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온 ( LP : 16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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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 메달리아 ---
몬스터 : □[CNo.107 네오 갤럭시아이즈 타키온 드래곤] + □[No.8 문장왕 게놈 헤리터]
마법 / 함정 :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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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턴이 끝난 것으로 인해서 게놈 헤리터의 효과도 종료된다."
가온의 링커처럼 자그마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있던 코트의 몬스터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새하얗게 창백한 얼굴을 한 짐승 한 마리가 긴 다리를 뻗어 땅을 짚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온의 턴이 다시 찾아왔다. 문장왕에게 모르포의 효과를 빼앗기고 그대로 패배할 뻔 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내 턴이다. 드로!"
청년은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가 잡아당긴 카드는 지금 그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카드다.
'[초중무사 다이-8]! 이걸로 츄우사이를 가져올 수 있어.'
네오 타키온과 게놈 헤리터에겐 가온의 턴에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효과가 없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그가 세트해둔 카드 한 장 뿐이었다.
'소환을 무효로 하거나 효과를 무효로 하는 카드는 아니야. 만약 그런 카드라면 저번 턴에 진작 써먹었을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성스러운 방어막 거울의 힘]같이 가온이 공격을 선언하면 되받아치는 카드도 아닐 것이다.
'그런 카드를 세트해뒀다면 [체인지 메달리온]보다 먼저 그걸 발동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저 세트 카드는 무엇일까. 블러핑을 위한 카드 혹은 조건이 충족되기 어려운 카드,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만약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 했을 뿐이라면, 지금 하려는 건 도박이 될 지도 모르겠어. 가능하면 블러핑 카드길 바래야지!'
"[초중무사 다이-8]( LV 4 / ATK 1200 → DEF 1800 ) 소환! 다이-8 자신의 효과를 발동해 수비 표시가 된다."
가온은 드로한 카드를 바로 듀얼디스크에 강타했다. 카드 밑면이 금속을 호쾌하게 때리는 소리가 나며, 바닥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짜릿한 전류가 흐르며, 모래가 바람에 흩날렸다. 모터가 빠르게 회전하며 시끄러운 기계음을 울려 귀를 찔렀다. 초록빛의 바퀴달린 로봇 한 대가 커다란 수레를 끌며 나타났다.
"[초중무사 다이-8]( LV 4 / DEF 1800 → ATK 1200 )의 효과 발동. 자신을 공격 표시로 변경시키고 "초중무사소울" 하나를 서치한다!"
"호오."
"내가 가져올 카드는 [초중무사소울 츄우사이]. 츄우사이를 다이-8에게 장착시킨다!"
다이-8이 가온 앞에 정지하자, 그가 끌고 온 수레가 덜컹거리며 멈췄다. 제자리에 멈추지 못 하고 장비 하나가 수레를 빠져나왔다. 그것은 갈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기계팔로 다이-8의 어깨 위에 떨어져 찰칵 소리를 냈다.
"다이-8을 릴리스하고 츄우사이 효과 발동. 덱에서 [초중무사 텐B-N]( LV 4 / DEF 1800 )을 특수 소환하겠다."
수레꾼의 팔 네 개가 수레의 손잡이를 꽉 잡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다이-8의 허리 아래로 달린 커다란 바퀴가 굉음을 내며 불꽃을 피웠다. 번개가 치듯 새빨간 화염이 확 터져오르고서, 수레의 가장 안 쪽에서 다이-8처럼 초록색 갑옷을 입은 로봇 한 대가 뛰어올랐다.
"텐B-N의 효과 발동. 묘지로 보낸 [초중무사 다이-8]( LV 4 / DEF 1800 )을 소생시키겠어."
굉음을 내며 바닥을 타고 미끄러지는 다이-8에게 텐B-N이 손을 내밀었다. 무거운 철제 천칭을 이던 그의 팔이 이제는 자신과 똑같은 무게의 로봇 한 대를 관성을 끊고 탈출시켰다. 두 대의 초록 로봇이 나란히 섰다.
"다시 엑시즈 소환할 생각인가? 그래봤자 네 링커는 묘지에 잠들어있어."
"네 몬스터들을 박살내는 데 그녀석의 힘을 다시 빌릴 것도 없지."
"흠?"
"레벨4 다이-8과 텐B-N을 오버레이!"
발 아래에 드리운 어둠이 소용돌이쳤다. 빠르게 회전하는 바람의 중심부엔 선 것은 두 대의 로봇. 그들의 몸이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며 수축하는 어둠 속에 여러 빛으로 반짝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수히 많은 색들의 향연. 어둠은 그들을 삼키고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엑시즈 소환. [여휘사 벨즈뷰트]( Rank 4 / DEF 0 )"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 새까만 타이즈 차림의 남성이 나타났다. 폭발의 화염이 은빛의 금속 파편들을 뱉어냈고, 그것은 곧 그 남성의 갑옷이 되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염 속에 남자는 투명하고 커다란 타원형 날개를 펼쳤다. 벌레의 날개처럼 커다란 날개가 망토처럼 보였다.
"벨즈인가."
"배틀 페이즈에 돌입해서 벨즈뷰트의 효과 발동! 너의 필드와 패의 숫자가 내 필드와 패의 숫자보다 많다면, 벨즈뷰트를 제외한 필드의 모든 카드를 파괴한다."
"내 카드는 넷. 네 카드는 셋. 발동 조건을 갖췄군."
남자가 파리의 대가리처럼 생긴 가면을 쓰고 날개를 활짝 펼쳤다. 빠르게 날개를 휘저으며 적진에 침입한다. 게놈 헤리터는 앞발을 들어 그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려 했지만, 벨즈뷰트는 그것을 오른손으로 막아내고 왼손에 쥔 검으로 그의 몸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모두 파괴해라!"
게놈 헤리터를 잘라낸 직후, 그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왼팔에 힘을 집중시켰다. 하늘에 떠있는 금빛의 용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는 힘을 집중했다. 네오 타키온이 그를 포착했다. 용의 머리가 셋이나 달려들어 그를 집어삼키려 했다. 용이 최대한 가까이 다가오게 하고선, 벨즈뷰트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격은 용의 턱을 타고 비늘 뚫어 목을 절단시켰다. 커다란 발톱 자국이 생긴 것처럼, 용의 머리가 여섯 갈레로 나뉘어졌다. 네오 타키온의 몸이 찬란한 황금빛을 잃고 새까맣게 변색되어 땅에 떨어졌다.
"파괴된 게놈 헤리터의 오버레이 유닛. [문장수 레오]가 묘지로 보내졌으니 효과를 발동한다."
코트는 네오 타키온의 추락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며, 묵묵히 카드 한 장을 들었다.
"덱에서 [문장수 아바콘웨이]를 가져온다."
"턴 엔드다."
벨즈뷰트의 파괴 행위가 끝나자, 동시에 가온의 턴도 끝났다.
--- 가온 ( LP : 1600 ) ---
몬스터 : □[여휘사 벨즈뷰트]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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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 메달리아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문장수 아바콘웨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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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턴."
자신의 차례가 왔음에도 코트는 카드를 뽑지 않았다. 그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몇 초를 가만히 있자 가온이 입을 열었다.
"카드를 뽑아라. 코트!"
청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서두르지 마라."
반면에, 새까만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남자는 침착했다.
"나의 모든 몬스터를 파괴했다. 고작 그것으로 안심하기엔 일러."
코트는 덱에서 카드를 뽑는 대신 묘지에서 카드 하나를 뽑아들었다.
"네가 방금까찌 겪고있던 고통. 그걸 이렇게 쉽게 끊게 해줄 수는 없지."
"뭘 말하고 싶은거냐."
"다시 하겠다."
코트는 카드의 이름을 외쳤다.
"묘지에서 [타키온 카오스 홀]을 제외하고 효과 발동."
"그 카드는 설마……벨즈뷰트로 파괴시킨 카드!"
"그래. 내가 너에게 파괴시키도록 한 카드."
"내가 벨즈뷰트를 부르게끔 했단거냐!"
"어떨까."
코트의 손끝에 걸린 카드가 물에 녹듯이 공기중에 녹아들었다. 투명한 물 속에 확산되는 시약처럼 짙은 분홍빛이 코트를 스치고 흩어졌다.
새까만 어둠이 드리운 대지로 찬란한 햇빛이 비쳤다.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노을빛처럼 붉은 빛의 파도가 몰려왔다.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타오르는 물살은 어둠을 쓸어내며 세상에 생명을 심었다. 어둠을 양분삼아, 뜨거움을 줄기로 생명이 피어났다. 죽음을 맞이한 용이 턱을 높게 치켜들었다.
"소생하라. [CNo.107 네오 갤럭시아이즈 타키온 드래곤]( Rank 9 / ATK 4500 )"
찬란한 금빛은 저물고 새까만 밤을 맞이한 것처럼 네오 타키온의 몸은 잿빛으로 탁하다. 반짝이는 것은 금빛으로 출렁이는 물살 뿐. 그의 몸은 부패한 시체처럼 더러운 색이었다.
"나는 드로우를 대신해서 네오 타키온을 되살린다."
"제길……."
겨우 쓰러트린 강적이 다시금 되살아나 가온을 향해 이빨을 내보였다. 그의 입에 고인 피와 침 섞인 반투명한 액체가 이빨 사이로 흘러나왔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같이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제 슬슬 시작하도록 할까."
코트가 오른손을 펼치고 손가락을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차례로 접었다. 주먹을 꽉 쥐어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오 타키온으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재구축."
"!?"
황금빛 물이 흐르는 대지가 요동쳤다. 수면 아래에 넓게 깔린 어둠이 금빛을 쭈욱 빨아들였다. 새까만 그것들은 모두 입을 벌리고서 황금을 쉴 새 없이 들이켰다. 그들의 식도를 타고 금빛이 모두 흡수되자, 해일이 일기 전보다 더욱 짙고 불길한 검은빛이 흘렀다.
어둠이 집결했다. 지상에서 가장 방대한 힘을 가진 용에게로. 용은 세 개의 입을 벌려 어둠을 집어삼켰다. 어둠을 들이킬수록 그들의 몸은 점점 부풀어올랐다. 그의 비늘이 삐걱거리며 몸이 갈라졌다. 핏빛이 강렬한 진홍빛으로 타오르며, 그의 몸에서 빠져나갔으나 용은 어둠을 집어 삼키느라 정신이 없다. 끝을 모르는 식탐으로 용은 어둠을 먹어치웠다.
"엑시즈 시프트. 모두 먹어치워라."
네오 타키온의 몸이 새까맣게 부풀어올랐다. 그가 먹어치운 어둠의 양은 그 자신의 몸으로는 더이상 가둬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리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포식은 멈추지 않았다. 이 세상을 모두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용은 쉬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네오 타키온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건 신경 쓰지 않고서 어둠을 먹어치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주체가 바뀌었다. 그의 몸은 끝이 없는 어둠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이제는 반대로 어둠이 그의 몸을 좀먹어갔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잿빛 가루가 그의 몸이 되었다. 그것은 듀얼을 시작할 때 보았던 새까만 괴물과 비슷한 것으로, 그것이 굵직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모습이었다.
연기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지만 분명히 실체가 존재했다. 그의 몸은 햇빛을 가려 지상에 커다란 그늘을 그렸다. 그늘은 너무나도 거대해, 하늘에서부터 땅에 이르기까지 그의 몸이 걸쳐있는 것 같았다.
"나의 악몽. [No.95 갤럭시아이즈 다크매터 드래곤]( Rank 9 / ATK 4000 )"
새까만 괴물이 울부짖었다.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온 회백색 희뿌연 연기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다. 그것들은 모두가 똑같이 통곡하는 표정을 지었다. 괴물의 중력에 붙들려 그의 위성으로 평생 새까만 괴물의 곁을 맴돌아야 하는 것처럼, 그들은 발성 기관이 없어 소리조차 내지 못 한 채로 비명을 질렀다.
……
사방에 흘러내리는 핏물. 코를 찌르는 쇠냄새. 거칠게 짖이겨진 사체. 분명히 내가 한 일이다.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내와 딸.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나 스스로. 그리고 그것을 잡아먹었다.
"아……."
속이 무척이나 거북했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주변에 내 말을 들을 사람같은 건 없었으니 뭐라고 중얼거리더라도 소용 없었을 것이다.
"내가 한 짓이야……."
끔찍한 광경이 무릎 아래로만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내 눈에 분명히 보였다. 새하얀 이빨이 천 개, 눈이 수백이나 달린 새까만 괴물의 모습을. 그것은 형체가 정해지지 않은 듯, 물처럼 흘러가며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갔다.
- 드디어 눈을 떳나.
"누구야!"
- 내가 누군지 궁금한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는 왕관을 씌워주는 자.
목소리의 주인이 말을 이었다. 목소리로는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알 수 없었다. 술에 취한 것처럼 평형 감각이 흐트러지고, 판단력이 떨어졌다.
"왕관?"
나는 다만 그가 말했던 한 단어를 되풀이 했다.
- 너는 왕관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자! 눈을 떠라. 너의 진실된 눈을.
목소리의 주인은 실체가 없다. 그러나 분명히 그의 손이, 가느다랗고 기다란 손가락이 내 이마를 찔렀다. 칼날처럼 예리한 손톱이 내 살갗을 찔렀고, 손끝에 핏방울이 맺혔다. 그러자 내 이마 위로 다섯 개의 눈동자가 생겨났다. 새롭게 뜬 눈은 내 시야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아. 아아."
쇳소리를 연신 토해냈다. 다섯 개의 눈이 내게 보여준 광경에 나는 경직되었다.
"아아악!"
격렬한 통증이 뒤따랐다.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의 한계를 넘어서, 봐선 안 될 것을 봐버렸다. 무수히 많은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와, 신경을 타고 뇌에 이어졌다. 그것들 하나하나는 모두 날카롭게 연마한 칼처럼 나를 깊게 쑤셨다. 내 눈에 비친 것들의 숫자만큼 많은 날붙이가 내 피부를 찢고, 근육을 뜯어내 그 사이에 숨어있는 신경을 긁었다. 삶을 몇 번이나 체감했다. 죽음을 몇 번이나 체감했다. 영원을 겪어도 전부 세지 못 할 만큼의 감정들이 내 신경속에 각인되었다. 그만큼의 기억이 내 기억속에 침투했다.
그 모든 것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되는 시간이 걸렸을까. 영원을 경험한 나에게 그가 말을 걸어왔다.
- 왕관의 주인 코트 메달리아. 나는 여태까지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엄숙했다.
- 너는 이 앞에 펼쳐질 무수히 많은 미래를 손아귀에 쥐었다.
"……."
- 너는 왕관의 주인인 동시에 미래의 주인이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나는 무엇 하나 대답하지도 대꾸하지도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의 주인은 한껏 들뜬채로 계속 말했다.
- 너는 이 세상의 주인. 자 일어나거라.
눈 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새까만 바다. 가시광선 영역에 들어가지 않은 그것들이 부유한 고항을.
- 그리고 스스로 말해보거라. 너의 아내와 딸을 잡아먹은 이 사랑스러운 용의 이름을.
이 세상에 만연한, 인간의 이치로 규명할 수 없는 정체 모를 것. 별들이 놓여있는 드넓은 대양의 주인. 나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
Selected Ones - 73
다크매터
……
땅과 하늘이 흔들렸다. 새까만 괴물이 뱉어낸 숨이 무겁고 뜨거웠다.
"다크매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용을 보며 가온이 중얼거렸다. 네오 타키온조차 이 앞에 서있었다면 새까만 우주에 떠있는 태양처럼 보잘 것 없고 초라했을 것이다. 그것은 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형적이고, 생명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그저 탐욕스럽게 어둠을 먹어치우는 마물, 그뿐이었다.
"덱에서 드래곤족 몬스터 셋을 묘지로 보내고 다크매터 드래곤의 효과 발동."
코트가 덱에서 카드 세 장을 뽑아들었다. [문장수 아바콘웨이], [문장수 암피스바에나] 그리고 [갤럭시아이즈 크라우드래곤]이다.
"덱에서 몬스터를 셋 제외해라."
"큭."
덱을 빼어들어 세 장을 골라냈다. 그렇게 솎아낸 카드들이 허공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패에서 [문장수 아바콘웨이]( LV 4 / ATK 1800 )를 소환한다."
코트가 두번째 몬스터를 꺼내들었다. 분홍빛이 선명한 사람 키 정도의 용이 나타났다. 레오와 유니콘이 그러했듯이 그 또한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새하얀 비늘로 몸이 뒤덮였다.
"카드의 숫자는 셋인가. 칫."
가온의 패와 필드의 카드 수는 셋. 그리고 코트 또한 셋. 벨즈뷰트의 효과를 발동해서 필드의 카드를 모조리 파괴시키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오버레이 유닛을 사용해서 다크매터 드래곤의 두번째 효과를 발동한다."
"두번째 효과?"
"이번 턴, 다크매터는 몬스터에게 두 번 공격할 수 있지."
다크매터가 삐걱거리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 기이한 소리에 가온이 턱을 치켜들었다. 하늘을 가린 거대한 마물, 용의 머리가 둘로 나뉘었다.
"배틀."
코트가 손을 뻗어 벨즈뷰트를 가리켰다.
"아바콘웨이. 벨즈뷰트를 가르도록."
파리 투구를 쓴 남자를 향해 분홍빛 용이 달려들었다. 용의 두터운 이빨이 그의 어깨와 견갑을 짓이겼다.
"서로 카드의 수는 같으니 효과를 발동할 수 없겠지."
"큭."
네오 타키온까지 갈랐던 검객 벨즈뷰트는 자신과 같은 체격의 용이 달려들자,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 했다. 뒤늦게 팔을 움직여 칼끝으로 용의 등허리를 찔렀으나, 용은 그런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벨즈뷰트의 목을 물어뜯었다.
"끝내라."
다크매터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다크매터 드래곤은 비대하게 부풀린 몸을 움직여 가온을 내리쳤다. 땅이 와르르 무너지며 눈과 모래 섞인 알갱이들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지반째로 지각 내부에 삼켜지게 생기자, 가온은 급하게 카드 한 장을 꺼내들었다.
"묘지에서 [초중무사 오타스-K]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묘지에서 몬스터를 소환하겠다."
"무엇을 소환할거지?"
직접 공격 선언시 묘지에서 "초중무사" 몬스터를 하나 특수 소환할 수 있다. 가온의 묘지에는 석궁과 텐B-N을 비롯해, 싱크로 몬스터인 스사노-O까지 존재한다. 무엇이든 뽑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크매터 드래곤은 이번 턴 몬스터한테 2번이나 공격할 수 있어. 텐B-N을 소생시켜서 벽을 둘 세운다고 해도 순식간에 파괴되고 만다.'
텐B-N을 소생시켜도 의미가 없다.
'석궁을 소환하고 싶지만, 덱에 텐B-N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
"초중무사"를 소생시킬 텐B-N 3장은 이미 모두 묘지에 보내졌다. 그게 없는 상황에서 석궁을 불러내 츄우사이나 다이-8을 가져온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스사노-O를 소환하자니 전투로 파괴되는 데다가, 저놈의 묘지에는 가져올만한 마법도 함정도 없어.'
코트의 묘지에는 마법과 함정이 제법 있지만 그중에서 가온이 쓸만한 카드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하나.
"내가 소생시킬 몬스터는…… [초중무사 타이머-2]( LV 1 / DEF 300 )"
가온의 오른손에 묵직한 봉 하나가 잡혔다. 봉의 끝에는 원통형 유리관이 달려있었고, 그 끝에서는 세차게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가온은 화염이 피어오르는 지팡이를 높게 치켜들었다.
"이 상황에서 소환한 카드가 고작 그거인가. 그녀석은 네오타키온의 공격 방향을 바꾸기 위해 사용한 카드였지."
"나도 이녀석을 부르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게 최선이거든."
"그래?"
코트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온을 직접 공격하려던 다크매터 드래곤이 불꽃을 향해 눈길을 주었다. 가온은 그것을 더욱 높게 치켜들더니, 다크매터가 반응을 보이자 멀리 집어던졌다.
- 그르르!
용이 묵직한 저음을 내며 횃불을 찔렀다. 타이머-2를 구성하는 유리관이 깨져 그의 손가락에 박혔다. 내부에서 피어오르던 화염이 다크매터의 손등에 옮아서는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용이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막 휘두르기 시작했다.
"타이머-2는 전투로 파괴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석을 소환시켰나. 하지만 실수한거야."
코트가 다시금 손을 들었다.
"한 번 더 공격한다."
앞발에 불이 붙은 괴물이 가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온은 그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다크매터의 몹집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몇 걸음 달리지도 못 하고, 괴물의 앞발에 맞아 저 멀리 튕겨나갔다. 괴물의 손가락에 핀 불꽃이 가온의 등줄기를 타고 이어졌다. 가온은 새까만 연기를 토해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 가온은 웃옷을 벗어던지고, 눈바닥에 몸을 억지로 비벼 불을 사그라들게 했다.
"비참한 꼴이구나."
그 모습을 코트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가온의 온몸에서 굵은 땀이 배어나왔다.
"이걸로 한 턴 더 연명했다. 차라리 포기하고 편하게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헛소리말고…… 턴이나 넘겨라. 배틀은 끝났을테니까!"
"열을 식힐 시간을 줬다. 살아남은 이상 넌 더욱 고통스럽게 죽어야 해. 그걸 위해 상처를 회복할 기회를 주는거지."
"더욱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조금 우세해졌다고 거만하게 굴긴……. 바로 뒤집어주지!"
"할 수 있다면 말야."
코트는 초록색 카드 한 장을 가온에게 보여줬다.
"마법 카드 [탐욕의 항아리] 발동."
"윽!"
"묘지에 있는 몬스터 다섯을 되돌리고 카드를 두 장 드로하지."
타키온, 네오 타키온, 크라우드 이렇게 총 3 마리의 "갤럭시아이즈" 몬스터 그리고 [문장수 유니콘]과 [No.8 문장왕 게놈 헤리터]가 그의 묘지에서 빠져나와 덱과 엑스트라 덱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드로를 포기했으리라 생각했나."
코트는 드로 페이즈에 드로할 것을 포기하고 네오 타키온을 소생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탐욕의 항아리]를 발동하기 위한 밑준비. 순전히 에이스 몬스터 하나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가온은 넘겨짚었다.
"카드를 하나 세트하고 턴 엔드."
코트는 가온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마음껏 저항해봐라. 그럴수록 더욱 고통스럽게 죽여줄테니."
--- 가온 ( LP : 1600 ) ---
몬스터 : □[초중무사 타이머-2]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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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 메달리아 ---
몬스터 : □[No.95 갤럭시아이즈 다크매터 드래곤] + □[문장수 아바콘웨이]
마법 / 함정 :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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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보기클릭)211.36.***.***
(IP보기클릭)59.15.***.***
그야말로 애니카드 그 자체인 카오스 홀... | 17.11.18 17: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