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굉장히오래 살은 노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노인을 두고 최장수인(最長壽人)이라 불렀다. 노인의 친
구 중에서 노인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었으며, 노인의 이웃 중에서도 그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었다.
또한 노인의가족 중에서도 노인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노인이 마을 어귀에 고목 같은
존재가 되었을때 기자들이 노인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각지에서 찾아왔다.
2.
노인을찾아온 기자들은 노인에게 장수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노인은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기자들은
노인의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어쩌면 노인의 말은 믿지만투철한 직업정신에 그랬는 지도 모르겠다.
기자들은 노인의 식습관과 하루일과 같은 것들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하던 노인은 보리차 한
잔을 들이키고 기자들이 만족할 만한 답을 하나 둘 내놓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노인의 대답을 열심히 적
고 녹음하고 촬영했다.
3.
노인의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취재를 하러 온 기자 말고도 사람이 많이 몰
리니 물건팔이, 자리 팔이로 한 몫 챙기러 온 이들, 그저 사람이모여있으니 무언가 싶어 곁눈질하러 온
이들까지 인해(人海)를이루었다. 노인은 지극한 나이에 비하면 정정한 편이었으나 세월이 그를 비껴 나간
것은 아니었다. 일편(一便)적이고 단조로운일상에서 잠시 떠나보려고 취재에 응했으나 노인은 하루가 다
르게 피로가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슬슬 단조로운 일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장수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 취재 기간을 요하는 소재가 아니었다.취재를 응한 지 엿새가 지났을 무렵 취재를 끝낸
기자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열흘이 되기전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마을을 떠날 것이라 예상
했다. 떠난 기자들은 한동안 노인을 찾아오지않을 것이다. 한 두 해 뒤에나 ‘그런 노인도 있었지’라는 생각에
노인의 상태를 확인하러 찾아올 지는 몰라도, 일단 취재를끝낸 후에는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쏘다닐 것이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4.
여드레째 되는 날, 노인은 아궁이에 감자를 찌고 있었다. 반 시간뒤에 말쑥하게 차려 입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고 이야기 나누는 동안 요깃거리가 필요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서너 개 정도만 삶았
겠지만, 혹시 기자에게 나눠줄 일이있을 지 모르니 여섯 개를 삶았다. 노인은 솥뚜껑을 열어 젓가락으로 잘 익
은 감자를 푹푹 찔러보고서채에 옮겨 담았다. 마루그늘에 앉은 노인은 부채질을 하며 열기에 더워진 몸과 감자
를 식혔다. 뻥 뚫린 마루를 통해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노인이 숨을 돌리는동안 기자의 촬영단이 취재를 위
한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구경꾼들도 담벽의 안팎으로 몇몇 모여 있었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촬영
단이 큐를 외쳤고 첫 질문이 날아들었다.
“나이먹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십시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질문을 한 사람에게 꽂혔다. 질문한 사람은 말쑥한기자가 아닌 구경꾼들 사이에 서 있던
청년이었다.
자다가 일어나 문득 든 생각을 정리하는 김에 두드려봤습니다. 시간 있을 때 마저 적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IP보기클릭)119.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