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동안 시간 안 나서 이제서야 쓰게 되는군요
일단 거두절미하고 좋았던 점 or 인상깊었던 점들 짚어보자면
첫째, 전편에서 헤일로 파괴 방법에 대한 떡밥을 푸는 타이밍은 지금 봐도 참 기막혔던거 같습니다
뭐 그래도 냉정히 보자면 "에이 설마 여기서 진짜로 누구 죽진 않겠지" 싶었고 결과적으론 실제로 누구 죽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스케일 좀 커지고 분위기 좀 무거워지려는 타이밍에 딱 저 떡밥을 풀면서 이번 스토리의 주요 적대 세력인 아리우스는 이를 이미 알고 있었음과 동시에 필요에 따라 그럴 만한 의사도 충분하다는걸 잘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해준 점이 좋았네요
둘째, 에덴조약 3장의 시점을 수영복 이벤 다음으로 한 점이 더욱 몰입감을 더했던거 같습니다
수영복 이벤트의 주연은 각각 아즈사와 히나였고, 따라서 어찌 보면 수영복 이벤트의 스토리는 저 둘과 선생 사이의 인연이 보다 깊어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에덴조약 본편에서도 아즈사나 히나의 행동에 충분한 당위성이 더해짐과 동시에 보다 잘 몰입이 되더군요
때문에 아직 에덴조약 3장 안 보신 분 계시면 수영복 이벤 스토리, 적어도 수즈사, 수히나 인연스토리는 먼저 본 다음에 보시는걸 권해보고 싶습니다
셋째, 결국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결의를 다진 아즈사의 심리 묘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앞에 보충수업부에서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부분도 있었고 하다보니 저 페로로 인형이 아즈사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였을지 쉽게 연상됨과 더불어 결국 그 추억조차 내치고 저 인형을 사오리의 허점을 찌르기 위한 수단(안에 헤일로 파괴 폭탄 숨겨서 터뜨림)으로 써먹을 정도의 결의, 그리고 그 이후의 자괴감 묘사까지 정말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스토리 통틀어서도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었는데 결국 이전에 2장 빌런이었던 미카나 이번 메인 빌런이었던 아리우스 스쿼드나 모두 되물림된 증오의 결정체였고 이를 주변에 강요하는 입장이었던지라 이에 대비되는 주제로서 더없는 부제 선정이었다고 보네요
나아가서는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 제목 자체도 이 맥락이었구나 싶어서 정말 인상깊었고.....
다섯째, 이전 스토리들에 비해 발전된 연출도 역시 빼 놓을 수가 없겠네요
풀보이스는 누누히 현실성 없다고 하던 입장이었지만 이번에 히후미 연설 부분에 보이스 도입한건 신의 한 수 같더군요
여기에 스토리 내 전투에서 지원온 캐릭들을 실제로 우호적 NPC로 구현한 점도 보고 진짜 감동이 배로 뛰어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여섯째, 한참 진지한 전개 속에서도 블루아카다운 깨알개그가 좋았습니다
이번에 개그씬을 두 개 꼽자면 하나는 꿈속에서 한참 세이아랑 낙원의 증명에 대해 얘기하던 중에 선생이 하나코를 떠올리면서 수영복을 속옷이라 생각하면 속옷이 된다고 답하는 부분 설마 싶었던 대책위원회의 등판 및 파우스트 업적 늘어놓는 부분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런 점들이 본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깨알같은 재미를 챙긴 점이 좋았네요
전자는 단순 개그씬을 넘어서 낙원의 증명 문제에 대해 선생 나름대로 내놓은 답이자 이전부터 꾸준히 묘사된 입장이기도 하고'ㅅ'
일곱째, 아리우스 스쿼드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이번에 무리하게 세탁기 돌리는 대신 이번에는 끝까지 악역으로 남기되 그와중에 각각 대략적인 인물상 보여주면서 조금씩 여운을 남기는 점이 좋더군요
나중에 이들 또한 되몰림된 증오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기대됩니다
반면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몇몇 캐릭들은 비중 희생된게 좀 노골적으로 보였던 점이 아쉽더군요
대표적으로 티파티랑 만마전..... 중상 입었다는 명목 하에 쭈욱 공기였던 나기사/마코토라던가, 그간 빌드업 했던 거에 비해선 좀 불완전연소된 느낌이 들었던 미카라던가, 비중 자체는 꽤 있었지만 설명충으로 소모된 감이 있는 세이아라던가.....
그래도 이런 점이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를 확 떨어뜨릴 정도까진 아니기도 했고 지금도 이미 분량 대비 이야기 밀도가 매우 높았다고 보는지라 괜히 더 욕심내지 않은 점은 좋았네요
다르게 보자면 결국 학생회라곤 해도 학생들인 만큼 어딘가 미흡한 부분이 하나쯤 있다고 보면 개인적으론 충분히 이해가 되는듯
뭐 해당 캐릭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좀 아쉽게 느껴질만한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리고 하나 더 꼽자면 이왕 보이스 넣는 김에 이 부분에도 보이스를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긴 하네요
뭐 그래도 이전까지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거라 이런 걸로 굳이 흠 잡기도 그렇긴 하지만
암튼 개인적으로 총평하자면 씹덕겜이라는 범주 내에서 이만큼 만족스러운 스토리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근래 콘솔겜까지 포함해도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스토리였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