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어의 본질은 소통이듯이 글의 본질 또한 소통이다. 서머싯 몸은 '당신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 번도 사전을 펼쳐보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독자의 감사편지를 받은 바 있다. 나 자신과 독자 모두가 딱 봤을 때 알아먹을 수 있는 단어요 문장이요 호흡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언젠가 당신의 발목을, 나아가 독자의 목을 죌 것이다.
2. 글공부를 하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 1권>, <우리 문장 쓰기>, 장하늘의 <글쓰기 표현사전>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세 가지 책은 한국인의, '우리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줄 것이다.
3.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비만과 운동부족은 창작가에게 최악의 적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조금이라도 운동하고 체력을 기르자. 어느 순간 모든 것에 무기력해지고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오는데, 운동은 이에 대비해 인내심과 지구력을 길러준다.
4.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글 쓰기를 미루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소통-글 갱신으로 독자와 소통하자. 글을 통한 소통이란 신뢰를 주고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울타리를 두르고 독자와 거리감을 두면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가 올 수 있다.
5. 한 번 쓴 글은 일주일 정도 묵혀두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될 수 있는 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지금 당장 내놔도 괜찮을 글인지, 아니면 끈질기게 다듬어서 내놓아야 할 글인지 판단하자. 낙장불입이란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6. 필사는 좋다. 당신이 동경하는 작가의 필체를 따라하면 틀도 잡혀있지 않았던 당신의 필체가 일단 틀이 잡힐 것이다. 사람에 따라선 필력 향상도 덤으로 따라온다. 자. 이제 이 부분이 중요하다. 당신이 동경하는 작가의 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당신만의 것으로 바꿔넣어야 할 때다. 여기서 실패하면 당신은 동경하는 이의 아류 밖에 되지 않는다.
7. 먼저 당신 자신을 위해서 쓰자. 당신에게 즐겁지 않고 당신에게 놀랍지 않으며, 당신에게 재미없는 글은 아무한테도 재미가 없다. 글은 당신의 내면을 끄집어내는 행위다. 그러니 솔직해져라. 그럼 독자들도 그 솔직함을 눈여겨보고 다가올 테니까.
8. 많이 읽고 많이 봐라. 중요하다. 다른 저명한 이의 수작, 명작, 걸작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쓰잘데기 없는 걱정은 집어치우자. 그런 이들의 작품을 많이 알아둘 수록 당신은 풍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괜히 있는가?
9. 자신의 창작 이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끔씩 돌아보자. 전환점이 될 수 있다.
10. 이론만 열심히 공부해봤자 한 번 글을 올리는 것만 못하다. 지금 실력이 지지부진해도 이론 공부와 실천은 별개다. 공부는 공부대로, 글은 글대로 써라. 백문이 불여일견!
11. 다양한 책을 읽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여 교양을 쌓자. 언젠가 당신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지식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는 게 많을 수록 당신의 상상력은 무한해진다.
12. 틀린 맞춤법과 비문은 거슬린다. 정말 거슬린다. 별 거 아닌 거 같겠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뜬금없이, 김빠지게 흐린다. 100% 쥐잡듯이 잡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나도, 거장들도 못하지만, 적어도 98%까지는 노력해보자.
13. 두뇌 활동을 장시간, 특히 책상과 모니터 앞에 앉아서 할 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라. 열심히 돌아가는 당신의 머리는 수분이 모자라면 쉽게 피로해지고, 어지럽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건 내 경험이기에 보장할 수 있다. 수분을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매우 크다.
14. 당신이 받아들이는 오감은 창작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인상 깊은 감각을 기억해두고 나중에 글로 써먹어보자. 이는 깊고 호소력 짙은 현실감을 전할 수 있다. 많은 창작가가 괜히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게 아니다.
15. 독자는 당신의 별이요 빛이요 모든 것이다. 우리 모두의 글은 이들이 없으면 완성되지 못하는 반푼어치에 불과하다. 언제나 이들을 생각하고, 늘 눈높이를 맞춰 경청하라. 독자는 우리를 완성시킨다.
16. 글의 호흡을 중간 중간 점검하자. 당신에겐 알맞은 속도일지 몰라도, 독자에겐 너무 느리거나 빠를 수 있다.
17. 글과 독자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당신이 가장 힘들 때에도 당신 곁에 웅크려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이 둘은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18. 글로 성공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가 수면으로 올라와 한없이 숨을 들이켜려는 본능만큼 간절하지 않다면 그만둬라. 취미가 직업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찾아올 테니까.
19. 독자의 수요와 당신의 공급이 의도와 달리 어긋날 때가 있다. 이는 창작가라면 자주 경험할 일이니 낙심하지 말자. 정 못참겠다면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다.
20. 다시 강조하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하자. 그렇지 않으면 제 자신과 독자 모두를 속이고 만다.
21. 술은 좋다. 장밋빛 미래를, 창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한 때의 기쁨을,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영약으로써 당신을 어루만질 것이다. 하지만 깊이 빠지지 말라. 몸에 신호가 올 테니까.
22. 앞서 말했으나 작가로써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면 현실을 선택해라. 당신의 꿈은 소소하게 이뤄도 정말 행복할 거라 내가 보장한다.
23. 당신에게, 독자에게 만족스런 글을 썼을 때 느끼는 충족감을 잊지마라. 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락이며, 당신을 나아가게 할 이정표다.
24.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매체는 다양하다. 가리지 말고 섭렵하자.
25. 모든 문화 매체는 욕망을 해소하는 탈출구다. 입구가 아니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라.
26. 팬픽션으로 기르는 글 실력은 한계가 있다. 팬픽션으로 입문하여 작가의 길을 진지하게 걷고자 한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만약 당신이 그러하다면 당신의 필체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아니면 오래도록 글 실력을 길러, 팬픽션에서 오리지널의 경계로 뛰어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27. 남자는 세 끝을 조심해야 한다 했다. 우리는 그 중 한 끝인 손가락 끝을 조심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엔 더더욱.
28.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했다고 글로 써내려가고 싶다면, 최소한 이를 경험하려 노력해보고, 그래도 여건상 도저히 안 된다면 현실을 참조하여 당신의 상상력을 버무려 글로 내라. 글의 본질은 대리만족이니, 사실감에 너무 연연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29. 마음의 안식을 얻자. 창작의 원동력은 여기서 비롯된다.
30. 믿음을 배신하기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럴 일이 없도록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31. 막막하면 잠시 숨을 돌려라. 앞서 말했듯이 글은 고이, 켜켜이 쌓인 세월 속에서 당신만을 따스하게 기다린다.
32. 말보단 행동이다. 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주제에 하는 말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통감할 것이다.
33. 타인의 글을 보는 능력을 기르자. 걸물과 지뢰를 구분할 줄 알아야 당신의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지킬 수 있다.
34. 댓글과 조회수와 추천수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이라도 당신의 작품을 봐주고 함께한다는 것이다. 이 다짐을 지키기는 어렵겠으나, 그것만으로 살아가는 창작가는 이 세상에 수도 없이 많다.
35. 돌이켜보면 그때는 그랬지, 왜 그랬을까 할 날이 온다. 애초에 그럴 일이 없도록 매사에 충실하자. 글도 마찬가지다. 안 그러면 내 글 구려병에 걸린다.
36. 먹는 즐거움은 뜻밖에도 중요하다. 별 거 아닌 거 같겠지만 당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이니 먹고 싶은 건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어라. ...운동도 잊지 말고.
37. 열등감은 당신을 좀먹는 종양이 될 수도, 당신의 창작욕을 지필 불꽃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 함은 당신에게 달렸다.
38.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라. 재수없는 말투로 하는 충고라 할지라도 당신을 날카롭게 후벼파 깨달음을 준다.
39. 눈 건강을 챙기자.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여다보는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
40. 조언자-편집자를 얻을 수 있다면 구하라. 당신은 괜찮다고, 참신하다고 생각한 것을 구리다고 평하며 쏙 뽑아내거나 갈아치운 뒤 나은 것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41. 설정놀음은 때려쳐라. 나도 여기에 얽매이지만 아무런 영양가 없는 짓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설정은 글을 따르는 것이다.
42. 저열한 욕망으로 얼룩진 글일지라도, 법규만 준수한다면 세상은 당신을 존중한다. 세간에서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둘째치고.
43. 음악을 듣자. 영혼을 치료하는 최고의 마.약.이다. 당신을 들었다놨다 하는 악마다! 영감을 전하는 뮤즈다!
44.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며 뮤즈가 찾아오길 기대하지 말라. 책상 앞에 앉아라. 키보드에 손을 올려라! 뮤즈는 행동하는 이에게 찾아온다.
45. 문어발 연재는 불신의 상징이다. 그 와중에 완결작도 없다면 더더욱. ...나도 해당한다.
46.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그만큼 당신에게 한없는 간절함과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는 큰 책임을 요구할 뿐이다.
47. 인생이란 이름의 벽은 생각보다 별 거 없고, 글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이 이를 뛰어넘던가, 부수던가, 아니면 벽 안 쪽에서 체념하던가 셋 중 하나다.
48. 세월은 모든 것을 씻어낸다. 당신의 열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 열정을 간직하라. 꺼지지 않도록.
49. 독서는 마음의 양식. 작가인 당신에게 즐거움을, 풍요로움을, 도전정신을, 쾌감을, 슬픔을, 모든 것을 줄 수 있으니 손에서 책을 놓지 말자.
50. 당신이 가장 바라던 행복은 늘 당신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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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글쓰기를 위하여.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