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5기까지 간단 리뷰: https://bbs.ruliweb.com/family/211/board/300075/read/30625499
저번 리뷰에 이어서 하는 짱구 극장판 리뷰. 확실히 초기 극장판들은 쟁쟁한 작품들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참고:
1. 각 극장판 점수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으로서'라는 전제 하에 준 점수이다.
2.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더빙판으로, 그것도 대원판 무삭제판으로 보고 쓴 리뷰이다.
3. 평점과 후기는 다 주관적이기에, 일반적인 평점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6.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6기 - 전격! 돼지발굽 대작전
8/10 - 과학기술 면에서 여러가지로 소름 돋았다.
2021년에 이 작품을 보면서 여러가지로 소름 돋았다. 디지털 합성(딥페이크)나 지능과 인격을 가진 컴퓨터 바이러스(AI) 등등, 지금 화제되고 있는 이슈가 무려 1998년에 개봉한 작품에 등장한다는 점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기술적인 면 외에도 스파이물에 걸맞는 액션씬도 훌륭하며, 악당들도 하나하나 다 개성이 있다. (그 와중에 블레이드의 노잼 개그가 은근 웃기더라)
무엇보다도 짱구를 찾으려 하는 부모의 모습과, 짱구가 부리부리몬과 대화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모습 등등 가족물에 걸맞는 장면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JPL 요원들이 자녀를 생각하는 모습 등을 통해서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다만, 개연성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다. 떡잎 방범대가 떨어진 곳이 우연히 악당들 기지 근처였다거나, 컴퓨터 바이러스의 모델이 우연히도 짱구가 그린 낙서를 통해 만들어진 것 등등. 이는 결말에서 부리부리몬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어릴 때나 지금이나 부리부리몬 등장씬은 가슴을 찡하게 한다. 하지만, 좀 자라고 나서 보니 컴퓨터 프로그램 뿐일 부리부리몬이 어떻게 등장한건지 조금 이해가 안되는 편이다. 물론 부리부리몬의 등장이 짱구의 상상이라고 한다면 뭐라 할 말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뜬금없이 느껴지는 한다.
개연성 면에서 아쉽기는 해도 이 작품 역시 잘 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나름의 여운을 주었기 때문이다.
7.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7기 - 폭발! 온천 부글부글 대작전
5/10 - 악당 동기가 코난 동기급
비교적 낮은 점수에 놀란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솔직한 내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10기까지의 짱구 극장판 중에서 가장 재미없던 극장판을 고르라면 바로 7기 극장판을 택할 것이다.
7기 극장판의 가장 큰 단점은 짱구네 가족이 그냥 상황에 휘말리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짱구네 가족이 나오는 장면보다는 악당(때안미러)과 국군, 대통령, 심지어 떡잎 마을 시민들이 나오는 장면이 더 많다. 과장을 보태서 짱구 가족이 위기에 처하고 5분동안 악당과 국군이 싸우는 장면이 계속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짱구 극장판 중에서도 정부 비판의 성격이 강한 편이다. 거대로봇이라는 위협이 왔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는 정부와 시민, 세금낭비 관련 장면 등등. 어린이 극장판에서 정부 비판 내용을 넣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러한 정부 비판 내용을 넣느라 짱구네 가족에 초점을 안 맞추면서 짱구 극장판으로서의 성격을 잃었다는 점이다.
한줄평에도 언급했듯이 때안미러의 최종 보스의 어이없는 동기도 재미 하락에 큰 영향을 줬다. 악당의 동기도 어이가 없는 데, 결말부에서는 악당이 온천가드맨과 화해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마무리가 된다. 솔직히 말하면 고작 그런 이유로 세계 멸망하려하는 악당과 막무가내로 명령하는 온천가드맨의 감동적인 장면에 정말 어떠한 감정도 안 느껴졌고 그냥 빨리 장면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이 극장판에서 그나마 재밌었다 생각하는 부분은 결말부에서 짱구 가족이 힘을 모아 싸우는 5분 뿐이었다. 굳이 5분을 위해 이 영화를 처음부터 볼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물론,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한 비판을 차치하면 액션씬이 괜찮았고 브금도 괜찮았다.
(여담이지만, 신기하게 신 고질라와 퍼시픽 림과 비슷한 부분이 꽤 많다)
8.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8기 - 폭풍을 부르는 정글
7/10 - 1기 극장판의 성공적인 리메이크
폭풍을 부르는 정글은 액션가면이 나온다는 점에서 1기 극장판과 비슷하다. 하지만, 여러가지면에서 폭풍을 부르는 정글은 1기 극장판보다 더 발전된 모습이 많은 극장판이다.
가장 큰 발전은 바로 악당 캐릭터이다. 1기 극장판 악당은 임팩트가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에 비해 8기 극장판 악당은 액션가면의 악당이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원숭이들의 왕이라는 개성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원숭이 노예 대신 인간 노예를 갖기 위해 악행을 저질렀다는 개연성있는 동기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임팩트가 있는 악당이었다. 더불어, 8기 극장판 악당과 액션가면의 싸움도 1기 극장판에 비해 엄청나게 상향 발전했다.
이와 더불어 가족을 찾으려는 떡잎 방범대, 짱아를 통해 서로 적인 사람도 인류애가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 짱구와 액션가면의 협력 등등 가족 어드벤처물로서 제공할 수 있는 재미는 다 갖고 있다 보면 된다. 앞서 언급한 악당과 액션가면의 싸움 외에도 떡잎 방범대의 행진, 엉덩이 걸음 씬 등 인상깊은 장면들도 많다.
9.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9기 - 어른 제국의 역습
8/10 - 신형만(히로시)의 회상에서 저만 운 거 아니죠?
히로시의 회상 장면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꼽히는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어른제국의 역습은 히로시의 회상 말고도 여러가지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다.
어른들이 사라져버린다는 어찌보면 아이들의 꿈과 같은 설정을 아이들이 공감할 법한 공포 분위기로 잘 유도해내면서도, 어른들이 할 법한 대사나 행동을 떡잎 방범대와 같은 어린이들이 하면서 생기는 해프닝과 아이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을 해치우는 장면 등을 통해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다. 더불어 핵심 메시지인 과거에만 머무르면 안되다는 내용을 잘 표현해냈기에 여러가지로 인상깊고 여운을 주는 엔딩을 선사해준 영화였다.
그렇다면, 왜 10점을 안 줬는 지 의문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악당과 악당의 계획이 조금 아쉬운 편이었다. 악당이 인상깊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악당의 계획의 옛날 냄새를 통해 어른들을 아이로 만든다는 계획 너무 오버테크놀로지해 쉽사리 공감이나 이해가 안 간다는 점과, 악당의 결말부에서의 행동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졌다는 점들이 그 이유이다. 물론, 이러한 아쉬운 점들 있다고는 해도 어른제국의 역습이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여담으로 어른제국의 역습이 우리나라 심의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싶다. VOD와 무삭제판을 비교했을 때 잘린 장면들이 꽤 많았는 데, 대부분 잘린 내용이 떡잎 방범대가 어른들이 할법한 행동들 (술집 들어가거나 버스 운전하는 장면 등등)이었다. 이전 심의 편집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편집들을 볼 때 정말 심의보는 사람들을 아이들이 저걸 괜찮다고 생각하고 따라할 것이라 생각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어른들이 없는 세상에서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이라는 작품의 핵심을 이해한 건가 싶은, 애초에 영화를 본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10.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10기 -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투
7/10 - 애니메이션이라도 고증은 무시 안 한다고요!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전투 장면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급의 전투는 아니더라도, 나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전투 장면들은 역사에 관심없는 필자도 전투를 흥미롭게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총을 장전하는 동안 화살을 쏜다던가, 퇴각 신호를 통해 전투를 쉬는 모습 등등 이러한 장면들 하나 하나가 작품 속 전투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실제로 찾아보니 실제 일본 역사 고증에 맞게 그려낸 것이라 하니, 이 점은 크게 칭찬하고 싶다. 참고로 필자는 작품 재미만 있다면 고증은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도 고증을 잘 지켜내 몰입감을 높이게 해준 것은 칭찬할 점이다.
다만, 이 작품의 스토리는 작품의 전투 장면만큼 큰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작품 스토리가 못 썼다는 것은 아니지만, 2002년에 개봉된 작품이기는 하더라도 타임슬립물의 클리셰를 정직하게 따라가는 이야기와 무사와 영주의 딸의 사랑이라는 지금은 다소 흔한 러브스토리가 필자에게 큰 흥미를 주지는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스토리에 몰입을 못한 것은 아니다. 영주의 딸과 무사 간의 입장 차이를 자동차와 말을 통해 연출해낸 점이라던가, 무사의 마지막 결말을 감동있게 잘 연출해낸 점 등등, 이러한 세심한 연출 덕분에 이 작품 역시 결말에서 꽤 큰 여운을 줬다.
마무리:
지금까지 짱구 극장판 순위를 정리하면
5기>9기>6기>8기>10기>3기>4기>2기>1기>7기
확실히 초장기 짱구 극장판은 잘 만든 작품들이 많았다.
여담이지만, 어른 제국의 역습에서의 심의로 인한 편집을 많이 비판했지만, 다른 극장판에서도 굳이 저걸 편집했어야 했나 싶은 편집들도 꽤 많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짱구 극장판에서 편집된 장면 비교 영상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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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좀 그게 불만이네요. 요즘 TV 방영할 때 편집하는 거야 아이들이 채널 돌리다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는 데, VOD까지 편집해버리는 건 너무한 게 아닌가 싶네요. 편집판, 무편집판 둘 다 제공 안해주는 건 좀 | 21.08.04 10: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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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도 잘만든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5기 극장판인 암흑마왕 대추적이 저에게 더 재밌기도 하고 더 인상깊더라고요. (물론 단순한 취향 차이이기도 하고, 5기랑 9기 둘 다 거의 비슷하게 좋아합니다._ 이번에 개봉될 극장판 예고편 밖에 안 봤었는 데 9기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니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지네요 | 21.08.04 10: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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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이라는 짧은 주기 간격으로 최소한 평타 치는 극장판들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기는 하죠. (7기가 10기 중에서 가장 재미없다고는 해도, 나름 칭찬할 부분은 있다 생각합니다.) | 21.08.04 14: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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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스펙타클하고 멋진 것으로 포장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어찌보면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나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 21.08.04 13: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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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발굽 대작전도 잘 만들었죠. 깐깐하게 개연성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이전에 봤을 때는 생각 못했던 것이 다시 보니 느껴졌다 정도였습니다. ㅎㅎ | 21.08.04 16: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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