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낙서라는 틀 없는 가능성
크레용으로 세계를 구하라!
-본 작의 캐치 프라이즈-
자유롭게 그리는 낙서의 에너지로 하늘에 떠있는 왕국, 낙서왕국
하지만 지상의 사람들이 낙서를 점점 안 그리게 되면서 왕국은 추락 위기를 맞게 된다.
이에 낙서왕국군은 특단의 조치로 지상에 내려가 아이들에게 강제로 낙서를 그리게 하기 시작하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번에도 인류의 운명은 푹풍을 부르는 유치원생 짱구에게 달렸다!
그리는 걸 실체화 하는 ‘미라클 크레용’을 사용하게 된 짱구는 과연 어떤 미래를 그려낼까
개인적으로 짱구 극장판 시리즈는 그저 아동용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나온 시기마다 감독이 다르고 매번 색다른 주제를 차용하지만 짱구 라는 Ip를 적극 활용해서 어두워질 수 있는 소재를 적절히 중화시키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맞춰주는 게 특징이죠.
물론 극장판 마다 퀄리티의 낙차가 있는 편이지만 이번 작은 마스터피스는 아닐지언정 시리즈가 가진 고유 특성을 잘 활용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레용과 낙서라는 너무 나도 크레용 신짱다운 소재를 가져온 이번 작은 어떤 작품이었을까요?
어렸을 때 낙서를 해본 경험은 아주 흔할 겁니다. 교과서에 그려 놓던 낙서들부터 게임을 만들겠다며 나름의 규칙으로 삐뚤빼뚤 채우던 공책까지 저도 다양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낙서는 종이나 낭비하는 불필요한 행위로 느껴졌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히 저 개인의 생각뿐 아니라 나이가 조금씩 들면 느끼게 되는 불필요한 것에 대한 지양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요즘은 그런 생각들이 아이들에게도 점점 넓게 적용되는 듯합니다. 큰 낙서를 그리던 흙바닥은 알 수 없는 물질들로 채워지고 낙서를 할 시간에 수학공식 하나 더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낙서왕국이 부유할 수 있는 동력인 낙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펼쳐내는 ‘상상력’입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을 어떤 규칙이나 방식 없이 자유롭게 그려내는 것이 바로 낙서인 것이죠.
본 작에서 짱구는 그리면 무엇이든 실체화되는 미라클 크레용을 얻게 됩니다. 최후반부 낙서왕국이 힘을 잃고 낙하할 때 까지 계속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크레용으로 그려내게 되죠.
자신이 소중히 하는 것, 상상 속의 친구이자 영웅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까지. 그 모양은 비록 그림 실력의 한계로 조금씩 모난 부분이 있지만 그들은 짱구를 도와 끝내 세상을 구하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낙서왕국군의 갖은 술수에도 불구하고 낙서왕국은 결국 힘을 잃고 낙하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히 낙서를 그리지 않아서라기 보단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실체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겠지요.
직업이 바로 꿈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 꿨던 꿈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보면 요즘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군이 교사 정도 제외하면 죄다 돈 잘 버는 순으로 줄 세워진 건 한편으로 슬프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면 이런 저런 타협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현실에 부딪혀 신념을 스스로 꺾거나 합리화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죠.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지 꼭 아이들에게 까지 강요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낙서 왕국이 낙하하면서 마을의 어른들은 신비한 힘을 가진 짱구에게 무기를 그려 낙서 왕국을 부수라고 강요합니다. 미사일이든 탱크든 그려서 저걸 없애버리라고 말이죠.
어른들의 판단은 정답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낙서 왕국 정도 되는 크기의 구조물이 떨어지면 마을이 초토화 되고 그 밑의 사람들이 많이 다칠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 한창 꿈을 꾸어야 할 유치원생, 초등학생들도 공부를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길일지 모릅니다. 공부 습관을 들여서 쌓아 놓으면 중, 고등학교를 가서도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고 좋은 대학에 가서 행복한 생활을 얻게 되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낙서라는 비 생산적인 일 따윈 아무래도 좋으니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 더 써보는 게 아이들이 꾸는 허무맹랑한 상상보다 더 가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을 구해줬던 건 한 아이의 순수한 크레용 이었다는 걸 말이죠.
위기에서 눈을 돌리고 떠나려는 어른들과 반대로 거대한 낙서를 시작하는 짱구와 유민이의 외침에 감화되어 점점 많아지는 낙서를 하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믿어주고 응원하는 어른들까지
어른들의 방식과 이기심에 삭막하게 최후를 맞이할 뻔한 마을은 거대한 상상과 수도 없이 많은 낙서로 색을 되찾고 바닥에 떨어져 뭉개질 뻔한 아이들의 꿈을 들어 올려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마을을, 그리고 세상을 구하게 됩니다.
아이는 성장을 하며 어른이 될 테고 언젠가는 우리처럼 꿈 따위 허무맹랑하다며 삭막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 비탄하며 아이들에게 오지도 않은 미래 만을 강요하고 우리의 상식만 주입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아이들이 펼치는 상상은 누군가의 영감이 될 수도, 그 아이들이 걸어갈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모르는 일입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형식도 방식도 없이 떠올린 대로 그려낸 낙서가 돌이켜보면 세상을 바꿀 초석이었을지도
아이들의 꿈을, 상상력을 펼치게 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이 말합니다.
너의 그 낙서도 언젠가 누군가의 보물
지우지 말아줘 놓지 말아줘
남겨줘 그 마음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8기 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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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른들은 도망가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낙서를 그리고 짱구 지인들도 그걸 도와주는 씬 마지막에 왕궁을 떨어지는걸 막는부리부리자에몽 돼지발굽 이후로 구원의 히어로 다운 활약을 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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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른들은 도망가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낙서를 그리고 짱구 지인들도 그걸 도와주는 씬 마지막에 왕궁을 떨어지는걸 막는부리부리자에몽 돼지발굽 이후로 구원의 히어로 다운 활약을 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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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발굽을 오마주 한 부리부리 대마왕의 씬은 저도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어릴 때 봤던 그 때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도도한 척하면서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한 건 해주는 부리부리 대마왕이 이번에도 그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 24.03.02 22: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