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너를 이 도시에 두고 가겠다.]
달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런 한밤중 이었다. 누구나 잠들어 세계에 두 사람만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고요함 안에서 아이나의 병실을 찾은 리베리아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 기다려, 기다려 주세요, 리베리아님! 부디 조금만......! 반드시 몸을 고치겠습니다.....!]
[안된다, 핀 녀석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평소의 드레스가 아닌 여행복장을 두른 모습은 각오를 나타낸 것일까. 아이나의 간원도 리베리아의 침통한 표정에 거절하게 만들었다. 애끊는 슬픔 같은 것은 물을 필요 없이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해진 말이 전부였고, 엘프들의 사정으로 용자와 대전사의 미래를 짓밟게 할 수는 없었다.
[너는 이 땅에서 계속해서 치료를 하거라. 전보다 확실히 몸 상태는 회복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네가 만족할 정도로 몸을 움직이게 되었을 때. 반드시 마중하러 오겠다.]
[싫습니다. 싫습니다. 리베리아님! 분수를 모르는 하찮은 소망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저도 같이 대려가 주십시오!!]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불경하게도 리베리아의 옷의 일부를 잡았다. 침대위에서 매달리는 아이나의 모습에 리베리아는 처음으로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꾹하고 눈을 감고는 ---그 다음 순간 눈을 떴을 때는 마음을 독하게 먹은 것처럼, 그 눈썹이 급각도로 치켜 올렸다.
[그리고.....알고 있다. 아이나? 너, 내 눈을 피해서 어디의 말 뼈다귀 인지 모르는 휴먼의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는 거지? ]
[!?]
설마의 각도에서 던져진 절대적 돌직구에 아이나는 두드러지게 얼굴색이 변했다.
라기보다는 뺨이 홍조를 띠었다.
확실히 최근에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있는 이성이 생겼었다. 이 [자유도시] 출신으로 부드러운 브라운색의 머리를 한 꽃 파는 직업을 가진 마음착한 휴먼이었고, 게다가 아이나 보다도 훨씬, 아니 압도적으로 연하의 18살 정도.
나이차는 50살은 넘지 않을 것이었고, 엘프라는 것을 뺀다고 하더라도 몰래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고 해야 할까, 죄악감 이라고 해야 할까, 신들이 말하는 쇼타콘 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친밀해 진다니 절대로 절대로.....! 참고로 일족의 대성수에 맹새코 말하지만 몰래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리베리아 일행이 없을 때, 망가지듯이 계속 우는 아이나를 기가 죽기 않도록 위로해주었고, 고향의 고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청정꽃을 하루도 빠짐없이 모아 와서는 병실의 공기가 깨끗하게 유지도록 헌신해주는 하얀 마음을 가진 청년이었다.
[녀석은 빈약하다. 하지만 그 각오만은 인정하마. 나에게 몇 번이나 때려 눕혀져도 의식을 잃으면서도 망자처럼 도전해온 기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싸우신 건가요!?]
[안심해라, 나는 상처하나 입지 않았다. 팔 하나만으로 완승했다.]
[완승하지 말아주세요!!]
-용서 못해, 용서 못한다, 아이나!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한다면 이 리베리아 리요스 알브를 쓰러트리고 나서 해라!!
어젠가 말했던 그 말을 눈앞의 왕녀님은 실천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아마도 세 번의 엄동(嚴冬)처럼 얼어붙은 겨울의 여왕 같은 눈빛으로.
아이나는 자신의 몸에 관한 것은 잊어버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외치고 말았다.
[이 땅에는 이미 아이나를 지탱해 주는 자들이 있다.]
[크.....]
[유감이지만......결코 너를 놔두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없어도, 이 푸르고 맑은 도시는 너를 지켜줄 것이다.]
모든 것은 리베리아가 말한 대로였다. 이 도시에 아이나를 신경써주는 자들은 잔뜩 있었다. 대기의 맑음에 이끌린 엘프도 많이 있었고 곤란할 때는 반드시 힘을 빌려줄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부정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끌리는 청년이 생기고 말았다. 그런대도 아이나는 이루어진다면 종자로써 리베리아를 이해하는 친구로써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나, 이 드레스를 받아라.]
[.......!! 리베리아님, 이 옷은.......]
[왕족의 이런 드레스, 사실 나는 입고 싶지 않았다. 왕족의 마지막 의무로써 아버지의 체면을 세우고 있었지만 이미 질렸다. 나는 모험가가 되겠다. 그러니까. 너에게 떠안기겠다. 이런 것을 떠안기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면 바로 팔아 버리거라.]
불쾌한척 하면서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리베리아의 진의 같은 것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돈이 부족해지면, 금은보화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이 왕가의 드레스를 팔아서 편안하게 지내도록 하거라.
아이나의 주인은 그렇게 바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드레스를 벗고 아이나에게 전한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주종의 관계]의 해소와 같은 의미였다.
더 이상 리베리아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모험]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 느꼈던 것처럼 그녀의 의지는 이미 미궁도시에 향해있었다.
각지를 여행하며 하계에 다가오는 종말의 파편에 마음을 아파하고, 아니면 걱정한 그녀는 긍지 높은 하이엘프로써,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둘러보고 천진난만하게 흥분하는 왕녀로는 있을 수는 없게 된 것이었다.
드레스를 가슴에 품은 아이나는 젖은 한숨과 함께 입술을 떨었다.
[......혼자서, 눈을 뜨실 수 있으세요?]
[.....바보취급 하지 말아라, 이미 혼자서 일어날 수 있다.]
[.....혼자서 아침 준비를 하실 수 있으세요?]
[.....몸단장 정도는 할 수 있다.]
[.....제가 없어도 머리를 빗을 수 있으세요?]
[...........머, 머리를 자르겠다.]
[안됩니다!]
마지막은 난처해져서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리베리아를 나쁜 여동생을 꾸짖는 듯이 말하고,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다.
[부탁입니다. 옆에 있게 해주십시오.........!]
[큭..............]
[부디 당신의 옆에...........!]
가슴속에 숨기고 있었던 자기중심적이고, 추한 소원을 결국 토하고 말았다. 리베리아의 가슴 바로 밑을 껴안은 아이나는 그 눈물로 송구할 정도로 여행복을 적시고 말았다. 계속 리베리아의 제멋대로를 들어주었던 엘프는 처음으로 리베리아에게 때를 쓰고 말았다.
좀 지나 흐느껴 우는 소리가 작아질 쯤, 리베리아는 아이나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 안아 고개를 올리게 하고는 같은 색의 눈동자와 눈동자로 마주 보았다.
[들어라. 아이나.......나에게는 [꿈]이 있다.]
[꿈.......?]
[오라리오로 가서, 모험가가 되어서, [미지]에 계속 도전해서.......아이나의 병에 듣는 [약]을 얻는 것, 너하고 다시 한번 이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지금의 나의 꿈이다.]
[!!]
[아직 보지 못한 세계의 끝에서, 너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일을 찾으러 간다. 그것이 나의 바램이다.]
리베리아는 웃고 있었다.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왕녀라는 의무를 완수한 그때부터, 아이나조차 마지막 눈물을 본 날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몇 십년만의 물방울이었다.
리베리아는 자신의 어깨에 아이나의 얼굴을 기댈 수 있도록 심하게 강하게 껴안았다.
[편지를 쓰겠다. 네가 싫어 질정도로 편지를 보내 주겠다.]
[....예, 예........!]
[절대로 죽지 않겠다. 시간을 봐서 몇 번이고 네 상태를 보러오마.....! 그러니까 건강이.....웃고 있어주렴.]
[예......!]
아이나도 리베리아의 등에 양팔을 두르고 서로 껴안아주었다.
언제까지나, 서로의 비취색의 머리카락을 눈물로 적시면서,
병실의 밖에서 아무말없이, 숨죽이며 벽에 이대고 서있는 핀과 가레스, 로키만이 그녀들의 이별의 약속을 들어주었다.
그 이후, 무력감에 책망하는 리베리아는 아이나와의 이별이 지나 짓궂게도 세 번째 마법이 발현되었다.
계동은 [회복마법].
장래 [나인헬(九魔姬)]라고 불려지는 대마도사는 자신의 일부분과 이별을 양분으로 미궁도시로 출발하는 것이었다.
[다녀오세요.]
[아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계속!]
[아아! -다녀오마. 아이나]
아이나는 청년의 손을 빌려 요양소를 나와 리베리아 일행의 출발을 배웅했다.
동쪽의 산에서 조금 얼굴을 내 비추는 아침햇살.
이른 아침의 빛의 안으로 사라지는 소중한 사람들의 뒷모습.
그것이 아이나의 [마지막여행의 경치]였다.
[엄-마,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글세,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나.]
[에~! 가르쳐줘!]
소리를 높이는 귀여운 딸의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빗으면서 아이나는 미소를 지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에게 등을 돌린 작은 뒷모습.
남편과의 사이에서 생겨난 아이나도 이미 3살이 되었다. 브라운색의 머리카라은 남편 것이었지만 아이나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가 빨랐고, 그렇기에 이렇게 머리를 한때 왕녀에게 했던 것처럼 병약 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언제나 안도하며 머리를 몇 번이고 빗어주었다.
언제나 잊어지지 않는 보물처럼 빛나는 광경.
자신은 [머리카락]을 빗을 때 마다, 둘도 없는 그 나날을 기억했다.
추억담을 이야기하고 있던 아이나는 역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럼, 이번 이야기의 뒤는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서 듣도록 하자.]
[소중한 사람......?]
[응, 리베리아님이 가까운 실내에 찾아오시는 것 같아.]
에이나도 이제 3살이 되었다. 그리고 제우스와 헤라의 [3대 퀘스트]에 대동할 정도로 리베리아 일행도 미궁도시에서 연일 힘을 쌓고 있었다.
하계를 내건 싸움 앞에서 리베리아는 한번이고 자신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 날을 아이나는 조용히 그리고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었다.
[리베리아님이 오시는 거야!? 그럼, 엄마, 계속 만들고 있는 드레스, 전해주는 거야?]
[사실은 전해주고 싶지만.....시간을 맞출 수 없을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아이나의 눈이 향한 곳, 책상위에 있는 [만들다 만 옷]이 존재했다.
한때 리베리아에게서 건네어진 왕가의 드레스, 아이나는 전하지 않고 새로 만들고 있었다. 한땀 한땀, 성왕수의 섬유로 성심 것 마력을 흘려보내면서 모험가의 [성의(聖衣)] 새로 태어나게 하려고 했었고, 왕족의 드레스에 싫은 얼굴을 하는 리베리아도 분명히 이것이라면 받아줄 것이었다.
언젠가 아이나와 리베리아, 두 사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몸에 걸쳐 줄 것이었다.
리베리아는 죽지 않는다. 그렇게 약속했다. 그렇기에 아이나는 마지막까지 마력과 기도를 바치면서 완성된 옷을 건내 주는 것이다.
귀여운 딸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아이나는 고개를 들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눈이 가들어졌다.
[리베리아님.....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다시 한번 빛나는 [여행]에 나가는 그 날까지----.
요정의 목소리는 깨끗한 바람에 타고 아름다운 하늘을 춤추는 것이었다.
-좀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