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3일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사과 메시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뒤 나왔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전직 비서 A씨 측의 기자회견 이후 나온,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첫 입장 표명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 이 대표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 기강해이와 관련해 기강을 잡아야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 추문을 지적한 발언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A씨의 고소 사실을 당에서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해 "몰랐다"고 하고, '피해자의 고소 내용이 박 시장에게 바로 전달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피해 호소 여성이) 다음 주에 입장을 추가로 낸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보고 필요하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이 박 시장 의혹을 오는 20일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후보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잘 판단해 입장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 4월 재보선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10일 박 시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이해찬 대표에게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이 대표와 박 시장은 40년 지기로 우정을 쌓아 왔다고 할 만큼 이 대표의 슬픔이 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대표는 집권당을 대표하는 공인"이라며 "기자의 질문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 과격한 언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고 비판했다.
당시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최근 제기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 해당 기자를 쏘아보고, 부적절한 말을 하는 언행을 보였다.
협회는 "공인에 대한 언행은 국민의 관심사고,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해 취재하고 보도한다"라며 "이번 취재 장소가 질문 내용에는 다소 부적절한 곳일 수도 있지만 기자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서까지 질문하는 이유는 진영이나 이념의 논리가 아닌 진실을 보도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찬 대표 또한 공인으로서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사실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었다"라며 "그럼에도 저속한 비어를 사용하면서 취재 기자에게 모욕을 준 것은 기자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이자 또 다른 비하 발언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이 나온 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사과를 했지만, 협회는 "당 대표의 잘못에 수석대변인이 사과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이해찬 대표의 진심 어린 사과와 결자해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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