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차원에서 옳은 방향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에서는 정권교체기의 갈등과 대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둘러싼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 재론되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을 둘러싼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를 말하기 어렵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 관련 공약의 한 축인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있게 검토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당선인이 이런 공약을 내세웠다는 점, 그리고 현 박범계 법무장관이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 문제가 신구 권력 간의 합의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검찰개혁의 원론적인 방향성 측면에서 볼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여 검찰이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정치인인 법무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는 당위성을 갖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공화국’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현 대통령도 검찰을 장악하고 직간접으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검찰공화국’ 우려는 기우(杞憂)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우려가 팽배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벌써 박범계 장관의 반대와 김오수 검찰총장의 찬성이 대립하고 있다. 이는 마치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을 편드는 정책을 취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가 검찰개혁의 기본방향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인상은 오도된 것이다.
셋째, 현재의 상황이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의 힘겨루기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검찰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던 문재인정부가 윤석열정부로 넘어가면서 야당이 되는 민주당이 칼날을 쥐어야 하는 처지 변화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를 환영해야 할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윤석열 당선인이 대법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면서 자신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처럼,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스스로 줄이겠다고 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를 찬성할 경우 지난 5년 동안 법무장관들이 수사지휘권을 오남용했음을 시인하는 것이 될까봐 두려운 것일까?
분명한 것은 검찰개혁의 방향성 측면에서 수사지휘권 폐지가 옳다는 점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떠한 개혁 입법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새 정부가 야당의 눈치만 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합리적 이유 없이 발목잡기를 계속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경우, 야당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편으로는 여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늘 고려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직접 설득하기가 어려울 때에는 조급하게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길게 보면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도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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