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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일이군, 레피야가 혼자서 내 교무실에 찾아오는 것은, 그래서 어떤 이야기지?]
[.....진로에 관해서 입니다만.....]
몇칠 뒤, 결국 머리가 과열된 레피야는 레온에게 상담하러 갔다.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교무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고, 내어진 의자에 앉아 레피야는 손을 비비면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리사에게 권유를 받았고.
-아나키티에게 권고를 받았고.
-아리시아에게는 동경을.
-헤딘에게는 직접 스카우트를 받았다.
[모험가]라는 말이 지금은 레피야를 괴롭게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받고, 신경이 쓰여서, 조금은 착각도 하고, 해보고, 진퇴를 정한다.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르지만 마음을 먹고 해보니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레피야는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는 레피야는 결국 결심이 서지 않았다.
[과연........ 먼저 이야기 해두지만, 레피야와 같은 고민을 가진 학생은 많단다.]
[.......]
[하지만 너의 경우에는 주위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구나. 그것이 부차적 원인도 되고 있어.]
[그, 그럴 수가.]
쓴웃음을 짓는 레온은 레피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리면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해 주었다. 지금 있는 멜렌과 오라리오에서 파벌체험이 가능한 곳, [학구]의 졸업생이 선택한 여러 가지 진로들, 테이블에 대형의 자료집을 펼치고 여러 정보들을 손가락으로 가르쳐 주었다.
우유부단한 레피야는 [알 미라지]처럼 신음소리를 냈지만 역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레온은 싫은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진로상담을 계속해 주었다.
다리를 꼬는 것도 아니고 의자에 앉으면서 턱을 손으로 걸치고 있는, 그런 생각하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보면 볼수록 멋지다.]라고 너무 머리를 써서 멍해져 있는 레피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자주[얼음]으로 비유되는 엘프와는 또 다른 단정한 얼굴, 예리하고 사나우면서도 늠름했고 이거라면 아리사와 여학생들이 빠져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묘하게 납득했다. 레온의 인기 중 한 가지에 [기사 같다.]라는 형용이 있었다.
주신 발두르가 신의 이상형이라면 그는 아마도 [기사]의 구현이라고 해도 좋았고, 아름다운 자세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었다.
래온 자신은 교사의 견본, [인도하는 자]로써 자신을 다루고 있는 것에 불과 했지만 그것이 굉장히 그럴듯한 모양이 되어버렸고, 일반적인 [교사]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기사]라는 단어가 이어질 정도였다.
누구에게나 진지하게 대하는 그의 모습은, 그래, 본래의 [기사]의 그것에 가까웠다.
[레피야, 마시렴.]
[에.......? 레, 레온 선생님, 이건.....]
[비밀이야?]
오래 계속되어 밤도 완전히 깊어질 무렵, 레온이 입술에 손가락을 세우면서 내어준 데워진 와인의 따뜻함을 레피야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었다.
레피야가 질려버릴 정도로 짝사랑을 하는 소녀를 구가하던 아리사가 옆에 없었으니까. 레피야의 첫 짝사랑은---분명 레온 이었을 것이었다.
[레피야, [나]는 자신이 나아갈 길은 계속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지금의 너처럼.]
[에?]
[그러니까 너는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단다.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렴. 단 그것을 습관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단다.]
벽에 기대어 선체로 레온은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와인을 자기 입에 대면서 [교사]가 아닌 자신의 말을 했다.
[고민하고 끝의 실패는 너를 현명하게 만든단다. 하지만 고민하지 않고 끝의 실패는 많은 경우 재산이 되지 않을 거란다.
[레온 선생님...]
[그러니까 생각하렴. 답이 나오지 않는 다면 좀 더 오랬동안, 좀 더 깊이, 발두루 님이 말해주신 것처럼.]
[그리고], 라고.
지금의 자신이 전할 수 있는 생각을 레피야에게 전했다.
[마음이 흔들렸을 때, 자신에게 솔직해 지렴.]
[[마음이 흔들렸을 때].......?]
[어, 나는 자신의 마음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던, 그때, 교사가 되기로 맹세했지.]
레피야를 상냥하게 내려다보는 사자색의 눈동자는 어른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대도 어린아이와 같은 눈빛이 안쪽에서 보였다.
언젠가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을 정했을 때, 레온이 교사가 되기로 한 이유를 묻고 싶다.
레피야는 그때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다.
레온의 말을 듣고 레피야는 좀 더 생각을 하기로 했고, 좀 더 자신의 마음과 대면하기로 했다.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레피야, 18계층으로 가자!]
[예,......에에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바다인! [학구]의 학생이 갈 수 있는 것은 15계층 까지예요!?]
[[안다리조트]를 어떻게는 이 눈으로 보고 싶어! 난센은 이미 이쪽으로 끌어드렸어! 그밖에도 아군은 많이 있고, 우리들의 모험심을 멈출 방법은 없어!]
[아, 안돼요! 던전의 금지사항만은 범해서는 안 된다고 다른 선생님들도 그 정도로 말했잖아요!]
[교칙과 교사의 가르침은 어기기 위해 있는 거야!]
[절대로 틀려요! 앗 바다인! 가버리고 말았어요......아~정말이지, 아리사~! 도와주세-요!]
그리고 [특별실습]도 끝으로 가고 있을 쯤.
-레피야는 [모험가]가 무엇인가를, 깊이 알게 되었다.
-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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