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장. 여름 축제 첫째 날.
우린 라이팅 시티 중앙 광장에서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여름 축제 현장에 들어섰다.
많은 상가..
많은 상인..
많은 사람..
그들은 저마다 조화를 이루며
어두워져 가는 밤 거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와……."
나는 축제 현장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들렸던 시장과도 같은..
그런 느낌이 살짝 좀 들기도 했는데..
이곳은 그곳에 비해..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고.. 또.. 어마어마 했다.
'······.'
난 한참 동안을 요리조리 둘러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샹들레가 저 너머에서
양 손에 뭉실뭉실한 무언가를 들고 왔다.
하나는 하늘색..
하나는 분홍색..
그것들은 막대기에 꽂혀 있었다.
"이게 다 뭐야?"
난 그녀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며 물었다.
"저쪽에서 산 솜사탕..
여기 네 것도 있어!
한 번 먹어 봐!!"
그녀가 내게 분홍색 솜사탕 하날 건네줬다.
"그래, 고마워~."
난 그것을 받은 뒤, 한 입 먹어봤다.
'······.'
구름 같이 생긴 그것은..
꽤, 달콤했고···
입 안에 넣자마자 아이스크림 처럼
사르르르 녹았다.
"으음.. 맛있다!"
"그치? 흐흐···
이제 저기 가서 놀자!!"
"그래~."
우린 솜사탕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방문 하면서..
이것저것 사 가지고 우물우물 거리고···
또, 어딘가에 가서 뭔갈 사 가지고
먹고.. 먹고.. 또, 먹고…….
그냥, 계속 뭔갈 소소히 사 먹으며 돌아 다녔다.
'······.'
"오늘은 이쯤 까지만 하고 그만 돌아가자!"
샹들레가 한 손에 사과 사탕을 들고 나를 보며 말 했다.
"우움, 그래…."
나는 한 손에 사과 사탕을 든 채,
우물우물 거리면서 대답했다.
그 길로 우린.. 느긋히 여관으로 향했다.
'…….'
'웅성웅성..'
여관 안에 들어서자..
1 층 홀 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잭, 오늘 하루 즐거웠어!"
샹들레가 날 보며 말 했다.
"나도!"
나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잭, 혹시 되면···
내일도 같이 놀러 가지 않을래?"
"그래, 그러지 뭐~."
"그럼, 내일 보자!"
'…….'
나는 숙소에 도착한 뒤, 침대 쪽을 바라봤다.
엔비는 아직 잠 들어 있었다.
"엔비!"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으음.. 뭐야? 너냐??"
엔비가 비몽사몽한 채, 눈을 뜨며 말 했다.
"어, 방금 도착했어!"
"흐아아암.."
엔비가 자리 앉아 하품을 했다.
"이제 식사 하러 가야지?"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오.. 그래!
어서, 가자!!"
엔비가 신난 듯이 대답했다.
"아니, 난 됐어···."
축제 현장에서 이것저것 먹고 다녔더니..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게다가 난 좀 있다가 'Bar.' 에도
방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여름 축제에서 이것저것 먹고 다녔더니..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흐음.. 그래?
그나저나.. 그 축제는 어땠냐??"
"축제? 흐음···."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뭔가 딱히.. 얘기 할 만한 거리가 없없다.
왜냐면.. 거의 뭔갈 먹고 다녔기만 했기 때문에…….
"즐거웠어~."
'내 입이..'
"누구랑 갔는데?"
"샹들레랑.. 둘이서.."
"그래? 어휴.. 좋을 때다, 좋을 때..
그럼, 좀 있다 식사하고 나서
목욕이나 같이 하러 가자!"
"그래, 그러자.."
그는 식사하러 떠났다.
'…….'
"으아아아.. 배 부르다.."
엔비가 방 안에 들어오며 만족스러워 했다.
"왔어?"
나는 침대 위에 앉아, 그를 보며 말 했다.
"그래, 왔다!"
우린 숙소에서 잠깐 잡담을 나누다가
목욕탕으로 향했다.
'…….'
탕에 들어가기 전, 간단히 씻는 사람..
(오른 쪽에 2 명.. 남자 아이 하나.. 어른 하나..
왼쪽에 4 명.. 노인 둘.. 청년 둘..)
탕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
(7 명.. 청년 셋.. 아저씨 둘.. 노인 둘..
다들 끄트머리 부근에 일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총 13 명 정도..
(거기다 나와 엔비를 합하면 15이..
아니, 엔비는 사람은 아니니깐..
14이 맞으려나..?)
사람들이 꽤, 붐볐다.
아무래도 다들 땡볕 더위 때문에 더워서
씻으려고 이곳에 들렸나 보다.
뭐.. 그건 나와 엔비도 마찬가지이지만..
'······.'
우린 간단히 씻은 뒤, 목욕탕 속으로 들어갔다.
현재 탕 안에는 12 명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은 탕이 꽤, 넓어서 공간이 여유롭고 넉넉했다.
나머지 셋은 끄트머리 눕는 장소에 디비 누워 있다.
"으아아아.. 시원 하구만..
역시 이 만한 때가 또, 없는 것 같아~~."
엔비가 내 옆에서 말 했다.
"흐음..?"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왜, 그래?"
"아니, 오늘은 왠지 목욕탕 안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 같아서……."
"풋.. 작가가 내가 한 얘기 때문에 찔려서
목욕 씬에 사람들 넣은 거 아냐?"
"엔비, 뭐라고??"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키킥..
그러니, 크게 신경 쓸 거 없어~~."
엔비가 재밌다는 듯이 피식 거렸다.
'웅성웅성..'
주변이 갑자기 시끌벅적 해 졌다.
"아니, 고양이가 말을 하잖아..?"
"게다가 사람들 목욕하는 곳에서
웃고 떠들고 있어···."
"고양이의 형태를 한 요물이 아닐까?"
"시끄럿!!!!"
'······.'
"아.. 그러고 보니 엔비!"
"왜?"
"내일 축제 구경하러 같이 가지 않을래?"
"뭐어? 내가 왜, 그런데를…."
"거기에 맛있는 거 많이 있더라!"
"맛있는 거?
뭐뭐 있는데??"
"으음.. 문어빵.. 오징어 구이.. 소시지..
햄버거.. 토스트.. 아이스크림.. 솜사탕..
사과사탕.. 와플.."
"풋··· 보아하니 하루 죙일 먹고만 다녔나 보네.."
"또, 먹거리 말고도 이런저런 놀이 거리들도 잔뜩 있어!!"
"으음.. 그래, 같이 가자!
이 엔비님이 잠깐 시간내서
보모 역할이나 해 주지 뭐!!"
"크큭.. 고마워."
나는 그를 보며 대답했다.
"그런데, 축제는 언제 쯤 보려고?"
"글쎄.. 아마, 저녁 쯤?"
"저녁? 아아.. 으음.. 그래.."
"후우.. 그나저나 저녁까지 뭘 한담?"
나는 천장을 올려다 보며 말 했다.
"뭘 하긴 뭘 해..
그냥, 선풍기 바람이나 쐬면서 잠이나 푹~ 자야지···."
"큭큭.. 그건 그렇네.."
'…….'
목욕이 끝난 뒤, 엔비는 숙소로 향했고..
나는 2 층 Bar 안으로 들어갔다.
'…….'
오늘도 자리가 만석이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레몬색 머리카락..
저 너머에서 피즈의 뒷 모습이 보였다.
레몬색..
하얀색..
레몬색 고양이 귀 머리띠..
레몬색 고양이 꼬리..
그녀는 오늘 귀여운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치마 밑단은 무릎 위 조금까지 올라가 있었다.)
"피즈씨~ 저 왔어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으음?"
그녀가 뒤돌아봤다.
"재액!!"
(지난 번 상황 반복.)
'…….'
눈을 뜨자 하얀색 레이스가 보였다.
나는 오늘도 그녀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혔다.
"잭, 보고 싶었어!!"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녀가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 속에 끼우고서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ㅍ즈ㅆㅣ ㅅ.. 숨...."
"엇?"
그녀가 날 뒤로 살짝 밀었다.
"놀러 왔어요.."
나는 그녀를 보며 말 했다.
"웅! 잘 왔어!!"
그녀가 일어나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지렛대 삼아 잡고 있어났다.
"저기요~."
"아, 네~~
좀 있다 봐!"
피즈가 내게 윙크 한 뒤, 주문을 받으러 자릴 옮겼다.
'휴..'
오늘도 죽는 줄 알았다.
뭐,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은 없지만······.
'보자··· 다른 사람들은..'
나는 술이 놓여진 장소 쪽을 바라봤다.
그곳엔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한 손에 헝겊을 들고 접시를 닦고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
"레이나 누나~."
나는 4 ~ 5 번 째 의자 틈에서 그녀에게 인사했다.
"잭이구나… 왔어?"
그녀가 날 보며 말 했다.
"네, 방금 도착했어요!"
"그래, 잘 왔어."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그녀의 의상을 바라봤다.
청록색..
하얀색..
청록색 고양이 귀 머리띠..
청록색 고양이 꼬리..
그녀 역시 피즈처럼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도 손님들이 많네요.."
"그래서, 바빠…."
"이런.. 바쁘신데
괜히 온 거 아닌가요?"
"괜찮아…."
'그럼, 뭐···.'
"아, 오늘 축제 구경하고 왔어요!"
"여름 축제?"
"네.. 오늘이 첫째 날이라고 하더라구요!"
"삼 일간 열린댔나?"
"으음..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누난 축제 구경 다녀오셨나요?"
"아니.. 일 해야되서 못 갔어.."
"그렇구나.."
"괜찮아…."
"네?"
"잭이 있으니깐 괜찮아…."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헛..'
이윤 모르겠지만 심장이 쿵쾅 거렸다.
'터벅터벅..'
"잭.."
'이 목소린..?'
나는 고갤 돌렸다.
그러자, 루비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분홍색..
하얀색..
분홍색 고양이 귀 머리띠..
분홍색 고양이 꼬리..
"루비씨 반가워요!"
나는 그녀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응.. 나도.."
그녀가 수줍게 고갤 끄덕였다.
'…….'
나는 지난 번처럼 레이나 누나가 일 하고 계신 곳으로 들어갔다.
'딸랑딸랑..'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레이나 누나가 음료 제조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목 말라?"
그녀가 날 보며 물었다.
"네.."
가게 내부에는 대형 선풍기가 배치되어 틀어져 있었지만..
(양쪽 위 2, 아래 2,
'ㅁ.' 꼭지점 방향에 배치되어 있다.
바람은 모서릴 기준으로 'X.'
이런 방향으로 틀어져 나왔다.)
이곳엔 선풍기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좀 후덥지근 했다.
"잠시만.."
그녀는 할 일을 마친 뒤, 뭔갈 제조하기 시작했다.
'······.'
"여기.."
삼각형 유리잔..
초록색 음료..
노란색 빨대..
얼음 4 조각..
까만색 씨앗..
"이건..?"
나는 초록빛 음료를 보며 말 했다.
"키위 주스.."
"앗.. 고맙습니다..
서비스 맞죠?
잘 마실게요~."
"아니.."
"네?"
"서비스 아니야.."
"아.. 잠시만요..
지금, 화폐 가지고 올 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훗.."
그녀가 피식하고 웃었다.
"대신 다른 서비스……."
레이나 누나가 날 껴 안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싫진 않지만 난감하기도 하고..
좋긴 하지만 어찌해야 될 줄 모르겠다.
그저, 레이나 누나의 따스한 품이 느껴진다.
숨소리..
볼에 닿는 부드러운 머릿결..
청록색의 빛..
그리고, 푹신푹신한 감촉..
나는 좀 덥긴 했지만···
그 자리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내 뺨을 타고 땀이 흘러 내렸다.
'…….'
"맨날 피즈만 안길래..
나도 한 번 안아 봤어.."
그녀가 허그를 푼 뒤, 말 했다.
"아, 네···."
나는 고갤 끄덕였다.
"어때? 서비스는 괜찮았어??"
'이런 서비스..
매일 해 주셔도 좋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나는 레이나 누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도 좀 더웠는 지..
얼굴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네.."
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후.. 덥다.."
그녀는 손으로 자신에게 부채질을 했다.
"여름엔 힘들겠어.."
"뭐가요?"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이런 서비스……."
그녀가 나를 보며 씨익하고 웃었다.
"하핫.. 그러게요;;"
나는 옆 쪽에 올라가 있는 코팅이 된 종이로
그녀에게 부채질을 해 줬다.
"고마워.."
그녀가 나를 보며 말 했다.
이후 난 목이 말라 키위 주스를 한 입 마셨다.
'······.'
밤 하늘..
달빛..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들..
에메랄드 빛의 오로라..
언덕 길..
나무..
강가..
그런 이미지가 잠시 연상됐다.
그러면서..
시원하고..
상큼하고..
깔끔하고..
개운하고..
달콤하고..
시큼한 맛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내 입 속을 휘젓고 다녔다.
아삭아삭한 이물감과 함께···.
"으음.. 맛있네요!"
"그치?"
그녀가 음료를 제조하며 대답했다.
'…….'
"이 일은 힘든가요?"
나는 키위 주스를 손에 들고 물었다.
"좀 그렇지만..
그래도, 재밌어."
"주로 어떤 부분이 힘들죠?"
"이상한 손님들.."
"아.. 그렇군요…."
이것은.. 일 하는 도중 맞이하게 되는..
그런 상황에 관한 대답인 것 같았다.
"이 일은 언제 시작 하셨나요?"
"좀 됐지···
원랜 다른 곳에서 일 했었는데..
잘 되서 이리로 자릴 옮기게 됐어."
"그랬군요..
일은 누구 한테 배우신 거예요?"
"알렉산더 한테······."
'알렉산더..'
지난 번에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그 분은 어떤 분이시죠?"
나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나쁜 남자……."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나 한테 몹쓸 짓을 해 놓고.."
그녀의 안색이 좀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뭔가.. 안 좋은 과거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난 그녀를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러더니.. 결혼하고 나서 그대로 잡혀가 버렸어.."
'으음?'
나는 고갤 갸우뚱 거렸다.
"그 사람이.. 바람을 핀 건가요?"
나는 좀 더 깊숙히 캐 물었다.
"흐흐흐흐.."
레이나 누나가 갑자기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농담이야……."
"네..?"
"농담..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잡혀간 건 맞아.."
"아.. 네…."
이 누나..
농담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
"재액~!"
피즈가 뒤에서 날 껴안았다.
"많이 기다렸지?"
피즈가 내게 물었다.
'딱히 기다리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그녀가 오늘 내게 뭔갈 만들어 준다고 했었는데······.
'뭘 먹게 되려나..?'
"네, 목 빠지게 기다렸어요!"
난 그녈 보며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어멋.. 잭..
네가 날 그렇게 까지 좋아하는 줄은 몰랐어……."
피즈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좋아 한다곤 안 했는데……
그나저나, 어느 시점에서 그런 기분을 느낀 거지..?'
의문이었다.
"그.. 그런데, 오늘 뭔가 만들어 준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난 그녀에게 물었다.
"아, 맞다.. 그랬지..
으음.. 지금은 일이 바쁘니깐···
좀 이따가 레이나 언니 방에서 같이 먹자!
괜찮지?"
"네??"
"왜,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럴 거면 차라리..
일이 다 끝난 뒤, 부르시지 그랬어요?"
"잭 한테 이 옷 입은 모습 보여 주려고 그랬지~!
어때? 나 이뻐??"
'······.'
"이.. 이뻐요……."
실제로 피즈는 이쁘게 생겼다.
그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녀가 입은 옷 또한,
그녀와 잘 어울렸다.
"그래? 흐흐흐흐.."
피즈가 어린애 같은 미소를 지으며 쑥스러워 했다.
"그런데, 이런 옷들은 다 어디서 난 거죠?"
"이거? 루비가 만들어 준 건데?
쟤 재봉 솜씨가 꽤.. 좋아~~."
"오… 그래요?"
신기한 사실을 또, 하나 알 게 됐다.
"그럼, 난 일 하러 가볼 게~
이제 곧 끝나니깐 조금만 더 기다려!"
"네, 피즈씨……."
"누나……."
"네?"
"누나라고 불러!"
"아.. 예.."
"어서! 말 해 봐!"
"피즈…
누나……."
"응, 잭!"
그녀가 날 보며 해맑게 웃었다.
한 여름 도중 피어난 해바라기 같은
그녀의 싱그러운 미소에..
괜시리 얼굴이 달아 올랐다.
"우리 둘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은 사이니까
누나라고 불러야 돼!"
"으음? 그게 무슨 얘기야?"
어느샌가 이쪽으로 다가온 루비가 건너편에서 우릴 보며 물었다.
"아이.. 참!
피즈 누나!!"
난 그녀를 보며 외쳤다.
"훗.. 하하하하하하!
잭!! 쑥스러워 할 필요 없어!!!"
피즈가 웃으며 즐거워 했다.
난 쑥스럽지 않다.
단지,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저런 말을 해서 좀 당황스러웠을 뿐이다.
물론.. 농담으로 그런 거 겠지만…….
"훗.."
레이나 누나가 그릇을 닦으며 웃었다.
그리고, 루비를 봤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 지 몰라도..
그녀의 얼굴이 좀 빨갛게 달아오른 것 처럼 보였다.
'…….'
피즈 누나와 루비 둘은 현재 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레이나 누나도 내 옆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참;; 피즈 누나 때문에 난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니깐요……."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새로 받은 음료를 마셨다.
동그란 글라스 잔..
연두색 음료..
(사과 맛이 났다.)
옆에 꽂힌 레몬..
(둥근 모양으로 작게 잘려져 있었다.)
얼음 4 조각..
노란색 빨대..
"아마, 잭이 좋아서 그런 걸 거야……."
'그래도..'
싫진 않았다.
단지, 난감할 뿐···.
"에휴.."
나는 홀 쪽을 바라봤다.
'······.'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음에도 불구..
가게 내부는 여전히 북적 거렸다.
그런데, 이것저것 떠나서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무지무지 따분했다.
그래서, 난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쪽으로 향했다.
'…….'
조명을 받은 피아노가 반짝 거렸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눈을 감고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
마음이 안정 됐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순간 만큼은
지루 하지가 않았다.
심심 하지가 않았다.
따분 하지가 않았다.
재미 없지가 않았다.
심난 하지가 않았다.
짜증 나지가 않았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혼란스럽지 않았다.
모든 게 차분해 지고..
모든 게 고요해 지고..
모든 게 안락해 지고..
모든 게 황홀해 지고..
모든 게 즐거워 지고..
모든 게 가벼워 지고..
모든 게 백지로 되돌아 가는
뜻 깊은 한 순간…….
마치, '나.' 라는 존재가···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처럼······
이 순간을 위해, 숨 쉬고 있는 것 처럼······
이 순간에 녹아 들고.. 동화 되고.. 스며 들고.. 하나 되어..
그렇게 점차 무아의 지경에 이르러 간다.
'…….'
'짝짝짝짝짝짝짝짝.'
"브라보~!"
주변에서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어?'
정신을 차리자 모든 시선이 날 향해 있었다.
"최고다!"
"멋지다!"
"짱이다!"
사람들이 날 보며 환호했다.
나는 쑥스러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레이나 누나 옆으로 갔다.
'······.'
"수고들 했어~."
레이나 누나가 말 했다.
"후! 끝났다~!"
피즈 누나가 기지개를 펴며 기뻐했다.
"흐아암.."
루비가 하품했다.
난 그런 이들을 멀뚱멀뚱 지켜봤다.
'…….'
일이 끝난 뒤, 레이나, 피즈, 루비, 나..
이렇게 넷은 6 층 레이나 누나의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방에 작은 나무 상 하나를 깔고..
그 위에 이런저런 음식들을 함께 먹..
'그런데, 왜, 다 빤스 차림인 거냐!!'
(정확하겐 브라랑 팬티만이었다.)
이들은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갑자기 다들 덥다면서 웃도리들을 벗어 던지더니..
그렇게 저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눈치가 보였다.
"으음? 잭, 왜, 그래??
혹시 배가 고프지 않은 거야?"
피즈가 물었다.
"아뇨.."
시선을 어따 둬야 될 지 모르겠다..
'덜컥..'
레이나 누나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너넨 뭐, 마실래?"
그녀가 물었다.
"전 'ADAMAS 48.' 로 부탁 드려요~."
피즈 누나가 대답했다.
"저는 'ELice 96.' 이요.."
루비가 대답했다.
"알겠어~."
레이나 누나가 사이즈 다른 캔을 3 개 꺼냈다.
그 중에는 내가 지난 번에 봤던 'PDM.' 이란 맥주도 있었다.
하얀색 배경..
검은색 글자..
300 ml
('48.' 뒤에 검은색 다이아몬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레이나 누나가 피즈 누나에게 'ADAMAS48.' 를 건네 줬다.
검은색 배경..
회색 글자..
300 ml
이어서 루비에게 'ELice 96.' 을 건네 줬다.
('96.' 옆에 흰색 토끼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레이나 누나는 'PDM.' 을 마셨다.
"크으~ 근무 끝난 뒤,
마시는 맥주 만 한 게 또, 없지!"
피즈가 맥주 캔을 딴 뒤,
한 입 들이키고 나서 걸쭉하게 말 했다.
"누나.. 꼭 아저씨 같아요..
하핫;;"
난 그녀를 보며 말 했다.
"뭐어~?
나 같은 이쁜 언니 한테 아저씨라니..
이거 섭한 걸?"
피즈 누나가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며 대답했다.
'딸깍.'
"시원하다.."
루비가 음료를 마시며 말 했다.
'딸깍.'
레이나 누나가 무덤덤하게 맥주를 마셨다.
"레이나 누나는 그 맥주만 마시나 봐요?"
"음? 이거?"
"네.."
"맞아.."
"누나가 즐겨 마시는 걸 보니..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인가 보군요!"
"아니.."
레이나 누나가 낮게 대답했다.
"저거.. 별로 인기 없는 브랜드야..
나랑 루비가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고……."
피즈가 설명했다.
"아.. 그랬군요……."
나는 괜시리 무안해졌다.
"그래도, 맛있어……."
"그래요, 언니!
사람들이 멍청해서 못 알아 보는 것 일 뿐일 거예요!!"
피즈 누나가 눈에 하트를 만들며 말 했다.
"으음.. 오.. 이거 정말 맛있네요~"
나는 꼬치를 먹은 뒤, 말 했다.
"닭인가요?"
"양이야.."
피즈 누나가 말 했다.
"양?"
"웅~ 맛있지?
내가 직접 만든 거라구! 엣헴!!"
"아.. 정말요?"
신기했다.
저 사람은 집안 일이랑은 인연이 1도 없을 것 같았는데..
"피즈.. 요리 잘 해……."
레이나 누나가 말 했다.
"그럼.. 이것들을 다 누나가 만드신 건가요?"
난 상 위에 놓여진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
"물론! 대신.. 미리 만들어 놓고
렌지로 좀 데운 거지만..
그래도, 먹는데 이상이나 지장은 없을 거야~."
"하핫.. 누나랑 결혼하면
매일매일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울 것 같네요!"
"헛.. 잭..
결혼은 아직 이르지 않아..?"
'으음?'
"그런가요?
그럼.. 언제 쯤이 적당할까요?"
"글쎄.. 결혼도 좋지만..
그 전에……."
'아니, 얘기가 왜, 갑자기 저런 쪽으로 빠지는 거냐!!'
방심할 수 없는 그녀였다.
"그런데, 누난 왜.. 요리도 잘 하시면서
bar 에서 일을 하시는 거예요?"
"왜긴.. 거기 있으면.."
'거기 있으면..?'
"레이나 언니랑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이산화탄소를 주고 받으며
간접호흡을 할 수가 있잖아..
하앍……."
'어이.. 산소도 아니고 왜, 하필 이산화탄소냐?'
홀이 더운 이윤 사실..
그녀의 거친 숨결 때문에 그런 게 아녔을까..?
"피즈.. 원래 주방 일 했어……."
"아, 그래요..?"
"그런데.. bar 쪽으로 왔어.."
"그랬군요.."
"맞아맞아.. 하하하하!
과거에 주방에서 열심히 일 했었지.."
피즈 누나가 즐겁다는 듯이 말 했다.
"루비도.."
"어? 루비 씨도 주방 일 하셨어요?"
"아니.. 난 서빙……."
루비가 수줍게 대답했다.
"잭.. 너 그거 알어?
우리가 입는 의상..
처음에 그렇게 입자고 제안한 게 루비였다!?"
"아.. 그래요?"
의외였다.
수줍음 많이 타는 그녀가..
그런 화려한 듯 노출이 강한 의상들을 입자고
먼저 제안 하다니…….
"그.. 그게..
옷 만들어 둔 거 보관만 해 두면 아깝고……."
루비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물 거렸다.
왠지 당황한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지던 그녀였다.
"어쨌든.. 음료는 레이나 누나가..
음식은 피즈 누나가 맡아서 하시는 거군요.."
"맞아.."
레이나 누나가 맥주를 마시며 대답했다.
"그런데, 나는 하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루비가 기 죽은 듯이 말 했다.
"하핫.. 루비 씨는 의상을 잘 만드시잖아요!"
"맞아.. 이렇게..
크나큰 걸로 손님들의
시선을 독점 할 수 있잖아..
사실.. 너의 그 터질 것 같은 볼륨을
자랑하고 싶어서 bar 에서
그런 옷들을 입고 일 하는 거지?
요.. 앙큼한 것…….
에잇에잇!"
피즈 누나가 루비의 몸에 달린
커다란 수박 두 개를 요리조리 마사지 했다.
"하으읏.. 루비..
이러지 마……."
눈 앞에 낯 부끄러운 장면이 연출 됐다.
"그래도, 용케 그런 의상을 입고 일을 하게 됐네요.."
"레이나 언니는 처음엔 시큰둥 했었는데..
알렉산더가 괜찮을 것 같다고 말 해서 입게 됐어~~."
피즈가 하던 일을 멈추고 말 했다.
"알렉산더..?"
"아.. 말 안 했나?
알렉산더가 누구냐면..
레이나 언니 첫 사랑……."
"아냐! 그런 거……."
깜짝 놀랐다.
이런 장면은 처음봤다.
항상 온순하고 침착한 것 같은
레이나 누나가 데시벨을 높였다.
"미안.."
레이나 누나가 사과했다.
"아뇨.. 괜찮아요.."
나는 그녀를 보며 말 했다.
"그런데, 잭은.. 피아노 언제 배운 거야?"
레이나 누나가 내게 물었다.
"아.. 저기.. 그게;;
기억이 잘 안 나요.."
"기억이 안 난다니?"
"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
난 그녀들에게 나의 상태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레이나 누나가 말 했다.
"네.. 그랬어요.."
난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힘들었겠다.."
"아뇨.. 괜찮아요!"
난 소시지에 케첩을 찍어 먹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이것저것 떠나서
먹고 자고 하는 것에만 지장이 없으면 별 상관 없었다.
그래서, 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짜피 딱히 뭐, 기억이 나지도 않고…….
이렇게.. 나는 그녀들과 한참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밖은 여전히 어두컴컴 했다.
'…….'
식사가 끝난 뒤, 피즈 누나는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잭, 내일 밤, 또 보자……."
레이나 누나가 웃으며 말 했다.
'내일 밤..?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넵."
난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나와 루비도 레이나 누나의 숙소에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슬슬 내가 머무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