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신 햇빛..
푸른 하늘과 옅은 구름..
말 두 마리..
(우리가 타고 다니던 하얀색 말과
샹들레가 타고 다니던 갈색 말.)
갈색 천막이 덮힌 직사각형 모양의 나무 짐 칸..
그녀는 필요한 물품들은 다 그 안에 담아 뒀다고 말 했다.
그리고, 앞으로 약, 4 일 정도 말을 타고 가야,
그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는 말을 몰 줄 모르니
엔비와 그녀가 번갈아 가며 말을 몰기로 했다.
'······.'
"어휴.. 여관 찾는 것만 하루 죙일 걸렸었는데..
이제 나흘 동안이나 이러고 다녀야 한다니···
으으.. 마을이 불에 타건 말건..
그냥, 가만히 있을 걸······."
엔비가 말을 몰며 불평했다.
나는 짐 칸 속에 앉아, 그 얘길 잠잠히 들었다.
그리곤 반대편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엔비 쪽을 바라보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뭔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도 난 것 처럼···.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
눈을 뜨니 주변이 새 하얳다.
그 장소다.
의식과 무의식의 틈···
그간 내가 어떤 한 사내와 마주해 왔던 장소..
그런데, 오늘은 그가 내 눈 앞에 바로 보였다.
나는 현재 그의 무릎에 머릴 기댄 채, 누워 있다.
"까꿍~."
그가 나를 보며 웃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왠 까꿍이예요?"
난 그를 보며 물었다.
"늘 같은 식이면 재미가 없잖니~~
그래서, 오늘은 살짝 소스를 줘 봤단다!"
그는 자신이 말한 것 처럼..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핫.. 소스라면 그···
뭔가에 찍어 먹거나, 뿌려 먹는 그거요?"
"으음··· 뭐, 얼추 비슷하지!"
'······.'
"그 동안 어찌 지냈니? 잭···."
그가 내 옆에서 앉아서 물었다.
"흠.. 나쁘지 않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안 좋은 일도 좀 있었고······."
"안 좋은 일?"
"네.. 제 친구들이랑 마을 사람들이
다 폭주족들 한테 끌려 가 버렸거든요..
마을도 다 불에 타 버리고······."
"이런.. 그것 참 안 됐구나!!
그래서, 잭···.
넌 이제 부터 어쩔 생각이니?"
"그게···."
'······.'
나는 그에게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 관해 설명했다.
"잭···
앞으로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또, 생길 테지만..
난 네가 잘 대처해 나가리라 믿는다."
"제가 잘 해 나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 볼게요!"
'······.'
눈을 뜨자, 주변이 어두컴컴 했다.
나는 짐 칸 속에 엎드린 채, 누워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 나, 짐 칸 밖으로 나갔다.
'······.'
주위를 둘러봤다.
어두웠다.
별.. 달..
구름 조금..
귀뚜라미 소리..
바람 소리..
수풀.. 나무..
주변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한 없이 조용했다.
그러던 중.. 저 너머로 불빛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
그녀가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엔비는 그 옆에서 포대를 덮고,
잠 들어 있었다.
"일어났어?"
그녀가 날 보며 말 했다.
"네.. 그런데, 제가 얼마나 잤죠??"
나는 자리에 앉아서 물었다.
"흠.. 오늘 하루 종일 잔 거 같은데?
저 분이 '우린 x 고생을 하는데
저 녀석은 혼자서 잘만 자네..
팔자 좋은 녀석이구만······.'
이러면서 불평을 늘어 놓으시지 뭐야? 호호호호!
그러다가, 어두워져서..
주변에 적당히 자릴 잡고 정착했어."
"그랬군요..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에이··· 미안하긴!
그나저나, 배 고프지 않아?
이거라도 먹을래?"
그녀가 남은 음식들을 보며 말 했다.
'마침, 배가 좀 고팠는데······.'
그도 그럴 게···
아침 식사 이후..
여지껏 아무 것도 먹질 못 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남은 음식들을 보며 말 했다.
'······.'
어디선가 왠지 모를 시선이 느껴졌다.
"혹시.. 뭔가 볼 일이라도..?"
나는 먹던 빵을 잠시 내려 놓고,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 아··· 그게;;"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저기.. 아까 저 분이
마을에 관한 얘길 잠시 하시던데···
그게 무슨 얘긴 지, 좀 물어 봐도 돼?"
'마을..?'
"아.. 혹시 마을이 불에 탔다는 그..?"
"맞아!"
'······.'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그간 마을에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그녀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 했다.
"네, 뭐···
그런데, 별로 놀라거나 하시진 않았나 봐요?"
"그런 일이야, 이곳에선 흔한 일이니깐···."
그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아암~."
뭔갈 먹고나니 나른했다.
나는 그녀가 건네 준 모포를 덮고,
밤 하늘을 바라봤다.
'······.'
눈을 뜨자 날이 좀 밝아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엔비와 그녀는 아직 잠에 들어 있었다.
나는 모포를 걷어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우.. 추워;;'
나는 몸을 움츠렸다.
새벽 도중의 숲 속이라서 그런 지..
날씨가 꽤, 쌀쌀했다.
솔직히 더 누워 있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나서려고 했는데······
"하아암~ 잘 잤냐?"
엔비가 자리에 앉아, 내 쪽을 보며 말 했다.
"일어났어?"
나는 그를 보며 말 했다.
"아직 자는 군···."
엔비가 그녀를 보며 중얼 거렸다.
"난 잠깐 이 근처 좀 둘러 보고 올 게···."
"같이 가자!!"
"그래~~."
이렇게 우리 둘은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섰다.
'······.'
"흐아~~ 공기 좋다!"
나는 양 팔을 벌리고 숨을 들이켰다.
"어우.. 추워······."
엔비가 으슬으슬 떨며 몸을 움츠렸다.
"뭐야.. 넌 온 몸이 털인데도 추운 거야?"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모습이 이래도 추운 건 추운 거야!
그러니, 괜한 편견 갖진 마라고!!"
"풋..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우린 그렇게 시시껄렁한 잡담을
계속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
"잭, 너 말이야···
어?
아무 한테나 막..
다 그렇게 얘기하고 다녀도 되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이지?'
나는 순간.. 어제 밤 있던 일이 떠올랐다.
"너··· 혹시 어제 한 얘길 들은 거야??"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킁.. 그게..
딱히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닌데 말이지..
내 귀가 워낙 밝아서······."
'하긴 고양이 귀니깐 그럴 만도···.'
난 그의 귀를 보며 생각했다.
"너··· 방금 내 귀가 고양이 귀라서 그런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어? 아.. 아니···
하하하하.."
'어떻게 알았지??'
"그런데, 언제 부터 깨어 있었어??
너도 같이 얘기나 하지···."
"흥! 처음 부터 깨어 있었다!!
그리고, 이봐..
내가 자부 하는데 말이야···
인간들은 상대방이 단점을 갖고 있으면
그걸 약점으로 이용해 먹곤 한다구..
알어??"
"에이.. 그 분은 그러지 않을 거야······."
"누가? 걔가??
뭐, 네 말 대로 그럴 지도 모르지···
그런데, 만약, 안 그런다면???
사람은 말이야..
겉과 속이 다른 존재라서
아무나 쉽게 믿어선 안 돼!
특히 여자들은 더욱..
뭐, 이쁘면 봐 주고,
넘어 가 줄 지도 모르겠지만..
낄낄낄낄...."
"그래그래, 앞으론 조심하도록 할 게···."
나는 그를 보고 씨익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
그 길로 조금 더 나아가자..
저 너머로 왠 연못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토끼 한 마리가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오··· 마침, 잘 됐군!
오늘 아침은 토끼고기다!!
그리고, 여기서 좀 씻고 가자고~~."
엔비가 들 뜬 모습으로 말 했다.
"뭐? 먹을 거라면 마차 안에도 잔뜩 있잖아..
그런데, 굳이 저걸 잡아 먹을 필요가 있어??"
나는 그를 말렸다.
"계속 빵이나 스프 같은 것만 먹으니 질려..
자고로 음식은 골고루 섭취 해 줘야 하는 법이라구!
있어 봐, 내가 저거 금방 잡아올 테니깐···."
이후 그는 양 손을 땅에 대고, 토끼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러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그것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그리곤 목을 물고 낚아챘다.
그 모습을 바라 보며..
한 편으로는 굉장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발버둥 치며 죽어가는 토끼의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미안하다, 토끼야..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잡혔으니 맛있게 먹을 게···.'
나는 일용할 양식이 된 토끼를 위해, 기도했다.
"잭! 보니깐 연못 안에도 이것저것 좀 많이 있는 것 같아!!
우리 이것들도 좀 잡아 가자!!!"
엔비가 죽은 토끼를 뱉고 말 했다.
"그래, 그러자···
그런데, 어떻게 잡으려고??"
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 가, 물었다.
"후후후후.. 걱정 마셔!
내가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깐!!"
그는 대답한 뒤, 검으로 변했다.
"이제.. 뭐, 어떻게 하면 돼?"
나는 검을 집어 들곤 물었다.
'연못을 향해, 한 번 휘둘러 봐······.'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서, 나는 그가 시킨 대로 연못 앞으로 다가 가, 검을 휘둘렀다.
'······.'
'첨벙~!'
검에서 파이어 볼 같은 게 발사됐다.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꽤, 깊은 연못인 것 같았음에도 불구..
바닥까지 보일 기세로 깊은 구멍이 났다.
그러더니, 물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안에 있던 여러 가지의 것들이
주변 땅으로 하나, 둘 씩 떨어져 나갔다.
이후.. 튀어오른 물은 비 처럼 내리며 연못을 다시,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수증기가 좀 났다.
"어때? 별 거 아니지??"
엔비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 와, 말 했다.
"그.. 그렇네···."
그런 일이 있은 뒤,
우린 잡은 재료들을 챙기고, 머물고 있던 장소로 향했다.
'······.'
"어이! 이제 조리 시작하자!!"
엔비가 짐 칸 쪽에서 나를 보며 말 했다.
'조리?
요리 만들기 전에 하는 그거??'
뭔 진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그를 잠자코 따르기로 했다.
'······.'
조리가 끝난 뒤, 엔비가 검으로 변했다.
나는 검을 든 뒤, 땔감을 쌓아 둔 곳에 살짝 그었다.
그러자, 불이 붙었다.
'이건 참..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구나···.'
나는 불이 붙은 모닥불을 보며 생각했다.
이후.. 우린 조리해 둔 재료들을
하나, 둘 씩 꼬챙이에 꽂기 시작했다.
"룰루랄라~~."
엔비가 신난 듯.. 옆 자리에 앉아, 흥얼 거리며 콧노랠 불렀다.
"이런 건 언제 배운 거야?"
나는 꼬챙이에 생선을 꽂으며 물었다.
"뭐.. 옛날에 자주 이렇게 지냈던 적이 있었어..
그게 뭔 진 너랑 상관 없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으음..'
나는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배워둔 건 잘 기억해 두도록 해!
뭐든 배워두면 언젠가, 쓸 데가 있는 법이니깐···."
왠지 엔비가 처음으로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
'타닥타닥..'
생선이 점점 익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에서 부터 좋은 향기가 점차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
"둘 다 일찍 일어났네!"
방금 잠에서 깬 그녀가 자리에 앉아,
이 쪽을 보며 한 쪽 눈을 비비면서 말 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는 그녀를 보며 인사했다.
"웅~ 하암..
어라? 이게 무슨 냄새야??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네···."
그녀가 이쪽으로 다가 오며 물었다.
"개코구만..
너도 이것 좀 먹을래?
이제 다 익었으니..
배고프면 어서, 이리 와서 좀 먹어!"
엔비가 노릇노릇 하게 잘 익은 생선꼬치를 하나 집어 들며 말 했다.
"좋죠!"
'······.'
우린 아까 잡은 식량들을 배불리 먹어 치웠다.
그리곤 주변 정리를 한 뒤,
흙 길을 따라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러다가.. 어두워지기 전,
근처에 적당히 터를 잡고 정착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게 되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약간 구름이 낀 주황빛 하늘..
저 너머로 서서히 저물어 가기 시작한 붉은빛 태양..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을 빛이
점차.. 내 가슴 속 깊숙히 물 들어 갔다.
"오늘 저녁은..
아까 남은 재료들로 만들어 볼까 해!"
그녀가 우릴 보며 오늘 저녁 거리에 관해, 설명했다.
"이런이런..
오늘은 하루 죙일 생선만 먹게 생겼구만···."
옆 자리에 앉은 엔비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고갤 저었다.
"뭐야.. 생선 좋아하는 거 아녔어?"
"좋아하는 것이건 뭐건 간에..
항상, 마주하다 보면 결국, 질리는 법이라구!"
'으음··· 그럴 수도..?'
"이봐, 아가씨···
생선은 아까 오전에 질리도록 먹었으니깐..
이번엔 좀 다른 걸 먹으면 안 될까?"
엔비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흐음.. 날 것은 금세 비리고, 상하기 때문에
얼른 먹어 치우는 게 좋을 텐데요···."
"에이.. 그럼, 그냥.. 버리면 되지 뭐!!"
"먹을 걸 남기고, 버리면 벌 받습니다!"
그녀가 엔비를 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제 곧,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드릴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아마,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오호호홋······."
"그래, 알겠어! 알겠다구!!
쳇···."
엔비가 졌다.
잠시 그런 일이 있은 뒤,
나와 엔비는..
주변에 있던 땔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나서
다시, 나무를 등 지고, 자리에 앉아 쉬었다.
'······.'
잠깐 눈을 감고 뜨자..
어느 새, 밤이 되어 있었다.
약간 구름이 낀 검은 밤 하늘..
그 사이로 살짝 빛나는 별들..
저 너머로 밝게 빛나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달빛이
점차.. 내 가슴 속 깊숙히 물 들어 갔다.
밤 하늘을 바라본 뒤,
나는 땔감에 불을 붙이려고 했는데..
그것엔 이미, 불이 붙어 있었다.
'어라? 불이 붙어있네??'
"엔비··· 저거 네가 그런 거야??"
나는 모닥불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 아니, 난 아닌데······."
엔비가 비몽사몽한 채, 날 보며 대답했다.
'뭐지?'
궁금했다.
"저기.. 불 어떻게 붙이셨죠??"
나는 그녀에게 다가 가, 물었다.
"성냥 불로 붙였는데······."
그녀가 손에 성냥 한 개비를 들고 대답했다.
"아, 그랬군요.."
나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냥, 아까 아침에도 저걸로 붙이지 그랬어?"
나는 자리에 앉아서 엔비를 보며 말 했다.
"으음.. 그럴 걸 그랬네···
그런데, 불만 잘 붙였으면 된 거지, 뭐~~
하하하하하하!!"
"그건 그래~~ 하하하하하하하!!"
'······.'
그녀가 우릴 불렀다.
그래서, 우린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향했다.
'팔팔팔팔팔팔팔팔..'
냄비 안에서 무언가가 끓고 있었다.
빨갛고, 매콤해 보이는 무언가가······.
"이건..?"
나는 음식을 보며 물었다.
"조림이야~!
밤이 되면 날씨가 좀 쌀쌀해 져서
한 번 만들어 봤어!!"
그녀가 나를 보며 씨익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이야.. 맛있겠다.'
조림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그것도 아주 좋은 냄새가······.
"흥.. 그래 봤자, 생선이 생선이지 뭐···."
엔비가 자리에 앉아, 한 손에 그릇을 들고 불평했다.
"한 번 드셔보세요~~."
그녀가 뾰루퉁한 표정의 엔비를 보며 자신감 있게 권했다.
"쩝···
그래도, 만들어 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좀 먹어 줘야지.."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국자를 들고, 그릇에 조림을 퍼 담았다.
그리곤 수저를 들고, 그릇에 담긴 조림을 한 입 퍼 먹었다.
그러더니.. 그런 지 얼마 안 돼,
그것을 와구와구 들이키기 시작했다.
"어때, 엔비??"
나는 자리에 앉은 뒤, 물었다.
"와.. 이거···."
엔비가 우물우물 거리며 감탄했다.
그녀는 그런 엔비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맛있나?'
나는 국자를 들고, 조림을 그릇 안에 담아, 먹기 시작했다.
'오오오···.'
맛이 정말 좋았다.
'······.'
눈 앞에 모닥불이 활활 불 타 오르고 있다.
식사가 끝나자, 엔비는 졸리다고 하더니..
금세 잠 들어 버렸다.
"나참.. 태평한 녀석이야~~."
나는 잠에 든 엔비를 보며 말 했다.
"그런 게 좋은 거지~."
그녀가 반대편에서 말 했다.
"뭐, 그렇죠..
그렇다고 또, 너무 그러면 문제 일 테지만······."
"아마, 네가 많이 의지가 되서 그런 걸 거야!"
"으음··· 그런가?"
"그래, 분명 그런 걸 거야!"
그녀가 천진난만 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부스럭 부스럭..'
나는 눈을 뜨고,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엔비가 짐을 싸고 있었다.
"흐아암~~
엔비, 뭐해?"
나는 자리에 앉아, 그를 보며 물었다.
"뭐야, 일어 났어?
안 그래도 깨우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군!
너도 어서, 이리 와서 좀 거들어라!"
그가 날 보며 말 했다.
'뭘 하려는 거지?'
나는 잠시 멍~ 하니 있다가
이내,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내용은 별 거 없었다.
그냥, 포대 안에 이런저런 물품들을 담는 것 뿐······.
"그나저나.. 꼭두새벽 부터 왜, 이런 걸 하는 거야?"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엔비에게 물었다.
"그건 따라 오면 알 게 될 거다!"
그는 나를 보며 씨익하고 웃었다.
'······.'
우린 싸맨 짐을 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러다가, 엔비가 짐에서 뭔가를 꺼낸 뒤,
땅 바닥에 하나, 둘 씩 설치하기 시작했다.
"너도 한 번 해 봐!"
그가 날 보며 말 했다.
그래서, 난 그가 한대로 따라했다.
"흠.. 나쁘지 않네..
이제 주변에서 시간 좀 떼우다 오자!"
'······.'
우중충한 하늘..
새 소리..
습한 주변에서 나는 물 냄새..
울창한 숲 속..
흙길.. 바위.. 돌멩이..
나무 뿌리..
여러 이름 모를 벌레들..
우린 주변을 적당히 돌아 다니다가 아까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까 깔아 놓은 덫에 무언가가 잡혀 있었다.
작고.. 갈색에.. 검은색 줄무늬에 쥐 같이 생긴..
아니, 쥐는 아닌 것 같고······.
'다람쥐?'
아무래도 생긴 걸 보아 하니..
다람쥐 같았다.
그런데······
여길 봐도 다람쥐..
저길 봐도 다람쥐..
주변이 온통 다람쥐 천지였다.
"오예! 오늘 아침은 다람쥐다!!"
엔비가 양 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그 길로 우린.. 잡은 식량들을 가지고,
원래 있던 장소로 향했다.
'······.'
우린 그녀를 깨운 뒤,
어떤 건 구워 먹고,
어떤 건 탕으로 끓여, 삶아 먹었다.
이게.. 처음엔 거부감이 좀 들긴 했지만..
그래도, 먹을 만은 했다.
꽤, 구수하고 담백했다.
이렇게.. 이른 오전 식사가 끝난 뒤,
우린 짐을 챙겨, 다시, 갈 길을 나섰다.
'······.'
"둘은 항상, 아침 마다 무언갈 잡아오네?"
반대편 자리에 앉은 그녀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 했다.
"어쩌다 보니···
그런데, 비위는 좀 괜찮으세요?"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으음.. 작고, 귀여운 동물들을 잡아 먹는다는 게
좀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먹을 건 가려서 먹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 얼마 정도 남았나요?"
"흠···
아마, 빠르면 내일 오전 쯤 도착해 있을 걸?"
'내일 오전이라..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내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진 않았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왠지 모르게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잭··· 잭!!"
"네?"
"괜찮아??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져서······."
'이런..'
난 내 양 쪽 뺨을 한 번 두드렸다.
"하하하.. 괜찮아요!
제가 잠시 걱정을 끼쳤나 보네요.."
"물론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때 일 수록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돼!"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갤 끄덕였다.
맞다.
이런 때 일 수록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
그녀와 엔비가 자릴 바꿨다.
"무슨 얘길 그렇게 나눈 거야?"
엔비가 내 옆 자리에 앉아서 물었다.
"저 분이.. 너랑 내가 잡은 식량들 때문에 좋다고 하더라구!"
"후후후.. 이 몸이 붙잡고,
조리한 것들이니 그건 당연한 거지!"
엔비가 콧대를 높게 세우며 자랑스러워 했다.
"그런데, 엔비···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하나 씩 있는데
넌 뭐 부터 듣고 싶어?"
"소식? 왠 소식??"
"뭐 부터 들을래?"
"흠.. 좋은 것 부터!"
"그것 보단···
나쁜 것 부터 먼저 듣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난 좋은 것 부터 먼저 들을래······."
"나쁜 것 부터 먼저 듣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아니, 난 좋은 것 부터 먼저 들을 거야!!"
"그래? 그럼, 들려줄 게···
그게 뭐냐면, 빠르면 내일 오전 쯤,
그곳에 도착할 것 같대."
"크.. 그래?
이 지긋지긋한 마부 생활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구만~!"
엔비가 싱글벙글 웃으며 즐거워 했다.
"나쁜 건?"
"그게···
오늘 먹을 고기가 다 떨어진 거 같애.."
'······.'
"뭐야, 겨우 그런 거였어?
하하하하하하···."
엔비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웃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 봤다.
그런데, 눈에서 뭔가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슬픈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