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기 애니메이션들. 2분기가 언제나 그랬듯이 실망감을 안겨주는 대형작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여느 때와 다르게 기대를 충족시킨 대형 브랜드 역시 그만큼 있었고,
선배님들께 질세라 예상 외의 화력을 보여준 시리즈 역시 나와서 시청자들을 기쁘게 해줬습니다.
긴 말 않겠습니다.
이번 분기 저를 기쁘게 해준 작품 6개, 총평 나갑니다.
1. 히나마츠리
한줄평: 아기공룡 히나. 대천사 안즈리엘. 히토미 과장.
예전에 '은혼'이 사천왕편, 일국경성편 등 완성도 높은 시리어스 전개와 함께
위험도 A+급의 약기운 넘치는 개그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유행어처럼 나오던 말이
'은혼의 장르는 은혼이다.'였습니다.
비록 최근에는 낙양결전편 이후 점프 순위가 수직하강하고 있는 현황이지만,
애니판 기준 200화에서 대략 260화까지의 은혼은 그런 말에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개그와 시리어스 전개가 잘 버무려지면서 또 하나의 장르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물건이었죠.
이번 히나마츠리 애니메이션은 그 유행어의 주어 자리를 탈취할 자격이 있는 작품입니다.
주역 3인방인 히나, 안즈, 그리고 히토미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기 다른 장르의 에피소드를 펼쳐가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3인의 이야기가
'히나마츠리'라는 하나의 틀에 어찌저찌 녹아가는 모양새입니다.
히나의 귀차니즘을 주위가 폭주로 승화시키고 닛타만 고통받는 개그 쪽 플롯 하나.
안즈의 성실함을 좋게 봐주는 주변 어른들에 힘입어 점점 대천사가 되어가는 최루탄 쪽 플롯 하나.
그리고 히토미의 천재성+소극성이 주위의 (매우)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의도치 않게 폭주하는 또 하나의 개그까지.
이 이질적인 세 플롯이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몇 가지 과정을 거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나감과 동시에,
알게 모르게 서로 적잖은 상호작용까지 하면서 히나마츠리는 과거 은혼과 똑같이 또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정말, 놀랍고도 즐거운 작품입니다.
2.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한줄평: 우주력 796년, 서기 3596년에도 X같은 정치인은 존재한다.
은하영웅전설 ova판의 전설에 감히 건방지게 선전포고를 한 리메이크 판.
아무래도 그 선전포고 이후 전황은 리메이크 판에 유리하게 시작된 것 같습니다.
'무지한 민중과 명군, 깨인 군중과 우군'이라는 민주주의 탄생 이래 영원한 명제의 대표격인 은하영웅전설.
80년대 일본 버블경제의 정점기에 만들어진 원작 소설이지만
본토에선 잃어버린 십년, 바다 건너서는 촛불혁명, 대양 건너면 브렉시트와 두테르테,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이 고전은 애석하게도 30년 전 완결 당시에 앉아있던 자리에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입니다.
그와 동시에 90년대말 SF 장르 애니메이션들의 아버지격에 속하는 작품이기도 한,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흔한 어구가 무엇보다도 어울리는 이 작품을
수십년간 SF깎는 노인으로 일한 Production I.G가 21세기에 모셔왔습니다.
그 결과는 예상 이상으로 대성공에 대만족.
비록 ost는 동독의 유산이었던 구판을 이기지 못했지만, 나머지 부문 전부 우세합니다.
장대한 우주 전투씬은 '스케일'이라는 단어가 구현화 된 듯한 수준이었고,
걱정이었던 원작 스토리 구현은 오히려 전작보다 더한 원작 재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 보여진 토르 해머 발사 연출은
소설 원작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것을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듯한 명장면.
옆 동네 또 다른 소설 원작 SF와는 다르다. '그 패닉'과는!
3. 메가로 복스
한줄평: 링 위에 서려는 자, 모든 것을 잘라내거라.
죠여. 링에 서고 싶은가. 인간성을 버리거라.
유리여. 링에 서고 싶은가. 그 팔(기어)을 버리거라.
난부여. 링에 서고 싶은가. 그 눈을 버리거라.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새하얗게 불태웠어'의 원작, '내일의 죠'의 50주년 기념작입니다.
리메이크 작이 아닌, 언더독 복서라는 주제만 그대로 가지고 온 다른 작품입니다.
장편이었던 전작과 달리 13화 분량이라는 점도 그렇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SF적인 설정에 기반한 '기어'라는 존재.
여타 복싱 창작물에서 클리셰처럼 나오는 지옥같은 체중감량을 전부 부정하는 이물질이죠.
그리고 그걸 언더독인 죠가 전부 때려부수는 것이 전체적인 플롯입니다.
단순히 거칠고 투박한 선이 돋보이는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만으로 이 작품의 '야성미'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mabanua라는 중견 그룹이 선보이는 메마르고 격렬한 선율의 ost는 물론,
미련 한 점 없이, 망설임 하나 없이, 그러면서도 감정에 충실하게 거침없이 달려가는 캐릭터들.
이른바 '발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 애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솔직히, 꼬맹이인 '사치오'가 다른 애니의 다 큰 어른들보다 훨씬 나을 정도죠.
고작 주먹질입니다. 고작 주먹질이지만, 그 두 사람에게는 '진짜'인 이야기입니다.
4. 소드 아트 온라인 얼터너티브 : 건 게일 온라인
한줄평: LLENN 더 보팔래빗(만렙토끼)
'소아온'이지만, '소아온'이 아닙니다.
키리토도, 아스나도, 심지어 같은 게임인데도 시논마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게임입니다. 그 X랄맞은 데스게임이 아닌, 그냥 '게임'입니다.
본가가 까이는 주된 이유인 카야바 아키히코를 중심으로 한 게임 관련 윤리/도덕적인 개연성 문제는
본작에서는 즈언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목숨 걸고 게임하는 키리토 쪽이 주인공이었다면,
이 애니에서는 오히려 목숨 걸고 총질하려는 피토휘가 주인공 렌의 안티테제죠.
당연하지만, 렌은 비록 '죽여버리겠어!'라는 말을 게임 내내 달고 살지만
어디까지나 게임 안에서만 그렇다는 의도로 말하고 있죠.
그렇게 본가의 주박에서 벗어난 이 애니.
게다가 단순히 내용 뿐만이 아니라 내용 외적인 작화, 연출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작의 빼어난 전투플롯(과 다소 미묘한 문체)을 긴장감 넘치게 연출하는데 충분히 성과를 냈고,
무엇보다 제작사의 전작인 프린세스 프린서플에서부터 이어진 전투 작화는 훌륭했습니다.
소아온 3기보다 건게일 2기가 더 기대된다면 정상인......일까요?(나올 것 같진 않지만)
정말, 작가 빼고 다 좋은 작품입니다. 죽어라 씹구사와.
5.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한줄평: 도쿄의 휴일(도쿄 맞나?)
제작사 동화공방. 총작감 타니구치 준이치로. 남주 성우 나카무라 유이치.
어디선가 많이 본 조합이죠. 여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포켓몬이었던 '그 러브코미디'가 떠오릅니다.
전설적인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마주격인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흔한 학원 러브코미디에 사진-공주-좋은친구 조합만 따와서 끼워맞춘 것에 가깝지만요.
아마 제작진은 마지막 12화와 13화를 먼저 생각하고 나머지 11화를 만들었을 것이 뻔합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영화과라서 로마의 휴일을 몇번이나 돌려보고
'하 오드리 햅번 X나 이쁘네'라고 보는 내내 반복한 제가 보장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사실 이 애니는 초반 2화와 마지막 2화 외에는 '쭉정이'에 가깝습니다.
비록 이쥬인 에피소드는 상당히 감동적이었고, 부장-히나코 커플도 주인공 못지 않은 매력은 있엇지만,
타다-테레사 연애라인에 비교되는 구도가 좀 보기 좋지는 않았고,
알렉-샤를 구도는 왜 있는지 모르겠고, 야마시타 견은 대체 왜 있는건지 모를만한 존재감이었죠.
전체적으로 시리즈 자체는 상당히 산만하고, 분위기가 이쪽저쪽 새는 것은 많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아무리 초반 1,2화와 마지막 12,13화의 만듦새가 빼어난 편이라고 해도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니구치 준이치로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죠.
솔직히 말해서, pv의 테레사 미소 하나 때문에 이 애니 보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테레사가 오드리 햅번을 캐릭터로는 못 이겨도, 외모는 인정합니다.
6.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한줄평: 테이오 분량 좀만 더 주세요 제작진
만약 이 애니가 2쿨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본가마스 애니판의 재림이 됐을 지도 모릅니다.
경마+소녀+육상 스포츠라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조합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1화에서는 아예 아이돌 요소까지 나와서 수많은 이들을 벙찌게 만들었죠.
하지만 이후 12화 전까진 오직 스포츠에만 집중하는, 정통 학원 체육계 동아리물 애니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갈 무렵,
11화에서 스즈카의 복귀전 연출이후 미쳐날뛰는 제작진의 상태에 경악했습니다.
아마 이후 애니들은 비단 육상 뿐만이 아닌 그 어떤 달리기 장면 연출을 하더라도
우마무스메와 비교대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적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스페셜 위크와 사일런트 스즈카에게만 편중된 비중.
나름 또 다른 센터인 테이오에게는 터무니없이 빈약한 분량을 안겨준 것은 물론,
나머지 스피카 팀들 역시 주역 2명 외에는 비중이 현저히 차이납니다.
만약, 처음 기획때부터 2쿨이어서 마지막 레이스의 18명 모두 각자의 분량을 챙긴 채 나왔다면
아마 진심으로 트레이너에 공감하면서 마지막 라이브 때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테이오의 비중은 없었습니다. 으윽.
결론은 테이오 애낍시다.
이번 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은 2분기 어떠셨나요?
빅엿을 드신 분들도 많으시겠고,
대천사의 은혜를 입으신 분들도 있으시겠죠.
다음 분기에는 좋은 감상들만이 있기를 빌며,
지금까지, 늦게나마 페그오 시작해서 겨우 2주만에 공명과 홍차 최종재림시켜준, 입덕술사였습니다.
다음 글은 페이트나 공의 경계 관련글을 쓸까 생각하게 되네요.
(IP보기클릭)175.213.***.***
이번 분기는 갤러리에 이슈가 되는 작품 수도 적었고 글 수도 적어져서 아쉬웠어요. 3분기에는 많은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사랑받길 애니갤러리 not dead yet.
(IP보기클릭)211.37.***.***
(IP보기클릭)175.118.***.***
(IP보기클릭)211.59.***.***
(IP보기클릭)175.213.***.***
이번 분기는 갤러리에 이슈가 되는 작품 수도 적었고 글 수도 적어져서 아쉬웠어요. 3분기에는 많은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사랑받길 애니갤러리 not dead yet.
(IP보기클릭)27.126.***.***
(IP보기클릭)125.186.***.***
(IP보기클릭)211.33.***.***
(IP보기클릭)18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