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어두운 거리 (4)
“그 시점에서 알아채기 못한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다. 지금은 사죄보다 대처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게, 맥스. 새롭게 사서 교환할 수도 없으니까요. 수리할 수밖에 없나.”
“... 네로, 컴퓨터를 고칠 수 있겠어?”
“아니, 그 컴퓨터는 전문가를 불러서 고쳤어, 캡틴. 초짜는 건들지 않는 게 좋아.”
“우리에게 맡기면 괜찮거든. 아마도.”
“? 그게 정말이야, 꼬맹아?”
“그럼, 욕쟁아.”
“무, 문제없다. 우리는 싸움의 피로가 남아있어. 오늘은 쉬는 게 좋겠어.”
“그래도 나도 도울게.”
“아마도 수리에 시간이 걸릴 거다.”
“손이 필요할 때는 부를 거니까, 지금은 조용히 쉬라고, 욕쟁아.”
“실제로 싸웠던 건 너희다. 피로도 우리 이상이겠지.”
“특히 아저씨! 안 쉴 거면 기절시켜서라도 쉬게 할 거야.”
“그래.. 그러지.”
“그럼 호의를 받아 쉬도록 하지.”
“그러자.”
“그런데, 아줌마에게 사과해야 할 게 한 개가 아닌데..?”
“아차.. 소닉이 박힌 유리문..”
우리들은 기절한 소닉을 네로가 들고는 컴퓨터를 신세기 중학생들에게 맡기고 위로 올라가려는 데 캡틴이 잠깐 멈춰 서서는...
“그 전에 잠깐.”
“뭐야, 캡틴? 아직도 뭐가 남았어?”
“키류를 신경써줘서 고맙다, 보르.”
“저 녀석.. 자기 일은 둘째치니까 위태로워서 못 보겠거든. 뭐하는 녀석이야?”
“사람의 아픔을 아는 극도(極道)였던 자야. 자신이 살았던 거리를 몇 번이나 지켜냈지.”
“그, 그렇기에 그리드맨에게 선택받은 거겠지.”
“키류 씨 말고도 여러분 모두 호인(好人)이라고요.”
“우리도 그런 너희에게 전력으로 답하겠다.”
“훗, 정말로 든든하군.”
신세기 중학생들과 서로 감사를 나누고 우리들을 따라 위로 올라가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다음날...
“칼리버, 컴퓨터는?”
“어어, 큰 손상은 아냐 키류. 이거라면 수리도 어렵지 않겠지.”
“그건 다행이군.”
“그러니까 말했잖아, 괜찮다고.”
“일단 컴퓨터 문제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문제는 이 거리야.”
“그래, 캡틴. 네가 본 걀라르호른의 게이트가 사라진 것과, 부서진 거리가 하루 만에 수복된 거. 그러고보니..”
“그래, 욕쟁이. 이 아저씨를 습격하려했던 이상한 꼬맹이가 있었어.”
“차갑고 찔리는 듯한 분위기를 냈었어.”
“하지만 공격받지 않았으니 그 소년이 적이라고 판단하긴 아직 일러.”
“그 전에, 내가 말렸으니까 될 뻔했다, 쪽이 정확하지만, 고슴도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군.”
다시 컴퓨터 앞에 모여서 어제의 조사로 알아낸 것들을 정리했다.
“뭐, 지금 정리될 문제는 컴퓨터 정도니까, 먼저 수리를 우선시하죠.”
“저기, 칼리버. 수리에 얼마나 걸려?”
“수리 자체는 어렵지 않아, 보르. 하지만, 몇 가지 손상된 부품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
“내가 부품을 사오지.”
“딱히 상관없다만.. 아저씨, 컴퓨터 부품 같은 거 제대로 알고는 있지?”
“어.. 아니..”
“그럼 내가 갔다 올게. 테일즈가 컴퓨터를 하도 수리하는 걸 옆에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으니까 어떤 건지 대충 알아. 필요한 걸 알려줘.”
“이, 이게 필요한 부품의 리스트다.”
“음.. 의외로 많네. 그래도 문제없어.”
“짐이 많을 것 같다면, 내가 도와주지.”
“그건 고마워~ 맥스.”
“그럼 부품은 저 둘에게 맡기고, 컴퓨터 수리, 계속 맡겨도 되겠지?”
“어, 어어..”
“그럼 난 여기에 남을게. 얘 혼자서는 힘들 테고, 누가 쳐들어올지도 모르잖아?”
“알겠어, 네로. 나머지는 거리의 조사를 이어서 한다.”
“그렇게 하지.”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통신기로 연락한다. 그럼..!”
“그래!”
19화 어두운 거리 (5)
“이걸로 리스트의 부품들을 다 모았어.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어느 것도 입수하기 쉬운 물건이었으니까, 소닉. 이걸로 컴퓨터를 수리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전부 다 들 필요는 없어. 하지만..”
아줌마의 심부름도 있으니 상당한 양이겠지.
“이만한 양이라면 문제없다.”
“나도 조금 들 수 있다고. 이렇게 봐도 덤벨 쯤은 가뿐히 들 수 있거든.”
맥스와 함께 컴퓨터 부품을 구한 나는...
“빨리 끝난 참에 다른 곳에 들러볼래?”
맥스를 데리고 눈앞에 보이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어째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어차피 제시간에 갈 예정이고, 점심 먹을 시간이잖아? 너도 짐 드느라 조금 지쳤을 거 아냐. 내가 쏠 테니까 뭐든 좋아하는 걸 먹으라고.”
“아니, 하지만...”
“오, 간만에 나폴리탄을 보네. 맥스 너는?”
“... 그럼, 너와 같은 것을.”
“알았어. 야, 주문~!!”
나와 맥스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고...
“‘전희절창 심포기어’에서도 똑같은 게 있긴 한데, 맛은 똑같네.”
“잘 먹겠다.”
우리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 내 얼굴을 왜 뚫어지게 봐?”
“넌 상당히 즐겁게 식사를 하는구나 생각했다.”
“무슨 의미?”
“난 생각했던 것을 말했을 뿐이다만, 뭔가 거슬렸나?”
“아니, 아무렇지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라면, 나도 있어.”
“그게 뭐지?”
“마스크 벗고 먹는 게 어때? 어떻게 먹고 있는 거냐?”
“사소한 문제다. 신경 쓸 것 없어.”
“하하..”
그러고보니 쟤는 처음 만났을 땐 감기라고 대놓고 얼버무렸지. 파고들고 싶다..
...
“? 케이크 가게군.”
“선물로 사갈까?”
보르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던 나는...
“저번에 구해줘서 고맙다, 보르.”
“뭐, 뭐냐고, 갑자기?”
“그 남자 아이에게 습격 받게 됐을 때 말이야. 제대로 말할 생각이었는데, 어제는 그럴 틈이 없었으니까.”
“어, 그래. 딱히 인사 같은 거 필요 없는데. 거창한 일도 아니고.”
보르에게 저번의 일의 감사를 전해줬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
“왜 그래?”
“아까부터 같은 곳을 걷고 있어. 저 케이크 가게를 봐봐. 아까 지나쳤었잖아.”
“듣고 보니까.. 본 적 있는 가게네.”
그건, 이 거리의 위화감이었다.
“실은 거대화해서 싸웠을 때마다 거리의 위화감을 느꼈었어. 거리의 너머가 흐릿한 느낌으로 앞이 안 보였었거든.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만약 실제로 갈 수 없다면, 뭔가가 있는 걸까?”
“아저씨, 그걸 확인하려고 일부러.”
그 너머에는 뭐가 있는 거지..?
...
“어제 우리가 거대화해서 싸웠던 장소인데, 역시 완전하게 고쳐졌어.”
“어떤 구조로 고쳤는지 조사하고 싶지만, 이러면 확인 못 하겠네요. 이렇게 된 거, 다시 한 번 거리를 부숴볼까요?”
“비트..”
“농담이에요, 농담.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지 마세요.”
비트와 함께 어제의 현장으로 도착한 나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부서진 거리가 전부 수복된 것을 봤다.
“아직 고쳐지지 않은 장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서둘러 찾으러 간다.”
“뭐, 그러죠.”
부서진 거리가 순식간에 수복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다른 장소로 가려다가...
“아니, 아무래도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캡틴.”
“?”
“저기 모퉁이 쪽이요.”
“!!”
비트가 가리킨 모퉁이 쪽을 봤는데, 그쪽에는 공간이 깎여서 다른 무언가가 드러나 있었다.
20화 어두운 거리 (6)
“아마 저게 수복의 답일 거예요.”
“틀림없을 거야. 어제의 싸움은 상당히 큰 피해가 났으니까 수복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아. 그리고 저 파편.. 분명히 현실과 동떨어졌어. 지금까지 저런 건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에너지첸가?”
“...”
“뭔가 아나 보군.”
“분명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아는 건 사람이 아닌 무언가의 힘이 작용해서, 이 거리를 수복시킨다는 것 정도에요. 덧붙여서, 출현하는 괴수와 같은 성질의 힘일지도 몰라요.”
“뭐!?”
거리와 괴수가 같은 성질이라고..!?
“소름끼치는군..! 하지만, 그 괴수가 어떻게 어디서 출현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정말로 거리와 괴수가 연결되어 있다면..!”
어쩌면 이 세계 전체가..! 무슨..!!
“괜히 혼란스럽게 해버렸나요?”
“아니, 좋은 정보야. 덕분에 내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비록 이계라 해도 자신이 속한 세계와 같은 상식으로 사물을 생각해선 안 된다. 그건 비트의 의견과 눈앞의 이질적인 광경을 받아들인 내 관점이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
칼리버의 수리 솜씨가 좋네. 내가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아.
“컴퓨터 수리를 할 수 있다니, 왠지 토니를 보는 것 같네.”
“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그런 녀석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많지 않아.”
“그런 건가..”
“뭔가 도울 일이 있다면 말해. 이대로 무료하게 있자니, 불편해 뒤지겠어.”
“알았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로 충분해.”
“그래..?”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러고보니, 어제 이 통신기에서 목소리가 들렸었잖아? 혹시 싸움 때문에 부서진 거 아냐? 이걸 고친다면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무, 문제가 있는 건가?”
“이 녀석을 수리하면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까 해서.”
“그 통신기는 다른 세계의 것이다. 이런 이상 사태에 뭐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겠지.”
“그럼 그 목소리는 이 통신기가 뜬금없이 골라낸 거야?”
“아직, 모르겠다..”
“이게 다음에 들렸을 땐...”
이때, 통신기에서 또 그 목소리가 났다.
“너... 누가... 거기... 리드맨... 는..”
“!! 바로 튀어나오네!”
“적... 거리 안... 누가...”
이 단어들로 생각해보면.. ! 이런 씨발..!
“또 어딘가에서 괴수가 나타나는 거야!?”
“가, 갈 거야..?”
“신용도가 낮지만 이 목소리가 제대로 알려준 거라면, 그 징그러운 좆밥 새끼들을 놔둘 수 없다고! 컴퓨터를 맡길게!!”
“알았다. 하지만, 조심해라.”
통신기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경고.. 그 경고를 들은 나는 서둘러 거리로 나왔는데...
“확실히 거리 안이라고 했는데 대체 어디야!? 괴수 씨발 새끼들은 어디에 있는 거고!!?”
갑자기 큰 진동과 소리가 울리자...
“저기다!!”
나는 그 방향에서 작은 괴물들이 나타난 것을 봤다.
“거 잘 걸렸다, 선인장 개새끼들아!!”
그 녀석들을 본 나는 녀석들을 향해 블루 로즈의 총알들로 쏴맞추면서 달려가고는...
“받아라!!”
오른팔에다가 거베라를 끼고는 녀석들을 향해 거베라의 충격파를 쏴서 몇 마리를 날려보내고는...
“너는..!”
안 맞은 녀석은 불 붙은 레드 퀸으로 힘껏 쳐서...
“야구나 배우고 오라고!!”
홈런으로 날려쳤다. 그런 다음에 다른 한 녀석을 향해 오른팔꿈치의 와어어를 쏴서 붙잡고는 그 녀석을 잡아당겨서 끌어당긴 다음에...
“너는 좆까먹어!!”
오른쪽 날개의 주먹으로 당겨져 오는 그 녀석을 정면으로 힘껏 쳐서 그 놈의 몸 전부를 산산조각냈다.
“하, 선인장 주제에 잘난 척은..! 그런데..”
이것들, 수가 많네.
“네로!!”
“키류! 너희들이 어떻게!?”
“누가 이런 파티를 모를 것 같아? 안 그래, 보르!?”
“어, 소닉. 그런데 저 녀석들이 또 대량으로 나왔네. 큰 놈은 안 나온 것 같지만.”
“그런데, 컴퓨터 쪽은!?”
“제대로 맡겨놨어, 네로. 바로 도착할 거야.”
“수리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까 이제 곧 고쳐질 겁니다.”
“그거 다행이네!”
“하지만 안심하는 일러, 네로! 지금 이 상황에서 거대 괴수가 나타나면 인피니티 스톤을 쓸 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거라고!”
“누가 모른데 캡틴!?”
“설령 나타난다 해도 그리드맨이 부활할 때까지 내가 막겠어!”
“아저씨, 니 혼자서 무리하지 말라고.”
“! 그래, 보르.”
“그럼, 신나게 놀아보자고,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