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애덤스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남자
아니
일본에서는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저 소년이 누구인지 몰랐다.
본부에서는 알려 주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말라고 했다.
그저
이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고,
외웠고,
지금 이 장소로 오게 된 것이다.
웨인 애덤스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머리로 날아오는 드라이버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미 웨인 애덤스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그가 시마다를,
현직 중의원에게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웨인 애덤스는
당연히
CIA 요원으로서 격투 훈련을 받았고,
그래서
정체불명의 이 남자가
아니
이 소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통이 극대화되는 부위만을 골라 때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손짓 하나하나,
발길 하나하나가
효율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깔끔하고 효율적인 타격이었다.
그보다 놀라운 사실은,
시마다가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웨인 애덤스는 알고 있었다.
저렇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면서
상대방의 정신을
계속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기에,
웨인 애덤스는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시마다를
개 패듯 패던 남자가 동작을 멈추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가 턱짓을 했다.
웨인 애덤스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
몸 안에서 울려 대는 심장박동 속도로는
말을 더듬을 것만 같았다.
“시마다 선생.”
아주 조금 마음을 진정시킨
웨인 애덤스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듯,
익숙한 장면이라는 듯한 말투로
시마다에게 말했다.
그러나
바닥에 쓰러진 시마다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복날에 매타작을 당한 개마냥
숨을 헐떡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쩌지?
정신을 잃은 것인가?
아직 대사가 남았는데.
웨인 애덤스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 순간.
그 순간
남자의 발 앞굽이
시마다의 무릎을 강하게 찍는 것을 보았다.
무릎 인대가 있는 부위였다.
웨인 애덤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시마다를 보면서,
그가
다시는
정상적으로 걷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안쓰럽다는 마음 같은 것은 없었다.
“시마다, 시마다 선생.”
웨인 애덤스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다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네…….”
시마다의 입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내 말 들리시지?”
웨인 애덤스가 말했다.
시마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답을 대신했다.
“고개만 끄덕이는데?”
웨인 애덤스는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말했다.
물론
시마다가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였다.
“드, 들립니다! 들립니다!”
시마다가 빠르게 외쳤다.
다행이군.
웨인 애덤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마지막 대사를 할 시간이었다.
시마다가
이 대사를 들어야 했다.
그 때문에
일본어가 유창한
그가 차출되어 온 것이었으니까.
“시마다 선생,”
“네…….”
시마다가 힘겹게 말했다.
“다시는......
회장님을 거스르지 마세요,
두 번 다시는.
아시겠지요?”
웨인 애덤스가 마지막 대사를 꺼냈다.
“알! 알겠습니다!
다, 다, 다, 다, 다시는 코시자와 회장님을!”
시마다가 소리 질렀다.
회장님은
코시자와를 이야기하는 것이었군,
시나리오에 쓰여 있던
‘회장’의 정체를
시마다를 통해서 알게 된
웨인 애덤스는
한 발자국 물러서며 생각했다.
어찌되었건
웨인 애덤스는 연기를 모두 끝냈다.
그가 등장하는 신은
이제 끝이 났다.
웨인 애덤스는
자신의 지시를 받아
시마다에게 고통을 주는 부하 역할을 맡은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가 알아들었습니다.
그런 의미를 담은 끄덕임이었다.
그리고
웨인 애덤스의 모든 연기가 끝이 났다.
이제 카메라는
그 남자
아니
사쿠라바 잇토키 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웨인 애덤스는
그가
떻게 이 신을 끝낼 것인지 궁금했다.
부하 연기를 하는 남자는
웨인 애덤스의 끄덕임을 보고는
시선을
다시 시마다에게로 돌렸다.
그리고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 시마다를
발로 툭 하고 차서
몸을 돌렸다.
눕는 자세를 만들려는 것 같았다.
시마다는
다시 몸을 웅크리려 했지만
그는 발로 그 동작을 방해했다.
마치
축구공을 툭툭 건드리는 모습이었다.
뭘 하려고 그러지?
웨인 애덤스는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몇 번의 발길질 끝에
자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남자의 발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을 때,
웨인 애덤스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찡그렸다.
설마.
그리고 그의 우려대로,
남자의 발이
누워 있는
시마다의 사타구니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꽈직.
웨인 애덤스는 처음 들어 보는,
고환이 깨지는 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현직 중의원 시마다에게
영구적인 장애를 안겨 준
사쿠라바 잇토키가
다시 미국대사관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골프 섹션 내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골프 섹션에
임시 상황실을 구축한 CIA가
임시 구금실로 마련해 놓은 곳이었다.
잇토키가 다가서자
임시 구금실 앞을 지키고 있던 요원 둘은
마치
상관을 대하는 자세로
비켜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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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천벌이지요. | 23.09.03 2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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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 23.09.04 07: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