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자네.”
회의를 마치고
몸을 돌려 나가던 타이코우카이(大行会) 회장
마에하라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잠시 시간이 괜찮나?”
중의원 시마다가 그를 불러 세웠다.
쓰레기 같은 자식.
그렇게 생각한 마에하라는
그런 생각 대신,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시미다 선생님.”
“괜찮으면
자네는 나와 이야기를 조금 더 하다 가지.”
그렇게 말하는 시마다의 표정이
마치
자신과 독대할 기회를 준다는 것처럼
거만했다.
마에하라는 거부하고 싶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쓰레기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마에하라는 거절하지 않았다.
시마다가
쓰레기인 것과는
별개로
마에하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합의를 이뤄 낸
두 사람은
다른 별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마에하라는
시마다가
늦은 점심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려야 했다.
“뭐 별건 아니고.”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먹어 치운 시마다는
상이 치워지기도 전에
본론을 꺼냈다.
“말씀 하시죠, 선생님.”
“그 뭐냐, 그니까 뭐, 그 뭐랄까.”
마에하라는
시마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 만남에서 논의되었던 이야기를
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코시자와 회장이 있는
그 장소에서는
물을 수 없었고,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야
가장 만만한 자신을 붙잡은 것이다.
“내가 그 알고 있는 이야기랑 맞는지 좀 확인하고 싶어서.”
시마다가 그렇게 대충 얼버무렸다.
저 병신이
알고 있는 게 있기는 할까?
마에하라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하지만
마에하라는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니 뭐, 그,
내가 미국을 다녀온 사이에
상황이 좀 바뀐 것 같아서.
그 여자라는 것도 그렇고.”
마에하라는
자신이
시마다를 과대평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불러 세운 이유가
혹시 ‘여자’라는 단어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마다의
엽색 행각과
성적 취향을 생각하면
완전히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장님이 안 계신 지금 말씀드리기에는
좀 상황이…….”
마에하라는
코시자와 회장의 이름을 언급했다.
포석을 둔 것이다.
그 이름을 언급함으로써
그는
두 개의 명분을 가지게 된다.
하나는
회장님을 핑계로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런 상황임에도
시마다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마다는
그렇게 섬세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자네는
내가 어디 가서 말을 흘리기라도 한다는 이야긴가?”
시마다의 눈빛이 갑자기 바뀌었다.
시마다의 주특기였다.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상대방을 압박하고,
자신이 우위에 서는 기술을 본능적으로 사용했다.
물론 마에하라는
그런 눈빛에 쫄지 않았다.
호랑이가
고양이의 하악질에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조심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중요한 사안이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마다를 바라보았다.
시마다는 당황했다.
자신이 승기를 잡았을 때,
그에게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에하라도
그의 당황을 눈치챘다.
고작 저 정도의 인간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저 정도의 인간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사람이다.
마에하라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께서도 익히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 사망한
제임스 붐은 브로커였습니다.
브로커는
어느 회사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봅니다.
가장 우선시합니다.
그러나 어제 입국한
그 여자의 경우
MD시스템즈의 에이전트입니다.
에이전트는 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회사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에하라의 눈빛에 찔끔했던
시마다는
설명이 시작되자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께서 오랜 기간 준비해 오신 숙원 사업이 지금 상황에서…….”
“그, 그래. 카츠오도리(カツオドリ, 鰹鳥).”
시마다가
마에하라의 말을 끊었다.
마에하라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말을 끊겨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말을 끊은 것이 아니라
맞장구를 친 것이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마에하라가 날카롭게 말했다.
시마다는 고민했다.
자신은
그저 맞장구를 쳐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 자신의 호의를 무시한
저 남자에게
평소처럼 화를 낼 것인지,
아니면
본능이 시키는 대로
지금 입을 다물 것인지.
그러나
그런 그의 고민을
마에하라가 해결해 주었다.
“부탁드립니다.
시마다 선생님을 위한 저의 작은 충언입니다.”
마에하라는
옆으로 몸을 비켜
무릎을 꿇고,
시마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그런 모습에
시마다는 조금 마음이 풀렸다.
고작 양아치(チンピラ) 주제에.
시마다는
마에하라의 정수리를 보면서
자존심을 조금 회복했다.
고개를 숙인 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은 마에하라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당초 계획처럼
제임스 붐이
자신의 일을 다 해 주었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가 죽음으로써
회장님이 오랜 기간 준비하신 숙원 사업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우리 입장은
어떻게 변수를 최소화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그 여자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깁니다.
미국에서 보내 온 에이전트를 말이죠.”
마에하라는
의문이 가득한 시마다의 얼굴을 보면서
나이초의 히사키 반장이
그에게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회가 없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에하라는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기왕 선심을 썼으니,
마무리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관련 인물들은
다 아는 정보였다.
거기에
시마다 한 명이 더 늘어난다 해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시마다는 가방을 열고,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밀었다.
“미국에서 온 에이전트의 사진입니다.”
시마다는
체신머리없이
급하게 손을 뻗어
봉투를 열고 사진을 꺼냈다.
사진을 본
그의 눈이 커졌다.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 여자,
당분간은
잊어버리지 않을
금발 미녀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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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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