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토키는
자신에게 말을 건 여자를 바라보았다.
약간 깊게 파인 감이 있는 비키니,
잘록한 몸매,
그리고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잇토키가
책 표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자는
책 표지를 보고는
가볍게 인상을 쓰면서
잇토키 옆 선베드에
그녀의 육감적인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어제도
무슨 책을 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더 재미없는 책을 보는 것 같네요.”
여자가
어제부터
그를 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어제 우리가 인사를 했나요?”
잇토키가 물었다.
물론 잇토키는
어제 그녀와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그녀가
풀 사이드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가끔 그에게
곁눈질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요.
하지만
어제 당신이 여기에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반가워요, 스테파니에요.”
“사쿠라바 잇토키입니다.”
잇토키는 손을 뻗어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아 가볍게 흔들었다.
“지루하지 않나요, 잇토키?”
스테파니라는 여자가
허락도 없이
잇토키를 이름으로 불렀다.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미스…….”
“크로프트에요. 하지만 스테파니라고 불러줘요.”
“알겠습니다, 미스 크로프트.”
잇토키의 말에
그녀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는
선 베드에 몸을 눕혔다.
두 개의 커다란 가슴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출렁거렸다.
“꼭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미시즈로 불러 줘요.”
“알겠습니다.
미시즈 크로프트.”
잇토키가 책을 덮으며 말했다.
“당신은 여기 왜 왔나요?
휴가?
아니면 일?”
“꼭 따지면 휴가입니다.
여자 친구가 출장 오는 길에 따라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반가움이 확 번졌다.
“저도요!
저도 남편 출장에 따라왔는데,
이렇게 지루할 줄 알았으면
오지 말 것을 그랬어요.”
잇토키는
그녀가 동질감을 느꼈고
그 동질감이 반가움으로 표출되었음을 알았다.
그녀의 감정에서
어떠한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은 그저 일밖에 모르고,
신용카드나 쥐여 주면
자신이 할 일은 다 하는 줄 알고 있다니까요.
여자는
그런 단순한 생물이 아닌데 말이죠.”
잇토키는
자신에게 접근한 여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다.
그러나
그녀가 건넨 말 몇 마디에서,
그저 지루해
대화 상대를 찾는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에
잇토키의 정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수영장 맞은편에 누워서
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동양인 여자가
오히려 더 수상쩍다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잇토키를 힐긋힐긋 바라보던
건너편 여자는
백인 여자가 접근하자
휴대전화를 들고
어떤 행동을 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잇토키는
그녀가 어딘가로 보고를 하려 했다고
오해하기 딱 좋은 타이밍에
휴대전화를 잡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그에게 고정하는 모습이나,
손가락 두 개로
줌을 땡기는 제스처를 하는
의심스러운 징후가
그의 의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잇토키의 감각은 피할 수 없었다.
다른 렌즈도 있었다,
멍청하게 풀 건너편에서 아닌 척
사진을 찍어 대는 여자의 휴대전화와는 별개로,
멀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또 다른 렌즈도
그의 감각에 걸렸다.
이 렌즈는 의미가 있었다.
첫날과 둘째 날,
잇토키를 향한 렌즈는
단순히 그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트레이시와 같이 있을 때 포착되었고,
논리적으로
자신보다는
트레이시를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에게 포착된 렌즈는
100%
그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말은
누군가가
그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며칠 동안
아무런 야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연기했는데,
그럼에도
렌즈가 따라다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남편 욕을 시작으로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잇토키는
덮은 책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당장 그녀를 쫓아버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흥미 있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도록.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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