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 이집트와 2조 규모 수출 계약
호주엔 1조 규모 K9 30문·탄약차 인도 예정
인도, 中과 국경분쟁 대비 추가 구매 검토
호주 차세대 보병장갑차 사업에도 도전
“수주 땐 창원 기업들 10년치 먹거리 해결”
LIG넥스원, UAE와 4조 ‘천궁Ⅱ’ 계약
현대로템 ‘K2 전차’ 노르웨이 수출 추진
수출 확대 위해 업계·軍 긴밀한 협력 필수
軍 운용경험·작전개념 소중한 무형자산
정부, 부품 제작 中企 정책적 지원 급선무
한국 방위산업(K방산)의 기세가 치솟고 있다. 한화와 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K방산 수출액이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유럽과 호주 등에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K방산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중동 등지에서 ‘잭팟’
K방산의 해외수출을 이끄는 아이템은 K9 자주포다. 한화디펜스가 제작한 K9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1700여 문이 운용 중인 ‘자주포계의 베스트셀러’다. 지난 1일 한화디펜스는 이집트 국방부와 2조원 규모의 K9 수출계약에 최종 서명했다. 앞서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집트를 방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K9 수출 문제를 논의했다. 이후 추가 협의를 통해 최종 계약이 이뤄졌다. 이집트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시절 K9 도입에 관심을 보였으나, 2010년 말부터 중동 지역을 휩쓴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하면서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1)를 계기로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수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호주도 K9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호주 획득관리단(CASG)은 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호주 캔버라에서 한화디펜스와 K9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호주 육군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가 인도된다. 호주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최대 1조900억원에 달한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 생산시설을 마련해 현지에서 기존 K9보다 방어력, 감시정찰 능력이 향상된 제품을 생산 납품할 예정이다. 기존에 K9을 도입한 인도에서도 중국과의 국경분쟁에 대비해 K9 추가 구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K9 외에 장갑차도 수출 대상이다. 과거 K200 장갑차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경험은 있으나, 자주포와 비교하면 성과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 레드백(Redback)을 제안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 “호주 사업을 수주하면 경남 창원 일대 기업들에 10년치 먹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번 사업을 수주하면 선진국에 주력 장갑차를 납품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전 세계 노후 장갑차 대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차륜형장갑차 개발 및 도입에 집중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를 새로 개발하는 국가가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호주 사업은 향후 국산 장갑차의 세계 시장 지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는 지난달 16일 아랍에미리트(UAE) 방산업체 TTI와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Ⅱ는 LIG 넥스원이 2012년부터 5년간 개발해 실전배치된 무기다.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 발사차량 3대 등으로 1개 포대를 구성해 작전을 펼친다.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차량은 한화디펜스가 만들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노르웨이 수출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는 노후한 독일산 레오파르트2A4를 대체하고자 2조원을 들여 신형 전차 70여 대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말 최종 승자가 가려질 예정이다.
노르웨이에 제안되는 K2 전차는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를 탑재한다. 침엽수가 많고 기온이 영하 54도에 달하는 현지 기후를 고려, 난방장치와 예열 시스템을 설치하고 침엽수 형태 위장무늬를 적용했다. 현지 장비 탑재를 원하는 노르웨이 정부 정책을 반영, 현지 방산업체 콩스버그가 만든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장착한다. 최근에는 현지에서 혹한기 시험을 받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수출 확대하려면 군·업체·정부 간 협력 필요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 확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군과 방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제3국과의 수출 계약이 해마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선진국의 견제를 극복하고 수주를 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에서의 주문에 신속하게 응하려면 연구개발 및 생산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수주 잔액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유지하려면 운영유지비 등에서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군과의 긴밀한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한국군은 국토 방위에 필요한 장비를 방산업계에서 대량으로 조달한다. 수차례에 걸쳐 양산 계약을 맺고, 창정비와 성능개량도 한다. 연구개발→양산→창정비→성능개량으로 이어지는 한국군 무기획득단계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이는 방산업체가 수출에 필수인 연구개발 및 생산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대당 단가를 낮추면서 생산라인 재가동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구매국의 성능 향상 요구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산 무기는 한국군에서 대량 운용 중인 것들이다. K9은 2000년대부터 육군의 핵심 포병장비로 쓰이고 있으며, K2 전차는 2010년대 초부터 기갑부대의 주력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군에서 오랜 기간 쓰인 장비는 운용경험과 작전개념 등이 축적된다. 장비의 성능과는 차원이 다른 무형 자산이다. 구매국들이 성능 못지않게 중시하는 요소지만, 제작 업체가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군과의 긴밀한 협력이 선진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하는 이유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기업은 독자적인 마케팅 역량을 갖고 있어 해외 수주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반면 부품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은 관련 역량이 대기업보다 취약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출 방법은 F-35처럼 글로벌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부품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이다. 40~50년 동안 쓰일 첨단 장비들은 부품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오랜 기간 경영 활동을 뒷받침해 줄 현금흐름을 얻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역량만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방산업체는 자체적인 부품 공급망을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했다. 이를 뚫기는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유럽의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인 템페스트(영국),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프랑스·독일) 등 글로벌 첨단 무기 개발 사업에 투자, 국내 중소기업을 해당 무기 부품 공급망에 참여토록 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부품 공급망 내 지분을 확보하거나, 해외 직도입 무기 사업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부품 공급망 참여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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