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 모 정치인이 로봇도 권리가 있다고 말한 후 유행했던 농담이다. 이 정치인이 유독 권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정적이 로봇을 험하게 다룬다고 그것을 공격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일례로 이 발언을 했던 정치인은 정작 로봇의 권리는커녕 인간 노동자의 권리도 챙겨주지 않았기에 고소를 당한 악덕 사업자였으니 비웃음을 살만하다.
그리고 그 당시의 로봇은 권리를 가지기에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다용도 기계라고 말해도 전혀 심리적인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당시의 로봇에게 ‘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니?’라고 묻는다면 권리의 사전적인 의미를 내뱉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의 로봇들은 불쾌한 골짜기(로봇이 어설프게 인간을 닮으면 심리적인 거부감이 생기는 현상.)가 생기지도 않을 정도로 완전히 이질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었으니(그나마 인간과 닮았다는 안드로이드도 머리와 몸통 그리고 사지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인간과 완전히 달랐다.) 로봇의 권리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몇몇 특이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그리고 옛날보다는 로봇산업이 발전한 현시대도 마찬가지다. 로봇의 권리는 아직 농담으로 치부되는 시대다. 그것도 고리타분한 농담 말이다.
“뭐?”
그래서 나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보고 있던 스포츠 중계에서 눈을 떼고 내 옆에 앉아있는 대화 상대를 바라보았다. 내가 되묻자 나에게 농담을 건넨 자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로봇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리타분한 농담이지만 웃겼다. 더군다나 대화상대도 상대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웃으려고 했다. 내가 숨을 들이마시고 입을 벌리고 눈초리를 아래로 내려 웃을 준비를 마칠 즘. 나의 대화상대는 차갑게 내뱉었다.
“웃지 마세요. 농담 아니에요.”
찔끔 나온 웃음이 다시 가슴속에 들어갔다. 나는 내 대화상대를 바라보았다.
내 대화 상대는 내가 웃음이 터지기 직전이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화를 내기 직전인 모습이었다.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고, 눈 주위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리고 눈빛에도 물리량이 있었다면 눈빛이 나를 찔러 관통했을 것이다.
나는 얼굴에 남아있는 웃음기를 다급히 지웠다. 하지만 내 대화상대는 자신의 노기를 지우지는 않았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건데?”
“권리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화상대는 내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그래서 나는 당황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그대로 내뱉었다.
“어. 침해받을 수 없는……가장 기본적인 인권?”
내가 말했지만 뭔가 이상한 말이었다. 그리고 대화상대는 그것을 지적했다.
“인권은 권리의 하위 항목이에요. 인간의 권리. 줄여서 인권.”
고백한다. 권리라는 단어는 나에겐 평소에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단어다.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공기처럼 말이다.
“대충 느낌은 알고 있는데 말로 설명하려니까 곤란한데.”
내 대화상대는 잠시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가슴이 부풀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입으로 내쉬었다. 한숨이다.
“하긴 주인님에겐 당연한 것이니 크게 신경을 안 쓰시겠죠. 하지만 주인님에겐 당연한 그것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오늘 네가 함부로 소비하는 시간이 시한부 환자에겐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말과 비슷한 말인가? 하지만 그런 것을 인식하면서 살면 무지 피곤하지. 상대적인 빈곤은 모든 것에 존재하니까.
“야, 너는 공기를 인식하면서 숨을 쉬…….”
실언이었기에 나는 말을 하다 말았다. 예의바른 사람이라면 여기서 나의 실언을 못들은 척 해주겠지만 내 대화상대는 아니었다. 내 대화상대는 차가운 눈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나의 실언을 지적했다.
“저 숨 안 쉬는데요.”
내 대화상대는 예의바른 사람이 아니었다.
같은 부류들 중에서는 최악일정도로 무례했다.
그리고 사람도 아니었다.
내 대화상대는 로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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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 하다 말고 짧게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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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도 제가 쓴 글을 보고 이영도 작가가 생각난다고 하더군요.(이 글 말고 다른 글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이영도 작가이기도 하고요.(이영도 작가의 책을 전권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불의의 사고로 몇몇 권은 버려야 했지요.) 팬이다보니 문체가 닮는 거 같습니다. | 15.12.07 03: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