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작부대의 기습으로 인해 케이텐 하나가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을 대대에 보고 했을땐 정화도 두려워했다. 자체방어에 제대로 실패해버렸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욕이 날아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무전기를 들고 있는 이꽃은 정화가 말하길 한참 기다렸다.
"괜찮아? 말한다?"
이꽃이 물었다.
"넌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괜찮은거야. 설은 다쳤고, 케이텐은 날아갔고 포수 하나는 목이 떨어져 죽었어."
"그래, 그 시체 머리 찾는다고 풀 숲을 뒤진 건 나였지."
"난 솔직히 두려워. 그리고 지쳐. 내 역할이 너무 막중해."
"작전장교의 신뢰를 받고 있잖아. 넌 그만큼 능력이 있는거야. 네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 포대는 그대로 전멸이야. 있잖아. 정화. 나도 괜찮지 않아. 어떻게 괜찮겠어. 오랜 시간 같이 살아남은 동료. 그래 낯간지럽지만 전우의 으스러진 머리를 들고 그 부서진 얼굴을 마주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야. 다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자극에 더이상 반응하지 않으려해. 제정신으로 살아 돌아가고 싶어."
이꽃이 정화의 허리를 토닥였다.
무슨 일인지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다. 대대 본부도 어제 동일한 시각에 습격을 당했는데 이 쪽 보다 피해가 더 큰 모양이었다. 완전히 유린당해서 한동안 전투가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대대 본부의 작전과는 어떻게든 그대로 운용하기로 했다. 상급부대에서는 포대의 전투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면 계획대로 작전을 수행할 거라고 했다.
[예비진지 최소한 두곳 정도는 파악하도록.]
[수신양호.]
그렇게 되서 정찰조가 조직되었다. 원래 각 포반마다 한명씩 있고 다 정해져 있는 인원인데 어찌어찌 작전에 방해가 안될 정도로 모아보니 운전병을 제외하고도 7명이 한계였다. 행정보급관과 설 그리고 포수들 안타깝게도 궤도에 포수가 갈려버린 포반은 정찰조로 인원을 보낼 수가 없었다.
"설, 네가 그나마 무전기를 잘 아니까 항상 이 포수 옆에 붙어 있어. 네가 팔을 다쳐서 무전기를 안 맡기는거야 화생방 정찰 장비만 들어. 네 역할이 많아."
정화가 무전기를 설 옆의 포수 어깨에 메어주며 말했다. 포수는 처음 메어본 무거운 무전기의 무게에 키가 완전히 오그라들 것 만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포수들은 각 화포에서 역할만 숙지하고 있지 다른 역할을 알 수가 없었다. 설만 다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었다. 설은 화학 젅찰 및 무전병 그리고 수평통제병 역할을 겸했다. 수평통제병은 그 위치보고기를 사용해 그 지역의 위치 파악 및 좌표를 따내는 역할을 했다.
"예."
"조심해, 어딜가나 특작부대가 있어."
정화가 말했다. 모두 두돈반에 올라탔다. 머리를 길게 길은 운전병 혜리가 와서 두돈반 뒤의 문을 닫았다.
"아, 또 운전인가. 파워핸들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 정말."
"혜리가 고생이 많아."
위에 올라타있는 병사가 말했다. 혜리는 대답 대신 씩 웃고 앞에 탔다. 곧 차량이 움직였다. 승차감은 언제나 최악이다. 설은 하도 덜컹 거려서 허리가 나가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흔들리는데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각 포수들은 자리에 불편하게 앉아 허리를 돌려 총구를 두돈반 밖으로 지향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적이 나타나는 순간 완전 노출된 두돈반은 피떡이 되기 쉬웠다. 행정보급관이 어디서 철판을 주어와 덕지덕지 발라 놓았지만 안심이 되지 앟았다. 왜냐하면 행정보급관이 시험삼아 사격 해봤을때 다섯발 중 한발은 그대로 뚫려버렸기 때문이다. 어쨋든 다른 철판을 구할 수도 없고. 있는게 없는 것 보다는 났다 싶어 놔둔 것이다.
캉!
다들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사격한 것이라고 설도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돌이 튀며 철판을 두들긴 것이다. 안도했다. 정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포대의 남자간부가 몰살 당했을땐 정말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둘포의 삼번포수, 전포대장, 어제 목에 난사를 당해 죽은 포수, 흔적도 없이 파열해버린 케이텐에 있던 조종수와 탄약병. 이 지역으로 넘어올때 한번 완편시켜주었던 포대인원은 벌써 병사만 오십대 후반까지 줄어 있었다.
"하차!"
동그랗고 작은 분지에 도착하자. 행정보급관이 소리쳤다. 모두 밖으로 뛰어내리듯 하차했고 반사적으로 차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은엄폐해 경계 했다. 행정보급관이 방독면 쓸 것을 지시했다. 설은 이미 직전에 위치보고기와 화생방 탐지기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혈액, 질식, 수포, 신경 크게 4가지를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주전자처럼 생긴 탐지기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행정보급관의 지시에 따라 진지입구로 들어갔다.
"이게 뭐야."
행정보급관이 말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설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옥에 가보지는 못했으나 이 장소가 지옥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비위가 약한 포수 한명이 구역질을 했다. 방독면 안에 토사물이 가득차 급히 방독면을 벗었다. 설은 반사적으로 탐지기의 액정화면을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화학물질은 없다. 갑갑한 방독면을 벗어버리고 싶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다.
"벗지마라."
행정보급관이 지시했다. 벗으려던 포수들이 움찔하며 멈추었다.
누구도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씨1발……."
누군가 말했다.
그곳엔 완전히 전멸당한 견인포 포대가 있었다. 케이에이치일칠구라고 불리는 견인포는 그 길고 하얀 포신이 새까맣게 그을린채 바닥을 향해 휘어져 있었다. 마치 달리의 그림 처럼 초현실적이었다. 견인포는 파편을 맞아 크게 손상되어 있었고 바닥엔 사람이었던 것들이 펼쳐져 있었다. 죽은 사람은 사연이 많다. 죽는데도 사연이 많아 보였다.
가장 멀쩡히 죽은 것이 머리에 총알 구멍이 생겨 죽은 것이었다. 그것이 차라리 인간다운 죽음이었다. 쌔까맣게 불타서 하늘을 저주하는 듯한 상태로 팔을 뻗은채 재가 되어 있는 것도 차라리 나았다. 적어도 인간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포격을 얼마나 독하게 맞았는지 파리채로 잡혀 터진 파리 마냥 혹은 거대한 손이 사람을 꾹 찍어 누르기라도 한 것 처럼 바닥에 골고루 잘 터져 있었다. 그리고 죄다 불타 있었다. 미묘하게 풍겨오는 고기 구운 냄새가 미치게 만들었다.
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했다.
적의 포종심 정찰대가 이곳까지 들어와 적의 자주포 사거리 안에 전진해 있던 견인포 대대에 집중적인 화력을 요청했고 그것이 정확히 명중해 피떡이 되었으며 개중에는 백린탄도 한두발 섞여 있어 포탄을 피해 개인호에 숨어 들어간 인원도 가차없이 그자리에서 화장당해 버렸고 살아남아 바깥으로 도망치려는 병사는 포 종심 정찰대의 저격에 여지없이 몸이 뚫려 죽은 것이다.
완벽한 대참패. 대참사였다.
모두가 새파랗게 질렸다. 이토록 처절히 전멸 당한 걸 본 적이 없다. 설은 발에 뭔가 바스러지는 기분이 들어 아래를 바라보았다. 턱뼈였다. 불에 탄 턱뼈를 밟은 것이었다. 또 올라올 것 같았다.
"우리도 이렇게 될 수 있겠지?"
누군가 말했다.
"같은 포병이니까… 옆 사단 애들인 것 같은데……."
포병이 전멸당한 것이라 더 끔찍했다. 빨리 이 곳을 나가고 싶지 더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보급관의 생각은 달랐다.
"뭔가 쓸만한게 있을지도 모르지. 찾아봐. 탄이라도 남으면 싣고 간다. 전투식량도 있으면 챙겨."
"……."
모두 눈치만 보았다. 아무도 저 살점 가득한 땅을 밟고 싶지 않았다.
"이런 미친년들이 조옷도 빠져가지고. 안가? 간다. 실시."
행정보급관은 욕을 한바가지 퍼붓고 앞장섰다. 별 수 없이 다들 따라갔다. 일단 주변에 적이 있나 없나 의심하면서 분지를 수색했다. 행정보급관이 분지를 양쪽으로 탐색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누었다. 거기서 또 한 팀당 두개조로 나누어 한쪽이 전진하면 다른 한쪽이 엄호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전진해 분지 가운데에서 만났다. 설이 수색하는 내내 탐지기를 들고 바닥을 쓸며 조사했다. 결과는 안전하다였다. 행정보급관은 그제서야 신중하게 방독면을 벗을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두명이 경계를 서고 나머지는 쓸만한 물건을 찾아 보았다. 포탄은 없었고 전투식량은 좀 남아 있었다. 진지 바깥에 쌓아둔 소화기 탄박스도 남아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다들 손에 하나씩 챙겨 들 정도는 되었다.
"야, 이거 먹으면 맛있겠다. 아우, 요즘 밥이 하루에 한번 밖에 추진이 안돼. 행정보급관님 이거 지금 먹으면 안되요?"
발열팩으로 데워먹는 전투식량을 들고 행정보급관에게 애교를 부렸다. 행정보급관은 차갑디 차가운 눈길로 내려보며 단칼에 거절했다.
"안돼, 대대가 당했어. 앞으로 식사 추진이 더 어려워질거야. 전투식량은 계속 비축한다. 앞으로 포반당 하루에 두개씩만 줄거야."
"말도 안돼… 뭘 먹고 살으라구요."
"야, 야, 괜찮아?"
혜리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그곳을 바라보았다. 혜리는 자기 키만이나 한 풀숲을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었는데, 풀 숲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순간 설은 혜리가 미쳐서 이상행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괜찮아. 겁먹지마. 너 죽이려는거 아니니까. 다쳐서 낙오된 모양인데. 치료 해줄게."
혜리가 풀숲에 한걸음 다가갔다. 팡! 혜리의 뒤통수에 선혈이 솟았다. 팡! 팡! 팡! 연달아 솟았다. 혜리는 인형처럼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모두가 놀라 순간 굳으려는 찰나 한 명이 외쳤다.
"니미! 썅! 혜리야! 혜리야! 이런 씨1팔 바보 같은 년!"
혜리랑 친하게 지내던 하나포 삼번포수 미리가 제일 먼저 움직였다. 이어서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다들 뛰기 시작했다. 미리가 풀 숲을 헤치더니 개머리판을 휘둘렀다. 그리고 왠 작은 여자아이 팔을 잡고 질질 끌어 밖으로 나왔다. 작은 여자아이는 권총에 남아있던 총알을 전부 혜리에게 쏟아부어 남은 총알이 없었다. 여자아이는 북녘의 말투를 썼다. 적이었다. 다리 양쪽에 총상을 입에 이곳에 버려지고 간 모양이었다.
여자아이를 둘러쌓고 섰다.
"이건 또 뭐야. 전장의 걸레년인가."
미리가 비아냥 댔다. 그 전장의 걸레년은 옷을 하나도 안입고 있었고 하얀 몸에는 칼자국과 온갖 희롱의 흔적이 한가득이었다. 어지간히 많이도 난도질을 당한 것 같았다.
"사, 살려주시라요."
"미쳤어? 니네도 정말 가관이다. 동료가 다치니까 강간하고 버리고 가다니."
미리가 군화발로 여자아이를 걷어찼다. 비명과 함께 한바퀴 굴렀다. 북쪽의 군인들은 잘 못먹고 자라서 그런지 대체로 키가 작고 발육이 더뎌 초등학생 많이 보아도 중학생으로 보였다. 아이는 눈물 콧물 다 짜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온몸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너희가 이 지옥을 만든 것 아니야? 방금 혜리도 네가 죽였잖아? 그런데 살려 달라고? 넌 곱게 못죽어. 하나포 최악의 악마를 만나서 안됬네."
미리는 근육이 터져라 세게 쥔 주먹으로 아이의 머리를 최대한 세게 때렸다. 있는 힘껏 때렸다. 아이가 이런 완전히 끝장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어서 팔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약해 빠졌다. 미리는 아무리 세게 때려도 원하는 만큼 강하게 때려지지 않아 답답했다. 왼손으로 머리칼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정말 있는 힘껏 앙다문 이빨이 으깨지도록 갈겼다. 아이는 어찌나 아픈지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눈은 새파랗게 멍들어 가고 있고 코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는다. 이는 부러졌다. 혀에서는 비릿한 피 맛만 느껴진다. 하지만 미리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았다. 미리가 대검을 꺼냈다. 검은 빛의 대검은 아이가 저항하지 못하게 양 어깨를 한 번씩 찍었다. 그리고 걸레년에게 걸맞게 아이의 아직 성장하지 않은 작고 보드란 가슴 한쪽을 십자로 그었다. 그리 크지도 않은 가슴이 너무도 쉽게 잘려 나갔다.
"아아아! 아! 아파, 아파! 아파!!"
"닥쳐! 저기 인간 형체도 유지 하지 못한채 죽어 있는 우리 애들을 죽일때 네가 이렇게 될거라곤 생각이나 해봤어? 저 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아팠을지 생각 해봤냐고! 개같은년 개같은년! 이런 미친 걸레 같은 개년!"
행정보급관은 고개를 돌려 다른 물건을 찾으러 갔다. 뭘 어떻게 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리는 행정보급관의 뒷모습을 쓱 바라보고 다시 대검으로 반대편 가슴을 도려냈다.
"더러운 년."
다른 포수들은 여자아이에게 침을 뱉었다. 북한 여군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며 거품을 물었다. 눈알이 까뒤집혀 있다. 미리는 깨어날때까지 발로 걷어찼다. 정신을 차리자 손가락 마디마디를 대검을 잘라냈다.
분지에 가득히 메워지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설은 뒤로 돌았다. 혜리를 죽인 그 녀석을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은 설도 마찬가지지만. 잔혹해서 도저히 볼 수 가 없다. 모두가 미쳐버렸다.
"꺄아아아! 아프다고! 남조선 간나새끼들! 다 죽여버릴거야! 다 죽여버릴거야!"
"닥쳐!"
미리가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갈겼다.
"시끄러운 성대를 도려내고 싶지만. 비명소리를 질러줘야 흥이 나니까 나중에 자를거야."
"미쳤어! 미친년들!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 나도 잘 알아. 미쳤지. 난 원래 입대하기 전에도 미친년이라고 불렸어."
뚝, 미리가 그렇게 외치는 여군의 엄지를 잘라냈다. 잘라낸 엄지와 손가락들을 좀 닥치라는 의미에서 입에 쑤셔 넣었다.
"이제 슬슬 죽여버릴까."
미리가 말하자 또 울면서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하라는대로 다한다느니 다시는 안그러겠다느니 하나도 소용없는 소리를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미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래에 대검을 쑤셔넣더니 칼을 확 잡아 당겨 구멍을 넓혀주었다.
"니네 동료들이 참 의리없네. 너도 그래. 이렇게 넓히면 한번에 네 동료 여러명을 상대할 수 있겠지? 그랬으면 한명 쯤은 버리고 가지 말자고 말했을 텐데."
미리가 히죽히죽 웃었다.
"지옥에 나 떨어져! 아니 아니 살려줘 살려줘. 나, 나, 나아… 너무 아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리 역시. 미리는 칼을 양손으로 번쩍 들고 배를 수차례 푹찍푹찍 찍었다. 피가 미리의 얼굴에 튀었다.
"아…아그…."
기운이 빠져가고 있었다. 미리는 신음소리도 듣기 싫어서 목구멍에 대검을 꽂아 두고 총으로 머리를 한방 쐈다.
혜리의 시체를 수습하러 갔다. 권총에 난타 당한 얼굴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 미리는 혜리의 시체 앞에 무릎 꿇었다. 떨리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손을 뻗어 혜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으깨진 얼굴의 살점이 손에 묻었다. 혜리의 손에 피가 한가득 묻어 있다.
"죽었어? 혜리야?"
설이 미리에게 다가가자 포수중 한 명이 설의 어깨를 잡고 막았다.
"정말 죽었어? 혜리야? 우리 훈련도 같이 받았고 여기 같은날 와서 같은 날 살아 돌아가기로 했는데…."
시체는 말이 없다.
"정말…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죽은거야? 방금 전까지 우리 같이 대화하고 말하고 했는데. 자 가자. 지금이라도 군의관님에게 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미리는 혜리를 부상병 도수운반 하듯 들쳐 업었다. 울먹이며 몇 걸음 걷다가 넘어졌다. 그리고 또 비척비척 일어나려다가 주저 앉았다.
"흐아아앙… 왜 죽은거야 멍청아……."
미리는 넘어진채 혜리의 시체를 껴안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