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붉은 구멍이 뚫린 건지, 붉은 구멍이 세상을 집어삼킨 건지 구분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폐허가 된 세상에서 3등신으로 귀엽게 케리커쳐 된 내가 그 붉은 구멍을 향해 두 팔을 뻗어 올리며 탈출을 꿈꾸고 있다. 내 방송 대기 그림이다.
나는 언제나 저녁7시에 방송을 시작하지만, 30분 전에 먼저 방송을 켜서 대기 그림을 띄워 놓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고맙게도 내 방송을 기다리다 못해 본격적인 시작 전에 들어와준 사람들이 채팅창에서 노가리를 깐다.
-근데 저 방송 대기 그림은 누가 그린 거임?
-팬아트로 알고 있음.
-방송이랑 진짜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음.
-ㄹㅇㅋㅋ
-근데 좀 위험한 그림 아님?
-?귀엽기만 한데?
-아니 케릭터는 귀여운데 배경이 지나치게 디테일 하지 않음? 건물 사이에 시체랑 해골 보이는 거 좀 소름끼침.
채팅을 보며, 나는 방송 전에 마지막 체크를 한다. 머리를 정돈하고, 화장을 고치고, 거울을 본다. 연예인 정도는 아니어도 게임 스트리머로서는 꽤나 먹힐 만한 외모라고, 자신감을 가지려 애쓴다.
-너무 자세하게 보는 거 아님? 그냥 지옥 분위기 내려고 그린 것 같은데.
-그림 확대해서 보셈. 진짜 사람 눈알 흘러내리는 거 개징그러움.
조명의 밝기를 좀 더 높인 후에 다시 거울을 본다. 더 밝게 하면 코가 없는 것처럼 보일 테니 어쩔 수 없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뒤에 배경으로 나올 인형 더미를 살핀다.
-확대까지 해서 본다고? 존나 과몰입 쩌네
-과몰입이 아니라 님이 한 번 보셈.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펭귄 인형 같은 동글동글한 인형들 위에 로봇 인형 같은 각진 인형들을 쌓는다. 이러면 게임하다가 져서 조금만 지랄 발광을 떨어도 인형이 무너진다. 나만의 소소한 방송 컨텐츠이다.
-아니 방송 컨셉이랑 잘 어울리면 된 거 아님? 지옥에서 발버둥 치는 게 아주그냥 딱이고만
-누가 방송컨셉이랑 안 어울린다고 했음? 그냥 좀 꺼림칙하다는 건데 사람을 과몰입충으로 몰아가네
-몰아간 게 아니라 지가 그렇게 채팅을 했구만.
방송 시작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았지만 조금만 더 있다간 채팅창에서 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 그러나 방송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한가지 남아 있다. 시청자 숫자가 표시되는 부분에다가 ‘신경 쓰지 말자’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인다. 다섯 명도 보지 않았던 방송 초창기 때부터 천 오백 명 가까운 시청자를 보유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빼먹지 않은 의식이다.
“안녕하세요. 옥지입니다. 반가워요.”
-옥-하
-안녕하세요.
-오늘 의상 컨셉 기묘하네.
-옥하옥하
방송 대기 그림을 내리고 마이크를 열어 인사를 하자 채팅창에 화답이 쏟아진다. 그 와중에 옷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채팅이 눈에 띈다. 오프닝에 저런 채팅은 오히려 고맙다. 할 말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오늘 의상? 게이밍 슈츠로 완벽하게 차려 입고 왔는데?
의자에서 일어나 카메라가 약간 펑퍼짐한 티셔츠와 딱 달라붙는 츄리링 바지까지 잡을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쓰레빠만 신으면 완벽하게 동네 피시방 가서 빡겜 하는 의상 아닌가요?”
-그럼 그 토끼 머리띠는 뭐임?
예상했던 채팅이 나오고, 준비한 멘트를 날린다.
“아니, 님들. 그래도 제가 스트리머로서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는데 맨날 코스프레 할 수는 없으니까, 예의상 머리띠라도 하나 한 거 아닙니까. 빡겜을 위한 편안함과 시청자에 대한 예의까지 갖춘 완벽한 의상이죠.”
-ㅋㅋㅋㅋ
-차려 입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지......
-이 집 혓바닥이 너무 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뻔한 대사가 아닌가 걱정했지만, 채팅창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 와중에 상당히 거슬리는 채팅 하나가 눈에 띈다.
-빡겜 하면 뭐해. 어차피 강등당할 건데.
유쾌하게 받아 칠 수 있는 채팅이지만, 오늘따라 그냥 괜히 무시하고 싶은 데다가 더 중요하게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아까 방송 대기 그림 가지고 채팅창에서 막 싸우고 그러던데, 나도 솔직히 저 그림 별로 맘에 안 들거든? 아니 내가 왜 지옥에 있어. 나는 매일 행복 게임 방송하고 있구만.”
뒤이어 오늘의 첫번째 도네이션이 터진다. 1000원과 함께 보낸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짓부렁’
“천원 감사합니다. 근데 거짓부렁이라니요. 진짜 나는 지옥에서 게임하는 게 아니라 매일이 행복하다니까? 대기 그림이랑 완전 달라요.”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셈
-정신승리 그만
-그래.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이라도해야지.
-그림 싫으면 바꾸면 안돼?
“제가 저 빌어먹을 그림에 대한 계획이 있어서 안 바꾸는 거에요. 제가 골드 승급하는 그 날, 인쇄소에 맡겨서 커다랗게 출력한 다음에 화형식 진행하겠습니다.”
거짓말이다. 내 매니저나 다름없는 편집자님이 바꾸지 말라고 해서 냅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화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다. 저 그림 때문에 지옥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다. 언젠가는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그럼 평생 저 그림이겠네 ㅎㅎ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구겨졌다. 오늘따라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느낌이다. 괜히 헛기침을 하고 물을 마시며 빠르게 맨트를 친다.
“자, 그럼 빠르게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실버1 80포인트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게임 스트리머라고 해도 컨텐츠가 각각 다르다. 엄청나게 잘하는 스트리머가 있고, 잘은 못해도 외모나 말솜씨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도 있다. 또한 일부러 채팅창 분위기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만들어 시청자와 티격태격 하는 것을 컨텐츠로 삼기도 하며 동네북 컨셉으로다가 욕을 먹으며 방송하는 스트리머도 있다.
그리고 나의 방송 컨텐츠는 ‘패배’이다.
그냥 게임을 진짜로 못해서 지기만 하면 스트리머로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보는 재미도 없고, 쏟아지는 훈수에 인간 혐오에 걸려 버린다. 나는 곧잘 이기지만, 중요한 게임에서 항상 진다. 나는 골드 승급전에 총 17번 실패했다.
-재미있는 거 언제 시작함? 옥지는 승급전에서 아슬아슬하게 질 때 꿀잼인데.
5000원 도네이션과 함께 메시지가 날아온다. 감사하다고 말 하면서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골드 승급전에 계속해서 실패하는 지옥’이라는 컨텐츠는 결코 내가 의도한 게 아니다. 나는 매 게임마다 혼신의 힘을 다 한다. 방송 다시 보기 기능을 통해 언제나 게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조작 방송 논란도 오래가지 못했다. 나도 차라리 조작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사람이 17번이나 승급에 실패할 수 있을까? 어거지로라도 한 번 정도는 성공할 수 있지 않나?
그러나 항상 승급전이 되면 우리 팀원이 정말 처참할 정도로 못하거나, 상대편이 놀라울 정도로 잘 한다. 운으로 결정되는 순간은 반드시 나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첫판 가볍게 이겨 줬고요. 한 번만 더 이기면 승급전입니다.”
-18
-1818181818181818181818
-181818181818
-십팔
채팅창이 내 열 여덟 번째 승급전 실패를 기원하는 열기로 넘실거린다. 12까지는 나도 어떻게든 즐기며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13까지가진 않을 거라고, 하다못해 15는 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다못해 무슨 저주에 걸린 게 아니고서야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으나, 18을 보게 되니 짜증이 밀려왔다.
“도배 경고야. 벤 당한 다음에 찡찡거려도 안 풀어줘.”
-ㅋㅋㅋㅋㅋ찐텐나온다.
-오늘 즙 한번 짜나요?
-엄마. 저 누나 게임하다 진짜로 화 내.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더 민감하다. 아무리 개인 방송이라지만 방송은 결국 연출이고 진심은 딱 의도한 만큼만 보여야 한다. 시청자들은 종종 내가 현실 속에 존재하는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모니터 속의 나는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이고, 연애 상대이자, 가벼운 모욕은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이다. 나 또한 그런 식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저쪽은 천 명이 넘고 나는 혼자다. 농담으로 씹어 삼킬 수 있는 말도 천 개가 넘어가면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오늘은 꼭 골드 갑니다. 지옥에서 게임한다고 놀리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그렇게 아세요.”
채팅창이 또다시 비웃음으로 채워진다. 신경 쓰지 말자고 되뇌인다. 내가 승급에 성공하면 누구보다도 더 축하해 줄 사람들 또한 시청자 속에 섞여 있다고 믿는다. 게임을 시작하고 채팅창도 제대로 읽지 않으며 게임에 집중한다.
-엄마! 나 커서 옥지가 될래요!
-옥지! 옥지! 옥지! 옥지!
손쉽게 승리를 따냈고, 내가 눈에 띄게 활약한 순간도 몇 번 있었다. 나를 응원하고 칭찬하는 채팅을 보니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고, 마침 구독 연장 메시지도 와서 시원하게 내지른다.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 옥실딱님 4개월 지옥 식사 감사합니다. 스파르타!”
스트리머만의 독특한 리액션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리액션을 한 이후로 구독자도 많이 늘었다. 물론 내 마음에 들진 않는데다가, 편집자님이 추천해서 밀고 있는 밈이긴 하다. 골드에 올라간 뒤에 리액션을 바꾸겠다고 다짐하며, 승급전을 시작한다.
승급전은 총 5판 3선승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재도전이므로 이미 1승을 챙긴 상태에서 시작하고, 두 판만 더 이기면 승급이다. 첫 판은 치열했다. 게임은 비등비등하게 흘러갔고, 마지막 한 순간에 승패가 갈렸다. 그리고 나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펼쳐 보였다.
“지금 손에 땀 난 거 보여? 카메라에 잡히나?”
-밥 가져와!
-승승패패패 가나요?
-5252 믿고 있었다구!
-게임수준 존나 낮네
“게임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는 모르겠지만, 님은 제 방송에서 채팅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네요.”
재빠르고 상쾌하게 막말을 던진 놈에게 채팅 금지를 먹이고, 바로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속보. 상대편 승률 87퍼 부케.
재빠르게 전적을 검색한 시청자가 도네이션과 함께 알려준 정보대로, 상대팀 중 한 명이 거의 혼자서 게임을 다 했다. 뭘 하던 소용이 없었고, 게임은 20분만에 패배로 끝났다.
“괜찮아. 장사 하루이틀 해? 그냥 똥 밟은 셈 치는 거지.”
-역시 옥지가 멘탈은 좋아.
-괜찮은 거 맞음? 눈이 안 웃고 있는데?
-지옥에서 게임하려면 저 정도 멘탈은 기본이지.
-옥지는 역시 승승패패패가 딱이야.
할 수만 있다면 지옥에서 어쩌구 나불거리는 놈들과 무슨 노래처럼 승승패패패만 쳐대는 놈들도 모조리 채팅 금지를 먹이고 싶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까지 방송을 버거워할 줄은 몰랐다. 계속해서 승급전에서 떨어지고 놀림받는 게 주요 컨텐츠로 굳어지면서 채팅창을 표시해주는 모니터를 보는 게 점점 더 힘들어졌다. 솔직히 내가 분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사람들이 역겹다. 장난으로 던진 말들이 내 속에서 부풀어 올라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방송을 잠시 쉬어야 할 때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편집자님은 이렇게 말 했다.
“지옥에서 게임하는 이미지가 너랑 안 맞는 것 같다고? 열 여덟 번이나 승급전에서 패배한 건 방송인으로서는 오히려 운이 좋은 거야. 컨텐츠가 하늘에서 그냥 공짜로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금은 이 행운을 즐겨야 할 때야. 조금만 더 참아. 그리고 언젠가 진짜로 승급할 때를 떠올려 봐. 영원히 패배하지는 않아. 언젠가는 이겨. 특집 영상까지 준비하고 있다니까?”
편집자님이 만들고 있다는 특집 영상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나는 다음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15분만에 패배했다.
-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
-옥지는 실버가 딱이야!
-역시 이 맛에 옥지 방송 보는 거지!
-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승승패패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승승패패패!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18!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옥실딱!
-18181818181818181818181818181818181818
도배로 난장판이 된 채팅창을 보며, 문득 채팅이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로 무슨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닐까? 다음 판도 처참하게 패배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정말로 지옥에 있고, 영원히 승급전에 실패하며 조롱 받는 형벌을 받는 게 아닐까?
그래도 나는 스트리머다. 머릿속에서 정신나간 생각을 몰아내고 다음 멘트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괜찮다. 아직 한 판 남았다. 집중하자. 할 수 있어.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더 정신나간 생각이 머릿속을 채운다. 충동은 욕구가 되고 욕구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욕망이 되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표정관리도 하지 않은 채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가 멈춰 버렸다. 아무리 클릭해도 반응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재부팅할까? 그럼 방송 터지는데? 이미 터졌나? 생각해보니 방송 세팅도 모두 편집자님이 해줬고, 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전혀 다룰 줄 모른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히려 다행이다. 그대로 방송을 계속 했다간 스트리머 인생이 끝장났을 것이다. 그냥 빡종한 셈 치고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마음먹은 그 때, 핸드폰이 울린다. 편집자님이다. 방송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보세......”
“일부러 게임에서 지려고 했지? 방송 말아먹으려고 작정 했어?”
두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어떻게 알았지? 혹시 내가 트롤하기 전에 편집자님이 일부러 방송을 터트린 건가? 뜨끔한 놀람과 당황이 지나간 후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는 편집자님의 질타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입을 연다.
“편집자님. 저 방송 조금 쉴게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저번에도 말 했잖아. 그건 안 돼.”
“저랑 편집자님은 동업자 관계에요. 애초에 편집자님에게 허락 받을 필요도 없어요.”
“하아......”
핸드폰 너머에서 깊은 한숨이 전해져 온다. 나는 결심한다. 편집자님이랑은 여기서 끝이다. 방송이 여기까지 성장한 건 편집자님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맞지도 않은 이미지를 강요하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
“이만 끊고, 다음에 다시 연락 드릴......”
“진짜 답답해 죽겠네.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열 여덟 번이나 승급전에 실패하면서 느낀 게 전혀 없냐고.”
“지옥에서 게임하는 이미지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 했잖아요.”
“그것보다 그 방송하는 방 밖으로 나가본 기억은 있냐? 밥을 먹거나 잠을 잔 적은? 하다못해 방송 시작한 이후로 화장실이라도 한 번 가본 적 있어?”
머릿속이 하얘진다. 전화를 지금 당장 끊어야 한다고, 산산조각 나도록 던져버려야 한다고 본능이 외친다.
“넌 진짜 지옥에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