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레이스와의 격렬한 회의와 마운틴 사이클의 격무에 지친 구엔 라인포드. 쉴틈 없이 일을 하지만 협상은 진척이 없고 도처에 떠돌아다니는 그의 시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키미, 로랑 세아크를 내 차로 불러오게..."
"넷! 라인포드 각하!"
턴에이의 콕피트를 청소하고 있던 로랑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다.
"구엔사마가 보꾸를 부르셨다구요..?"
"서둘러 가보는게 좋을걸 끌끌끌 오늘도 수고하라구..!"
심부름꾼이 새끼손가락을 치켜들고 음흉한 실눈으로 흘깃거리다 사라졌다. 로랑의 어때가 조용히 떨린다. 이마에 땀을 훔치고 구엔이 있는 방향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로랑.
한적한 숲 깊숙이 구엔의 리무진이 서 있다. 로랑이 인기척을 내자 커텐이 쳐져 있던 리무진의 창문에서 라인포드의 단단한 팔이 쑥 하고 나와 아래쪽을 손짓한다.
차 문 앞에 차가운 물이 가득담긴 양동이가 있었다.
"청결이 우선이라네 로라"
로랑은 모멸감에 몸을 부들부들 떤다. 은실같은 그의 백발이 식은 땀에 젖은 이마에 달라붙었다. 로랑은 천천히 바지를 벗고 작은 바가지로 조금씩 몸에 물을 끼얹어 씻기 시작한다.
물은 소름끼치도록 차다. 로랑은 이것이 검은 커텐 사이로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라인포드의 눈길이라 생각한다.
"구엔사마.."
차문이 열리고 우악스러운 손이 로랑의 팔을 붙잡는다. 시이트에 밀쳐진 로랑은 태고의 인류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로랑의 이마가 큰 이물감에 찌푸려지기까지 삼 분도 걸리지 않았다.
"훅 후욱 훅... 젊은 로라... 미안하지만 나는 후욱 약한... 아주 나약한 인간이야... 겁도 많으면서 후우후우... 나보다 더 겁이... 마않으은 사람들을 위해엣... 앞으로... 나설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
로랑의 앙 다문 어금니에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난다. 거친 움직임은 로랑의 호흡마저 곤란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말이야 로라... 아니... 그렇기 때문에 로라...앗... 나는 흔들리기... 흔들리기 쉬운... 쉬운사람이야... 아주 감사하고 있어... 로라 소년 자네에게.... 나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응..?"
"윽... 으윽.. 라인포드...사마..."
"모두가 평화를 위해서야 로라... 자네와 내가... 바라는 그 평화 말이다... 그렇기 위해선 이 구엔 라인포드가 협상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내가 흔들리지 않게 로라... 자네가... 이렇게 자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거다 로라...! 로라!!"
로랑의 갈색 어깨를 부여잡은 라인포드의 손마디가 하얗게 변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로랑은 지는 해를 뒤로하고 너털너털 걸어서 갤롭으로 귀환했다. 그의 두 볼에 눈물줄기가 흐른다.
"늦었네요 로랑!"
따듯하게 반겨주는건 키엘 하임. 아니 그녀는 사실 달의 여왕 디아나 소렐이지만 로랑은 그 사실을 모른다. 식탁위엔 감자를 넣은 스튜가 조금씩 식어간다.
"로랑, 스튜가 좀 식었네요. 다시 데워줄게요."
은발속에 묻혀있는 고개숙인 로랑의 표정이 담담하다. 마치 디아나가 처음부터 말을 하지 못했던 동물인 것처럼.
"로랑..? 스튜를 데울게요 오늘은 빵이 좀 적지만..."
"벗어."
디아나의 손이 멈춘다. 그녀는 로랑을 바라보지 못했다.
"로랑..."
"벗으라고 했어."
달이 밝은 밤하늘이 굳어버린듯 조용했다. 소담한 아가씨 옷이 디아나의 눈부신 무릎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두운 갤롭의 조타실 안에서 디아나의 알몸이 은은하게 빛난다.
"넌 키엘 아가씨가 아니라 이제부터 디아나 소렐이야"
"..."
스튜그릇 옆에서 양초가 타고 있었고 로랑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불덩이 같았다.
"저는... 키엘 하임이 아니라... 디아나 소렐 입니다..."
"아름다워"
로랑이 싱긋 웃으며 디아나의 몸을 더듬는다. 천년동안 살아온 달의 여왕님이지만 몸의 감각은 숙녀의 그것과 같다. 로랑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로랑 제발 그만..."
"오늘이 처음도 아니잖아 디아나님?"
그녀는 어느새 방향타에 묶였다. 무방비로 달빛을 받는 녀의 새하얀 엉덩이에 우악스러운 손에 이어 로랑의 허리띠가 내려꽂힌다.
"아학!"
"채통을 지켜 여왕님... 지금 시끄럽게 하면 겔롭의 식구들이 다 잠에서 깰거라구!"
그녀의 하얀 몸에 붉은 자국이 늘어간다. 새햐얀 두 볼이 눈물에 번들거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솜씨좋은 도예가가 빚어낸듯한 그녀의 옆구리를 타고 땀줄기가 흘러내린다.
"으그... 흑... 로랑..! 읍..."
"내 손이 닿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되냔말이야 여왕님! 그 도도하신 분이 문레이스의 최 하층민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모습을 달의 주민들이 본다면..."
로랑의 오금을 타고 욱신거림이 전해져오면 로랑은 더더욱 악마가 된다. 가학적인 시간은 달이 넘어가기전에 가까스로 끝이났다.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알몸의 로랑은 갤롭 밖으로 나간다.
화이트돌이 달빛을 받아 불티는것 처럼 이글거린다. 땀이 식는것을 느끼며 로랑은 화이트 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너는... 건담이다... 문레이스의 집을 부수고 밭을 태웠던 하얀 악마... 사신... 괴물..."
달무리아래 화이트돌의 눈이 천천히 빛난다.
"네가 악마가... 건담이 아니라면... 내가 널 건담으로 만들고 말겠어...! 날개를 펼쳐라 화이트 돌!! 너는 디시 돌아와서 달을 파괴한다고 했지.?!"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흐른다.
"달도 증오스러운 문레이스도 전부 부숴버리겠어! 지구도 마찬가지... 이땅에 있는 모두가 밉다!! 화이트돌..! 화이트 돌!!!!"
소년의 인생을 타고 흐르던 실타래가 엉킨 순간은 언제부터였을까. 순진하고 여린 마음이 상처입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까? 달은 완전히 숲너머로 사라지고 로라의 머리위엔 어둠만이 깔렸다.
그로부터 몇시간 뒤. 은은히 밝아오는 새벽의 장막 끄트머리에 디아나 소렐이 침에 젖어 번들거리는 발가락을 우아하게 굽히고 있었다.
"어머나... 처음도 아니잖아요 잉그렛샤의 영주님? 제데로 핥지 못할까요 구엔도련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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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턴에이 건담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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