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자가치료·각종 민간요법도
미사일 도발 등 한·미와 대립 속
선뜻 유화적 정세 조성 어려울 듯
방역·의료체계 등 열악한 상황
김정은, 지원 전격 수용 전망도
CNN, 위성사진 분석 결과 보도
“28년 만에 재개… 50㎿급 달해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 10배↑”
북한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코로나19 유행을 인정하기 전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건제도’를 공언해 왔고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적대국들’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제로(0)인 데다 치료제로 버드나무잎을 장려하는 북한의 열악한 방역·의료체계를 감안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의 표현대로 ‘건국 이래 대동란(大動亂)’에 가까워 보인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20여일간 82만여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발생한 데다 사망자도 12일 6명, 13일 27명, 14일 42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대부분의 경우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물과다 복용을 비롯한 과실로 인해 인명피해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과학적인 치료방법을 알고 있거나 효과적인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진 않아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집에서 자체로 몸을 돌보는 방법’ 기사에서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숨이 차면 창문을 열어 방안을 서늘하게 하라”며 “이렇게 버티다 4주가 지나도 몸 상태가 나쁘고 기침하다 피를 토하는 등의 경우에 의사와 병원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매일 수십만명의 발열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소 4주의 자가치료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경증환자들에게 금은화나 버드나무잎, 우황청심환 등을 물에 타 먹는 민간요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아예 없고, 변변한 의약품과 효과적인 방역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세계 ‘유이’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국인 북한은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 코백스(COVAX)가 올해 배정한 아스트라제네카 12만8800회분과 중국산 시노백 약 300만회분도 인수를 거부했다. “가정에서 준비한 상비약품들을 본부 당위원회에 바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필두로 당 중앙위원회 등 지도층이 여유약품 기부에 나설 정도다. 그럼에도 북한은 “현 상황은 지역간 통제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상황”이라며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코로나19 지원 제안에 대한 북한의 수용 여부에 국내외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당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 및 코로나 확산 상황 분석’ 보고서에서 “한·미의 북핵공조 등에 대응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한 북한이 선뜻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면서 정세를 유화적으로 조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중국의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한 만큼 중국을 통한 우회지원은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오웬 밀러 영국 런던대 교수(한국학)는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중국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백신 접종만이 북한의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을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베일러의대의 백신 전문가인 피터 호테즈는 “백신을 도입하고 신속히 접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세계는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문제는 그들이 도움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즉답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 지원·협력 의사를 타진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이 대북통지문에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며 “답변이 오더라도 ‘거부’일지, ‘고맙지만 괜찮다’일지 지켜본 뒤 조심스럽게 대응해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北, 영변 핵단지서 대규모 원자로 건설 재개”
북한이 평북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30년 가까이 중단됐던 대규모 원자로 건설을 재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13일(현지시간)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가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과 미국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영변 핵시설 단지에 최근 원자로 건설 작업이 재개된 동향이 나타났으며, 미국 정부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설 작업이 재개된 원자로는 1980년대 후반 가동을 시작한 5㎿급 기존 영변 원자로보다 10배가량 큰 규모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약에 따라 건설이 중단됐다고 CNN은 전했다. 또 전문가들이 이 원자로의 완공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규모는 50㎿급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영변 5㎿ 원자로가 재가동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휴면 상태였던 대규모 원자로 건설이 재개됐다는 분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연구기관 미들버리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선임연구원은 CNN에 해당 원자로가 가동을 시작하면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량을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이 원자로가 완공까지 수년가량 남은 상태에서 건설이 중단됐지만 맥사의 위성사진을 보면 건설 재개 징후가 확연하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지난달 20일과 지난 7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북한이 원자로의 2차 냉각 루프를 인근 강가의 펌프장에 연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성사진에 파이프 일부와 이를 땅에 묻을 건설장비 등의 모습이 찍혔다. 그는 “2차 냉각 루프를 원자로에 연결하는 징후와 더불어 사용후핵연료 처리 용도로 보이는 건물을 철거한 점도 돌이켜 보면 북한이 원자로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초기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 건설을 완료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취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고 CNN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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