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에녹 노이스가 도착한 곳은
여장을 풀기 위한 호텔이 아니었다.
카라카스 남부에 있는
산 호세 어린이 병원(Hospital San Jose De Dios),
카라카스의
유일한 어린이 전문 병원이자,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병원 중 하나였다.
이곳이
에녹 노이스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하는 2박 3일 동안
그의 일터이자
숙소가 되는 장소였다.
3일 후,
마이애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에녹 노이스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진료와 수술,
현직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
의대생을 위한 특강,
산호세 어린이 병원 지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현장 조사와
보고서 작성 등이 예정되어 있었다.
호텔에 오고 가는 시간까지 아껴야 했던
에녹 노이스를 위해
병원 측은
6층의 병실 하나를 제공해 주었다.
일명 ‘특별 병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1인실이었다.
그 특별 병동 한쪽에
자신이 가져온 캐리어를 던져두고,
가운으로 갈아입기 위해
재킷을 벗던
에녹 노이스의 귀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에녹 노이스가
그렇게 말하자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
공항에서
자신을 맞이한
톨레도와
톨레도보다는
조금 더 젊어 보이는 남자였다.
조금 더 젊어 보이는 남자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자
톨레도는 문을 닫았다.
“먼 길을 오셨는데 쉬지도 못하시는군요.”
옷을 갈아입는
에녹 노이스를 보면서
남자가 말했다.
“돌아갈 때마다 항상 아쉽더군요.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에녹 노이스가 남자에게 말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가 원한 일입니다.”
옷을 다 갈아입은
에녹 노이스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침대에 올려놓은
자신의 서류 가방을 들어 올렸다.
시애틀에서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은 서류 가방이었다.
에녹 노이스는
가방을 열고,
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떠나기 전,
시애틀에서
신시아에게 건네받은 종이 뭉치였다.
남자는
건네받은 종이 뭉치를 바라보았다.
4725 5648 5716 3223 1154 3242…….
종이에는
연속된 네 자리의 숫자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고생은요.
저는 그저 전달할 뿐인데요.”
“확실히 잘 받았습니다.
그럼 이틀 후에 다시 뵙게 되겠군요.”
남자의 말에 에녹 노이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렇게 되겠군요.”
“식사라도 같이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박사님이
주무실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권유드리기는 어렵겠군요.”
남자가
에녹 노이스에게 말했다.
“저녁 식사라…….
안 그래도 부탁드릴 것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에녹 노이스가
손에 종이 뭉치를 들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떠한 부탁이든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당연히 의원님께서 해 주실 수 있는 일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하는 일이 모두 마무리되면,
그 때
이 병원에
제 자리를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에녹 노이스의 말에
남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도 이제 슬슬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정착하는 삶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선생님이라면
미국에도 자리가 많을 텐데요…….”
“자리도 많지만,
의사도 많죠.
거기에는 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아직 위험한 곳입니다.”
“지금의 베네수엘라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도밍게즈 의원님이라면
기대를 걸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에녹 노이스의 말에
남자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남미 독립전쟁 당시부터
명문가로 자리 잡은
도밍게즈 가문의 4남,
베네수엘라 방위군 특수부대를 이끌면서
카라카스의 치안을 지켜 온 남자,
그리고
카라카스를 지배하던
거대 범죄 카르텔 3대 세력을 궤멸시킴으로써
단숨에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 남자,
그리고
장군 진급을 거절하고
전역을 고집해서
정계에 투신한지 2년만에
현재 베네수엘라의 야당 중
젊은 지식인층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 ‘Alianza Bravo Pueblo(두려움 없는 민중 연대)’를
이끄는 남자,
가리발도 몬타노 도밍게즈(Garibaldo Montano Dominguez)는
미소 띤 얼굴로
에녹 노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녁 식사는 나중에,
제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
그때 얻어먹도록 하지요.”
에녹 노이스가 말했다.
“최고의 저녁을 대접해 드릴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도밍게즈가 고마움 가득한 시선으로 에녹 노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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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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