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나자와 세대에 관한 글을 써 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확실히 올해 들어 이 세대가 주춤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네요. 이미 푸쉬를 등에 업고 있는 신예급 성우들이 그 빈틈을 강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만, 몇몇 흥미로운 뉴페이스들도 동시에 등장했던 2016년 2분기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여성우를 대상으로 했고요, 플라잉 위치, 마크로스 델타, 소년 메이드, 빅 오더 등등 누락된 애니도 많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댓글로 채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바쿠온
주연 성우들의 개성과 안정성이 돋보이는 연기, 여기에 조연, 단역으로 뒤를 받쳐 주는 선배급 성우들의 중량감까지 캐스팅 밸런스가 훌륭한 애니입니다. 매번 빼어난 연기로 이 사람 하면 그냥 믿고 듣게 되는 묵직한 신뢰감을 보증하는 우치야마 유미(온사 역)와 특유의 미성에 전매특허인 혀짧은 애교가 섞인 추임새, 여기에 금발 캐릭터 전담이란 프리미엄까지 얹고 가는 토야마 나오(린 역)는 예상 대로 빼어난 성우-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여 줍니다. 야마구치 리카코(히지리 역)는 캐릭터의 비중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두각을 덜 나타냅니다만, 이쪽도 연기 경력이 꽤 되죠. 소속사인 JTB의 간판이었던 우치다 아야가 이적한 상황인데다, 야마구치 본인이 밀리마스 출연자이기도 해서 앞으로 커리어 상승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애니의 최대 승자는 역시 우에다 레이나(하네 역)입니다. 1화를 보며 줄곧 누구 목소리를 닮았다는 의문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야 "하나자와 카나"란 이름이 떠올랐네요! 우에다가 하나자와의 목소리를 닮았다는 얘기는 줄곧 들어왔습니다만, 이렇게 순도 높은 바보 연기를 하나자와 음성과 비슷한 목소리로 듣게 되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생생히 전달하는 이 넘쳐나는 표현력도 표현력이지만, 성우의 넉넉한 성량이 뒷받침되면서 더더욱 연기에서 자신감이 넘쳐난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네요.
그동안 캐스팅 관계자들의 편애에 비해 시청자들에겐 폭넓게 어필을 못해왔지만, 디멘션 W 이후 2연타를 날리며 단순 기대주란 이미지를 벗어 던질 대전기를 마련한 듯합니다. 게다가 이 친구 제대로 터져 준다면, 하나자와의 보이스와 사와시로의 연기 스타일이 퓨전된 개성파 연기자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어요.
갑철성의 카바네리
이번 분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양대 히로인을 아임 엔터프라이즈에서 거머쥐었네요. 우치다 마아야(아야메 역)는 본인이 가장 약점을 드러내는 오죠상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이 사람은 오죠상 캐릭터를 연기하면 발성이 빈약해지는 모습을 줄곧 보여 왔습니다만, 이번엔 이전의 오죠상 연기를 답습하지 않고, 우치다 본인에게 편한 범위에서 아야메를 연기합니다. 그 결과 오죠상 특유의 고상함과 하늘하늘함이 사라졌지만, 그에 비해 연기 안정성 만큼은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상승했죠. 단지 오죠상 캐릭터하면 이러이러하다는 기존의 요구 사항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우치다식 연기가 타 성우들에 비해 얼마나 비교 우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합니다만...
센본기 사야카(무에이 역)는 무엇보다 캐릭터를 잘 잡았습니다. 아야메보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라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훨씬 뜨겁죠. 갑철성의 카바네리가 센본기 사야카로선 실질적인 주연 데뷔작인데, 신인성우로서 이 정도 연기면 만족할 시청자들이 더 많을 거 같긴 해요. 단지 이 사람은 소속사 내부 경쟁이 워낙 강해서, 연기든 뭐든 뭔가 특출난 면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오자와-오오니시 쌍포에 비해 푸쉬가 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따라 잡으려면 분발을 많이 해야 할 텐데, 무에이 연기만 보면 음색이든 연기력이든 확고부동한 한방은 솔직히 보이지 않는군요. 하지만 카바네리 흥행을 타고 연속해서 양질의 캐스팅을 보장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는 아직 충분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렘-람 자매 성우들의 분노 연기 대결, 아라이 사토미의 기묘한 로리 연기, 코바야시 유스케의 연이은 주연 행진 등 이야깃거리는 많습니다만, 여기선 에밀리아-팩 커플에 한정해 보렵니다.
타카하시 리에(에밀리아 역)의 연기는 뻣뻣함이 없이 물 흐르듯 매끈합니다. 곳곳에 다양한 소릿값이 배분되어 있어서 결코 연기가 밋밋하게 퍼지지도 않고요. 이런 자연스러움은 빠른 대사 처리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데, 1화의 11분 경의 츤데레(?) 연기가 그 대표적인 예죠. 이 사람의 또 하나 무서운 점은 바로 강력한 호흡 조절 능력. 고양된 감정 표현이 나와도 타카하시의 호흡은 쭉 적정 수준을 유지합니다. 쇳소리나 바람 새는 소리를 이렇게 빼고 들어가는 신예는 근래 본 적이 없어요. 정말로 연기가 매번 깔끔합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무서운 성우예요.
우치야마 유미(팩 역)는 매번 자유자재로 대사를 주무릅니다. 대사 장악력이 강력한 우치야마의 목소리를 타면 항시 꽉 찬 감정이 솟아나죠. 게다가 캐릭터의 성격이나 발화 상황의 디테일함을 부각시키는 세심한 연기도 매력적. 개인적으로 아카사키 치나츠도 마찬가지지만 이 사람의 청순파 연기 들어보는 게 소원이네요.
하이 스쿨 플릿
TrySail 전원 출연에 오프닝송 담당 등 소니의 영향력이 먼저 눈에 띄는 애니죠. 더불어 몬아일을 담당했던 음향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어서 이 사람의 의향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네요. 몇몇 몬아일 출연자들(나카무라 사쿠라, 아이카와 나츠키 등)에 대도서관의 양치기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타네자키 아츠미가 들어갔습니다. 이밖에 각 소속사들을 균등하게 배려한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고요. 하지만 역시 캐스팅의 포인트는 아케노와 마시로의 담당 성우들입니다.
나츠카와 시이나(아케노 역)는 TrySail의 동료들처럼 기본적으론 충분히 팔리는 보이스를 장착한 유망주지만, TrySail 내에서 위치가 애매할 순 있겠단 우려는 있네요. 아무래도 로리 연기 쪽 일감은 아사쿠라 모모에게 더 몰릴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고 아마미야 소라의 폭넓은 캐스팅 파워에 맞서기도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하이 플릿에서도 표현 가짓수가 다소 모자르다거나 과단성이 부족해서 아쉽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미소녀 밀리터리물은 기본 수요가 워낙 탄탄해서 작품 평가와 관계 없이 일정 정도의 흥행 성적은 거두기 마련이죠. 이번 출연을 계기로 활동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Lynn(마시로 역)은 중저음 특화 성우로 다년간의 외화 더빙 경력을 거저 먹은 게 아님을 수차례 증명해 왔죠. 마시로 연기톤이 서바게부의 마야의 그것과 다소 비슷한데, 린의 이런 톤은 다른 중저음 특화 성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성적인 음색이 묻어납니다. 기본 발성도 안정적이고 표현의 다양성도 꽤 확보하고 있는 성우인데, 이 톤으로 개그 연기를 해도 상당히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우 본인이 입담도 좋은 편이고 여기에 일본 성우계 탑 레벨에 버금가는 준수한 외모마저 보유했기에 경쟁력이 상당합니다. 우치야마 유미, 하라 유미, 누마쿠라 마나미, 스와 아야카, 야마자키 하루카에 린까지, 아츠비전의 현역 뎁스도 대단한 수준이죠!
온라인 게임의 신부는 여자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야?
목소리 비슷하기로 유명한 히다카 리나-미나세 이노리 콤비가 공연하는 작품입니다. 히다카 리나(아코 역)의 연기는 우리에게 극히 익숙한 히다카 리나 표 연기 그 자체네요. 이 사람은 로리 연기만큼은 동 세대 및 후배 라인에선 경쟁자가 별로 보이지 않을 정도지만, 의외로 오사와 이적 후에 커리어 하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죠. 이게 미나세 이노리의 부상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반면 미나세 이노리(슈바인/ 아카네 역)는 로리 캐릭터 이상을 보여줄 기회를 받았네요. 물론 미나세 특유의 로리 음색을 완전히 벗겨버리진 않습니다만, 옥타브를 조금 떨어뜨리고 살짝 쇳소리를 섞었는데도 소릿값이 묘하게 바뀐 채 뽑히네요. 츤데레 특유의 앙칼진 맛도 충분히 살아있고요. 참 연기를 잘하는 성우입니다.
최근 들어 가장 주목 받는 광역계 성우인 이치미치 마오(애플리코트/ 쿄우 역) 역시 충분히 평타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만, 캐릭터 자체가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서 위 2명에 비해 조명을 덜 받긴 하네요. 그리고 난죠 요시노(유이/ 고양이공주)의 연기는 성우 본인의 관록에 걸맞는 안정성과 매력이 인상적이고요.
그에 반해 시로바코에서 미도리를 담당했던 오오와다 히토미(세테/ 나나코 역)의 연기는 꽤나 특이합니다. 뭔가 아귀가 안 맞는 발성 같기도 한데 분명히 자신만의 컨셉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통제를 하는 모양이기도 하고요. 소속사의 오디오 샘플을 들어봐도 확실히 옹골지게 꽉 찬 소리는 아닙니다만, 이러한 개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도 있을 거 같네요. 단지 소속사 아오니가 심야애니판에서 계속 떨떠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라...
쿠마미코
이 애니는 사실상 마치의 원맨쇼이기 때문에 히오카 나츠미 얘기만 간단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저번 글에서 이 친구, "안정된 발성 하에, 적당히 로리스러우면서 달달한 연기"가 돋보이는 "충분히 팔릴 보이스"를 보유했다고 운을 띄웠습니다만, 예상 대로 호평 일색이네요. 히오카의 호연도 호연이지만, 성우를 돋보이게 해주는 최적의 캐릭터를 만난 점도 크고요. 하지만 이 사람의 문제는 역시 소속사입니다. 타나카 마나미를 못 살리는 바오밥이라서 불안감이 적잖다는 점. 하지만 타나카와 달리 첫 주연에 맞춰 라디오 방송을 탈 기회도 부여 받았고, 무엇보다 쿠마미코는 마치 원맨쇼니깐요. 타나카 마나미보다 한발 앞선 스타트를 끊었음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삼자삼엽
신인 캐스팅 정책으로 유명한 동화공방표 미소녀일상물인데 개인적으로 이번 캐스팅은 꽤나 묘했습니다. 카나자와 마이(후타바 역)의 연기는 기초적인 성우 발성부터 흔들거립니다만, 쭉 애니를 감상해 보니 의도적으로 이런 면을 부각시키고 있겠단 생각도 들더군요. 톤도 과할 정도로 튀는 편인데 이것도 그다지 통제가 없어서 거친 맛이 도드라지고요. 단칸방의 침략자의 유리카를 연기했던 오오모리 니치카의 사례와 유사하지만, 개인적으론 카나자와의 이런 연기 톤을 선호하지 않아서인지 오오모리 때보다 감상이 불편하긴 했습니다. 물론 카나자와의 연기를 본격적으로 검증하려면 다른 작품들을 봐야 하겠습니다만...
적당한 츤데레끼가 서린 오죠상 캐릭터를 연기하는 와쿠이 유우(요코 역)는 특히 감정선이 평정 상태를 넘어서면 연기가 더욱 밋밋하게 처리되는 경향이 생깁니다. 강약 조절이 능숙하지 않고 대사에서 소릿값을 배분하는 면도 세련되지 않아서인지 전반적으로 대사가 미지근하고 엉성하게 뽑혀 나오는 경우가 있고요.
그렇지만 테루 턴이 되면 거의 다른 작품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주연 3인방 중 이마무라 아야카(테루 역)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단지 이 사람은, 제가 전에도 지적했듯, 이 무난함이 장점이자 단점이라서 장래 커리어를 예측하기가 참 힘들어요. 연기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인상인데, 카나자와, 와쿠이와 함께 출연했던 니코동 영상방송에서 출연자 모두 고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했죠. 어쨌든 동화공방 미소녀일상물 출신 선배들에 비해 여러모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주연 3인방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모모카와 리카(시노 역)는 이 애니의 최대 발견이 될 거 같네요. 이마무라 아야카와 같은 계열 기획사 소속으로, 의도적으로 아라이 사토미의 연기를 오마쥬하고 있지만, 단순히 목소리만 베끼는 수준을 넘어서 연기 자체가 꽤 능숙한 모습. 꼭 다음 작품을 보고 싶은 기대감을 선사한 성우였습니다!
언해피
야스노 키요노와 요시오카 마유의 출연에, DIVE II entertainment가 음악제작을 담당하는 걸 보니 에이벡스가 스폰서로 들어갔음이 확실한 애니입니다. 설정이 특이하긴 하지만 이쪽도 제대로 뜯어 보면 전형적인 미소녀 일상물이죠. 그래서 성우진에 신인급 성우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습니다만, 같은 장르인 삼자삼엽에 비해 출연진의 연기 능력은 명백히 한수 위입니다.
포니캐년의 기대주 하나모리 유미리(하나코 역)는 자신만의 특유의 발성을 일관되게 활용하며 연기에 통일성을 주고 있죠. 앞으로 메인 연기 영역을 어디로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여타 로리 전문 성우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고유 음색입니다. 연기도 귀엽게 해서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폭넓은 성덕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듯해요. 다만 세밀한 터치는 다소 부족하다보니 투박한 면이 보이긴 하네요.
야스노 키요노(보탄 역)는 특유의 포근한 위스퍼 보이스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받았습니다. 이쁜 목소리를 발판으로 한 안정적인 연기지만, 충분히 역량이 되는 성우에게 너무 일정한 연기 패턴을 주문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캐릭터의 입체감이 부족해서 더욱 연기가 단조롭게 들리는 경향도 있고요.
야마무라 히비쿠(히비키 역)는 소속사 이적 전부터 커리어가 상승 곡선을 찍고 있었는데, 이번 분기 들어 언해피 같은 미소녀 일상물 출연에 키즈나이버의 메인 히로인역 당첨이라는 겹경사가 생겼습니다! 소속사 배협이 전 소속사와는 매니지먼트의 규모가 다른 곳이라서 야마무라 팬들에게 더욱 기대감을 주고 있죠. 연기 얘기를 하면요, 키즈나이버의 쿨 레이디 연기도 괜찮지만, 언해피에서 콧소리를 섞은 칭얼거림이 상당히 귀엽게 들리네요. 주연 5인방 중에서도 특히 모에 강도가 높은 연기를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론 시라이시 하루카(루리 역)가 특히 눈에 띕니다. 이 사람 하면 감초 연기(모토바 키리에)나 독특한 로리 연기(로냐)로 대표되는 괴상함이 연상되지만, 언해피의 루리 한방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렸네요. 깔끔하고 스탠다드한 오죠상 연기인데, 캐릭터가 가끔씩 정신을 놔버릴 때 등장하는 톤도 매우 유쾌합니다. 히라타 오피스 성우들 중 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인데, 계속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라서 고무적. 단지 성우가 낯을 조금 가리는 편이라서 예능 등으로 점수를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요.
참, 정적인 쿨데레 연기를 하고 있는 요시오카 마유(렌 역) 얘기는 헌드레드에서 하겠습니다.
헌드레드
캐스팅 명단 보고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이 애니에도 에이벡스가 스폰서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서는 에이벡스 소속인 WUG 성우들 얘기를 하죠. 여전히 아쉬웠던 오쿠노 카야(카렌 역)에 비해 요시오카 마유(사쿠라 역)는 가능성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요시오카의 연기는 사실상 이번 분기에 처음 듣는 셈인데, 대사 내의 억양도 비교적 정석으로 잡혀 있고 전반적인 대사 간 이음새도 나쁘지 않네요. 가끔씩 디테일한 감정 담기가 아쉬운 경우도 있고, 몇몇 시퀀스에서 대사 장악력이 떨어지는 경향도 없진 않지만, 연기 경험을 쌓으면 해결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외에 가창력, 외모도 빠지지 않는 기대주이지만, 프로젝트의 상업적 성과가 애매모호한 WUG 팀원이라는 점에, 말 많은 기획사 에이벡스 소속이라는 것도 여전한 장애물이죠. 더불어 음색이 요즘 히로인 보이스로 선호되는 타입이 아니다는 문제도 있네요. 연기 톤을 얼마나 다채롭게 뽑아낼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쿠로무쿠로
아직 1쿨이 진행 중입니다만, 메인 히로인 외엔 두드러지는 여성 캐릭터가 없네요. 특히 세토 아사미(미카 역)의 활약이 적어서 아쉬운데, 2쿨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겠죠. 우에다 레이나(노엘 역)는 확실히 비중이 상승할 확률이 높고요. 그나저나 작년 3분기부터 이어지는 이치미치 마오(유키나 역)의 상승세는 여전합니다. 최근 들어 마오를 다작 성우, 광역계 성우로 인식하는 시청자들이 늘어가고 있던데, 어떤 역을 주어도 능숙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차세대 광역계 선두주자답다는 감탄이 나오죠.
그러나 이런 쪽 성우들의 숙명인 "자기 색깔이 부족하다"는 평도 동시에 들리고 있습니다. 주연급 출연작의 흥행 성적도 썩 시원치 않고요. 아무래도 비슷한 노선을 걸었던 토마츠 하루카가 연상되는데, 이 친구는 소니가 꾸준하게 양질의 역을 물어 주었기에,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결국은 실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게 되었죠. 이치미치 소속사도 만만치 않게 일거리를 따주고 있지만, 대기업이 모체인 뮤직레인에 비해 장기적인 교섭력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들기도 합니다.
마오는 자신의 실제 음역보다 톤을 높게 잡았을 때(카즈미, 렌게, 아오코, 아카네 등)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평가가 좋았는데, 쿠로무쿠로의 유키나도 비슷한 음역대에 걸린 보이스입니다. 외관만 보고 전형적인 소악마 캐릭터로 생각했는데, 아버지에 얽힌 상처가 깊히 박혀 있고 원래부터 은근히 소심한 면도 있어서 생각보다 캐릭터의 성격이 복잡하더군요. 그리고 캐릭터의 이런 다면성이 마오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매끈하게 전달되고 있고요. 게다가 이치미치 마오, 로리 연기도 꽤 하네요! 어쨌든 쿠로무쿠로의 예약 수치 상 중박 이상은 확실해 보이고, 은근한 유키나 붐도 생겼습니다. 이 애니를 계기로 얼마나 마오 자신의 존재감을 업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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