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하루히메는 글러먹은 루나루(狐人)입니다아아.........!]
벨일행이 복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하루히메 본인은 어떠하냐 하면 크게 풀이 죽어 있었다.
방에 틀어박혀 이불위에 훌쩍훌쩍 울면서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벨님을 기쁘게 하기는커녕, 헤스티아님과 릴리님의 화를 샀고 ........ 분명제가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의 붉은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는 모습은, 저택 깊숙한 곳에 있는 공주님 이었지만, 현재의 상태는 모친에게 혼나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푹신한 꼬리는 오늘만은 풀이 죽어 기운이 없어보였고, 아름다운 비취색의 눈동자는 지금도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스스로는 노력하려고 했는데...... 저는, 벨님과 다른 분들에게 폐를 끼친 걸까요........]
입에서 흘러나온 의문은, “아니요, 분명 그럴 것입니다.” 라고 다시 흘러나온 말에 의해 긍정으로 바뀌었다.
-하루히메 에게도 자각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키워져, 아버지에게서 의절당한 뒤에는 오라리오에서 창부의 일을 강요당하는 나날,
너무나도 애처롭다. 라고 스스로 시를 노래하지는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아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내왔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참하다]라며 손가락질 당할 정도로 [보통]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자신은 마음은 어린아이인 채로, 몸만 자라고 말았다.
하루히메는 그런 착각이 들기도 했다.
-산죠노 하루히메는 세상물정 모른 채, 본질적으로는 성장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것은 자기혐오의 늪이었다.
던전탐색의 일상에서도 제대로 된 전력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음의 부담이 되어, 하루히메 에게서 자신감을 빼앗아갔다.
[비장의 카드] 라던가 [최강의 요술사]라는 등 듣기에는 좋았지만, 언제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이라면 무능이라는 낙인이 찍혀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벨 일행에게 지켜지며, 폐를 끼칠 뿐.
[......음탕한 창부, 영웅에게 버려지는 그때까지 사랑이 가지고 싶다며 조르고, 쾌락에 빠져, 수많은 것들을 농락해 .... 마지막에는 파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였던 것일까.
-[창부는 파멸의 상징]라는 말을 구가했던, 대표적인 영웅담.
어렸던 하루히메가 읽었던 이야기 안에서는, 역시 창부는 구해지지 못한 채 마지막에는 영웅에게 버려져, 궁지에 몰려 파멸했다.
창부라도 해도 버리지 않는다고 벨은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역시 창부는--“전 창부인 자신은 구해져야할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을 구해준 벨에 대한 모독이며, 결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자신과 이야기속의 창부는 같을지도 몰랐다.
-벨이라는 사랑을 졸랐고, 결국에는 헤스티아와 주위에도 피해를 주고 있었다.
영웅담의 결말과 비교한다면 아주 귀여운 것 이었지만,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버린 지금의 하루히메 에게는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현실의 자신도, 이야기속의 창부도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닐까, -라고.
[......제가 싫어했던 자신으로 돌아갈 것 같아......]
소녀의 표정을 잃고, 창부의 말을 흘리며, 긴 속눈썹이 흔들리며 비취색의 눈동자를 숨기듯이 눈을 감았다.
시계의 바늘이 지나갔다, 정오가 가까운 것일까. 하루히메는 방을 나가기는커녕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때--똑똑하고
[....?]
마치 바깥에서 유리를 노크를 하는 것처럼 방의 창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몸을 일으키고 그쪽을 보자 ----하루히메는 눈동자를 크게 떴다.
이럴수가, 창문 밖에서 하얀머리의 소년이 “떠 있었기 때문 이었다.”
[베, 벨님!?]
하루히메는 서둘려 달려가 창문을 열었다. 미코토와 하루히메가 쓰고 있는 이방은 3층에 있었고. 더 말하자면 여기까지 기어 올라오기 위한 알맞은 나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벨은 마치 곡예사처럼 한손으로 지붕을 잡고는 창문밖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짓을 하시는 거죠!? 이방은 3층 입니다!]
[아하하, 레벨3이 되었으니까, 이런 것도 할 수 있을까, 하고 시험 해본 건데.... ]
생각보다 간단했다, 라는 말을 벨은 쓴웃음으로 숨겼다. 지상3층의 위치에서 태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하루히메는 초조해 하면서 여러 생각이 뒤섞였다.
즉. 벨답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벨 크라넬은 눈에 뛰는 행위를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못하는 휴먼의 소년이었다. [필요]할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모험가의 능력을 과시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루히메씨가 신경 쓰여서 보러 왔어요.]
[에?]
움직이지 않는 하루히메와는 상관없이 벨은 [필요]를 간단히 말했다.
그리고 벨은 창틀에 발을 올리고, 조금 높은 시점에서 아연해있는 하루히메를 상냥하게 내려다보았다.
[하루히메씨, 굉장히 낙담해 있어 보이셔서.....]
즉 벨은 걱정해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데 걸린 시간은 5초.
-그리고 일부러 만나러 온 것이라고 알아차리는데 또다시 5초.
이제까지 아연해 있는 하루히메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래도 안 됩니다. 벨님. 만나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나 말했는데........이걸 들킨다면 벨님이 또다시 꾸중을 듣게 됩니다.]
하루히메는 고개를 좌우로 젓고 창문 밖을 쳐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호소했다.
중앙정원을 시작한 저택의 안쪽에 인접해 있다고는 하지만 바깥에서 본다면 도둑처럼 창틀에 있는 벨의 모습은 바로 보였다.
지금도 본처 주변의 거리를 걷고 있는 일반인들이 고개를 올린다면 곧바로 알아차릴 것이었고, 그리고 소란해지면 릴리일행의 귀에 들어올 것이었다.
자기 때문에 벨이 또 다시 꾸중을 듣는 것이 싫었다.
[그것 때문인데...... 으~응.]
[.......벨님?]
[방문으로 나가면, 분명 릴리에게 들키고 말거고......]
그런 당황해 하는 하루히메의 심정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벨은 무엇인가는 생각하고 조금 고민한 끝에, 결국 하고자 생각한 것을 실행하자라는 그런 결의의 쓴웃음을 지었다.
[하루히메씨, 밖에 나가지 않으시겠어요?]
엣? 이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하루히메의 눈앞에 오른손이 내밀어 졌다.
[오늘, 저하고 같이 나가시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조금 개구쟁이 같은 소년의 미소를 보이면서, 손을 내민 벨은 그런 말을 했다.
눈을 뜨고 있던 하루히메는 .......망설이면서도 시간을 들여서, 아니면 마치 이끌리는 것처럼 ...... 그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
벨의 손을 쥔 하루히메는 그때 겨우 알아차렸다.
-그것은 마치 전형적인 [동화]의 한 페이지와 아주 닮아 있었다고.
-성에 자로잡인 공주님을 마치 영웅이 구하는 것처럼.
자칭, 마음이 어린아인 채인 소녀는, 역시 뺨을 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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