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으로조차 나오지 않은 내용입니다, 스포 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웹연재본 5장 내용입니다. 이게 정발되려면.....한 최소 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리제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고
밤 중에 웹연재본 재탕하다가 삘 받아서
바로 의역 듬뿍 담아 번역해버렸던 부분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스포에 주의를
――피난소에는, 침울한 정적이 떨어지고 있었다.
흐느껴 우는 듯한 희미한 숨결과 침착하려는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
조용한 공간에서 몹시 불편하게 울려 퍼지는 그것들을 들으며, 무릎을 움켜쥔 소녀는 차가운 벽의 감촉을 등 뒤로 맛보고 있었다.
금발에 몸집이 작은 소녀다.
작고 하얀 무릎에 턱을 대고 웅크려 앉은 소녀는 바로 옆의 중량감을 살그머니 껴안는다.
소녀의 왼쪽 어깨에 기대어, 무릎과 가슴의 사이에 머리를 넣고 있는 것은 아직 어린 소년--소녀의 남동생이다. 실컷 울며 아우성 치고 있던 것이지만, 지금은 울다 지쳐 잠들고 있다.
뺨에는 눈물 젖은 자국이 남았으며, 몹시 울어 눈가는 새빨갛게 되어 있었다.
살그머니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그 행동으로 남동생이 눈을 떠버린다고 생각하니, 소녀에게는 그 행동이 주저 되었다.
분명, 잠든 채로 있을 수 있다면, 지금은 잠든 채로 있는 편이 훨씬 낫다.
편안한 남동생의 숨소리를 들으며, 적어도 꿈 속에서만은 편안하기를 바란다.
꿈 밖의 현실은, 아직 어린 남동생에게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그것은 남동생을 생각하는 어린 누나에게도 같은 것이었다.
――도시 프리스테라의 홍수문, 그 제어탑이 빼앗겼다는 선고가 있고부터 수시간 가량.
방송이 있던 아침, 남동생과 함께 나와있던 소녀는 도시의 광장에서 그것을 들었다.
귀를 의심할 내용에 귀를 파고 드는 온갖 악의의 욕설.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고에 부모님을 걱정하면서, 소녀는 불안해 하는 남동생의 손을 이끌고 주위의 어른들과 함께 피난소로 도망쳤다.
――예상 밖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피난소로 달려간다.
그것은 매일 아침, 도시 청사에서 정례 방송으로 말하던 위급시에의 대처법이다.
솔직하게 아침의 방송은 노래하는 공주님의 노래 이외에는 제대로 듣고 있던 기억이 없는 소녀였지만, 그런데도 순간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을 정도로는 귀에 남아있던 당부.
단지, 피난소로 도망치고 나서 어떻게 할지는 점은 소녀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어른들도 명확한 대답은 갖지 못한 듯 했다.
――마녀교. 제어탑. 홍수문. 요구.
악랄한 여자의 교성이, 불안에 떠는 사람들의 마음을 쥐어뜯으려는 듯 악담을 퍼붓는다.
차마 들을 수 없는 욕설에 볼온한 여러 단어들은 모두 소녀나 어른들의 마음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두운 피난소에 갇혀 밖의 상황조차 제대로 모른다.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가면, 커져가는 불안이 고개를 처드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격려하고 있던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점차 침묵 속에서 불안과 초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깨달으면 주위에 그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불안함이 드러나기 시작해, 그 분위기가 전염되어 갈 곳 없는 불평과 불만이 시선이나 태도를 자극시킨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서로를 노려보고, 서로를 매도하고.
최악, 손이 나와 맞붙어 싸움이 된다.
이 피난소도 그 공기에 휩싸여, 그야말로 일촉즉발한 때까지 갔다.
「아----」
하마터면 피를 볼 뻔한 뒤숭숭한 분위기를, 울며 아우성 치는 소녀의 남동생이 분쇄했다.
짧은 금발을 휘저으며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난폭하게 뿌리치지 않을 정도로는, 끓어오르기 시작한 어른들에게도 어른으로서의 긍지와 양식이 남아 있었으므로.
그 정도로 꽤나 아이의 울음소리에는 힘이 있다.
언제나 시끄럽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하던 남동생의 울음소리.
그것이 도움이 되는 일도 있었다며 소녀는 분쟁을 멈춘 남동생을 뒤로 꽉 끌어안고, 조금 울었다.
그 뒤로 이 피난소에서 언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위험한 균형 위에 성립되는 일시적인 평온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음은 이제, 아이의 울음소리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운명 공동체여야 할 피난소의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벌려, 말은 커녕 시선이나 숨결조차도 닿지 않는 관계를 굳건하게 지킨다.
타인의 의식에 비집고 들어가지 않도록, 외계의 모든 것을 거부한다.
무엇이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어, 분노를 사 버릴지, 방아쇠를 당겨 버릴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위해, 상대를 위해, 작게 숨을 죽이고 시간이 지나는 것을 심각한 얼굴로 그저 기다린다.
기다리고 있으면 무언가 바뀐다, 그런 덧없는 희망에 몸을 맡기면서.
「――――아」
문득, 쉰 목소리를 내며 소녀는 얼굴을 들었다.
조용히 변화를 기다리고 있던 감각에, 자그마한 공기의 변화가 걸렸던 것이다.
소녀와 같은 것에 반응하며, 주위 사람들의 머리도 몇시간 만에 겨우 움직인다.
이 도시의 거주자라면 누구나가 느낀 적이 있을 희미한 공기의 흔들림--방송의 징조다.
정적의 세계 속에서 귓가에 한숨이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 방송의 예고를 감지할 수 있는 몸이, 지금은 오히려 원망스러웠다.
바란 변화는 어디까지나 호전이다.
하지만 방송은, 마녀교의 악의 밖에 전해지지 않는다.
다음은 그 날카로운 음성이 어떤 트집을 부려오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소녀의 비관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아―, 어디보자, 이거 제대로 모두에게 들리고 있어?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원 투』
들려왔던 것이, 어딘가 얼빠진 소년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방송과는 전혀 다른, 자신이 없어 보이는 소년의 목소리.
매일 아침마다 귀에 익은 멋진 남자의 목소리도 아니다.
들은 적도 없는, 젊은 목소리다.
몹시 놀라는 소녀.
주위의 어른들도 무슨 일인 건지 얼굴을 마주 본다.
그런 이쪽의 감회는 마법기의 너머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소년은 그 후로 몇번이나 확인을 위한 목소리를 넣어, 방송이 되었다는 확신을 얻고 나서 헛기침 한다.
그리고,
『들리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그리고, 먼저 갑자기 이런 방송을 해서 미안. 놀라게 해버렸다고 생각해.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불안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거야. 하지만, 안심해주었으면 해. 지금, 이 방송을 하고 있는 나는 마녀교의 인간이 아냐. 가장 먼저 그걸 알아줘』
「……마녀교가, 아냐?」
익숙하지 않은 마법기에 소년의 목소리가 작게 오르내린다.
다만, 그 호소에 담긴 놀라움이 앞서,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없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머리 위를 올려보고, 줄곧 어두운 얼굴이었던 사람들의 표정이 바뀐다.
그것은 싹텄을지도 모르는 변화, 희망에 기대한 것이다.
누군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그럼……살은, 거야?」
그 말이 뜻하는 기대에 피난소의 전원이 그제야 도달한다.
그래. 그렇지 않은가.
마법기를 마녀교 이외의 누군가가 이용한다는 것은, 도시 청사를 누군가 탈환했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시 청사로부터 마녀교를 쫓아낸 누군가가 있다면, 어쩌면 제어탑이나 도시에서도 마녀교를--.
「마녀교 놈들을 , 여기에서 내쫓았……!」
『그리고 기대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마녀교 놈들의 위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 도시 청사는 탈환할 수 있었지만, 제어탑은 녀석들이 가득찬 그대로야. 도시가 물에 가라앉을 위험도, 그로인한 그 놈들의 요구도 아직 그대로고. 그것도, 알고 있어줬으면 해』
「――――」
하지만, 그런 덧없는 희망은 시원스럽게, 다른 누구도 아닌 방송의 소년 그 자신에게 부수어진다.
그 소년의 어조는 마치 피난소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싹튼 희망을 그 자리에서 짓밟는다니, 무정한 것도 정도가 있다.
기대를 눈동자에 품고 무심코 일어서던 누군가의 허리가 떨어진다.
불안에서 해방될 조짐이 잘못되었다고 전해듣고 탈진한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오히려 분노와 비난의 화살은, 이 방송의 소년에게야 말로 보낼 수 있다.
『미안해』
하지만 소년은, 그런 엉뚱한 화풀이 같은 군중의 감정조차 예측했다.
『지금, 모두는 이 방송을 어디서 듣고 있어? 피난소에 있는 사람들이나, 어쩌면 피난소로 숨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해. 모두 불안으로 가득할거야. 무서워서 무릎을 움켜 잡고 싶어지는 기분도 알아. 그런데도, 일부러 이상하게 모두의 기대를 부추기는 짓거리라니, 나를 뭐하는 잘난 놈이냐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
『나는, 잘난 놈도 뭣도 아냐. 모두랑 똑같이, 상황에 휩쓸려서, 불합리하게 찌부러질 것 같아서, 덜덜 다리가 떨리고 있어. 그런 정도의 녀석이야. 이렇게 방송으로 모두에게 호소하는 역할도, 하나 말썽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맡고 있어. 나에게는 너무 책임이 무겁다고 지금도 생각해. 원래라면 좀 더, 이렇게 모두에게 말을 건네기에 적당한 사람은 따로 있어. 분명 그럴거야』
두려움과 공포로 가라앉은 주민의 마음을 안다는 듯 대변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떨고 있다.
이어져 나오는 것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소년의 무기력한 본심이었다.
소녀를 포함해 청중의 태도는 의아와 낙담을 넘어 오로지 의심 밖에 없었다.
지금, 누구나가 희망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소년이 마법기의 앞에 서 있는 것일까.
그 밖에 적당한 인물이 있을 것이라고, 방송하는 소년 자신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가.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이야기하고 있어. 나 따위 보다 더 굉장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내가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 그렇게 하는데 의미가 있대. 내 목소리, 떨리고 있지 않아?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내 캐릭터가 아냐. 훌륭한 것도 말할 수 없고, 모두를 이끌 카리스마도 나한테는 없어. 약하고, 어쩔 수 없어서, 이런 중요한 자리, 지금도 도망치고 싶어 어쩔 수가 없어서……』
목소리의 어조는 서서히 떨어져, 듣고 있는 측의 마음도 나락으로 질질 끌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연약하고 쉰 목소리에, 불안으로 줄어들고 있던 가슴이 삐걱거리고, 배가 아파온다.
목소리가 닿는 장소에, 손이 미치는 거리에, 이 목소리의 소년이 있다면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
「누나……」
어느새인가, 자고 있던 남동생이 눈을 뜨고 있었다.
누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소녀는 남동생을 끌어안고 그 귀에 이 겁쟁이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짓눌린 듯한 약함에 말려들지 않도록 열심히 억누른다.
그렇게 해서 남동생을 지키는 대신, 목소리는 소녀의 고막을 흔들어 약함의 길동무로 삼는다.
소년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뭘 할 수 있을 지조차 알 수 없어서,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 내가 웅크려 있을 동안 전부 누가 해결해주길 진심으로 바래서……』
「――싫어」
꽉하고 눈을 감아, 소녀는 실망과 비탄을 거부하듯 마지못해 머리를 흔든다.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소년의 말은, 피난소에 있는 사람들의, 이 도시에서 마녀교의 위협에 무서워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그 마음을 간파한 대변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소녀 안에 깃든 약함이다.
어른들의 속마음에 뿌리내린 무기력이다.
아직 작은 남동생의 정신을 괴롭히는, 참기 어려운 공포다.
그것은 분명, 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라니--.
『――그런데도 도망칠 수 없으니까, 싸운다. 나는, 그것 뿐인 녀석이야』
그렇게 단언했을 때, 소년의 목소리는 확실하게 떨린 채 그대로였다.
「……?」
잘못 들은 것일까 소녀는 막고 있던 눈을 떠 머리 위를 올려본다.
거기에 목소리의 주인은 없다.
단지, 주위도 똑같이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박자, 말을 골라, 소리를 정돈할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한번 더, 묻게 해줘. 이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 피난소로 도망칠 수 있었어? 자기 집에 숨어 있는 거야? 혼자서 떨고 있지는 않아? 누군가와 함께 있어? 함께 있는 건 소중한 사람이야? 모르는 얼굴이라도, 이 몇시간에 본 적이 있는 얼굴 정도는 되었어?』
「――――」
『제멋대로인 이야기이고,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부탁이니까 혼자가 되지 말아줘. 혼자서 있으면, 재미없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거든. 경험해 봐서 알아. 알고 있어. 그러니까 혼자가 되지 말아줘. 누군가와 함께 있어줘.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 희미하게 목소리는 약간의 망설임을 혀에 얹어,
『그리고 가능하면, 함께 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봐 줘』
「――――」
말에 이끌리듯, 소녀는 천천히 시선을 팔 안으로 떨어뜨렸다.
남동생이 자신을 올려보고 있었다.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떨리는 녹색 눈동자와 눈이 맞았다.
『지금, 누구의 얼굴을 보았어? 소중한 사람일까, 그렇지 않으면 이 몇시간을 함께 보낸 모르는 상대일까. 친구일 가능성도 있네. ……아마, 심한 얼굴을 하고 있을거야. 우는 얼굴이었거나, 괴로운 듯한 얼굴이었거나, 웃고 있는 얼굴은 없다고 생각해. 아니, 어쩌면 걱정시키지 않도록, 기특하게 억지로 웃고 있는 사람은 있었을지 몰라. 있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야. 소중한 누군가가 만약 그렇게 웃고 있다면, 자랑으로 생각해도 돼. 그렇게 생각한 다음, 잘 알고 있는 미소랑 비교해보면 좋아』
남동생의 얼굴은, 우는 얼굴이다.
쭈글쭈글한, 또 금방 울기 시작해버릴 듯한 얼굴이다.
그 남동생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은, 표정을 잃어버린 것처럼 얼빠진 얼굴이었다.
『――그걸, 납득할 수 있어?』
「……싫, 어」
작고, 가냘픈 목소리가 소녀의 입으로부터 굴러 나왔다.
연약하고 쉰, 자기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들리지 않는 음성이다.
그런데도,
『나는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하고 싶지 않아』
이어지는 소년의 목소리는 마치 그것을 우연히 들은 것처럼 강력하게 영향을 주었다.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어. 소중한 동료가 있어. 나는 그 소중한 사람들에게, 괴로운 얼굴이나 슬픈 얼굴을 만든 놈들을 용서할 수 없어. 무
리하게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사양이야. 웃기지 말라고 해. 웃기지 말라고. 내가 알고 있는 이 아이의 미소는, 실은 좀 더 사랑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여 말해주겠어』
「누, 누나……」
『진 채로 있을까 보냐. 포기한 채로는 꼴사납잖아. 당한 채로 좋을 리가 없어. 잘못된 건 그 놈들이야. 잘못된 놈들을 물리치는데, 올바른 일을 하는데 힘이 부족해도, 뭐가 올바른지는 알거야. 자기가 올바른 측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도 잘못된 녀석들에게 진다는 건 참을 수가 없어. 그런 놈들에게 패배를 인정한다니, 적어도 나는 하고 싶지 않아』
「프레드……」
힘없이 자신을 부르는 남동생을 살그머니 껴안아 이마를 맞춘다.
전해지는 열이 있다.
뜨겁고, 뜨거운, 살아있는 열이 있다.
남동생의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것인지 모르지만 열이 거기에 있다.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도망칠 수 없어. 울고 싶어, 하지만 울 수 없어. 적이 위험해,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싸워. 약한 것도, 머리가 나쁜 것도, 전부 알고 있지만 싸워주겠어. 그 놈들이 잘못되어 있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 그 놈들이 잘못되어 있어. 그러니까, 싸워. 나는 싸우는 거야. ――모두들도, 싸워줬으면 해』
「――」
숨이 막힌다.
순식간에 목이 막히는 자신의 약함이 한심스럽다.
방금까지 떨리던 목소리의 흔들림이 사라져, 강력하게 길을 가리키는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기에.
마음은 안다.
소년이 말하는 의미도, 아플 정도로 전해져 온다.
소녀의 본심도 소년의 뜻과 같다.
싸우고 싶다.
도시를 덮친 나쁜 녀석들을, 내쫓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그렇지만, 자신이나 남동생도 작고, 어리고, 손은 닿지 않는다.
무력하고, 무지하고, 무기력하고, 겁쟁이니까,그러니까--.
『착각은 하지 말아 줘. 싸워주기를 원한다고 해도, 딱히 몽둥이로 때려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냐. 오히려, 그런 무모한 건 하지 말아 줘. 사람을 모아 마녀교 상대로 마구 싸워줬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내가 모두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임해줬으면 하는 싸움이라는 건, 아래를 보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거야』
「아래를, 보지 않는다……」
『발 밑, 가만히 노려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시선으로 구멍이 나는 것도 아니고, 난다고 해서 타개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그러니까, 얼굴을 들어, 앞을 바라봐줘』
시선을 올린다.
자신의 무릎 마디도, 남동생의 금발도 아닌 피난소가 보인다.
깨달으면 소녀처럼, 주위 사람들도 얼굴을 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이 맞아, 놀란 것처럼 그 눈을 크게 뜬다.
모두가 무의식 중에, 소년의 목소리에 따라 소녀처럼 얼굴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주위 둘러보면 반드시 누군가와 눈이 맞아. 그건 똑같이 불안이라든가,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누군가이지만……똑같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가진 누군가이기도 해. 함께 있는 소중한 누군가와 그렇게 해서 지금 눈이 맞주친 누군가. 거기에 자신도 넣어서, 그것만으로 세 명. 장소에 따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거야』
소년의 말대로 얼굴이 보이는 많은 사람들과 시선이 뒤섞였다.
그 눈동자에 머문 눈빛은 복잡했으며, 분명 그것은 소녀 자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새인가, 단지 공포에 떨고 있을 뿐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버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그걸로 실감할 수 있다면 기뻐.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꽤나 힘이 되지 않아? 소중한 누군가의 슬픈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눈이 맞은 누군가에게 추하게 보여지고 싶지 않다. 그런 얄팍하고 약한 억지가,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
호소하는 목소리는, 호소해오는 목소리는,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소녀에게는, 소년 자신이 도움을, 의지할 것은 요구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닫는다.
소년의 심정은 이 방송이 시작된 순간부터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약한 자신을, 부족한 자신을 후회하고 원망스럽다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무기라고 이야기하며, 그것만큼은 함께라며 모두에게 이야기한다.
『믿게 해줘. 약해 빠져서 어쩔 수 없는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체념이 나쁜 겁쟁이가 나만이 아니라고……그렇게 믿게 해줘』
비겁한 소리다.
비열한 호소다.
이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도움을 원하는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을 지지해 줘』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 뿐이야?』
목소리가 자신을 잃는다.
다르다.
처음부터, 소년의 목소리에 자신 같은 건 없었다.
초조감이 울컥거린다.
만류해라.
뭐라고 외치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해도.
「……아, 냐」
모기가 우는 듯한, 형태로 되지 않는 허약한 목소리가 목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런 목소리로는 닿지 않는다.
좀 더 크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이 겁쟁이의 목소리에--.
『아직 할 수 있다고……아직 싸울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나 뿐이야?』
「――아냐!」
입을 열어, 소녀는 울부짖듯이 외치고 있었다.
피난소에 울려 퍼지는 소리.
그것은 소녀 한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소녀와 그 밖에도 똑같이 얼굴을 들었던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에, 약함에, 공포에, 저항하는 소리였다.
소년의 기대가 거기에 있다고 한다면, 분명 감쪽같이 넘어간 것이다.
계산적으로, 그랬다고 해도 상관할까 보냐.
그 작은 목소리의 떨림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질타가, 한심한 격려가, 매달리는 듯한 신뢰가 거짓 연기라고 단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약삭빠른 선동이었다고 한다면, 당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서투른 겁쟁이의 본심이라면, 홀로 놔둘 수 있을까 보냐.
『아니겠지?』
「아냐!」
『아직, 모두들 싸우고 있는 거지? 약함에 삼켜지지 않은 거지?』
「지지 않아……지고 싶지 않아!」
가슴의 안쪽이 뜨겁다.
이빨의 뿌리가 떨리고, 분노와는 다른 격정으로 들끓고 있다.
그 감정은 소녀만의 것은 아니다.
주위의 모두를 삼켜, 하나의 불길이 되어 타오르는 격정이다.
바로 전까지 불안으로 가득하던 모두의 마음이, 그것과는 다른, 좀 더 열량이 많은 감정에 의해 하나로 되고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 손을 잡고 믿어 줘. 옆에 있는 사람이 모르는 누군가라면, 함께 힘내자고 고개를 끄덕여 줘. 자신도, 그 사람도, 지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싸울 수 있다고. 모두가 쓰러지지 않고 있어 준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어. 싸우고--싸워서, 이겨 보이겠어』
「――――」
결국, 도시 청사로부터 떨어진 하나의 피난소다.
여기서 얼마나 목소리를 내던, 마음은 같다고 외치던, 소년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년의 목소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 것처럼 안도해, 받아들여, 감정의 고조를 목소리의 떨림에 담아 단언했다.
――싸워서, 이겨 보인다.
할 수 있느냐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그렇게 믿는다.
소년의 목소리가, 소녀나 도시의 사람들이 절망에 지지 않는다고 믿어주는 것처럼.
그들 또한, 이 목소리의 소년이 가장 위험한 싸움에서 이겨준다고 믿는다.
왜, 그것을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 목소리가 분명--.
『――내 이름은 나츠키 스바루. 마녀교 대죄주교 『나태』를 쓰러뜨린 정령사다』
「――――!」
여기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소년의 정체, 밝혀진 그 이름에 동요가 생긴다.
소녀에게는 의미를 모르는 선언.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초래된 충격은 크나, 결코 부의 인상은 아니다.
처음에는 경악, 이어지는 이해--그리고, 희망과 신뢰가 폭발적으로 퍼지며, 소녀의 마음조차도 그 감정의 물결에 삼켜진다.
『도시에 있는 마녀교는 나와 동료들이 어떻게든 해! 그러니까, 모두는 믿고 싸워줘.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질 것 같은 약한 마음을 날려버려줘. 그래준다면』
「――――」
『――나중 일은 전부, 이 나에게 맡겨 놓으라고!』
와하고 목소리가 퍼지며, 열기가 피난소의 사람들을 지배했다.
기대가 희망이 되고, 하나의 희망은 무수한 희망이 되어 한꺼번에 확대한다.
소녀는 품 안의 남동생을 내려다 보며 남동생 녹색 눈동자에 확실한 빛이 머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강하게 남동생의 몸을 끌어안는다.
쭈뼛쭈뼛 남동생의 손이 소녀의 몸을 마주 감싸고, 포옹의 열을 느끼면서 소녀는 천장을 올려보았다.
자신의 두려움도, 불안도, 그 어떤 것도 숨기지 못한 채, 그런데도 도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짊어지고 싸우겠다 선언한 소년.
얼굴도 모르는, 단지 마음에 그릴 뿐인 그 영웅에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행운이 머물도록 소녀는 기도하듯 눈시울을 닫았다.
――그야 분명 그 소년도,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불합리에 저항할 뿐인,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소년일 것임에 틀림없으니까.
- 제5장 42화 「가장 새로운 영웅과 가장 오래된 영웅」中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 중 한명으로 스바루가 들어가는데 이 장면이 한 몫 했죠
참 언제봐도 이 장면은 뭔가 울컥합니다
초반의 스바루를 생각하면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참 대견해졌다는 생각도 들고, 상황과 내용 그대로의 격정도 들고....
빨리 이 부분을 서적으로 보고 싶지만 거기까지 몇년이 걸릴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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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라노베 게시판에서 몇달전에 번역해놨었ㄴ.......... | 16.07.05 23: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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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예정에 없네요. 일단 고려는 해두겠습니다 | 16.07.06 00: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