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카르시아마드 대륙. 온갖 마물들과 다양한 종족이 살아가는 대륙이다.
나는 이곳에서 가드너로 일하고 있다.
"넌 우리 파티에서 해고다."
아니, 가드너로 일하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듣는 말일까…이제는 세기도 싫다.
이번에 또 해고되면 벌써 7번째 해고.
7번째의 행운의 숫자라고 기뻐했는데, 이 무슨…
"어, 어째서죠?!"
"그거야 너, 스킬도 쓸모 없지, 그렇다고 짐꾼으로 능력이 좋을 것도 아니지. 여러모로 골치 덩어리라고."
"읏…"
맞는 말이다. 확실히 내 스킬은 파티에서…아니, 가드너에게 있어서 최악의 스킬이다.
내 스킬은 '식재료 구분' 쉽게 말해서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먹을 수 없는 식재료를 구분하는 정도의 스킬이다.
하지만 이 스킬도 형편 없는 것이 독이 든 음식도 가끔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쓸모 없는 스킬이라는 것이다. 스킬로 가드너는 되기는 힘드니, 짐꾼으로서도 좋으니 파티에 끼워달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부탁했는데…
사실 나는 객관적으로 보자면 체력은 좋지만 근지구력은 심각하게 모자란다. 그런 나머지 짐꾼으로서도 별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이 파티, 저 파티에서도 잘리기 일쑤였는데….
"퇴직금 정도는 주마."
그렇게 말하며 전 파티장은 나한테 약간의 돈을 줬다. 이거라도 받아야지…
"감사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아…"
"……"
한숨을 쉬며 떠나려는 그 때
"이봐"
"네?"
파티장이 불러세운다.
"여기서 조금 멀지만 '플래지마'라는 영지가 있다."
"아, 네…."
잘 알지. 기근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데 먹을 수 없는 잡초만 무성하게 나는 쓰레기 땅.
아, 쓰레기인 것은 내 스킬도 마찬가지인가….
"거기서 네 스킬을 살릴 생각은 없나?"
"거기서요?"
"식재료 구분이라는 것 자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스킬이라며. 가끔 꽝도 뽑지만, 거기서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납품하면 그것만으로 먹고 살기는 할 수 있을거야."
그거야 그렇겠지만…그건 가드너로서의 일이 아니지 않나…
"가드너는 사람을 지키는 직업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그것도 엄연히 가드너의 일이야."
"…독심술 있으세요?"
"네 생각이야 뻔하니까. 내 충고 잘 새겨들어."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뭘 이 정도로."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아…뭐, 백수로 일하는 것보다도 거기서 잠깐 일해볼까…"
어차피 가족도 없는 천애 고아인데 누가 날 걱정할까…
그럼 뭐, 프래지아로 가볼까나
"꽤 여기저기 다녔으니 여행하는 셈치고 가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프래지아로 가는 마차로 올랐다.
일주일 후, 프래지아에 도착
그 때까지 비상식으로 가지고 다닌 말린 과일만 먹으며 버텼다.
기근이 심해도 어느 정도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있겠지….
"싶었는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밭에, 시장은 문을 닫은 가게가 잔뜩.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 틀어박혀 안 나오는지 거리도 썰렁하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음? 자네, 외지인인가?"
길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자, 백발에 지팡이를 진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아, 네. 카르나라고 합니다."
"음- 가드너인 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곳에 왔나?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야-"
"그게 그냥 여행 차원에서…."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괜찮겠지.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썰렁한가요? 기근이 닥쳤다고는 들었는데…가뭄은 아니었고…."
"그야 뭐, 젊은 애들이 전부 대도시로 빠져나가니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서 이 꼴이 된거지."
"농사 지을 사람이 없다고요?"
"그래. 몇 년 전까지만해도 많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젊은 애들이 대도시로 모험가를 꿈꾸며 가버리고, 지금 남은 사람은 대부분 노인들이나 어린애들 뿐. 농사를 지을 체력도 없다."
과연…그렇게 된건가…
농사가 안 되니 작물이 안 생기고, 짐승에게 먹일 작물도 없어지니 목축업도 형성이 안 돼.
상황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뒤고 말이야.
확실히 농사일은 체력을 많이 쓰는데, 지식이 없는 어린애들이나,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노인분들은 힘들겠지.
"그럼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뭐, 남은 젊은이들 몇 명이 다 나가면 나랑 다른 늙은이들도 이 작은 마을을 떠나야지. 어쩌겠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좀 씁쓸해 보였다.
"하아…제가 먹을 것을 좀 구해볼게요."
"응? 구해서 어쩌려고 그러나?"
"…적어도 남은 사람들이라도 도시를 버티게 해야죠. 이 도시…아니, 마을을 버리기 싫잖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게 가드너의 일이니까요. 죄송하지만 남은 젊은 분들에게 밭의 잡초들을 뽑아주시겠어요? 저는 마을 바깥의 숲이나 평지에서 한 번 찾아볼게요."
"…알겠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잠시 마을 바깥으로 나갔다.
가까운 곳에 작은 숲이 있으니 버섯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겠지….
"혹시 모르니까…"
눈을 살며시 감으며 스킬을 발동 시켰다.
식재료 구분은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식재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말 내 스킬로 마을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살며시 눈을 뜨며 주변의 풀밭을 뒤져본다.
"음…"
그야말로 잡초 투성이…
"어?"
잡초 투성이 속에서 식용 가능한 잡초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겠지만, 스킬 발동 중의 내 눈은 먹을 수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식용 가능]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불가능한 것은 아예 안 보이는 경우가 많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잡초라니…."
아무 생각없지 식용 가능 잡초로 향해 만져보았다.
만져봤을 때는 이 식재료의 간단한 정보가 보이는데, '감정'스킬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한다. 애초에 나는 감정스킬도 없어서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어디보자…이 잡초의 이름은…상추?"
상추. 깨끗이 씻어서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다. 생채소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음식. 먹으면 졸음이 쏟아질 수 있다.
라니, 이거 먹어도 되는건가…가끔 내 스킬은 못 먹는 것도 식용 가능이라고 하는 바람에…
"음…일단 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좀 뽑아가보자."
상추를 몇 포기 뽑고 난 뒤, 계속 스킬을 발동하며 주변을 살펴본다. 또 하나 뜬 [식용 가능] 잡초
"이번에는 또 뭘까나…"
가까이 다가가 확인을 해보니
"쓰, 씀바귀? 뭐지? 이것도 처음보는데…"
씀바귀. 깨끗이 씻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다. 쓴 맛이 심하다.
라고 설명하네….
"…먹을 수 있는 것 맞겠지?"
이쯤되면 진짜 못 믿겠지만…그래도 이것도 좀 가져가고…
그 다음에는…
"마을 근처에만 3개가 있네."
다시 한 번 가까이 가 확인해 본다. 이번에는 잡초가 아니다.
잡초는 아니지만…
"…"
한 번에 세 가지나 찾은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이거…독버섯…?"
숲 근처는 버섯이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어째서? 왜? 딱봐도 독버섯인 것 같은 이것을 왜?
한 번 체크라도 해보자…
"민자주방망이버섯…다른 이름은 가지버섯…일단 먹을 수 있다…? 이거 믿어도 되는거냐…"
일단 버섯은 놔두고 씀바귀와 상추만 챙겨가보자.
이걸로 어떻게든 되면 좋을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