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사라 자칭한 사내의 인상이 팍 일그러졌다. 이 이상 없을 모욕에 그는 분칠을 한 곳을 제외한 살 부분이 전부 붉게 열기를 띠었다. 희멀건 얼굴을 제외한 노출된 살들이 단풍처럼 붉어 더욱 괴상해 보이게 된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투로 역정을 토해냈다.
"이..이이.. 처..처처..천인공노 할 요괴 같으니이이이이!!"
눈은 또 얼마나 부릅떴는지,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눈으로 자신을 죽일 듯 쏘아보는 그에게 센라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받아쳤다.
"얼굴 아래가 따로 노네. 야야, 너무 흥분한다. 너 그러다 혈압으로 쓰러지겠어."
"저..저저저.. 저놈이... 죽고 싶어 환장 했구나아아!"
격정에 휩싸인 채 센라에게 삿대질을 하며 뒤로 물러서는 퇴마사.
"이 괘씸한 요괴놈아! 시 건방을 떨고 있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침을 튀겨가며 나불대는 그의 모습에 센라는 피식하고 하찮다는 듯 비웃을 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코우가 염려된다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일부러 도발 할 것 까진 없잖아요."
"도발 아니야. 그냥 솔직한 감상을 말한 거뿐인데 뭘."
"아.."
코우의 시선이 잠깐 퇴마사를 향했다가 다시 센라에게로 돌아온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것 까진 없잖아요."
그리고는 앞서 했던 말을 바꿔서 말했다. 센라의 말이 과장 되었거나 왜곡이 없는 있는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듣기에 따라 심한 말이지만, 본인이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꼴을 하고 있잖은가. 부릎뜬 퇴마사의 눈이 코우에게 향했다.
"둘이서 날 놀리는 거냐아아아-!"
저러다 혈압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격앙된 외침이었다. 퇴마사의 격한 반응에 코우는 흠칫, 어깨를 좁히며 움츠러들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공연히 퇴마사의 화를 돋우게 된 것은 실수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퇴마사는 유별났다. 도읍인 헤이안쿄의 관직자들에게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이라지만, 그걸 흉내를 낸 퇴마사는 그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었다. 당연하다. 품위가 없고, 저렇게 새된 목소리로 씨익씨익 거리면 누가 높으신 분으로 봐 주겠는가. 그저 양반 시늉하는 광대지.
"네놈드으으을! 이 나를 분노케 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퇴마사가 일렁거리는 눈으로 센라, 코우, 헤이치로를 차례대로 노려봤다. 자신도 퇴치 대상에 들어간 것에 놀란 헤이치로가 꿀꺽 하고 침 삼키는 소리를 냈다. 이어서 센라가 거들먹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퇴치라고 하려고? 무슨 수로?"
당장이라도 자신을 퇴치하려 드는 퇴마사. 그러나 센라는 의구심이 갔다. 나름 자신을 없앨만한 실력이 있으니까, 오니인 자신을 앞에 두고도 저렇게 당당한 거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 퇴마사는 그 정도의 실력은 없어 보였다.
그런 의문에 답하듯 퇴마사가 성대를 울려 높은 고음역대의 웃음을 흘렸다. 듣기에 따라 참으로 기분 나쁜 웃음이 이어지는 동안, 무사들을 뚫고 총 여섯 명의 인영이 퇴마사 옆에 나란히 섰다.
그들은 퇴마사와 같이 전부 개성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도복 차림에 허리춤에 검을 찬 자가 있는가 하면 하늘하늘 거리는 옷에 손거울을 든 채 팔짱을 낀 여자도 있었다. 어떤 이는 중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 길쭉한 봉을 들고 있다. 또 한 사람은 하얀 수염을 가슴 아래 까지 길러 도사 같은 풍모였다. 그리고 똑같은 얼굴에 같은 복장을 한 두 남성. 쌍둥이로 보이는 둘은 왼 손에 부적을 오른 손엔 완만하게 굽은 월도를 들고 있었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자들이 횡렬로 줄지어 서 있으니, 그것만으로 장관이었다. 한 눈에 봐도 퇴마사와 동류인 것을 알아 볼 수 있었고, 실력 또한 상당하리라고 보여 졌다. 그들은 싸늘한 눈으로 센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중간에 위치한 퇴마사가 기고만장하며 웃었다.
"아무리 나라도 오니는 혼자선 힘들지. 하지만, 나와 맞먹는 퇴마사가 여럿이면 어떨까?"
자신과 나란히 선 자들이 자신과 동등한 실력을 지닌 퇴마사인 것을 밝히면서 센라의 반응을 살피는 그. 아무리 강대한 오니라 해도 이정도 수의 퇴마사를 상대로 여유를 부리지 않으리라. 그렇게 판단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센라에게 붙어 있던 상인이 크게 놀라하며 물어왔다.
"아니!? 이 작은 마을에 어찌해서 당신들 같은 퇴마사들이 있는 것이요!?"
대치하고 있는 무사들의 수도 그랬다. 촌락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수였기에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얼굴을 희멀겋게 분칠한 퇴마사를 합쳐 총 일곱이나 되는 퇴마사가 있다는 것은 절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분명, 심상치 않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 게 분명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퇴치 당할 놈이 알아서 뭐하려고."
도복 차림에 칼을 찬 자가 헤이치로의 의문을 무시하고 적의를 들어냈다. 이어 퇴마사가 '홋호-' 하고 높은 음색으로 웃으며 그의 말을 이어 받았다.
"하필이면 우리들이 모여 있을 때, 찾아온 네놈들이 운이 나빴을 뿐이야."
그의 말을 생각해 볼 때, 역시 그들은 다른 모종의 일로 이 마을에 모여 있었던 모양이었고, 그런 와중에 자신들이 온 것이다. 운이 나빴다고 책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헤이치로는 센라에게 어떡하면 좋을지 물었고, 그는 대답했다.
"오랜만에 피가 끓는군."
헤이치로는 놀란 눈으로 센라를 쳐다봤다. 퇴마사란 모름지기 상대할 요괴와 자신의 역량을 잘못 파악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자신의 목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오니를 앞에 두고 자신만만해하는 저들의 실력은 확실할 것이다. 그런데도 태연하다니. 자칫 이 자리에서 퇴마사와의 싸움을 벌이게 된다면 자신까지 휘말려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헤이치로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생존 확률이 높아질지를 고민하던 차에 센라가 당당한 태도로 목청을 높였다.
"날 퇴치할 거잖아? 후딱 덤벼. 전부 다 눞혀놓고 술이나 마시려 가고 싶으니까!"
"어리석은 놈. 그럼, 소원대로 퇴치해 주마!"
얼굴 희멀건 퇴마사의 외침이 신호가 되어 양 옆에 서 있던 퇴마사들이 일제히 산개하며 앞으로 나섰다. 먼저 승려 같은 머리를 한 퇴마사가 발돋움하며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천주용옥봉!"
아직, 센라와 거리가 있는데도 양손으로 쥔 봉을 내려친다. 그러자, 봉이 어느새 센라에게 닿을 정도로 길어지더니 그의 머리를 깨기 위해 수직으로 낙하해왔다. 그것을 센라는 몸을 옆으로 비트는 것으로 간단히 회피했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땅바닥을 내려친 봉이 그 반동으로 강하게 튀어 오른 뒤, 다시 센라의 머리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여자가 거울을 센라에게로 향해졌다.
"명성하정!"
거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빛이 센라의 얼굴에 직격했다. 빛은 센라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지만, 두 눈의 시야를 뺏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순간적으로 눈을 감은 센라의 머리를 기다란 봉이 강타한 것이었다. 충격과 함께 센라의 목이 아래로 꺾였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아하며 한 손으로 머리 위의 봉을 쳐내는 센라. 기회를 놓칠세라 쌍둥이가 동시에 부적을 날렸다.
"귀멸혈해!"
쏘아진 부적은 영력을 머금고 센라의 어깨와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의 살을 태우기 시작했다. 통증을 호소하는 '아뜨뜨!'하는 소리가 센라의 입에서 새어나왔고, 흰 수염을 기른 퇴마사와 얼굴 희멀건 퇴마사가 진언을 달싹이며 양 손을 앞으로 뻗었다.
"금! 정! 정! 현! 급급 여율령!"
거의 동시에 외친 주문과 함께 두 퇴마사의 손바닥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두 줄기 빛은 마치, 뱀과 같은 움직임으로 센라에게 쇄도하더니 밧줄처럼 센라의 몸을 꽁꽁 묶었다. 그것은 일종의 포박술이었다.
센라의 움직임을 봉한 희멀건 퇴마사가 외쳤다.
"끝이다! 마무리 해버려어어!"
그 고음의 갈라진 목소리에 응하듯 도복에 칼을 들고 자세를 잡고 있던 퇴마사가 마지막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흐아아아압!"
요란한 기합성과 함께 자신의 영력을 최대한으로 담은 도신을 센라의 목을 향해 정확하게 휘둘렸다. 이렇듯 각각으로는 오니, 센라에게는 전혀 미치지 않지만, 함께 힘을 합치는 것으로 보다 큰 힘을 발휘해 어떠한 요괴도 퇴치하는 그들이었다.
기고만장 할만 했다. 서로 합을 맞춘 것과 같은 연계 앞에서 센라는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전력이 담긴 칼에 목이라는 급소를 허용하게 되기에 이른 것이었다. 코우가 속으로 비명을 삼켰다. 요괴의 천적이라 할 만한 퇴마사들을 앞에 두고도 변함없이 당당 하길래 문제없이 이길 줄 알았는데.
이윽고, 회심의 일격이 센라의 목에 닿았고, 코우와 헤이치로는 얼어붙은 듯 굳어졌다. 코우가 비통한 심정으로 무어라 외치려고 할 때였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센라의 목을 베어야할 도신이 동강이 나 튀어 올랐다.
"아닛!?"
도복을 입은 퇴마사가 깨끗하게 부러진 도신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자신의 영력을 한계에 가까이 끌어 담은 일격이었다. 단단한 거목이라 해도 두동강 낼만한 일격이었을 텐데, 결과는 오니의 목은 멀쩡하고 자신의 칼만 부러진 것이었다. 오니의 육체는 바위 같이 단단하다고 일컬어지긴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퇴마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센라가 고개를 쳐들고 몸을 털었다.
"큰소리 뻥뻥 치길래 기대 했는데... 결국은 삼류였던 모양이군."
실망이 묻어나오는 말을 내뱉으며 센라는 자신의 몸을 포박하던 하얀 빛 줄기를 몸에 힘을 주어 끊어냈다. 끊어진 빛줄기는 땅에 닿기도 전에 가루 같은 입자를 날리며 사라진다. 자신의 포박술을 끊어낸 오니를 보며, 희멀건 퇴마사와 흰 수염을 기른 퇴마사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자신이 자랑하던 그 포박술은 마를 물리치는 파사의 기운을 담고 있어, 한낱 요괴가 벗어나거나 끊어 낼 수 없어야 한 터였다. 희멀건 퇴마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뭐.. 뭐하고 있어! 어서 저 놈을 해치워!!"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누구하나 서슴없이 행동하지 않으려 했다. 발을 끌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자가 있다 해도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자신이 먼저 나서기로 했다.
"화! 금! 정! 정! 급급여율령!!"
진언을 달싹이며, 재빠르게 손으로 인을 맺는 퇴마사. 그 행동에 맞춰 다른 퇴마사들도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낮은 소리로 조용히 읊는다 해도 일곱이나 외고 있으니,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크게 불협화음을 이루는 듯 했다.
먼저 진언을 마친 희멀건 퇴마사가 앞을 향해 활짝 핀 양손을 가슴팍으로 당겨 모았다. 그러자, 몸 주의로 흐르는 영기가 가시화 되어 일렁거린다. 그는 매섭게 센라를 노려보며, 모았던 손바닥을 앞으로 내지르며 큰소리로 술법명을 외쳤다.
"파사 기염정!"
손바닥에 응축된 영기가 강렬한 열기를 띠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상반된 음의 기운을 태워 없애는 양의 기 덩어리는 휘몰아치는 불꽃처럼 센라의 몸을 덮쳤고, 이어서 총 여덟 장이나 되는 부적들이 날아들었다. 그 다음으로 길게 자라나는 봉의 끄트머리가, 그 뒤를 이어서 영력을 머금은 거울 빛이 쏘아졌다.
파마의 힘을 지닌 퇴마사들의 공격은 센라의 몸을 태우고, 태우고, 또 태워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놓아야만 했다. 당연히 그리 될 거라고 모두가 확신했다. 그러나
"흐아아압!"
그 모든 공격들은 기합과 함께 너무도 쉽게 무로 되돌려지고 만 것이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퇴마사들은 오니가 자신들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요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것은 단언하건데 재앙이나 다름 없다. 오니란 요괴는 재앙이다! 전의를 상실한 퇴마사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말이 들려왔다.
"내 차례다."
센라가 앞으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퇴마사들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어갔다. 자신들에게 곧 닥쳐올 운명을 느끼며 그들은 죽기 살기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센라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그의 몸에 감도는 요기가 커져갔다. 그와 더불어 몸도 팽창해 가는 것 같았다.
아니, 커져가는 요기와 비례해 센라의 몸이 부풀어갔다. 붉은 기가 도는 피부는 더욱 짙은 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한층 커다랗게 된 뿔에 얼굴은 흉악하게 변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진정한 귀신의 모습으로 화하여 거대한 악귀로 변모하였다.
8척에 달하는 악귀가 된 센라.
그 흉악하고 거대한 귀신의 모습에 대적하던 자들은 물론이고, 코우와 헤이치로 마저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극심한 공포에 이성을 잃은 자들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인간이 어찌할 수없는 거대한 재앙을 앞에 두고 제정신을 유지할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니, 비명 같이 울부짖는 소리가 거대한 파도를 이루어 울려 퍼졌다.
이윽고, 무사와 병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목숨을 온존해 보고자, 오니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넘어지면 뒷사람에게 밟히고 차이는 등 아비규환이 이어졌다.
그리하여, 모든 병사와 무사들이 도망치고, 그 장소에 남아있는 건 변화한 센라와 코우, 헤이치로. 그리고 전의를 잃은 일곱 명의 퇴마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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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는 텀이 길어서 미안함.
다음 회는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