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기척도 없이...
대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방에 입구가 있는 곳에,
자신들이
코쿠텐 인술학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중
잇토키가
여름방학을 보내기 전
갑작스럽게 전학을 간 것으로 되어 있던
에렌(江漣)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에, 에렌..."
"엘렌이야.
줄여서 린이라고 불러도 돼"
"뭐?"
겉 모습은 분명히, 에렌이었지만...
눈 앞의 소녀는,
그 둘이 알고 있는 싹싹한 학급 친구와는,
전혀 분위기가 틀렸다.
"이젠, 당신들을 속일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엘렌이면 돼"
"........"
다시금 엘렌이라 이름밝힌 그 소녀는,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묻기 위해서
다가오던 둘을 향해
윗도리 밑으로,
스커트 뒤쪽에 찔러두었던 권총을 뽑았다.
............
이 애도...
-찰칵-
말을 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상관하지 않고,
엘렌(린 러셀, 아틀라스)은
냉정한 모습으로
그 둘에게 총을 겨누고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에 놀란
두 사람 중
본인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입틀막을 하고 있는 스즈노네 료코를 대신해서
키사가와 키레이는
"당신들은, 대체..."
그런 그녀의 떨리는 말에
린 러셀(아틀라스)는
깜박 했다는 얼굴로
손에 든 권총에 소음기를 부착하면서
"지금까지 모든 것들을, 들었겠지? "
"........."
그런 그녀의 말을,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에렌의,
이런 변모한 모습을 보게 된 후에는,
키세가와 키레이와
스즈노네 료코로서도
자신의 인식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에렌(江漣)...
아니, 그렇게 불러도 될까?
아무런 표정도 엿보이지 않는,
차갑게 정돈된 옆얼굴은,
코쿠텐 인술학원에
그녀가 다닐 때
언제나 반에서 보아왔던 그녀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 애도 또한,
사쿠라바 잇토키와 같은...
다른 세계의, 주민이란말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가
사정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리고
그 둘이 뭐라고 물을 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그녀는
슬픈 모습으로 그 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는
사쿠라바 잇토키
그리고
쿠도 신이치(올림푸스),
키리가야 카즈토(콜로서스)의 모습을 번갈아서 본 뒤
한숨을 쉬면서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을
다시 스커트 뒤에 찔러 넣은 뒤
입을 열려는
그 둘을 바라보면서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어......."
잇토키의 생명에 관련된 문제라고 하는데도,
에렌... 엘렌은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들을 것도 없다는 것처럼,
허공으로 시선을 흘리고 있다.
"잇토키 군은... 싸워야 되나......요? "
"그래."
엘렌(린 러셀, 아틀라스)의 대답은,
짧고,
차가운,
마치 얼음과도 같았다.
...어째서지?
바로 몇달 전까지,
같이 웃고, 수다떨었던...
그런 그가,
대체 왜
타인과 생명을 걸고 다투지 않으면 안되는거지?
믿어지지 않아.
믿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이,
그들을 내버려두고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잇토키도,
그리고
지금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저 소녀도...
"내가..."
무심결에 입밖으로 말이 튀어나온다.
심한 꼴을 당하고,
실컷 공포를 맛보고,
그런데도
키레이와 료코는,
이곳에 홀로,
남겨지는 것이 싫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나요? "
"없을거야."
쌀쌀하게 뿌리치듯,
엘렌은 대답했다.
...그렇겠지.
물어볼 것도 없이,
들어볼 것도 없이,
다 알고 있었다.
그 둘이 끼어들 여지같은건 없다.
일본 유일의 닌자 학원의 엘리트 학생이라고 해도
국제적인 관점으로 보면
진짜 첩보원이 아닌
평범한 여학생이 할 수 있는 일 같은건,
무엇 하나 있을리 없다.
하지만...
"잇토키 군을, 좋아해요 "
이젠,
그 한 마디 이외에,
그들의 안에 다른 말은 남겨져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안되나요?
함께 있으면 안되나요?"
눈물섞인 호소를 하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러나
엘렌의 눈빛은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는다.
눈빛은,
끝없이 차갑고 딱딱하여,
마치
방금 전에 손에 들고 있었던 권총의 광택과,
같은 빛을 품고 있는듯 하다.
"당신들의 감정은 진심일지도 모르고,
당신들은
그것에 의해
필사적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
하지만 그걸로,
사쿠라바 잇토키
저 소년이 상대하는 적을 쓰러뜨릴 수 있어?"
"그런..."
키레이와 료코는
대답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잇토키가
그를 죽이지 않으면,
그는
잇토키 본인을 포함한
아니
너희들과
너희들의 가족들까지 전부 포함된
이 지구에 존재하는
전 인류를 죽일거야.
당신들이,
그 소년을 대신해 감당할 수 있겠어? "
"........."
더 이상,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하고,
키레이와 료코는 고개를 늘어뜨렸다.
그저 눈물만이,
쉴새없이 흘러 떨어진다.
"이젠, 그 사람을 만날 수는..."
"지금은 안돼."
안심시키는 말도,
위로도,
엘렌은 일절 건네지 않는다.
최소한
지금만큼은
날카롭게 잘라내버리는 것이,
자비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잇토키의 도움이 되고 싶다면 "
얼마동안 더,
이곳에 있어.
그 소년이 준비가 된다면 몰라도......
지금은
잇토키 혼자서 움직일거야.
그리고 준비가 되는
그 때까지,
이곳에 숨어있어 준다면,
최종 작전이 진행될 때
잇토키가 살아 남을 공산(公算)도 늘어나. "
그리고,
엘렌도 또한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방금전의 잇토키과 똑같이.
"적어도..."
떠나려 하는 엘렌의 등에,
그 둘은
최후의 말을 던졌다.
"적어도 가르쳐는 주세요.
당신은...
사쿠라바 잇토키는... 뭔가요? "
엘렌은 말을 멈추고...
어깨 너머로,
그 둘을 힐끗 보았다.
"두 가지만, 가르쳐줄께 "
당신들을 휘말려들게 한 건,
잇토키가 아닌,
나와
저기 있는 두 명
그러니까
지금까지 당신들이 이런 꼴을 당한 건,
전부 우리들 때문이야 "
"........"
"그리고,
사쿠라바 잇토키는
연기(演技)로 울거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냐.
적어도
그가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 사람들 앞에서는..........
만약 당신들이,
그의 웃는 얼굴이나 눈물을 본 적이 있다면...
분명히
그건, 진짜니까."
그리고
엘렌(린 러셀,아틀라스)은,
옆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같이 보이는 것을 살짝 띄웠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는 듯한,
쓸쓸한 눈빛을.
그리고
그런 모습을 한 채로
다시 뒤돌아 본
엘렌은
자조적인 웃음을 보이면서
"너희들은
사쿠라바 잇토키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 소년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어.
그 소년이 믿는
단 하나의 신념은
바로
이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
소중한 사람과
이름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너희들같이
동네끼리 땅따먹기나 하면서
칼질이나 하는
얼굴에 스키마스크나 뒤집어 쓰는
닌자라고 불리는
한심한 어릿광대들인 너희들은
아마 이해조차도 못할걸.
그 소년이
진심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나 민족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고독한 전쟁을 치뤄내야 하는 것이고
동시에
그 소년은
신께서 유일하게 선택하신
그런 전쟁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용사이자
순수한 투사이자 전사이니까......."
그 이상은,
그 둘에게
한 마디도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엘렌(아틀라스)와 다른 두 사람은
말없이 방을 나갔다.
............
그렇게.......
그들은 남겨졌다.
이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싸우는
진정한 전사이자
순수한 투사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괴감고 후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휩싸인 채로.........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이 뒤섞인
진심으로 지르는 비명과 울음소리를
뒤로 한 채로
사쿠라바 잇토키는
최종 전쟁을 치를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서
얀 베르그만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불사자라고 할 수 있는
엔티티(미션 임파서블 7 데드 레코딩의 최강 빌런) 라는 또다른 존재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쿠도 신이치(올림푸스), 키라가야 카즈토(키리토 : 콜로서스). 린 러셀(아틀라스) 세명은
그렇지 않아도
얀 베르그만을 상대하는 것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얀 베르그만이 만들어 놓은
또다른 존재이자 비장의 수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머리를 싸쥘 수 밖에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