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로즈와 안젤리카는 왕도 벨리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길이 엉켜 선발대와 합류하기 어려워져 임무를 포기하기로 결정한다.이때까지 길잡이 노릇을 한 것은 벨터였던 지라 길 눈이 어두운 로즈와 안젤리카는 촌장을 통해 정보를 얻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쪽 지역에 머물고 있던 화랑 역시 마을을 벗어나 이동을 시작했다.
오늘도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아리아는 화랑에게 헤베테를 알려주었고 지루한 공부는 점심 시간이 다 될 동안 계속 되었다.
옆에서 계속해서 격려해주니 그 성의 때문에라도 공부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슬슬 헤베테가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이미 난 아르아엔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만큼 글자 습득도 빠를 것이란 추론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어제만 해도 무리겠다 싶었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복습을 해보니 어제 배운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억나는 것이었다.
똑똑한 제자를 자랑스러워하는 스승마냥 아리아도 몹시 기쁜 얼굴로 더욱더 열의를 다해 가르쳐 줬고 나도 분발하여 글공부를 하였다.
용병대는 언덕을 지나 숲을 뚫고 초원에 당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또다시 이동을 반복했다.
소나기가 내려도 이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다들 비를 맞고 고생하고 있는데 나만 아름다운 미소녀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 같아 내심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
스마트 폰에 표기된 날씨 상태를 보건데,놀랍게도 현재 날씨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체크해 주고 있었다.소나기가 언제 오고 끝나는지 알 수 있는 점은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막시무스 공작령을 벗어난 우리는 모스 호수를 지나 빌보니아 영지로 들어서게 되었다.빌보니아 영지는 아단 유르케스 자작의 영토로 치안 상태가 매우 나쁜 곳이었다.아르아엔 19개 시골 영지중에 하나로 엘시노어 보단 규모가 커도 관리는 전혀 되지 않는 곳이었다.
소나기는 멈췄지만 늪지대 일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바람에 앞으로 나가는데 많은 불편함이 생겼다.
더욱 신경 쓰이는 부분은 늪지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이다.식인 개구리는 몸집도 작고 공격력도 별 볼일이 없어 큰 위협이 안되지만 어인족 나가들은 예외다.
그들은 물 위를 달리거나 잠수를 하여 그물을 던져 인간을 포획한다.거기다 삼지창을 능숙하게 다루며 물 속성에 대한 마법 지식도 가지고 있다.
부족 단위로 생활하기 때문에 규모 또한 무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잔뜩 긴장한 용병들은 몬스터의 기습으로부터 만전을 다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어인족과 대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사히 늪지대를 지나 7미터가 넘는 길다란 나무가 즐비한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긴장감은 풀리지 않았다.
이곳엔 또 다른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하지만 화랑은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글공부에 전념 할 수 있었다.
그건 드워프에게 받은 세피로스 수정석이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가 끝나면 잠시 한가로운 휴식 시간도 가졌다.
아리아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 였을까.. 그녀는 스스럼없이 내 앞에서 낮잠을 청했고 난 그점에 개이치 않았다.단지 아리아는 낮잠 자는 모습조차도 일반인과 다른 느낌을 풍겨주었다.
이런 진귀한 자료를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다.난 조심스럽게 촬영모드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고 그것은 사진 자료함에 잘 수집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일기를 보지 않은 것을 떠 올렸다. 보고 싶지 않지만 다른 세상에 내 이야기라 그런지 신경이 쓰였다.
6일째 일기를 클릭했다.
<<이게 뭐지?내 이야기가 일기에 고스란히 적혀있다.하지만 읽을수록 내 이야기와는 너무 다른 전개가 펼쳐진 것이 신기하다.우선적으로 일기속에 난 시간을 무한 반복으로 되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경비병들에게 처형당하고 과거 시점으로 되돌아가 상황을 원만하게 돌려놓는 힘을 사용한 듯 하다.엘리샤를 살리고 그녀로부터 버림받다니.. 병신이 따로 없지만 저 능력만큼은 너무 가지고 싶다.내가 신에게 부탁한 마지막 세 번째 힘도 이렇게 실용적인 것을 빌었어야 했는데..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요구한 것이 너무나도 분통 터진다.더욱이 로즈 켈 클라이우디아를 왜 난 못 만난거지?나도 브론즈 등급에 용병이 되고 싶다고.. 불공평하다.. 내가 살인자라서 이런 패널티를 받는 걸까?거기다 아리아와 휴이 이놈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니?기분 정말 엿같다.어째든 일기를 보고 나니 항아리를 훔친 놈들이 누군지 알게 됐다.. 비록 일기 속에 내가 날 혐오하고 욕하고 있지만 이 일기.. 도움이 된다.그래.. 맞아 난 쓰레기다.난 미야를 계속해서 조교할테다.넌 거기서 무력하게 그것을 지켜봐라.. 왠만한 야설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줄테니, 네가 하지 못한 욕구적 판타지를 나를 통해 얻어라.솔직해져라 위선자 놈아.. 내가 미야를 범할 때 솔직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럽다고 느꼈잖아?아니야?그렇지 않다면 그 과정을 전부 읽을 리 없었을텐데?>>
미친놈이 대꾸를 안하니깐 날 같은 인간 취급하는데,난 네놈에 행동에 환멸을 느낀다.일기를 보며 나 아닌 나에게 실망하고 분노해야하는 현실이 웃기기만 하다.이제 일기속에 나도 나의 존재를 알게 됐다.다만 흥미로운 것은 이 녀석이 신께 부탁한 세 번째 능력은 내 능력과 다르다는 점이다.대체 넌 무엇을 신께 부탁한 거지?
<<난 엘리샤의 항아리를 찾기 위해 마크 제이제이에 대해 수소문하였다.그러자 왠 애새끼들이 정보료를 주면 그놈들 거처를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 왔고 난 흔쾌히 거래에 응했다.그들이 북쪽 부랑자 거주지에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터널인지 몰랐는데.그것을 알게 됐다 이제 그 놈들을 잡아 촉치고 항아리를 빼앗으면 된다.힘들게 터널을 찾아냈지만 그 안은 미로다.무작정 들어가기 보단 길잡이가 되어줄 꼬마놈이 오기를 기다렸다.얼마나 기다렸을까?다리에 멍자국이 있는 계집아이가 터널로 들어갔다.일기속에 내가 말한 특징과 일치한다.난 저 아이를 사로잡아 목에 칼을 드밀고 위협을 가했다.부들부들 떨며 오줌까지 지리는 것이 참으로 볼만하다.목숨을 구걸하며 내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난 아지트로 안내하라고 말했고 꼬맹이는 날 그곳으로 안내했다.드디어 도적놈들 아지트로 입성했다.아이들은 모두 사색이 되어 마크와 페이 뒤로 숨기 시작했다.그만한 돈을 훔치고도 거처를 옮기지 않다니?미련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난 항아리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지만 마크는 절대로 넘기지 않겠다며 나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씨발!단검에 어깨를 베였다.난 검을 뽑아들고 마크 놈에 목을 쳤다.페이가 괴성을 내지르며 단검을 들고 나를 향해 똑바로 달려들어 나도 모르게 그 계집애에 베를 그대로 열어버렸다.고통에 경련을 일으키는 페이의 창자를 밟고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소리쳤다.항아리를 내놓지 않으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그러자 겁에 질린 아이들은 엘리샤의 두 개의 항아리를 넘겨 주었다.헤헷 드디어 손에 넣었군.. 안그래도 엘리샤의 조의금이 얼마 안남아 불안했는데.. 난 항아리를 받아 들었다.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부모격이 되는 페이와 마크가 죽었으니 이 녀석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을까?이대로 굶어 죽으면 미안해 지니.. 난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언니와 오빠 곁으로 보내주기로 말이다.>>
이런 사이코패스 같은 새끼가.. 그 가여운 애들을 모두 죽였단 말인가?
너 대체 전 여친은 왜 죽였니?부모로부터 사랑은 받고 자란거냐?일기속에 내가 나라는 확신은 예전에 버렸지만 내 일기를 봤다면 알거 아냐?그 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말이야.. 얼마 남지 않는 일기를 계속해서 읽어 내려갈 때 쯤이었다.이상한 대목이 나타났다.
<<피 묻은 엘리샤의 항아리를 챙길 무렵,갑자기 이상한 놈들이 땅속에서 모습을 들어냈다.검은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눌러쓴 놈들이었다.난 수상한 놈들을 경계했지만 그들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곳에 널브러진 아이들의 시체는 헤데스를 위한 제물로 충분하다며 나를 헤데스 신흥 교단에 탐욕의 주총자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걸어왔다.난 탐욕의 주총자가 뭐냐고 물었고 그들은 헤데스님을 위해 엘베록 왕국을 탐욕의 물길로 이끄는 집단에 날 초대한다고 설명했다.마음에 든다.탐욕의 추종자라.. 그들은 내 앞에 검은 포션병을 하나 내려놓고 이것을 마신다면 자신들과 같은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뚜껑을 열어보니 달콤한 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했다.난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맛은 박카스 맛이 났지만 몸속에 퍼지는 뜨거운 느낌이 내 뇌를 상쾌하게 만들어 나갔다.머리속에서 온갖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리아를 탐하라고.. 레아를 탐하라고.. 막시무스가 가진 모든 것을 탐하라고.. 이것이 탐욕의 계시?멋지다.. 난 탐욕의 추종자들에게 소리쳤다.내일 정오에 막시무스 에우르고 공작가로 잠입해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탐해버리자고 말이다>>
헐.. 일기속에 내가 헤데스를 섬기는 7대 죄악중 하나인 탐욕의 추종자가 되었다.개 막장이다.
인성 보소?아이들의 목숨을 탐하고 이제 다른 이의 재물을 탐하다니?
난 일기 내용에 대해 전혀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다.다만 갑자기 나타나 탐욕의 추종자가 되라는 놈들에 등장 조건이 궁금할 뿐이다.왜 하필 나 였을까?언제부터 지켜 본 거지?
설마 만찬회에서 포탈을 연 사실을 알게 된 건가??
일기속에 내가 사교도의 일원이 되어 미친 짓을 계획할 때 현실 속에 난 어느 때보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벨리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잠시 마을에 들려 휴식을 취할 땐 페이와 마크가 잘 있는지 궁금해 그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지만 터널 안에는 아이들 몇 명을 빼고는 전부 일을 하러 나간 상태였다.
날 알아본 아이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달라붙기 시작했다.
꼭 아빠가 된 느낌이다.내 입에 입맞춤을 하는 7살 가량에 여아의 이름은 미레다.내가 마크를 구한 시점부터 이 녀석들은 날 거의 아빠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특히나 미레는 날 무척이나 잘 따른다.
앞으로도 페이와 마크의 말을 잘 들으란 의미에서 난 이 녀석들에게 용돈으로 2실링씩 건네 주었다.헤어짐에 시간이 오자 아이들은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고 미레는 입술에다 뽀뽀를 해주었다.
“또 오세요 아저씨..”
“아프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또 보자”
난 이동을 통해 보마 마을로 단번에 날아갔다.
포탈을 이용하면 10은화지만 아직까진 이동을 통해 움직이면 6은화 밖에 들지 않았다.
현재로썬 이동이 좀 더 저렴하게 먹히는 편이다.
그나저나 딸아이가 생긴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나중에 어딘가에 정착하게 되면 미레를 입양해서 키워 볼까?
일기 속에 넌 내 기분 전혀 이해가 안되겠지?살인마니깐.. 하지만 난 똘끼는 있을망정 악마가 될 생각은 없다.
네 세상에 널 막지 못해도 내 세상에 사는 녀석들은 지켜 나갈테니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라.. 네 만행은 언젠가 심판 받는 날이 올 거다.
라고 말해봤자 눈 하나 깜짝 안할테지?
그래도 미야한테 계속해서 나쁜짓을 하겠다고 말하니.. 그건 신경이 쓰인다.
가능하다면 저 세상에 날아가서 미친 내 자신을 심판하고 싶다.그게 아니면 스마트 폰만이라도 뺏어오고 싶다.내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 진짜 싫으니 말이다.
어느 순간 일기를 보며 독백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매번 마을을 지나 그곳을 저장하고 포탈을 열고 닫는 것 외 글공부를 마치면 할 것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밤이 찾아오고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게일과 배니는 점점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는 것 같았다.단지 배니의 눈을 피해 마을 처녀들과 잠자리를 드는 것은 일종에 취미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활발한 배니와 달리 릴리는 주금깨 소녀로 조신하고 얌전한 성격이다.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챙겨주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호의를 감사하게 받고 있었다.
어제 여관 문을 열어준 것이 고마워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릴리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난 알지 못했다.
별 문제 없이 그렇게 벨리타를 향해 7일 간에 여정이 이어졌다.
난 헤베테를 어느정도 습득한 상황에서 바슘 공부를 시작했고 아리아와 더욱더 친해지게 되었다.그녀는 나를 위해 몰래 간식을 챙겨왔고 난 그녀를 위해 몰래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그녀를 놀려대기 바뻤다.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아가씨인 그녀도 자신이 낮잠을 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접하니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그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릴때는 그 행동 자체만으로도 너무 귀여웠다.
난 엘리샤와 미야의 자기소개 동영상을 아리아에게 보여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난 아리아에게도 같은 것을 해주겠다고 말하자.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그것을 받아드렸다.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아리아는 차분한 자태로 자신을 소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전 아리아라고 합니다.지금은 격식을 내려놓고 싶네요.. 제 나이는 19살이고 취미는 노래 입니다..”
“노래 한 곡 불러보실래요?”
아리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건 사양 할께요..”
“아쉽”
역시나 안 넘어오신다.
아쉬움 가득한 내 표정을 본 아리아는 손으로 입 주위를 가리며 조신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제 꿈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랍니다.그게 불가능하기에 꿈이라도 꾸고 싶어요.. 그럼 제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어쩐지 미야와 엘리샤의 소개와 다르게 너무나도 쓸쓸한 마무리였다.
난 그것을 재생해 아리아에게 보여주었고 그녀는 영상속에 자신을 대견하게 바라보며 스크린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소개를 다시 할까봐요.. 이미 꿈을 이룬 아리아로 말이죠.. 그래야 지켜보는 입장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아버지를 설득해 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런 고민을 할 리 없으니 말이다.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만큼 헛된 희망이나 꿈을 꾸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죄송한 말이지만 제 소개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가능 할까요?”
“아... 뭐...”
돈 드는 것도 아니니 그 정도 부탁이야 들어 줄 수 있지만,이게 내 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는 듯 한데?
난 다시 한 번 카메라를 아리아 앞에 고정했다.
“시작 할께요”
감고 있던 눈을 뜬 아리아는 한결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순간 그 모습에 넋을 잃은 난 스크린 속에 아리아를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과거의 나.. 난 지금 무지 행복해,내가 그렇게 꿈에 그리는 행복과 마주하고 있거든.. 가르시아 가문의 여인으로써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며 살아가고 있어.내가 선택한 사람과 살고 있어,아이도 낳을 거고 함께 겨울도 준비하며 살게 될 것 같아...그리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아리아는 그대로 눈물을 보였고 촬영은 중지됐다.
아리아는 태어난 순간부터 결정된 운명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레아처럼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싶어했다. 레아를 만나지 못했다면 꿈도 꿔보지 못했을 부질없는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동생 같은 소녀가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마냥 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난 그녀 옆으로 건너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촬영 같은 거 하지 말걸 그랬어요”
“아니에요 어쩐지 조금 개운해 졌어요.적어도 저 안에 저는 꿈을 이룬 거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방랑 생활을 하며 전 노래로 생계를 꾸리고.. 남편은 용병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마차를 집 삼아,아르아엔 대륙을 여행하고 있을테니깐요”
아리아는 역시 순진한 부자집 아가씨에 불과하다.저런 일방적인 행복과 로맨스가 가능하리라 보는 건가?물론 그녀의 노래 실력만으로도 먹고 사는덴 지장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여행 도중 발생하는 여러가지 위험이나 질병,빨래를 포함한 다양한 노동 등등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 고귀한 아가씨가 꿀 법한 비현실적인 몽상에 불과할 뿐이다.
누가 알아?휴이 로이드 같이 반듯한 녀석과 결혼을 하게 될지?그럼 아리아의 생각도 많이 달라질 거다.
새장 안에 갇힌 새가 불쌍하다고?문제는 그 새가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살아남을 확률도 생각해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