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니를 구분하는 단계는 이렇습니다.
인생명작
명작
상급수작
수작
하급수작
평작
졸작
망작
기준은, 기본적으로 ‘재미’이며 그 외에 노래나, 작화, 개인취향, 설정 충돌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을 따져봅니다.
이번 <목소리의 형태>는 제 기준에서 상급 수작이었습니다.
상급 수작은, 정말 잘 만들기는 했지만 명작이 되기에는 뭔가 좀 애매한, 취향에 따라 명작이 될 수 있는 정도? 입니다.
이 애니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은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많은 스포일러가있을 예정이며 원작은 리뷰에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애니에 대해서만 얘기한다는 점 그리고 제가 기분에 따라 관대해지기도 하고 깐깐해지기도 한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 애니의 가장 큰 장점인 ‘퀄리티’에 대해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지금 2022년도 기준으로 봐도 무척이나 휼룡합니다. 극장판 애니가 다 그런 거지 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테지만
단순히 그림만 이쁜 것이 아니라 그 그림 즉, 원화를 이어주는 동화가 정말 정말 정말 휼룡합니다.
제가 최근에 본즈 제작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라는 애니를 봤었는데요. 그 애니도 물론 잘 만들긴 했지만 목소리의 형태가 작화면에서는 확실히 한 급 더 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몇 안되는 애니입니다.
게다가, 작화를 더더욱 더 돋보이게 만드는데에 음악이 정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냥 음악이라기 보다는 '배경음악'이 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비주얼은 그냥 일상물이지만 소재는 상당히 무거운 편인데 그 일상 속 무게감을 진짜 잘 살렸습니다.
특히나 쇼코가 잘못된 선택을 하려는 장면은 다시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애니를 보면서 마치 한 편의 애니(만화)를 봤다기보다는한 편의 영화를 봤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애니 특유의 과장된 목소리 톤이나 과장된 몸짓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강연 실사화 버전을 보신 분들은 아마 아실텐데 목소리의 형태는 이러한 애니식 연출을 좀 배제하고 최대한 현실적인묘사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만화 같은 느낌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보는 사람에 따라 좀 갈리긴 하겠지만 확실한 건 작화와 더불어 배경음악의 퀄리티는 정말 최상급입니다.
이 이상 칭찬은 너무 루즈해지니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이 애니의 가장 큰 논란,
“이 작품은 가해자를 미화했을까? 혹은 이 작품은 가해자 환상물일까”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좀 찾아본 결과 이런 의견이 나온 가장 큰 이유가
“피해자가 호구같을 정도로 착하게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라프텔 사용자 평 제일 상단 댓글)
“특히 쇼코의 억지 웃음에 관한 요소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 애니만 본 사람들에게 쇼코의 착함이 천사, 성녀인가 싶을 정도로 그려지고 말았다.”(나무위키 평가 문단)
인 거 같은습니다.
근데 저는 솔직히 쇼코가 그렇게 착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작중 쇼코하고 소야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하고의 접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반에 면식이 없던 소야의 친구인 나가츠카와 초등학교 때 헤어졌던 사하라 하고 만나고
후에 잠깐 우에노랑 만났지만 별로 반가워 보이지는 않았고
얼마 뒤 카와이네 일행이랑 놀이공원을 가고
그리고 소야의 과거 행적이 들통난 뒤에 화해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한 번 다같이 한 번 싸운 뒤에 쇼코의 ■■ 시도까지 다른 캐릭터들하고의 접점이 없습니다.
결국 쇼코가 너무 착하다는 뜻은 이시다한테 너무 착하게 굴었다는 의미가 되는 건데
흠…
제 의견을 정리하자면
1. 애초에 쇼코는 소야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애니만 봐서는 괴롭힘의 강도나 쇼코가 느꼈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장면을 통해 유추해보면
일단 엄마가 개입을 한 이유는 표면상으로 '보청기 땜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져서'인 것으로 보이고
쇼코가 주모자인 소야를 딱히 피하거나 두려워하는 묘사도 없습니다.
소야가 사고를 친 후에 굳이 직접 가서 사과를 하는 이유는 뭐 이런 일로 사이가 어색해지는 건 싫었다는 뜻일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쇼코가 소야를 기피했다면 굳이 가서 사과하지는 않았겠죠.
즉 괴롭힘의 강도가 쇼코의 멘탈을 무너트리기에는 약했었다 라는 결론을 저는 내렸습니다.
물론 엄마의 압박이 없었을 거라고는 못 하지만 그런 묘사가 전혀 없는 관계로 배제하겠습니다.
다만 의문인 점은 후에 동생인 유즈루의 회상 속에서 ■■을 의미하는 수화를 하고 있는 쇼코인데…
정말 6학년 때 받은 괴롭힘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그걸 유즈르한테 표현했는지
아니면 언니가 비참한 모습으로 있는 걸 본 유즈루의 상상이었을지는 의문입니다.
후에 오랜만에 소야를 다시 만난 쇼코의 어색한 반응은 아마 마지막에 헤어질 때 대차게 한 번 싸웠던 지라 좀 어색해하지 않았나 하고 추측합니다.
역으로 따돌림의 타겟이 됐었다는 점, 이전에 자신이 소통의 의미로 내밀었던 노트를 둘려줬다는 점, 수화를 배워왔다는 점 등등…쇼코는 단순히 착해서 쇼야랑 친하게 지낸 것이 아닙니다. 놀이공원에서 우에노가 엄청 친한 척 할 때의 쇼코의 표정을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우에노한테서 별로 좋은 감정을 못 느끼는 이유 역시 가책도 없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 이중적인 태도 때문일 겁니다.
가해자라고 해도 드라마 모범택시의 일진 새기처럼 정말 사악하고 악질적이지 않았던 이상, 진심이 있고 정말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면 '저는' 충분히 용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그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실에서 쇼야처럼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가해자가 몇 명이나 되나요? 99%는 처벌이 두려워 어떻게든 벌을 면하고자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겁니다.
유튭에서 보셨을 <천종호> 판사님한테 선처해 달라고 싹싹 비는 가해 학생들처럼 약자 앞에서는 센 척하다가 ‘법’ 혹은 ‘판사님’ 이라는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쪼그라드는 그 얄미운 꼬라지 땜에 우리가 ‘사이다’ 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시다는 진심으로 마음속에서 그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기에 당사자인 쇼코가 문제 삼지 않기에 저도 문제 삼지 않는 겁니다.
또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 작품은 이시다의 행동에 대해 전혀 미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여러 장면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용서는 있을지라도 죄는 사라지지 않다는 뜻이겠죠.
2. 이 사건의 책임을 단순히 이시다 혹은 그 일행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애초에 쇼코한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우우울론!
일반 학교에 청각장애를 가진 딸을 보내고 5개월동안 보청기가 8개식이나 사라진 후에나 조치를 위한 쇼코의 엄마나
쇼코에 대해 무관심 했던 선생님도 문제지만
웃으며 다가가기만 하면 뭐든지 해결 될 거라 생각한 쇼코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던 건 맞습니다.
우에노가 처음부터 쇼코한테 못되게 군 건 아닙니다. 노트도 대신 적어주고 여러므로 도움을 많이 줬지만 결국 지친 겁니다.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들어서 대화 내용 물어보면 귀찮기도 하고 흐름도 깨지고 여러므로 불편했을 겁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에노는 항상 웃으면서 다가오는 쇼코를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한겁니다. 차라리 그렇게 했으면 좋았겠죠.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쇼코 본인이 일반 학교를 다닌다는 것인데, 특수 학교를 가든지 해야되는데 계속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여러 부작용이 생긴 겁니다.
작품 초반 제가 쇼코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 이유이기도 합니다.
굳이 친해질 마음이 없는 애들한테 다가가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결국 이 사건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과실은 쇼야한테 몰빵된 구조입니다.
쇼코 = 피해자
쇼야 = 가해자
같은 관점보다는 좀 더 넓게 보면 어떨가 싶습니다.
오히려 제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쇼코가 아닌 소야입니다.
소야가 ■■하기 전에 쇼코를 찾아간 심정은 뭐 납득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지만
왜 ■■을 관둔 뒤로도 계속 쇼코를 만나고 싶어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쇼야 본인도 쇼코가 불편해할 수 있을거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후에 작품이 제시한 답은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였습니다.
솔직히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고 제 나름대로 이해해주긴 합니다만
저처럼 이해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의아했던 부분은 소야가 우에노랑 쇼코를 화해시키려 했던 부분인데요.
세월이 많이 흘러 초등학교 시절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랬는지는 모릅니다만 적어도 "우에노랑 쇼코가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어"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의 본심을 모르는 데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제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메세지
'목소리의 형태' 즉, 마음입니다.
쇼코의 마음은 그저 친하게 지내고 싶었를 뿐이였을 겁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가가는 사람마다 자신을 외면하고 멀리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도움을 주려해도 도리어 화만 냈던 그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소야가 수화까지 배워와 소통의 의지를 보였을 떄 감동을 받은 걸지도 모릅니다.
소야의 마음은 후회와 자책입니다.
장난이랍시고 했던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왔고, 더군다나 본인은 '가해자'였었기에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상당한 무언의 질타가 있었을 겁니다.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버릴 정도로 말이죠.
우에노의 마음은... 쇼코를 향한 증오와 소야를 향한 약간의 미안함일까요?
어느 날 전학생 한 명이 오고 이러니 저러니 하다가 소야는 왕따가 되버렸고 본인도 악감정은 없지만 쓰레기로 전락해버린 소야를 외면할 수 밖애 없던 겁니다. 예전처럼 다 같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그러려면 쇼야랑 가깝게 지내고 있는 쇼코랑도 친해져야 하는데 별로 내키진 않은 듯 합니다.
만약 어린 시절 쇼코가 우에노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좀 더 다른 방식을 취했을 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에노가 쇼야가 받고 있는 고통을 알았더라면 모든 탓을 쇼코한테 돌리는 대신에 좀 더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을 지도 모릅니다.(시마다한테 데리고 갔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딘 하죠.)
만약 쇼야가 쇼코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지고 있는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피해자인 쇼코 본인이 문제 삼고 있지 않기에 관계를 지속할 거라면 깔금하게 과거를 정리하고 가는 게 저는 더 맞다고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되고 싶은 욕구 하나 때문에 스스로를 고통에 네던지는 쇼코가
누군가(나)에게는 개선의 여지가 없이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하는 소야가
누군가에게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우에노가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가고, 불편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없듯이 우리 모두에게도 저렇게 남들이 보기에 좋지 못한 면들이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서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고,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것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2시간 가량의 시간이 원작에 내용을 다 담기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큰 틀은 잘 지키며 애니화 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오락성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못해서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자극적인 애니들만 나오는 추세인데
이런 애니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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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화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해자 미화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작품 내내 왕따가 어째서 비극적인지 그리고 그걸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과 반성을 해야하는지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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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사죄라는 것의 존재를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있던 것도 쇼야 혼자였다는 거 흔하게들 피해자가 받아들여야 진정한 사죄니 뭐니들 하지만 애초부터 자신이 서로에게 끔찍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서 사죄란 어떤 의미가 되는지도 진중하게 보여줬었던 작품 1쿨 tva로 나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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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는 비싸다는걸 알게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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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화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해자 미화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작품 내내 왕따가 어째서 비극적인지 그리고 그걸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과 반성을 해야하는지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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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사죄라는 것의 존재를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있던 것도 쇼야 혼자였다는 거 흔하게들 피해자가 받아들여야 진정한 사죄니 뭐니들 하지만 애초부터 자신이 서로에게 끔찍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서 사죄란 어떤 의미가 되는지도 진중하게 보여줬었던 작품 1쿨 tva로 나왔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