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2)씨는 이번 주말에 예정된 대학동기 신년 모임을 취소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우한폐렴’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뉴스가 잠잠해질 때까지 모임을 연기하기로 했다. 김씨는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집 밖은 위험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오다 결국 다음에 만나는 걸로 정했다”고 했다.
서울의 한 독서 동호회도 이달 말 예정된 모임을 취소한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모임인 만큼 우한폐렴 확산을 우려한 조치다. 동호회 관계자는 “우한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커 이번 달은 각자 독서를 즐기고 다음 달부터 더 많은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외출’보다 ‘집’…중국인 관광객 피해 한산해진 번화가
국내에서 4명의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뒤 그들의 동선과 접촉자 수가 조명을 받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외출’보다 집에서 쉬며 안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세 번째 확진자인 한국인 남성 A(54)씨는 서울 강남구, 경기 고양시 일대에서 95명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 번째 확진자 한국인 B(55)씨의 경우 경기 평택 자택 인근에서 172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번화가는 한국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특히 중국인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인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우한폐렴 뉴스가 빗발치던 설 연휴가 지나자 한산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기자가 29일 오후 1시쯤 명동 거리를 둘러본 결과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고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응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거리에서 만난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평상 시 오후면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차 붐볐는데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직원들도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동 골목에서 만난 상인도 “우한폐렴 때문에 관광객이 확 줄었다”며 “거의 앉아서 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몇몇 약국만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외국인들로 붐빌 뿐이었다.
◆ 우한 폐렴 공포에 단체 활동, 모임 자제…유통업계도 매출타격 우려에 긴장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동호회 모임들도 우한폐렴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독서모임을 주최하는 스타트업 기업 ‘트레바리’는 지난 28일 회원들에게 ‘중국을 방문했을 경우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돌렸다. 더불어 모임 참석을 취소하는 회원들에게는 멤버십 비용 일부를 환불해주기로 했다. 기업들도 회식 등 단체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대한항공, 롯데백화점 등 일부 기업은 우한폐렴 경계 기간 동안 직원들에 불필요한 회식과 단체 활동을 자제하도록 공지했다.
매출 감소 우려에 유통업계도 긴장 상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5% 정도 매출이 줄었는데 최근에는 명절이 끼어 있어 아직까지 백화점 방문자 수와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며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고객과 직접 접하는 직원에게 마스크 및 장갑을 착용시키는 등 감염병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우한폐렴 공포에 단기적으로 소비가 많이 줄어들어 국민의 경제활동 자체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메르스 사태의 경우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던 소비가 이후 빠르게 반등하는 효과가 있었던 만큼 현재 상황을 잘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글·사진=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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