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해가 목사님과 함께 온 곳은 꽤 먼 곳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식장이었다.
다들 비싸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고 움직이는 모습이나 말하는 억양도 학교 같은 곳과는 전혀 달랐다.
원래 세계에서 특별한 날에조차 입에 대기 어려웠을 미식이 아무렇지 않게 눈앞에서 움직였고 벽에 걸린 천에는 이 세계에서 지겹도록 볼 수 있는 대기업의 로고들이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었다.
그런 드라마 속 풍경이 펼쳐진 호텔 회장의 한구석에서 남해는 어색한 눈치로 글라스에 담긴 음료만 홀짝거렸다.
-“불편하냐?”
-“불편하겠지요. 심신양면으로 말입니다.”
낙랑의 덱 세팅이 끝나고서는 나머지 두 덱은 제쳐두고, 마술사로만 수십 번의 듀얼을 하고 복기를 하며 플레잉을 다시 되새겼다.
일년도 넘게 상대하질 않은데다 새로이 바뀐 룰 때문에 알고 있던 빌드나 플레잉은 거의 다 쓸모없어져 더 고생이었다.
아예 마지막에는 패트랩만 왕창 채운 덱으로 상대해주면서 우회로 연습만 시켰을 정도였으니.
그런 여러 일들로 피곤하기도 피곤한데 격식차려 입은 옷은 남의 몸처럼 불편했고, 가슴팍의 [G-O] 뱃지는 훈장이 아니라 족쇄처럼 갑갑했다.
옷만이 아니라 이 회장 안의 모든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의주네 수제자구나. 좋은 시간 보내라!”
“아! 예, 예에. 감사합니다.”
-“주군의 보호자 분께선 참으로 발이 넓은 분인가 봅니다. 어째 뵙는 분마다 주군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분만은 다들 알고 계시니 말입니다.”
-“얘야 이제 막 빛나기 시작한 루키고, 그 인간은 프로씬에서 10년은 더 구른 프로 중의 프로잖나.”
목사님의 지인이 지나가며 남해에게 손으로 인사했다.
저 사람이 전신에 찬 옷이며 악세사리며 하는 것들을 합치면 아마 자기가 그동안 모은 돈을 모조리 털은 것보다 비싸겠지.
그런 생각이 단번에 들 정도로 고급스럽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원래 세상 같다가도, 이름 있는 듀얼리스트라서 이런 넘보기도 힘든 자리에 초청된다는 것은 정말 여기가 이세계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했다.
목사님은 이런 자리가 처음이 아닌지 자연스럽게 지인들에게 인사도 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소통하고 계셨지만 남해는 그럴 수 없었다.체질이 다르고 이런 장소는 익숙치 않을 뿐더러 또래 되는 아이도 없었으니.
결국 그때처럼 남해는 한숨 돌리고자 들고 있던 잔을 적당히 내려놓고 복도로 나갔다.
마침 도착해있던 승강기는 남해가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열렸다.
-“역시 너랑 안맞나?”
“그러게. 난 이런 곳은 못 다니려나봐.”
꼭대기 층에서 승강기가 멈췄다. 복도에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모습도 고급지고 번쩍거리는 위쪽과 다르게 깔끔해서 부담되지도 않았다. 한산한 복도를 지나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듀얼 코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층은 난방이 돌아가지 않아 공기가 따뜻하진 않았다. 그래도 너무 춥지도 않아서 적당히 서늘한 기온이 딱 괜찮았다.
노곤노곤하던 몸도 서늘한 공기에 살짝 식으며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여기에도 듀얼 코트가 있군.”
-“즐기는 사람은 없지만 말입니다.”
워낙 고급진 건물의 꼭대기층에 위치한 듀얼 코트답게 그 풍경도 참 진풍경이었다.
한쪽 벽은 전부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갑갑한 기분이 들지 않았고 내부도 굉장히 밝았다.
듀얼 코트도 얼마 없는 대신 하나하나가 넓을 뿐 아니라 방송 타는 경기에나 보이는 브랜드의 대형 장비들로 구축되어 있어 대충 봐도 굉장해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남해는 코트를 둘러보다 말고 코트 한쪽 끝의 홍코너로 올라갔다.
-“참으로 멋진 무대이옵니다. 결투사-듀얼리스트-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그런 장소…”
-“그래. 몇 번을 올라도 설레게 하는 곳이지.”
“이제 듀얼할 사람만 있으면 되겠다.”
그 말을 하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대충 보기에도 고급진 옷을 입은 남해 또래의 여자애였다.
남해와 그 아이는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먼저 어색해진 남해가 시선을 피했고…
“아!!”
여자애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얼굴로 소리치며 남해에게로 달려왔다.
“TV에서 본 분이와요!! 장미가 나갔던 대회에서 우승했던 그분!!”
“응, 으응…?”
“반갑사와요! 마침 듀얼 상대를 찾고 있었는데, 정말 잘 되었군요. 소녀는 박영애라고 하는데, 혹시 듀얼 상대가 되어주시겠사와요?”
남해는 갑자기 소리치고는 자신에게 달려와 냅다 듀얼부터 요청하는 영애에게 당황했고, 용연은 영애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스윽 손을 들고 가이저의 귓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가이저 공…”
-“뭐.”
-“소생이 그간 온갖 비범한 것을 다 봐왔다 장담하건만 저런 ‘진짜배기’는 처음 봅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 남해는 너무 당당하게 자길 밀어붙이는 영애의 기에 눌려 듀얼을 받아들였는지 고갤 끄덕인 다음 영애가 청코너로 향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새로 짠 덱을 시험할 차례가 온 것이와요!”
-“표정 좀 풀어라.”
-“저걸 보고 표정을 어떻게 풉니까. 주군도 지금 개 풀 뜯는 소리를 듣는 표정이거늘…”
싱글벙글 벌써부터 기대감이 가득한 영애와 달리, 남해는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듀얼 디스크의 블루투스 기능을 켰다.
디스크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와 함께 패널라인에 푸른빛이 올라왔다.
길거리 듀얼 필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부드러운 구동음이 조용하게 울렸다. 장비들도 하나씩 남해와 영애의 듀얼 디스크와 연동되기 시작했다.
남해가 찬 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들이 하나씩 확인되다가… [Auto save]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솔리드 비전으로 구축된 덱을 불러온 남해는 무언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듀얼!””
선공은 영애의 것이었다. 처음 드로우한 다섯 장을 본 남해는 그제야 그 불길함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 설마 어제 그 덱 안 수정했냐?”
이 덱은 어제 낙랑과 듀얼할 때 사용했던 덱이었다. 패트랩과 대충 남는 카드로만 구축되어 있어 막을 수는 없어도 공격할 수는 없는 그런 덱.
[라이드론], [예상외], [어둠의 어릿광대 페텐], [파인애플 폭탄]에 [백은의 스나이퍼]까지 패에 들어와 있었다.
반갑다. 그때는 고생했다 얘들아.
근데… 나 여기선 만나고 싶지 않았어.
“망했다.”
-“망했군.”
-“망했습니다.”
이왕 이리 되버렸으니 남해는 무슨 덱이 나오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저 영애라는 애는 얼마나 굉장한 덱을 만들었을까? 자신만만한 것을 보면 굉장한 덱일 텐데.
“으으으음… 먼저 패에서 [무의 연옥] 발동이와요.”
영애는 처음 뽑은 다섯 장의 패가 맘에 들지 않는지 한 장을 더 뽑았다. 다시 천천히 패를 보던 영애는 또 한 장을 뽑았다.
“[암흑계의 거래]도 발동이와요. 서로 덱에서 한 장 뽑고 한 장을 버리는 것이와요.”
남해는 새로 카드를 뽑고 패의 라이드론을 버렸다. 자꾸 부스팅을 하는 것을 보면 찾는 키카드가 있을 텐데 그 카드가 뭘까?
“왔다! 먼저 [미아견 멜리] 일반 소환이와요!”
[미아견 멜리/Lv1/100/100]
“처음 보는 카드인데…”
“이제 멜리를 소재로 링크 소환! 링크 1 [링크리보]!”
-“크링크링크!”
[링크리보/Lnk-1/300]
링크 게이트 안으로 멜리가 빨려들어가고 그 안에서 파란 색의 크리보가 등장했다. 저 카드라면 남해도 알고 있었다.
남해의 사이버스 덱에도 한 장 포함되어 있는 몬스터다.
“묘지로 보내진 멜리를 덱의 가장 아래로 보내겠사와요. 그 다음, 패에서 [몬스터 게이트] 발동이와요!!”
링크리보가 데이터로 변했다. 그 데이터들을 동력원 삼아 영애의 필드에 새로운 차원문이 열렸다.
무슨 몬스터가 나올 줄 알고 저런 카드를 쓰나. 남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멜리 외의 카드가 있다면 패말림이-
촤라라라락-!!! 영애의 덱이 맨 위에서부터 하나씩, 언제까지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뽑혀나왔다.
그리고 모든 덱을 다 뽑아낼 듯 요동치던 디스크는 덱 바닥의 멜리를 뽑아냈다.
“뭐야… 언제까지 뽑히는 거지?”
5장, 10장, 20장… 덱은 마지막 한 장까지 다 뽑아낼 기세로 디스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저거… 너무 많지 않습니까?”
-“덱을 모조리 뽑아냈다고?”
“덱 바닥의 멜리를 특수 소환하고 남은 카드는 전~부 묘지로 보내겠사와요! 오호호, 준비는 끝이와요!”
둘의 발 밑에서 우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바닥을 뚫고 영애의 필드로 거대한 몬스터 두장이 나타났다.
“묘지에서 레벨 합계가 12가 되게 몬스터를 제외하고 두 장의 [머시너즈 루인포스]를 부활이와요!”
[머시너즈 루인포스/Lv10/4600/4100]
키이이잉-!! 날카로운 구동음과 어색한 움직임을 내는 두 거체를 보자 남해는 예전에 교장 선생님과 치룬 입학 실기가 떠올랐다.
물론 그때와 심정도 같진 않았다. 선턴에 퍼미션도 내성도 없는 몬스터를 둘 세워봐야 그것만으론 아무 것도 아니다. 남해는 전혀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해갔다.
“이제 두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랭크 10 [초노급포탑열차 구스타프 맥스]를 엑시즈 소환이와요!”
[초노급포탑열차 구스타프 맥스/Rk10/3000/3000]
“구스타프 맥스…”
라이프에 2000의 번 데미지를 가하는 초대형 엑시즈 몬스터. 돌파를 노릴 수 없는 지금 이 몬스터를 꺼냈다는 것은 틀림없이-
-“선턴 번 데미지로 끝내겠단 거군.”
“구스타프 맥스의 효과 발동! 파티의 개막이와요! 받아보시길, 빅 캐논!”
코너의 크기에 맞춰 원래보다 많이 작게 출력된 구스타프 맥스가 철로를 타고 뒤로 후퇴했다. 게이트 안으로 구스타프 맥스가 사라진 후 작게 포격음이 들렸다.
그리고-
콰아아앙-! 코너가 흔들리는 것 같은 폭음과 진동을 동반한 대폭발이 남해를 덮쳤다. 시뻘건 불꽃과 연기가 걷히고 남해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 딸꾹질을 한번 했다.
-“이야, 설비가 설비라 임팩트도 죽이네.”
-강남해/LP 8000 → 6000
“이것으로 묘지의 루인포스는 둘! 다시 묘지의 몬스터들을 제외해 루인포스를 다시 부활이와요!”
다시금 바닥을 뚫고 두기의 루인포스가 필드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 루인포스들도 아까같이 빛으로 변해 은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금 아까처럼 영애의 필드에 펼쳐지는 선로.
“두 번째 구스타프 맥스를 소환! 불타오르기 시작했어요! 한방 더 빅 캐논!!”
꽈아아앙-!! 남해에게는 또 놀란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순식간에 딸꾹질도 쏙 들어가 버렸다.
-강남해/LP 6000 → 4000
하지만 놀란 건 놀란 거고, 상황은 또 다르다.
구스타프 맥스도 루인포스도 결국 셋까지만 쓸 수 있는 몬스터. 두 번 더 쏠 방도가 없으면 덱도 없겠다 그대로 자멸 아닌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설마 진짜로 저기까지만 생각해둔 것은?”
-“빡대가리 영애라서 박영애였나.”
그대로 거의 십여초를 고민하던 영애는 간신히 무언가 떠올리곤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내리쳤다.
“아! 사이버 엘타닌 둘을 제외해서 루인포스를 한 번 더 참전이와요! 루인포스와 구스타프 맥스를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은 토큰 이외의 같은 종족인 몬스터 둘! 링크 2 [아카식 매지션]을 링크 소환이와요!”
[아카식 매지션/Lnk-2/1700/↕]
링크 게이트 안에서 붉은 머리의 마법사가 영애의 필드에 깔린 두 선로 사이로 사뿐 내려앉았다. 아카식 매지션이 힘껏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선로가 데이터화 되어 사르르 사라져갔다.
“아카식 매지션… 링크 소환에 성공하면… 자신 링크 앞의 몬스터를 모두 패로…”
효과를 읽은 남해는 다시 영애의 필드를 짚어보았다. 지금 아카식 매지션의 링크 앞에는-
-구스타프 맥스가 있다. 그러면 구스타프 맥스가 엑스트라 덱에 한 장 더 늘어나고 그 소재인 머시너즈 루인포스도 묘지에 다시 셋 채워지니 두 번 더 포격을 쏠 수 있다.
과연. 이런 타입의 날빌이구나.
“한번 더!”
바닥에서 검은 빛이 둘 솟아오르고 은하 안으로 사라지는 연출이 생겼다. 영애의 등 뒤에 세 번째 게이트가 열리며 두 개의 선로가 깔렸고 다시 작게 발포음이 들렸다.
꽈아아앙-!! 세 번째가 되면 각오도 된다. 남해가 한번 숨을 들이쉬자 다시 코너 전체를 울리는 폭음과 폭발이 남해를 집어삼켰다.
-강남해/LP 4000 → 2000
“피날레에 들어가볼까요? 루인포스를 마지막으로 부활 시키겠사와요!”
“패에서 이 카드를 버리고 몬스터 효과 발동.”
“상관 없사와요! 마지막 구스타프 맥스를 소환해서, 포격!!”
네 번째로 선로가 깔렸다. 선로가 깔리며 일으킨 충격파에 남해의 필드에 꽃잎이 사르르 휘날렸다.
영애는 승리를 확신하고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멀리서 다시 발포음이 들려왔고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까지 들렸다.
꽈아아아앙-!!!
“오~호호호호호~ 낙승이와요~!”
“아니야.”
살랑거리는 미풍과 함께 꽃잎이 흩날리며 남해의 필드에서 포연이 걷혔다. 남해의 뒤에서 은발의 소녀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영애를 쳐다봤다.
“하나 미즈키의 효과로 상대의 몬스터가 소환될 때마다 그 공격력만큼 라이프를 회복.”
-강남해/LP 4000 → 3000
“어라, 어라라…? 어라?”
“소환하면 몬스터, 내면 마법, 그리고 쥐고 있으면 패트랩. 그런 말이 있어.”
영애의 몸도 표정도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덱을 통째로 갈아버리면서 사용하는 전술에 플랜 B, C가 있을 리 없지.
게다가 패 교환을 위해 사용한 [연옥의 패]의 패널티로 턴을 마치면 남은 패마저 모두 사라지게 된다.
한참을 버벅이던 영애는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고 남해는 어느새 자신에게 턴이 넘어오자 패널을 연달아 터치하며 턴을 빠르게 넘겼다.
“드로우, 스텐바이 페이즈, 메인 페이즈, 그리고 턴 종료.”
“엣.”
정신이 돌아온 영애는 커다란 눈만 깜빡거리다 덱을 확인했다.
남은 덱은 없었다.
“앗. 아. 아…”
-박영애/남은 덱 0장
삐이이이-!! 여기서 처음 듣는 고유의 버저음과 함께 듀얼 필드 위에 승패를 알리는 화상이 떠올랐다. 이런 자잘한 것 하나까지 참 고급스러웠다.
영애는 완전히 낙심해선 제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고민하는 남해에게 용연이 눈치를 줬다.
“분명… 분명 좋은 덱이랬는데…”
“어디서 본 덱이길래 그래?”
남해는 쪼그려 앉아있던 영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영애는 기운 없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다가 화면을 띄워 남해에게 보여주었다.
“여기서 봤사와요…”
“어디…”
남해는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스크롤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유심히 페이지를 들여다보던 남해는 영애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그러네, 그럼 그렇지. 이건 승률덱이 아니네.”
“네?”
“봐봐. 승수 쌓는 덱이지 승률 뽑는 덱이 아냐. 승리 플랜도 하나뿐이고 견제당할 곳도 많잖아.”
“같은 거 아니와요?”
영애는 이해가 안되는 얼굴로 남해를 올려다봤고 남해는 옆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고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니아니, 이건 판수로 밀어붙이는 용도야. 예선처럼 시간은 촉박한데 승리는 많이 따야 되는 곳에서 쓰는 구축.”
“헉! 처음 알았사와요!”
이 이야길 기점으로 둘의 이야기는 물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덱 구축을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 쓰는 덱은 어떤지…
“근데 넌 날 어디서 봤다는 거야?”
“제 친척 중에 백장미라는 애가 있는데, 걔가 나간 교대표 대회에서 본 적 있사와요.”
“백장미면…"
-“아, 걔. 왜 그 눈에서 냉동빔 나오게 생긴 걔 있잖느냐.”
맞다. 그런 애가 있었지. 몇 번 본 적이야 있지만 막상 붙어본 적이 없어서 바로 떠오르진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주제는 또 흘러서 대회 이야기나 개인적인 이야기로도 흘러갔다.
뒤로 갈수록 영애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남해는 듣기만 하는 구도였지만.
위이이잉-
“어, 전화 왔다. 잠깐만. 네, 아. 목사님. 여기 지금… 네, 금방 갈게요. 네.”
“가족이와요?”
“응. 가족이 부르네. 난 그만 가볼게! 즐거웠어!”
남해가 나가자 잠시 후 영애도 문을 열고 나왔다. 남해는 먼저 출발해버렸기에 내려가버린 승강기 대신 옆의 승강기를 타고, 영애는 원래 남해가 있던 식장으로 되돌아갔다.
“늦었네.”
“일이 있었사와요.”
영애가 돌아간 자리에는 영애와 닮았으나 훨씬 눈빛도 차갑고 분위기도 가라앉아있는 또래 여자애가 있었다.
영애의 싱글벙글한 분위기를 잠깐 보던 여자애는 도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즐거웠나봐.”
“네,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났사와요!”
“그렇구나.”
…또 만날 수 있을까? 영애는 그것까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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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저번에 이어 또다시 날빌로그를 작성했습니다. 7화부터는 남해도 제대로 된 덱을 들고, 제대로 된 덱과 상대할 거라고 약속드립니다.
작성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미즈키보다 날개와타의 턴 아닌가…? 해서 마지막까지 날개와타와 미즈키가 경합을 벌였습니다만 결국 이번 아니면 영원히 못 나올 미즈키의 승리인 것으로.
이번 편 상대로 나온 영애는, 초안에서는 [재상미]라는 이름의 캐릭터였습니다. 긴 생머리에 프라이드 높고 많이 틱틱대는 다른 형태로 전형적인 아가씨 타입의 캐릭터였지요. 그러다가 영애 쪽을 디자인했는데…
굳이 비슷하게 겹치는 아가씨가 둘씩 있을 필요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둘을 하나로 합쳐버렸습니다. 현재 구상대로면 이 영향으로 영애가 최소한 한번, 어쩌면 두 번까지도 더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 외에는 요즈음은 다른 분들 소설도 읽고 있는데, 제 소설의 제목이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고민이 자꾸 드네요.
구상 처음 시작할 적에는 저런 제목의 작품들이 대세였는데 작품화가 너무 늦어져버렸으니.
역시 제목을 [본격 딱지하는 소설 ~이세계에 떨어진 저는 미소녀 하렘 대신 시커먼 아저씨들과 함께 듀얼킹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려 합니다~]로 고치는 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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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석적인 영애 캐릭터라 정령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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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만으로 캐릭터가 구분되는 미치광이 컨셉충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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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석적인 영애 캐릭터라 정령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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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만으로 캐릭터가 구분되는 미치광이 컨셉충 그 자체 | 23.03.26 19: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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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vHmJti_oVUE 당신도 할 수 있다! 500rpm 댕댕이 덱! 예전에 유튜브에서 보자마자 와 이건 로그 한번은 써야한다... 해서 기억해두고 있던 덱입니다. 저도 처음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지요... | 23.03.26 19: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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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명을 빼면 지금까지 나온 조연들은 거의 프로게이머 아니면 캐릭터 컨셉에 따라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영애도 당연히 영애니까 영애지요. | 23.03.26 19:19 | |
(IP보기클릭)1.238.***.***
그렇군요. 역시 이름이 영애라 그런지 말투가 고상하면서도 조금만 엇나가면 상대를 깔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ㄷㄷ;;; 그나저나 미아견 맬리 덱으로 저런 플레이를 하다니... 장미는 영애한테 대체 뭘 가르쳐 준 건가요 ㄷㄷ;;; | 23.03.27 01: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