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가 울린다, 따르릉 소리에 놀란 완기는 물고있던 담배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줍고 일어다면서 머리를 책상에 박는다. 그 충격으로 인해 핸드폰이 떨어지면서 액정에 금이간다. 정확히는 금이 몇줄 더 추가된 것 같은 소리가 난다.
J로 부터의 전화는 늘 이렇다. 받기 까지의 과정에 재수가 좋았던 기억이 몇 없다. J도 아마도 나와 같은 류의 존재인 것 같다. 만난 것은 유행지난 게임속 우을증 친목 파티에서 였다. 거기서는 모두가 서로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끔은 억지로 이긴하지만 공감같은 것도 해준다. 그리고 J는 그 무리의 리더이다. 우울증이 가장심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은아니다. 오히려 정신과 의사가 아닌가 할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는다. 그리고 내가 다시 우울증약에 손을 댈 타이밍에 전화를 걸어주었다. 초록색 통화버튼을 터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긴다.
" 오늘은 두번째만에 받는 군 "
"..." 말 없이 듣고만 있는다.
" 지니씨가 떠났어. 그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
"..."
" 한번 찾아가보지 그래. 사실 너한테 묻고싶은 게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것 같아. 우리 중 지니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건 너였어."
마지막 남은 담배에 불이 붙는 소리가 상대쪽에게 넘어 갔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그가 감정적이 되었다. 그 증거로 방금 '씨'를 빼버렸다.
"어딘데." 의문을 의문같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J는 알고있다. 내가 용기를 많이 내버린 것을.
"고성노스텔지아장례식장. 식은 3일뒤 크리스마스 까지야. 힘들겠지만 부탁한다. 이쪽도 최대한 갈 수 있을때 가볼게. 그녀의 친구 유미에게 온 편지로 알게 됐어. 유미가 왜인지 너한테는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 같던데. 혹시 그 이유를 알까?"
"..."
"유미는 이미 첫날에 들른듯 했어. 거기서 어제까지 이틀간 내내 빈소를 지킨 모양이야. 아마 가면 볼 수 있을거야."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다. 잠시간 흐른 눈시울은 감춰져있던 동공을 확장시키는 듯 보였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운동장 속 활발한 모래들을 정리하듯이. 잠시 생각이 필요했던 완기는 곧장 목욕탕으로 향한다. 마음과 몸을 정돈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그가 그자신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한가지이다. 면도를 하고 머리를 앞머리 두 가닥은 이마 정중앙을 가르듯이 양볼을 지나 턱끝까지 내밀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뒤로 넘겨 머리를 묶는다. 검정양복을 걸치고 강원도로 곧장 발걸음을 옮긴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거북이가 뭔가에 홀린듯 토끼보다도 빠른 속도로 이동하듯이.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그리고 그전에 목욕탕에서도 그의 머릿속 세상에서 곡괭이질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유물을 찾아야하지. 그리고 그 유물로 나는 나를 어떻게 지키지. 지니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울증 파티, 정확히는 우울증 파티 글로리아에 가입하게 된 것은 지니의 권유였기 때문이다.
(NEXT)
빈소에는 이미 유미가 와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수축해있었다. 안그래도 빈약해보였던 그 모습이 오늘은 더욱. 그녀의 영혼은 지니랑 같이 있다는 듯이 지금은 이승에는 미련이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