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송이의 꽃이 광화문 네거리에 피고
무고한 이들을 저버린
저 양심없는 무리들에게
양심을 묵묵히, 조용하게 보여준다
나도 역시 그 꽃밭 사이에 들어가
그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귀먹고 눈먼 허수아비에게
외치고 빛을 보이며,
양심의 결여와 욕심의 연장이,
아집의 연속과 불통의 계속이
우리의 씨앗과 꽃봉오리가
너무 이르게 꽃망울을 틔우게 했음에 슬퍼하며,
우리는 해 끼치지 않는 가시없는 꽃밭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억지로 그들의 벽을 부수지는 않지만
뽑히지도 않음을 확고히 하며,
긴장감에 목을 움츠린 그들과 달리
우리는 즐겁게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러면서도 저 감각없는 허수아비와 허상들이 꺾어버린
수백 송이의 꽃봉오리와 기품있는 오래된 꽃을 그리며,
11월의 모진 바람과 추위 앞에서도
온전히 꽃으로 존재함을 당당히 보여주며,
미숙한 꽃이 되었다
100만 개의 촛불이 광화문 네거리에 밝았고
무고한 이들을 저버린
저 양심없는 무리들에게
양심은 이런 것이라고 소리없이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