에서 두고 난 양손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그들도 각가지 무기들을 꺼내고는 점차 거리를 좁혔고 난 마나를 운용해 검신에 손가락 두 개를 대고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렸다.
그러자 검신엔 붉은 오러가 씌워졌고 광선검 마냥 아름다운 빛이 발산되기 했다.
그것을 본 엘로우 우드 용병단원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주춤 물러섰다.
“저것은 아르슬란 그리프의..?”
“뭐라고?저게 그 아스트랄 소드라고?”
지난번엔 왜 이 생각을 못했던 걸까?
나에겐 저 놈들을 모두 죽일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었다.하지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덕분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그래도 그 덕분에 아리아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니 딱히 문제는 없다만,지난번과 똑같이 당할 것이라 생각하면 완전한 오산이다.
“자.. 첫 번째로 썰릴 놈 앞으로 나와!”
파란 머리카락에 두건을 쓴 20대 후반 남자가 곧바로 내게 일격을 날렸고 난 그의 검을 가볍게 받아쳐 검신을 두 동강 내 버렸다.
생각해 보면 이 좁은 골목길에서 양손검 만큼 직선으로 리치 거리가 긴 무기도 없다.지난 번엔 내 멘탈이 확실히 가출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검신이 파괴된 것을 지켜본 용병들은 넋나간 표정들을 지어 보였고 날 공격했던 녀석은 뒷걸음치며 동료들 무리로 달아났다.
“거기 너?지난 번에 날 죽이려 했었지? 기회를 주지.. 자 덤벼!”
날 가리켜 날다람쥐라며 비아냥거린 덩치 큰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며 표정을 구기고는 그대로 돌아섰고 용병들도 등을 보이며 골목을 벗어났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그랬다.이런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경황이 없어 사용을 하지 않다니.. 그때 조금만 더 침착하고 냉정했더라도 그런 비참한 결과는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검을 칼집에 넣고 한선 한 골목을 빠져나와 정차 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이러다 로즈와 만날지도 모르니 말이다.벨벳을 꺼내서 도시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그러다 또 로즈 눈에 띄어서 오해가 가중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난 패패 시장 이모저모를 돌아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과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다양한 곡물과 곡물가루를 취급하는 시장,소와 돼지 그리고 닭과 사슴 고기외 다양한 육류를 취급하는 시장,항아리와 도자기 및 나무 그릇 등을 파는 시장,귀족들이 애용하는 의상과 보석을 취급하는 거리,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의류 시장.무기와 방어구를 취급하는 시장.그러다 문득 노예 시장에 멈춰선 난 잠시 그 안을 멍하니 바라봤다.
쉐도우1은 노예 시장에서 아리따운 4명에 소녀를 사서 고문과 학대를 자행했다.
그중 두 명은 죽었고 두 명은 쇼크 상태에 빠졌다.마지막 한명은 잔득 겁먹은 얼굴로 나에게 복종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 일을 떠올리니 안 그래도 우울한 기분에 짜증까지 더해졌다. 난 노예 시장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수산 시장으로 방향을 돌릴 때 였다.
귀족처럼 잘 차려 입은 남자가 개 목줄로 목을 속박한 여성을 끌고 노예 시장으로 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온 몸엔 피멍이 들었으며 눈동자 또한 죽은 미야와 비슷했다.옷은 넝마조각과도 같았고 맨발로 힘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발이 멈춰 섰고 그녀로부터 시선을 때지 못했다.
남자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갑자기 멈춰 섰다.
“이 년과 아는 사이야?”
난 고개를 저어보였고 남자는 별 감흥 없다는 얼굴로 목줄을 당기며 노예 시장으로 걸어갔다.
노예 소녀는 생기 잃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불어 튼 입술을 살며시 움직여 보였다.
‘도와주세요..’
내 귀는 놀의 것으로 근거리에서 속삭이는 소리 정도는 충분히 잡아 낼 수 있었다.
순간 망가져 버린 미야의 모습과 겹쳐 보인 탓일까?난 주저 없이 그 남자 앞으로 달려갔다.
“나한테 용건 있어?”
“그 노예?팔러 가는 건가?”
“보면 몰라?왜?가지고 싶나?”
“나한테 팔아줘.. ”
초췌한 몰골에 소녀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날 응시하고 있었고 곱쓸머리 남자는 내 앞에서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였다.
“그렇게 이년 구멍에 박고 싶단 말이지?내 특별히 은화 50개에 모셔주지.. 보통 여성 노예는 금화 1개 이상이지만.. 이 년은 하도 많은 남자랑 관계를 가져서 구멍이 너덜너덜.. 아~!혹시 당신 말이야 이 년하고 잔 적 있지 않아?내 말 맞지?”
난 그 놈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잔득 목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주둥이 그만 털고 팔거야?말거야?”
“파..팔아!판다고!!”
노예에 건강과 정신 상태는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식사도 재대로 먹지 못해 영양상태도 무척이나 나빠 보였다.
난 놈에게 금화 1개를 건네줬고 그는 거스름 돈이 없다며 30은화만 받아 가면 안되냐는 개소릴 지껄였다.난 잔득 굳은 얼굴로 등에 차고 있는 양손검을 잡았다.그러자 그는 히익 비명을 내지르며 50은화를 건네줬다.
소녀의 목을 구속하고 있는 개목 줄을 건네준 남자는 홀가분한 얼굴로 노예 시장을 향해 걸어갔다.
난 그녀 목을 졸라매고 있던 목줄을 풀어주었다.그리고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이름은?”
그녀는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했고 내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이전 주인께서 절 고기덩어리라고 부르셨습니다..”
고기 덩어리?빌어먹을 새끼가..
도저히 그 이름으로 부르고 싶진 않았다.
“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은?”
소녀의 눈동자는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뭔가 실수를 한 것일까?난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고 내 시선을 신경 쓴 노예는 이내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선 절 돌맹이라고 불렀습니다”
돌?돌맹이?자기 딸한테 왜 그런 이름을 지어준거지?
무슨 작명 센스가 그래?계모 인가?여자아이 이름을 그따위로 짓다니?
하긴 한국도 1960년대 이전엔 말자,순자,복자,춘자등 대충 대충 짓긴 했지만 돌멩이는 선 씨게 넘었다.
“돌맹..아니 네 이름을 내가 다시 지어도 되겠니?너만 좋다면 이름을 다시 지어줄게”
소녀는 별 기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녀의 손을 잡고 패패 시장 서쪽 사거리에 위치한 의류 전문점을 찾았다.
더러운 노예가 가게에 들어온 것을 신경 쓴 옷가게 주인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섰다.
“이 아이에게 맞는 옷을 구매하고 싶어.. 외출복과 실내복 두벌로 말이지.. ”
옷가게 주인은 종업원 하나를 불러 노예 소녀의 치수를 재고는 곧바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몸이 더러워 입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유능한 여종업원은 노예 소녀에게 딱 맞는 옷만을 골라 비교해 주기 시작했다.
난 고개를 끄떡이며 가격을 물어 봤고 주인은 4금화를 요구했다.
그만한 돈이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던 주인은 내 주머니에 상당량에 백금화가 있는 것을 보고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공손히 돈을 받았다.
“로이스의 의류 전문점을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부디 또 모실 수 있는 영광을 주셨으면 합니다”
난 옷을 가방에 넣고는 노예 소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배고프지?”
노예 소녀는 안절부절 하며 머뭇거렸고 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식당가를 찾았다.
사람들은 노예를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온 나를 괴이하게 바라봤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한적한 구석 자리를 골라 테이블에 앉았지만 그녀는 차디찬 바닥에 주저 않아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어서 앉도록 해...”
소녀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전 노예입니다.. 노예는 주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그런거야?그럼 난 그녀를 창피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것 밖에 되지 않는단 소리가 된다.
난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자리에 앉으라고 다소 목소리 높여 말했고 그녀는 몸을 움찔 거리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생각이 짧았다.차라리 여관에 방을 잡고 음식을 사올걸 그랬다.지금 그녀 입장에선 무척이나 창피할 것이 분명했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는 안되겠다 싶어 난 그녀를 데리고 식당을 나왔다,
그때 문득 휴이가 떠올랐다.그는 펠리아 여관에 묵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난 노예소녀를 데리고 상인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펠리아 여관으로 찾아갔다.허름한 4층짜리 여관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너저분한 분위기에 실내가 내 눈에 들어왔다.엘리샤의 집보다도 분위기는 별루였다.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친 갈색머리카락에 인상 험악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카운터에 서 있었다.
그는 내 옆에 노예 소녀를 보고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비웃었다
“방 하나 드릴까요?”
“글세요.. 휴이 로이드 영주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가 휴이를 언급하자 그는 카운터 밖으로 걸어 나왔고 2층 계단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이 휴이!내려와!!”
잠시 있다가 헝겊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앞치마를 걸친 휴이가 허겁지겁 내려왔다.
그 모습은 마치 여관에서 일을 하는 종업원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화랑 드디어 와 줬구나.. 기다렸다구”
날 보자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아,저 악덕 친척 놈이 휴이를 마구 부려 먹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래도 영지 하나를 다스리는 영주이며 남작이란 작위를 가진 귀족이 이런 잡일을 하고 있다니.. 시골 이장도 저러진 않겠다..
“짐 싸서 나와.. 출발하자고”
“아아.. 그런데 뒤에 여성분은?”
“내 일행이야.. 지금 출발 할 거니깐.. 서둘러”
휴이의 친척 놈은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날 부라려 보고 있었고 나도 미간에 잔뜩 힘 주며 꼬라보고 있었다.
저게 뒤질려고 눈깔에 힘 주네?
기 싸움에서 밀린 여관 주인은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휴이의 짐은 무척이나 단촐했다.여행 가방 하나를 가지고 가볍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동안 신세졌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려워지면 찾아오도록 해 .. 재워주고 먹여줄테니..”
거드름 피우는 사촌형을 향해 휴이는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뭐 대단한 여관이라고 목에 힘은 잔득 주는지 원?
그보다 휴이는 얼마나 가난한 영주님이길래.. 이토록 몸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휴이는 여행 가방을 매고 나를 따라 조용한 골목으로 따라왔다.진지한 내 표정을 본 휴이는 영문 모를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혹시 요 4일 동안 로즈가 날 찾아오거나 메시지 같은 것을 주지 않았어?”
“어?전혀.. 너랑 헤어지고 바로 여기로 왔는데?로즈는 찾아오지 않았어...”
하아.. 벨터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나한테 실망했다는 소리겠지.. 한스씨가 로즈한테 내가 이곳에 있다는 말을 했을 텐데.. 꼴도 보기 싫은 모양인지 오지 않았구나.. 되려 난 그녀가 헛걸음 하지 않을까를 더 걱정했지만 그건 불필요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벨터 말조차 믿지 않다니.. 혹시 그녀석이 로즈한테 말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그다지 날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이런 추론 따위 해봐야 기분만 더 우울해질 판이다.난 로즈에게 보기 좋게 차인 것을 직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라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난 휴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휴이?날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도와달라구?”
난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클릭해,에텔 도시에 위치한 엘리샤의 집으로 포탈을 열었다.
노예소녀는 주춤 거리며 겁을 먹었지만 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포탈을 통과해 집 내부로 들어왔고 휴이도 날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