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개 회피, 부적절 사용 자백 진배없어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한국납세자연맹(이하 납세자연맹)은 2018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 관련 의전비용의 공개를 청구했었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납세자연맹은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2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은 개인정보 등 일부 민감 정보를 제외한 여타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곧 임기를 마칠 문재인정부가 항소심이 선고되기 전 해당 기록들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면 최소 15년, 최장 30년까지 이 기록들은 봉인되어 공개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납세자연맹은 헌법소원 및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란 “정보 및 사건 수사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감사원은 장황한 지침을 갖고 있지만 이를 요약하면 특수활동비는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영수증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실상 ‘눈먼 돈’이란 말이다. 특수활동비는 국가정보원에 가장 많은 액수가 배정되어 있고 청와대, 검찰, 법무부를 비롯해 정부 내 다수 부처에 배정되어 있는데, 2021년 예산 기준 총 9844억원(국정원 7460억원)이다.
국가가 하는 일에는 일일이 영수증을 발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국가안보나 정보 활동을 담당하는 국정원이나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모든 특수활동비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활동비의 ‘특수성’을 악용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특수활동비를 오남용하는 것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원장들을 부적절한 특수활동비 사용을 이유로 적폐로 몰아 모두 감옥에 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 문재인정부에서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을 제기한 납세자연맹의 정보공개 요청을 묵살한 것도 모자라 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이어진 청와대 관계자들의 서로 엇갈린 해명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처음엔 의전비용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서 예산 투입을 인정했다가, 나중엔 사비로 지출했으며 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하더니, 당사자가 현금으로 받았다고 하자 이번엔 장인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현금을 지급했다는 우스꽝스러운 변명으로 이어지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를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김정숙 여사의 옷값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1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수활동비라 하더라도 그 사용처를 밝히는 것이 국익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수증 없이 써도 된다는 것은 통상의 절차에 따라 사용 근거와 영수증 처리를 명확히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명백히 국익을 해치거나 국가안보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더욱이 주권자인 국민이 공개를 요구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윤리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에도 항소함으로써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뒤에 숨어 일괄적으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함으로써 공개를 회피하는 것은 스스로 부적절하게 사용했음을 자백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재인 청와대는 특수활동비 공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잠시 국민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엄중한 역사의 비난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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