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칸더 V
...왠지 타이틀만 봐도 뭔가 가슴 한구석에서 아련하고 짜릿한게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특정 나이대 사이의 남자라면 이 메칸더 V에 관한 추억 한 개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안타깝게도 그 나이대에 속해 있는 남자로서, 메칸더 V는 뭔가 어린시절의 한 부분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다른 작품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역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적 봤던 메칸터 V의 기억이 너무너무 선명하게 남아있는 좀 특이한 케이스라서,당시에도 엉망이었던 그림과 특정 편수를 넘어가면 계속 전에 봤던거 재방송 비슷하게 돌려썼던 기억까지 남아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아, 저편 전에 봤는데 왜 또 틀어준데? 하며 화를 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메칸더 V는 단지 추억으로 미화되기에는 너무 엉망인 작품이었다는 냉정한 평까지 함께 기억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한 때 메칸더 V의 원판 립파일이 퍼지고, 추억과 향수에 젖어 다시 봤던 사람들이 '나의 메칸더 V는 이런게 아니야!' 라며 충격받고 절규할 때도, '아냐 너, 나 우리의 메칸더 V는 원래 그랬어. 하하' 하면서 충격 받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웃어 넘기곤 했었습니다. 그랬었기 때문에 이제 원판을 쉽게 구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굳이 이걸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가타부타 말이 길어지는데, (중략) 그냥 어떤 계기로 최근 메칸더 V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전 같은 건 없이 역시나 기억에 남아있던 대로, 아니 그때보다 머리도 크고 세월도 많이 흘렀기 때문에 당시보다 더욱 절망적일 정도로 엉망인 부분이 적나라하게 보이는데, 그렇다고 이걸 곧이 곧대로 까자니 어린시절의 추억을 스스로 찢어 발기는 듯한 느낌도 들고, 70년대 작품을 이제와서 엄근진으로 까는 것도 웃기는 것 같고 해서 '그냥 마음으로 즐기면 그만이지!', '우리가 어릴땐 이런 것도 좋다고 보면서 컸어!'모드로 들어가 작품에 대한 세세한 평가는 다 제쳐두기로 하고! 다시 보는 동안 순수하게 궁금해진 점이 있어서 단순히 계산을 해봤습니다.
주제는 제목대로.
대체 킹 다이아몬드는 어느정도 크기인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킹 다이아몬드는 메칸더 V가 출동하는 기지로서 평소에는 야구장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가, 메칸더 머신이나 메칸더 로보를 발진 시킬 때는 거대한 항모로 변신하는 메카입니다. 어릴땐 이렇게 기지가 변신해서 움직이는게 그렇게 멋져보일수가 없었지요.
설정상 크기는 무시합니다. 일단 설정상으로 킹 다이아몬드의 전장은 1200m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 위키페디아) 그런데 설정이 그렇더라도 실제 작중에서 그렇게 그려져 있냐를 따져보자는게 이번 포스팅의 취지입니다. 뭐 이래저래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냥 심심해서 계산이나 해봤다는 소립니다. 하하하
작중의 킹 다이아몬드입니다. 지금보면 좀 촌스러워보일지몰라도, 당시에는 간지 만땅기지였습니다. 이번 고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항모 아일랜드 위의 마름모꼴 다이아몬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 다이아몬드 부분은
이렇게 기지가 야구장으로 위장하고 있을 때 야구장의 내야 베이스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야구장의 내야 다이아몬드와 기지 이름의 킹 다이아몬드. 뭔가 명명 센스가 멋지지 않습니까?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스포츠인 야구와, 어린이들의 로망 그 자체인 슈퍼로봇의 기지를 연결한 센스. 이 부분은 정말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뜨겁잖아요!
제작진의 그런 센스는 만점을 줘도 좋은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야구 구장에서 저 내야 다이아몬드는...
이렇게 아예 국제적으로 규격이 정해져 있거든요. 하하
외야의 넓이는 구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내야의 다이아몬드와 반원모양의 흙이 깔린 범위는 국제규격입니다. 설령 킹 다이아몬드가 야구장으로서의 기능을 하지는 않더라도, 위장용인데 규격은 일반 야구장과 같이 맞췄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위장으로서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우와~ 저 구장봐 내야가 다른 구장보다 5배나 커!' ...이런 상황이면 위장이고 뭐고 없이 오히려 수상해보이잖아요. 그러니까 킹 다이아몬드 역시 저 마름모 부분은 국제규격과 같다는 가정하에 앞으로의 계산을 진행하겠습니다.
계산의 기준을 잡은건 좋은데, 문제는 어떤 그림을 쓸까겠지요. 다행스럽게도 작중에서 킹 다이아몬드의 전체 모습을 상공에서 잡은 씬이 있었습니다. 이 지나가는 부분을 잘 오려 붙여 봤습니다. 실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 것도 아니니 초점거리에 따른 왜곡같은 건 무시해도 되겠지요. 중요한건 내야 다이아몬드와 전체 킹 다이아몬드의 크기 비교를 해볼 수 있는 그림이면 되니까, 평면적으로 보이는 이 그림이면 충분할 겁니다.
내친김에 메칸더-1의 크기도 대략 구해봅시다. 이 출격씬을 보면 킹 다이아몬드의 활주로 폭과 메칸더-1의 폭이 거의 같아 보입니다. 내야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알고 있으니, 비교해보면 간단하게 메칸더-1의 폭까지 알수 있겠네요.
자 그럼 계산해봅시다. 뭔가 거창한 방법 같은건 모르겠고요. 할 줄 아는 프로그램 중에 치수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캐드 밖에 없어서, 그림을 캐드로 불러온 다음, 각 지점의 기준선을 긋고, 내야 다이아몬드의 세로 길이가 국제규격인 38.79m가 되도록 그림 크기를 조정한 후에 각 지점의 거리를 찍어봤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나왔습니다.
킹 다이아몬드 전장 296.42m...
작아!!!
그림상의 선굵기같은 오차도 있기 때문에 넉넉잡아 300m라고 하더라도 설정상 크기인 1200m의 1/4 밖에 안되는 작은 크기 입니다. 활주로의 폭은 12.47m... 현존하는 최강 비행기 F-22의 폭이 13.5m 정도라고 하니까 메칸더-1은 의외로 현실적인 크기였습니다! 활주로 길이는 제일 짧은 바깥쪽 활주로 기준으로 235m 가량... 현존하는 항모들과 비슷한 것 같긴 한데 현실에서도 수직 이착륙 되는 비행기가 실전배치되고 했으니, 현실보다 몇 배는 과학이 발달했을 슈퍼로봇 애니속의 세계관에서 저 정도 활주로 길이는 비행기가 캐터펄트 따위 없어도 이륙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봐도 되겠지요.
생각보다 작았던 킹 다이아몬드의 전장에 실망과 동시에 의외로 현실성 있었던 비행기 크기에 감탄한 것도 잠시, 문득 또 다른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활주로 끝에 보이는 전광판과 계단.
여기에는 메칸더 V가 격납되어 있습니다.
출동할 때가 되면 계단이 복잡하게 갈라지고 쓸데없이 두 단으로 접혀 치워지며 이렇게 메칸더 V가 밑에서부터 올라오게 됩니다. 멋져! 이 장면을 보니, 이제 저 메칸더 V 격납고의 깊이가 궁금해졌습니다. 메칸더 V의 설정상 키는 무려 120m. 왠만한 슈퍼로봇의 평균보다 훨씬 큰 로봇입니다. 메칸더 V는 가오가이가의 킹 제이더보다도 더 큰 무식한 로봇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로봇이 들어가 있다니 킹 다이아몬드 굉장해! 비록 전장은 설정보다 엄청 짧았지만 깊이! 높이라면 어쩌면 설정을 제대로 살리고 있을지도 몰라!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높이를 산출할 그림을 또 찾아봅니다. 딱 좋게 킹 다이아몬드를 완전 측면에서 보여주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아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크기 조절을 하고 치수를 넣어봅니다.
여기에는 메칸더 V가 격납되어 있습니다.
출동할 때가 되면 계단이 복잡하게 갈라지고 쓸데없이 두 단으로 접혀 치워지며 이렇게 메칸더 V가 밑에서부터 올라오게 됩니다. 멋져! 이 장면을 보니, 이제 저 메칸더 V 격납고의 깊이가 궁금해졌습니다. 메칸더 V의 설정상 키는 무려 120m. 왠만한 슈퍼로봇의 평균보다 훨씬 큰 로봇입니다. 메칸더 V는 가오가이가의 킹 제이더보다도 더 큰 무식한 로봇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로봇이 들어가 있다니 킹 다이아몬드 굉장해! 비록 전장은 설정보다 엄청 짧았지만 깊이! 높이라면 어쩌면 설정을 제대로 살리고 있을지도 몰라!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높이를 산출할 그림을 또 찾아봅니다. 딱 좋게 킹 다이아몬드를 완전 측면에서 보여주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아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크기 조절을 하고 치수를 넣어봅니다.
높이 63.21m...
낮아!!
메칸더V는 전광판 아래 계단에 들어있기 때문에 전광판의 높이는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나온 결과가 고작 63m...메칸더 키의 약 1/2밖에 안되는 높이 입니다. 그나마 이 그림에서 전장은 먼저보다 조금 길어졌지만 그래봤자 1200m에 비교하면 부질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메칸더 V는 대기 중일 때 보무도 당당히 멋지게 서 있는게 아니라
이렇게 찐따처럼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거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불쌍해!
하지만 전 역시 메칸더는 당당하게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불쌍한 메칸더를 멋지게 세워놓고 싶어서 다른 가설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 메칸더 V라는 작품은 중간에 로봇이 한번 박살이 나고, 메칸더 V MK-II 가 나오는 작품입니다. 그 두 번째 메칸더 V는 마치 장난감처럼 오체분시된 상태로 비행기랑 차에 실려 있다가, 전투시 합체, 다시 120m의 거대 로봇으로 뻥튀기되는 어처구니 없는 로봇이었지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시키지마 박사는 물체를 자유자재로 뻥튀기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그래! 그 기술력을 실은 킹 다이아몬드에 먼저 적용 했었다면 어떨까! 전장 300m로 계산되는게 실제로는 변신시에 4배로 뻥튀기 되는 거라면 말이 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따라 다시 계산해보면 63.21X4=252.84. 무려 250미터가 넘는 높이가 되니까 이 정도면 메칸더 V를 격납하고도, 리프트장치까지 전부 집어넣을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나옵니다! 만세! 이게 정답이었어!
이렇게 가정하면 킹 다이아몬드는 전장 1200m. 높이 250m의 거대한 항모였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아아... 만족스럽습니다. 어린시절의 로망을 그대로 이루어준 거대 항모의 위용... 너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그런데 잠깐. 그렇다는 말은 메칸더-1의 폭은 무려 52m!!?
너무 커!!!!
이젠 비행기가 말도 안되게 커졌습니다. 이 메칸더-1은 메칸더 맥스로 합체한 후에 메칸더 V의 등에 붙지요. 이걸 비유하자면 키 120cm인 초등학생이 폭 50cm, 자기 키의 반 가까이 되는 폭의 책가방을 매고 다니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은 역시 말이 안됩니다. 어느쪽으로 계산해도 제가 원하는 결과값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어릴적 좋아했던 슈퍼로봇 메칸더 V는, 출격 전에는 찐따처럼 쪼그려 앉아있거나, 아니면 전투시에 쓸데없이 큰 책가방을 매고 싸우는 불쌍한 로봇이었던 것입니다. 어흑...
이렇게 한 소년의 마음을 가진 어른의 희망사항은 어떻게 해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는 사실만 새롭게 깨달았다는 교훈과 함께 쓸데없이 길어진 글 마무리 해봅니다.
결론. 이과 망해라!!
덤. 이왕 계산해보는 김에 이것도 한번. 1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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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17.07.04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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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거기에 골든라이탄 많이 봤었네요 | 17.07.04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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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트로이카가 참신해서 좋았습니다. 극중에서 몇번 안나오니까 더더욱 한번 나올때 열광했던 기억이 있네요. 메칸더 V 풍선설은 재밌네요! 그럼 콩키스터군단은 그 풍선한테도 털렸다는 말이 되는데... 하하 | 17.07.04 22: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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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원자력! | 17.07.04 22: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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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종이짝으로도 콩키스터군단을 무찔러냈으니 메칸더 대원들은 위대한 용사들이었습니다. | 17.07.04 22: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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